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 기획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어떤 일, 어떤 삶 1
김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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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봄날 '어떤 일 어떤 삶' 시리즈 제1권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는 저자 김영미가 우리나라의 젊은 기획자 7인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기획서를 잘 쓰는 비법이나 탁월한 기획자의 숨겨진 노하우를 소개하는 책은 아니'지만, 기획에 관심이 있거나 기획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대략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에게 가이드가 될 만하다. 책을 읽기 전만 해도 나는 기획이 무엇인지, 기획자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기획이라는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나는 직접 브랜드를 개발해 홍보하고 관리하는 일을 해보고 싶은데, 마침 이 책에 분야는 다르지만 같은 내용의 일을 하는 분들이 소개되어 있어서 유용했다.



특히 미술 전시 기획자 김이삭 님과 교보문고 도서 공간 기획자 조성은 님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김이삭 님은 한국인 최초로 뮤지움 에듀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고 어린이 전시 기획자로 일하고 계신데, 이런 분야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거니와 일을 주어지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서, 만들어서 하는 점이 귀감이 되었다. 교보문고 도서 공간 기획자 조성은은 원래 패션지 피쳐 에디터가 되고 싶으셨는데, 패션전문학교에서 VMD를 공부한 경험을 살려 쌈지에서 문화마케팅 업무를 맡게 되었고, 우연히 교보문고에 채용이 되어 서점 내부를 꾸미는 공간 기획자가 되셨다고 한다. 이제껏 VMD 하면 패션 분야만 생각했는데 서점에도 VMD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신선했고, 독서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 발맞추어 서점도 직접 독자를 찾아가는 마케팅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열린 사고, 넓은 공부가 필요한 시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인터뷰마다 저자는 인터뷰이에게 기획이란 무엇인지, 기획자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여러가지 대답이 나왔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선배 기획자로 소개된 눈빛 출판사 이규상 대표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분야건 유행을 좇는 것은 누구든 할 수 있다. 출판계만 해도 대부분의 기획이 대중들의 기호만 맞춰 팔릴만한 책들만 반복 생산하고 있는데 진정한 출판 기획자라면 출판물을 통해 새로운 독자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p.228),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남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말처럼 일하는 기획자가 즐겁고 기획자의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기획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p.234) 등의 대목을 읽으면서 나 역시 일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대중에게 '먹히는' 것만 생각하지 않는가 하고 반성했다. 주어지는 일을 잘 하는 기획자도 중요하지만 헌신할 만한 분야를 만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많은 것을 공부하고 싶고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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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공화국 일본여행기 - 만화평론가 박인하의 일본컬처트래블
박인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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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일본 음악, 일본 드라마 등 일본 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와 동생은 2009년에 처음으로 일본 땅을 밟았다.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주로 소설과 드라마, 영화에 관심이 많지만, 동생은 나보다 먼저 일본 만화로 일본 문화에 눈을 떠 온갖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섭렵한, 소위 말하는 '덕후'다. 그런 터라 첫 일본 여행은 만화에 관련된 장소를 둘러보는 쪽으로 일정을 정했다. 아키하바라, 이케부쿠로, 나카노 등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본 만화의 성지를 비롯하여 일본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는 방송국,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관련 서적을 살 수 있는 서점, 북오프, 굿즈샵 등 웬만한 곳은 다 가보았고, 짧은 일정에 일부러 시간을 내 <슬럼덩크>의 배경이 된 가마쿠라까지 갔다.

  


박인하가 쓴 <만화공화국 일본여행기>를 읽으면서 그 때의 여행을 다시 떠올렸다. 일본 만화와 여행을 접목시킨 독특한 컨셉의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서와 달리 만화평론가이자 만화 기획자,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 교수인 저자가 쓴 책답게 내용이 전문적이고 충실하다. 도쿄, 오사카 등 일본 하면 떠오르는 유명 여행지와 관련된 만화를 소개해주는 것은 물론,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소개, 일본을 여러차례 여행하고 거주한 경험도 있는 사람으로서의 여행 팁도 담겨 있다. 나도 일본, 특히 도쿄에 대해서는 나름 잘 안다고 자부했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아직 한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 가본 곳도 많거니와 저자가 추천한 만화를 읽고 나서 다시 가보면 좋을 곳도 많아서 당장이라도 일본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만큼 커졌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캐릭터, 토이, 테마파크 등을 함께 소개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나는 작은 지방 도시인 돗토리가 만화 테마파크로 개발되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에도 만화팬이 상당히 많은데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큼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게 늘 아쉽다. 만화 하면 출판과 방송을 주로 떠올리지만, 캐릭터, 토이, 테마파크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활용할 방법이 많다. 단순히 좋아하는 만화에 나온 곳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말고, 이런 산업적인 측면이나 문화적인 요소까지 생각하면서 여행한다면 만화 왕국 일본으로 떠난 여행이 보다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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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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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자식인 우리는 때로 신 못지않게 멀리 가 닿을 수 있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종교로 날아오른다. 대개의 경우는 사랑으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날아오를 때, 우리는 추락할 수 있다. 푹신한 착륙지는 결코 많지 않다. 우리는 다리를 부러뜨리기에 충분한 힘에 의해 바닥에서 이리저리 튕기다가 외국의 어느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 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이 진실과 마법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사진에서의 진실, 기구 비행에서의 마법처럼. (pp.60-1)


 

얼마전 예전 남자친구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인이 보기 싫다는 내게 기어코 들이민 그의 결혼 사진 속에는, 한때는 내가 좋다며 울고불고 매달렸던 남자와 그의 품 안에서 해사하게 웃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그건 분명 당황스런 경험이었다. 그냥 눈을 돌렸으면 될 것을 결국 본 나는 또 뭔가 하는 자책감도 들었다. 하지만 좋아했던 사람이 행복을 찾아가는 걸 보는 기분은 결코 불쾌한 감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록 그 끝은 아쉬웠으나 그래도 한때는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이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들을 만들어준 사람이니까. 심지어는 그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확신마저 들었다. 그래. 이런 식으로 체념하는 것 또한 이별의 과정이겠지.

 

 

그래도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별은 낫다. 상대가 내가 닿을 수 없는 세계로 떠나는 사별의 고통은 나의 어설픈 이별처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줄리언 반스는 2008년 아내 팻 캐바나를 뇌종양으로 먼저 떠나 보낸 소회를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라는 산문집에 담았다. 삼십 년 가까운 결혼 생활 동안 누구 못지 않은 금슬을 자랑했던 부부였기에 줄리언 반스의 상심은 더욱 컸다. 더군다나 영국을 대표하는 문학 에이전트인 캐바나는 줄리언 반스의 에이전트이자 문학적 동지이기도 했다. 남편으로서, 소설가로서의 파트너를 동시에 잃은 그의 마음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양쪽 팔을 모두 잃은, 아니 두 다리마저 잃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levels of life', 해석하면 사랑의 층위 정도일 것이다. 제목에 맞추어 '비상의 죄', '평지에서', '깊이의 상실', 각각 하늘, 땅, 지하의 세 층위로 구성된 이야기는 언뜻 보기에 연관성이 없어 보이고, 특히 앞의 두 이야기는 사별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아내와의 헤어짐을 다룬 마지막 '깊이의 상실' 편을 읽으니 앞의 두 이야기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앞의 두 이야기의 주인공은 19세기 영국 군인 프레드 버나비와 프랑스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인데, 창공에서 보면 전혀 상관 없는 두 사람이 평지에서는 비행이라는 화제로 친구가 되는 모습은 마치 문학을 매개로 친구에서 연인, 부부가 된 줄리언 반스와 팻 캐바나를 보는 듯 했고, 그런 두 사람이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을 맞이하는 모습 또한 반스 부부를 닮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어판 제목은 왜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가 된 것일까? 처음엔 줄리언 반스가 갑작스런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에서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고 절규하는 모습을 떠올린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보다는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사랑의 속성을 냉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연애의 끝, 사랑의 완성이 결혼이라고 믿지만, 실상 결혼은 연애의 끝이 아니라 무덤이며,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경유지이다. 흔히 결혼으로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것들 - 완벽한 결혼식, 달콤한 신혼 생활, 토끼 같은 아이들, 안정된 일상 - 은 환상에 불과하고, 결국엔 같이 사는 것도 뭣도 아닌 어정쩡한 결혼 생활이나 이혼 또는 사별로 끝나는 것이 결혼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진 연인들, 결혼을 한 부부들은 그들의 사랑이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 어리석음을, 한국어판 제목을 지은 이들은 우회적으로 비웃은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리석음을 알면서도 계속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꿈꾸는 건 왜일까? 우리의 사랑의 결말은 다를 것이라고 믿는, 그 어리석은 사람들이 더 행복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들이 결국 땅에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고, 그 덕분에 비행기로 세계 곳곳을 누비는 기적을 많은 사람들이 체험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사랑 또한 하늘을 나는 것처럼 운명이 정해져 있지만, 그걸 애써 망각하며 사랑에 빠지는 것이야말로 사람이 살고 인류가 영속하는 까닭이며 수단일 테니 말이다. 어쩌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의 뜻은 처음 해석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게 맞길 바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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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김영록 지음 / 터치아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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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준비하는 부모님께 쉬엄쉬엄 가보시라고 선물해 드렸는데 무척 좋아하시네요. 도심뿐 아니라 서울 근교의 여행지까지 소개되어 있어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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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영어 상황별 공식 581 - 12문장으로 미드영어 후다닥 끝내기
E&C.권도경.서성덕 지음 / 멘토스퍼블리싱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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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가 상당합니다. 사전처럼 볼 수 있어서 좋아요. 미드 보면서 궁금했던 표현이 많이 나오는 점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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