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 이야기
세스 고딘 지음, 박세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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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개념대로라면 아티스트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다. 우리처럼 입고, 행동하고, 일하지 않는다. 회의에 참석할 필요도 없고, 콧대가 높고, 몸에 문신을 새기고, 재능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니까. 그러나 우리는 이제 과거의 통념이 달라졌다는 것을 안다. 아티스트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성과 결단력을 갖춘 사람임을 말이다. 충성으로 보상을 받고 있다면 충성스런 사람이다. 복종으로 보상을 받고 있다면, 복종적인 사람이다. 능력으로 보상을 받고 있다면, 능력 있는 사람이다. 이제 사회는 아트를 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 아트를 시작해야 한다." (pp.201-2)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 이야기에 착안한 이 책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아티스트가 되라고 말한다. 여기서 아티스트란 종래의 예술가 개념을 넘어서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력과 결단력을 갖춘 사람'을 뜻하며, 기존 질서란 종신 고용이 보장되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 또는 수직적인 명령과 복종만이 있는 관료제를 의미한다. 즉 기존의 산업 및 조직 구조를 탈피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사람만이 앞으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의미다. 

 

 

말이 쉽지 , 엄격한 체계와 질서가 있는 직장에서 나 홀로 아티스트가 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현실성 없다, 뜬구름 잡는 소리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사례가 없지는 않다. 오디션 합격만을 기다리지 않고 버스킹을 하든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든 해서 유명해진 뮤지션, 신춘문예 등단만을 꿈꾸지 않고 블로그에든 트위터에든 꾸준히 글을 써서​ 책을 낸 작가를 여럿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예술 분야가 아닌 직장에서 아티스트가 된다는 게 쉬운 일일까? 평범한 직장인이 책만 믿고 덜컥 이를 실천했다가는 당장 내일 회사에서 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저자는 아트를 기반으로 하는 오늘날의 경제가 감정노동을 요구한다고 말하는데, 이 감정노동이라는 것도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다. 재화나 서비스를 팔기에 급급하지 않고 고객의 감정을 만족시키며 인간적인 배려와 신뢰로 일을 한다는 게 말이야 쉽지만, 막상 그 일을 수행하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까다롭고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 또한 노동자의 창의성보다는 무한한 희생과 끝없는 경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시스템이 아닌 인적 네트워크, 즉 인맥이 좌우하는 사회라는 것이 공정한 지도 의문이다. 아트도 좋고, 변화도 좋고, 창의성도 좋지만, 이상과 현실, 이론과 실제의 간극은 좀처럼 좁히기가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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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 인류학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속담으로 세상 읽기 지식여행자 14
요네하라 마리 지음, 한승동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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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는 생전에 20년에 걸쳐 하루 평균 7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말이 7권이지, 단순 계산으로 20년 동안 51,100권의 책을 읽은 셈. 그녀의 박학다식함은 엄청난 독서량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담 인류학>은 그녀의 박학다식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의사 제 병 못 고친다', '이왕 기댈 바엔 큰 나무 밑이 안전하다', '바보와 가위는 쓰기 나름' 등 일본의 속담을 한국, 중국, 미국 및 유럽 등지의 유사한 속담과 한데 엮어 소개한다. 물론 비슷한 속담을 그저 엮기만 하지는 않았다. 요네하라 마리 특유의 유머와 야한 이야기를 함께 소개해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 당시 세계를 들썩였던 미국의 대(對)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일본의 자위대 파병 등 시사 이슈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본의 세간이라는 건 암묵의 규칙이 실로 엄격한데, 그것은 어느 정도 외국 생활을 해보지 않으면 알아차리지 못하는 수가 많다. 요네하라 씨도 나리타에서 비행기를 타는 순간 몸이 가뿐해진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팍팍하게 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요네하라 씨는 틀림없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p.293)



추천사를 쓴 일본의 뇌 과학자 요로 다케시의 말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요네하라 마리는 체코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귀국한 후에도 한동안 일본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도쿄외대 러시아어학과에 진학해 동시통역가로 활동하며 보통의 일본인보다 외국 문화에 더 많이 노출되는 생활을 했다. 덕분에 그녀는 여러 나라의 문화와 언어 차이에 훨씬 더 민감할 수 있었고, 내부자가 아닌 외부자의 시선에서 일본을 비판하는 일도 서슴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만큼 자국 문화에 소속감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며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작가로서 자신의 소임을 다한 그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비록 이 책을 끝으로 국내에 출간된 그녀의 책은 모두 읽게 되었지만, 앞으로도 좋아하는 작가, 존경하는 작가를 묻는 질문에는 그녀의 이름을 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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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쇤부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김인순 옮김 / 필로소픽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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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폰 쇤부르크'라는 성이 암시하듯 유서 깊은 귀족가문의 후예지만 부자는 아니다. 18세기까지 넓은 영지를 거느렸던 그의 가문은 역사와 함께 천천히 몰락했고 급기야 아버지 대에서 ​전 재산을 ​소비에트 점령군에 빼앗겼다. 허나 그의 부모는 비극적인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가난한 살림일지라도 우아하게 꾸리는 법을 익혔다. 그런 부모 슬하에서 자란 덕분일까. 잘 다니던 언론사에서 실직을 당했을 때 그는 '우리 집안은 원래 이랬다'며 여유롭게 받아들였고, 심지어는 <폰 쇤부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이라는 책까지 냈다.​

 


"나는 내 경험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가난해지는 경우에 올바른 태도로 잘 대처하면 오히려 생활양식의 이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집안은 이미 몇백 년 전부터 가난해지는 길을 걷고 있다. 그러니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서 가난해지면서도 부유하게 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당연히 몇 가지 조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p.16)​



고도 성장이 끝나고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지금, 무조건 크고 많고 비싼 것이 좋다는 부모 세대의 경제 관념을 답습했다가는 거지꼴을 면하기 어렵다. 최근 들어 가난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든가 정리하기, 절약하기, 버리기, 비우기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런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일 터. 비슷한 주제의 책을 이미 여러 권 읽어서인지 메시지 자체는 크게 새롭지 않았지만, 가난을 일시적, 개인적인 경제 현상으로 보지 않고 역사적, 시대적 흐름으로 조망한 점이 인상적이었고, 몰락한 귀족 가문의 후예로서 일찍부터 경험하고 관찰한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을 비교적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제시한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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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 한국어를 잘 이해하고 제대로 표현하는 법
이강룡 지음 / 유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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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유려하게 잘 쓰기보다도, 한 줄을 쓰더라도 제대로 쓰고 싶다고 마음을 다잡게 한 책이었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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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당신을 위한 놀면서 하는 재테크
윤지경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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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를 진행할 때 나는 부자의 정의에 대해 자주 묻는다. 부자로 정의할 수 있는 정확한 금액을 말해보라고도 한다. 그러면 백인백색의 대답이 쏟아진다. 자산가들을 만났을 때도 같은 질문을 한다. 그중 기억에 남는 대답 중 하나가 있다.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단순히 신선도나 유통기한 등만 따지고,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하지 않은 채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담을 수 있을 때 이 정도면 부자구나라고 느꼈다는 대답이다. 이렇듯 부자의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보자. (pp.126-7)"

 

재테크 책을 즐겨 읽지만 '돈이면 다 된다', '부자면 다 좋다'는 식의 관점이 맞지 않아서 읽다 만 적도 많다. 돈만 밝히고, 부자 되는 것만 꿈꾸는 것보다는, 기왕이면 벌 때도 멋있게 벌고, 쓸 때도 멋있게 쓰는 게 21세기형 재테크 달인의 모습이 아닐까? <놀면서 하는 재테크>의 저자 윤지경이 딱 그렇다. 저자는 연세대 법학과 재학 당시 교내 걸스힙합 동아리를 성공적으로 이끌 만큼 열심히 살았지만 음주가무에 빠져 28살에 부모님께 파산 선언을 했다. 그 때부터 정신 차리고 재테크에 몰두, 4년 만에 재테크의 달인이 되었다. 저자의 공식적인 직업은 한화증권 HFA, 재무 컨설턴트, 머니 칼럼니스트, 재테크 전문강사 등이지만, 영어 요가 전문강사, 필록싱 공식강사 등으로도 일하며 삶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저자가 재테크를 하는 목적은 비싼 집에 살거나 고급 외제 차를 모는 게 아니라, "추운 겨울을 따뜻한 나라에서 보낼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신체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는 정도다. 추위를 유독 싫어하기 때문이다. 남이 생각하는 부자가 아니라 나다운 부자가 되기 위해 돈을 벌고 모은다는 저자. 참 멋있다.


내가 생각하는 부자란 책을 가격 따지지 않고 읽고 싶은 대로 마음껏 구입해서 읽는 사람이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을 아끼고 아껴 책을 한 달에 한두 권 사는 게 고작이었던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책을 한 달에 수십 권도 넘게 사니 훨씬 풍족해진 건 맞다. 하지만 아직도 책을 살 때는 가격비교를 꼭 하고, 쿠폰이나 적립금, 이벤트 혜택 등이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난 다음에 사니 내가 생각하는 부자의 수준에는 못 미친다. 과연 언제쯤 내가 생각하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경험에서 비롯된 돈 이야기는 마치 저자의 자서전을 읽는 듯 흥미진진해서 좋았고, 돈이 붙는 체질 만들기와 기초부터 관리까지 이르는 비법은 다른 책에서 본 적 없는 것이 많아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투자수익률을 뜻하는 ROI를 삶에 적용해 시간당 몸값을 계산, 그에 맞춰 행동을 선택하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가령 시간당 몸값이 5만원인 사람이 하루 종일 집에서 쉬면 0원을 버는 셈이지만, 시간당 5만원 이상을 버는 부업을 하면 돈도 벌고 ROI도 올라간다. 이런 식으로 시간당 몸값을 계산해서 행동을 선택하면 재테크에도 유리하고 자기계발도 되니 일석이조다. 저자는 요가와 필록싱을 취미로 시작했는데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비용을 수익으로 전환했다. 나에게는 이런 취미가 뭐가 있을까...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재테크 비법은 '캘린더 머니 저축법'이다. 달력 날짜와 연계하여 매달 1일 1,000원부터 시작해서 31일은 31,000원으로 끝나는 이 재테크 비법은 한 달에 496,000원(31일 기준), 1년에 5,738,000원을 모을 수 있게 도와준다. 나도 당장 시작했다. 9월 캘린더를 펼쳐 오늘 날짜까지(서평 작성 당시 6일) 해당하는 금액을 저금통에 넣었다. 모두 합해 21,000원. 아직 적은 액수지만 9월 한 달 동안 앞으로 24일만 더 하면 465,000원이라는 큰 돈을 모을 수 있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이 돈으로 가을에 입을 코트와 신발, 가방을 장만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모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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