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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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일생이 한 세기의 역사를 담고 있다면 믿어지는가? 비록 픽션이기는 하지만 여기 그 예가 있다. 그의 이름은 알란 카손.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이다. 2005년 백 살 생일 파티를 앞두고 양로원 창문을 넘어 도망친 그는 버스 터미널에서 자신에게 무례하게 군 청년의 트렁크를 충동적으로 훔치게 되고, 이로 인해 범죄 조직과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사실 이 트렁크에는 돈다발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이 정도(?)의 일은 그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 실은 이 힘없는 노인이 러시아 혁명부터 시작해 스페인 내전, 제2차 세계대전, 스탈린 독재 시절의 소련, 심지어는 한국 전쟁과 프랑스 6.8혁명, 미소 냉전까지 겪어낸 몸이었던 것! 양로원을 탈출한 노인의 모험과 그의 지난날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이 소설. 단언컨대 별 다섯 개만 주기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다.

 

 

1905년부터 2005년까지 장장 100년의 현대사를 담고 있으니 이 소설도 이른바 역사 소설이라는 장르로 분류될 만하지만, 이 소설에는 역사 소설 하면 으레 떠오르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전혀 없다. 한 페이지, 아니 한 문단이 멀다 하고 터지는 유머와 독창적인 발상만 보면 오히려 코미디물로 분류될 만하다. 주인공 알란만 해도 그렇다. 그는 원래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폭탄 공장 직원이었으며, 돈과 명예, 여자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술만 찾는 평범한(?) 사내였다. 그런 그가 프랑코 총통, 트루먼 대통령과 친구가 되고, 스탈린의 술자리에 초대받으며, 소년 김정일의 안내를 받아 김일성을 만나고, 끝내는 미소 냉전까지 해결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황당함을 넘어 웃음이 절로 났다. 정치나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와도 친구가 되고자 하는 이 온화한 사내가 국가 원수들을 친구로 둘뿐만 아니라 이렇다 할 직업을 가지지 않고도 평생 경제적 곤궁함을 느끼지 않고 산다는 것도 웃기고...^^

 

 

그래서일까? 이 소설은 인구 900만의 스웨덴에서 100만 부, 전 세계적으로는 500만 부 이상 팔리며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다. 스웨덴 인구가 고작 900만 명밖에 안 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스웨덴 인구 약 열 명 중 한 명은 이 소설을 읽을 만큼 독서인구가 상당하다는 사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엄마를 부탁해>나 <정글만리> 등 요 근래 100만부 넘게 팔린 책이 몇 있기는 하지만, 전체 인구 대비로 보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실적만큼은 아니다. 게다가 이 소설은 단순한 흥미 위주의 소설이 아니라 현대사, 현대 정치 등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나름 어려운 소설이다. <밀레니엄> 시리즈를 비롯해 스웨덴 문학이 세계적으로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내고 있는 데에는 이처럼 어떤 수준과 내용의 소설도 기꺼이 읽고 즐길 수 있는 스웨덴 문학팬들이 큰 기여를 하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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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의 반어법 지식여행자 4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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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가진 치유의 힘, 회복의 힘을 믿게 해주는 소설. 요네하라 마리의 팬이라면 필독, 팬이 아니어도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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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의 반어법 지식여행자 4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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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자유의 몸일 때 마음속에 새겨두었던 책이 생명력을 불어넣어준 거죠." (p.230)

  

_ 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책은 한 권도 읽지 않았어.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거야. 앞으로도 계속 내 자신의 인생에서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그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게 견딜 수가 없었어. (p.414) 

 

_ 궁극적으로 극악무도한 사람이 한 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악이 시스템적으로 분산되어 있어요. 그거야말로 자본주의 국가의 악 같아요. (p.441)

  

_ 이 세상에는 역사 자료를 읽고 또 인간의 영혼에 관련된 근원적인 뭔가를 배우지 못하는 역사가가 역사가가 얼마나 많은가 (p.453)

 

 

어떤 소설가들은 소설 속 주인공이 소설가의 분신이라고, 소설 속 이야기가 소설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착각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물론 그들의 말대로 소설가의 실제 삶과 허구를 착각하지 않는 자세는 독자들에게 꼭 필요하다. 그렇지만 어떤 소설은 소설가 본인의 생애와 너무나 닮아서 착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요네하라 마리의 장편소설 <올가의 반어법>이 그렇다. 나는 이 소설의 처음 몇 장을 읽고 소설이 아니라 저자의 수기인 줄 알았다. 1960년대 초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주인공 히로세 시마가 무용가의 꿈을 접고 현재는 러시아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점, 소련 붕괴 후 러시아에서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 몇 명을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찾는 점(이 이야기는 요네하라의 다른 책 <프라하의 소녀시대>에 담겨 있다) 등은 저자의 실제 삶과 똑같다.

 

 

하지만 저자가 '80%가 픽션, 20%가 논픽션'이라고 공언한 대로 비슷한 건 앞부분에 나오는 설정 정도이고 뒷부분은 기존의 요네하라 마리 책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소설의 실질적 주인공인 무용교사 올가는 우아한 옷차림, 몸동작과 달리 입이 험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욕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졌다. 어른이 된 후로도 그녀의 욕을 기억하고 있었던 일본인 제자 히로세 시마는 불현듯 그녀의 삶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 길로 모스크바로 날아가 흔적들을 찾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올가 선생님에게는 스탈린 독재 시절 '알제리'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전적이 있었으며, 러시아 국적을 숨기고 체코 프라하의 학교에서 무용선생으로 취직한 수상한(?) 이력이 있었다. 오직 무용만을 사랑하는 것 같았던 올가 선생님에게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그녀는 누구일까? 시마는 점점 과거 속으로 빠져든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시마가 올가 선생님의 자취를 쫓는, 일종의 추리소설 형식을 띠고 있지만, 올가 선생님의 이야기만 떼놓고 보면 과거 소련을 무대로 펼쳐지는 역사극이다. 이 시절의 이야기는 끔찍하기 짝이 없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반정부 인사로 지목되어 목숨을 잃고, 남은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채 수용소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으며, 이렇게 끌려간 사람들은 수용소에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갖은 폭력과 고문에 시달렸다. 아이들은 부모의 얼굴은 물론 이름조차 모른 채 고아원에서 살다가 입양되었다. 이렇게 독재 정권에 의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이 기록으로만 수백만 명, 기록에 남지 않은 사람들까지 합하면 수천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잔혹하고 끔찍한 현실에 쉬이 스러질 법도 한데 꿋꿋이 살아낸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이다. 올가 선생님이 수용되었던 '알제리' 수용소에서만 해도 그렇다. 그들은 비록 푸짐한 밥도, 따뜻한 이불도 제공받지 못하고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는 처지였지만, 매일밤 이른바 '수용소 낭독회'라는 것을 열며 삶의 의지를 불태웠다. 수용소 낭독회란 책도 영화관도 TV도 없는 수용소에서 서로의 기억력에 의지해 <안나 카레리나> 등 과거에 읽은 책이나 보았던 영화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것인데, 매일밤 수감자들끼리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연기와 노래를 하며 한바탕 웃고 울며 즐기고 나면 밥을 안 먹고 잠을 못 자도 다음 날 아침 피부가 반짝반짝 빛나고 생기가 돌았다고 한다.

 

 

올가 선생님이 구사하던 걸진 욕도 수용소에서 배운 것이었다. 가슴속에 차오르는 분노와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수용소의 여인들은 구수한(?) 욕으로 풀었다. 한참 욕을 하고나면 어쩐지 힘이 솟고 무서운 것도 사라졌다. 역사상 수많은 정권과 정부와 권력자들이 있었지만 모두 사라지고 이야기와 욕은 대대로 전승되고 있는 것은 다 이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무서운 일이 벌어져도 민중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하고 욕으로 대신 억누린 마음을 풀었던 것이다. 이야기가 가진 치유의 힘, 회복의 힘을 믿게 해주는 소설 <올가의 반어법>. 요네하라 마리의 팬이라면 필독, 팬이 아니어도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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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엄 600개 내 영어가 살아난다 영어 한 발짝 올라서기 3
베티 커크패트릭 지음, 강주헌 옮김 / NEWRUN(뉴런)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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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량도 풍부하고 편집도 잘 되어 있어서 틈틈이 공부하기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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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6월 6일은 현충일이기도 하지만, 직장인에게는 황금같은 휴일.

그런 휴일을 방청소하느라 날려버렸다ㅠㅠ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갔네ㅠㅠ 저녁 먹고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가'으리'!!!


그리고 까먹기 전에 6월 신간 추천 페이퍼도 올려야 한다는 게 생각나서

부랴부랴 노트북을 켜고 알라딘서재에 접속,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들을 우선적으로 살펴보았다.

음... 근데 이미 읽었거나 읽으려고 구입해 놓은 책들이 꽤 많이 보인다 ㅠㅠ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일부러 에세이 장르는 나중에 구입한다는 다른 평가단원 분의 지혜를 본받아야지...)


다행히도, 내가 산 책들을 제외하고도 좋은or좋아보이는 에세이들이 많아서

다섯 네 권 꽉 채워 소개합니다~~~





1. 검은 수첩


추리소설, 미스터리 장르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데 어쩌다보니 꾸준히 읽고 있다. 일본 작가 중에는 미야베 미유키와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나름 열심히 읽고 있는데, 마츠모토 세이초 옹의 작품은 읽을 때는 덤덤한데 임팩트가 큰 게 많아서(특히 실화인 것들...) 읽을 때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에 마츠모토 세이초 옹의 글을 모은 책이 박람강기 시리즈로 출간되었네? 박람강기 시리즈, 별 다섯 개 줄 만큼 만족한 책은 아직 없었지만 기획이 좋아서 꾸준히 읽고 있는데 세이초 옹이라니 ㅋㅋ 기대된다. 










2.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다수의 명사들이 어린 시절에 읽은 동화를 소개해주는 형식의 책인가보다. 동화 다시 읽기, 고전 다시 읽기 같은 책들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 책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참고로 나는 어릴 때 동화보다는 위인전, 역사책 같은 걸 더 열심히 읽었던 별난 아이였기 때문에(용의 눈물 광팬이었음ㅋㅋㅋ) 딱히 기억나는 동화가 없다ㅠㅠ












3. 책등에 베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서평집이나 책을 읽는 사람에 대한 책, 책을 쓰거나 만드는 사람에 대한 책 등등 책에 대한 책은 대개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읽어보고 싶은 독서 에세이...














4. 토요일은 회색 말


언젠가 온다 리쿠의 <공포의 보수 일기>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의(해외에서 진탕 술 퍼마신 여행기ㅋㅋㅋ) 에세이집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온다 리쿠의 책 에세이가 나왔구나. 꼭 읽어보고 싶다. 안 뽑혀도 사서 읽을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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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냥 2014-06-07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 권이 아니라 네 권이네요~ㅎㅎ
추천 목록 확인하고 가요!!

키치 2014-06-07 08:14   좋아요 0 | URL
급히 작성하느라 한 권을 빠뜨렸네요ㅠㅠ 죄송해요ㅠㅠ
수고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