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
헨리에트 앤 클라우저 지음, 안기순 옮김 / 한언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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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를 꺼내 꿈을 다섯 개만 적어 보세요. 5년이면 이루어집니다." 

대학교 1학년 때 교양 수업 강사님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스물다섯 때 학교 앞 빵집에서 친구와 장난 반으로 노트에 다섯 개의 꿈을 적었던 강사님은 실제로 5년 뒤에 그 꿈을 모두 이루셨다고 했다. 그때는 '설마' 하며 들은 이 이야기가 문득 생각나 5년 전 노트를 꺼내 그 때의 꿈을 다 이뤘는지 헤아려 보았다. 일본 여행하기, 꿈 찾기, 책 천 권 읽기, 글 쓰기, 나만의 매체 가지기(블로그)... 어, 거의 다 이뤘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어떤 꿈을 기록해볼까? 

헨리에트 앤 클라우저의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에 따르면, 기록의 시작은 노트 한 권을 꺼내 날짜를 적고 무조건 쓰는 걸로 충분하다. 원하는 것을 써도 좋고, 현재 고민하거나 근심하는 것을 써도 좋다. 버킷리스트처럼 목표만 쭉 나열해도 좋고, 꿈이 이루어진 상태를 상상해서 쓰는 것도 좋다. 다른 사람과 기록한 것을 공유해도 좋다. 중요한 건 일단 쓰는 것이다. 기록의 원리는 단순하다. 소음 속에서도 자신의 이름은 잘 들을 수 있는 것처럼, 기록을 하면 두뇌가 그 기록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TV나 신문에서 성이나 이름이 나와 같은 사람은 눈에 더 잘 띈다. 동명이인은 말할 것도 없고.) 출신 지역이나 대학, 현재 다니는 직장, 관심 분야나 취미 등에 대한 정보는 유난히 잘 보이고 잘 들리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5년 동안 이루고 싶은 꿈 다섯 가지를 정했다. 

첫째는 '또' 일본 여행하기. 이번엔 도쿄가 아닌 오사카나 교토, 홋카이도 등 지방 도시에도 가보고 싶다. 둘째는 꿈 이루기. 이십대에 수많은 방황을 한 끝에 드디어 꿈을 찾았다.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 기획이든, 편집이든, 마케팅이든, 번역이든 간에 다가오는 삼십대는 책과 관련된 삶을 살고 싶다. 셋째는 관심분야의 책 백 권씩 읽기. 이십대에는 관심 분야가 너무 많아서 (혹은 딱히 없어서) 닥치는 대로 읽었다. 이제는 어렴풋이 관심 분야를 알았으니 집중적으로 읽고 싶다. 넷째는 작가로 데뷔하기. 책 쓰기도 좋고, 칼럼니스트나 파워블로그도 좋다. 서평 블로거의 신분(?)에서 업그레이드하고 싶다. 다섯째는 내 집 마련. 이십대에 블로그가 '내 집'이었다면 이제는 진짜 내 집을 가지고 싶다. 열심히 일하고 돈 벌어서 작업실 겸 내 집을 마련해야지. 기록의 힘으로 부디 이 꿈들 모두 이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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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을 위한 인생해석사전 : 더 단단하고 더 성숙한 서른을 위한 인생 지침서
센다 다쿠야 지음, 김윤희 옮김 / 명진출판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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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사람마다 여러가지 생각이 있겠지만, 나는 글쓴이의 삶과 일치되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얼마 전 이강룡의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를 읽고 든 생각이다. "다짐하거나 뻗대지 않고 묵묵히 근거를 마련하여 보여주는 그런 글", 즉 쓰는 대로 살고, 사는 대로 쓴 사람의 글이야말로 좋은 글이라는 저자의 설명을 읽으며 나는 메모지에 '지행합일(知行合一)' 네 자를 적어 책상 앞에 있는 벽에 붙였다. 글쓰기와 삶의 일치라는 말이 앎과 삶의 일치라는 말과 퍽 다르지 않을테니.



자기계발서가 애서가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껏 족히 백 여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었지만, 그 중 마음에 든 책은 고작해야 열 권 남짓. 아무리 좋은 경구와 조언이라도 저자의 경험이나 인생에서 우러나지 않은, 혹은 그러한 과정이 드러나지 않은 글과 함께라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실팍한 결말이라도, 이를테면 자서전처럼 구구절절 저자의 인생을 회고한 책을 읽는 편이 직접적인 교훈은 얻지 못할지언정 마음에 남는 것은 더 많다.



일본의 자기계발 작가 센다 타쿠야의 <서른 살을 위한 인생해석사전>도 애서가들의 환영은 받지 못할 것 같다. 감사, 거짓말, 결점, 고통 등의 키워드를 저자만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풀이하는 구성은 특이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내가 그토록 실망했던) 저자의 다른 책 <그저 그런 20대를 보낸 사람이 30대에 변화하기 위해 알야아 할 좋은 습관 리스트 100>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자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는 경구나 조언은 화장실에서 맥락 없이 만나는 명언과 비슷하다. 이런 책을 쓰지도, 만들지도 말자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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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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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하면 슬프고 어두운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외딴 방>이 그랬고, <리진>이 그랬고, <엄마를 부탁해>도 그랬으니. 허나 그건 오해이거나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2013년 봄에 나온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는 저자의 이전 소설에서 읽은 적 없는 즐겁고 밝은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달의 이면을 보지 못하듯 이제껏 신경숙이라는 작가의 다른 얼굴은 보지 못한 것일까.



할머니4 : 근데 예수가 누구꼬?

잠시 잠잠했다.

할머니5 : 글쎄...... 모르긴 해도 우리 며늘애가 자꼬 아부지, 아부지, 해쌌는 거 보이 우리 사돈영감이 아닌가 싶네. 

(사랑스러운 할머니들, p.205)

 


배경은 대개가 거리나 전철역, 치과, 북카페 같은 일상의 공간. 스님을 전도하려는 목사님, 담장을 넘다가 행인과 마주친 도둑 같은 콩트나 촌극에서나 볼 법한 인물들도 더러 나오고, 탤런트 주현의 배가 뭐 그리 멋있냐는 딸의 지적에 발끈 화를 내는 어머니, 누나와 결혼한 친구를 흉보는 남동생 같은 평범한 인물들이 주로 나온다. 압권은 책 마지막에 실린 <사랑스러운 할머니들>에 나오는 할머니들이다. 미뤄왔던 어금니 치료를 받게 된 화자는 진료실 밖 대기실에 있는 할머니들의 수다를 듣게 된다. 예수가 죽었네, 맨발로 싸돌아댕기다 못에 찔렸네 하는 요상한 대화가 이어지고, 급기야는 예수를 며느리가 '아부지, 아부지'하고 부르는 게 사돈영감인 듯 싶다는 할머니의 말에 치료를 받던 화자도, 치료를 하던 치과 의사도 '빵 터졌다'.



달아! 대체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혹시 알고 있니? 

난 다음 날 세 개의 접시를 조용히 집 안으로 들여놨어. 그들에겐 그들의 세계가 있었을 거야. 이 겨울을 나는 방법이 그들 나름대로 있었을 거야. 그들의 세계에 내가 개입하면서 생긴 이 싸움을 그치게 하는 길은 내놓았던 세 개의 접시를 들여놓는 일밖에는 없더군.

그런데 달아, 왜 이렇게 막막한 거지? 

(겨울나기, pp.22-3)



허나 이 책을 심심풀이용으로 읽기는 아쉽다. 생각 없이 읽기엔 가볍고 우습기까지 한 이야기 속에는 신경숙 작가 특유의 예리한 관찰과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겨울나기>라는 소설에서 화자는 추워진 날씨를 걱정하는 선한 마음으로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기 시작한다. 그런데 고양이들의 사료를 까치가 탐내고 이들이 패를 갈라 싸우기 시작하면서 화자는 자신의 개입이 자연의 순리를 어지럽히는 부작용을 낳았음을 깨닫는다. 이렇게 일상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놓치거나 무시하기 쉬운 감정과 생각들을 잡아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신경숙이라는 작가의 이면을 보았고, 또한 소소한 일상의 이면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다른 면을 보지 못한 작가와 소설은 많고, 세상사는 더 그럴 터. 새삼 책 읽고 인생 사는 일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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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정리법 - 거실, 자동차, 기저귀 가방, 지갑, 인간관계, 시간, 남편까지 당신이 찾는 모든 정리법
저스틴 클로스키 지음, 조민정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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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정리법>의 저자 저스틴 클로스키는 정리에 대한 강박장애(OCD)를 가지고 있다. 장애라고 하면 보통 콤플렉스라고 여기고 숨기거나 고치려고 노력할 법한데, 저자는 오히려 정리 기술을 전문적으로 발전시켜 정리와 창조, 훈련을 뜻하는 영단어의 앞글자를 딴 OCD(Organization & Creation Discipline) 익스페리언스라는 회사를 설립, 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개인과 기업을 돕고 있다. 정리 강박이라는 병이 재능으로 승화된 것이다.


강박장애 성향은 책에서도 드러난다. 정리 방법이 대상에 따라 가나다순으로 배열되어 있는 데다가, 정리하는 대상도 공부방, 침실, 욕실, 부엌 이런 수준이 아니라 각종 문서를 스캔해서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마다 비전보드를 만들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인간관계와 기념일, 취미 생활 등 보이지 않는 것까지 정리하는 등 다양하다(심지어는 남편까지!).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책 순서대로 하나씩 정리할 생각이었는데 하도 많아서 결국 포기. 나도 나름 정리를 좋아하고 잘한다는 소리도 종종 듣는 편인데, 저자에 비하면 그저 취미 수준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다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컴퓨터는 제법 깨끗하게 정리했다. 바탕화면부터 폴더마다 들어있던 필요없는 파일과 프로그램, 각종 북마크까지, 그동안 방치하다시피 했던 컴퓨터를 정리하니 컴퓨터 속도도 조금 빨라진 것 같고 속이 다 개운하다. 시간이 생기면 사진도 정리해야지. 컴퓨터에 있는 사진은 잘 나온 것만 골라서 인화하고, 내친 김에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앨범에 정리해둔 사진도 다시 정리하고 싶다. 근데 그게 언제가 되려나. 역시 저자에 비하면 나는 정리 애호가도 뭣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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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공부 - 사랑을 알아가는 42가지 방법
김혜성 지음 / 피톤치드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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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나는 사랑이라고 하면 연인이나 부부 사이의 애정을 떠올렸다. 사랑하는 사람 없다고, 사랑 안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의 전부일까? 김혜성의 <사랑 공부>를 읽으며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 친구와 동료 사이에도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직접 만나본 일 없는 연예인이나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위인에 대한 동경, 애완 동물이나 예술 작품에 대한 애정 또한 넓게 보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즉, 애인이 없고 결혼하지 않았다고 사랑하는 사람 없고 사랑 안 하는 것은 아닌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롭고 쓸쓸하다고 느끼는 건 왜 때문일까.


<사랑 공부>의 저자 김혜성은 사랑을 하기에 앞서 공부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랑까지 공부해야 하는 세상이라니. 답답하긴 해도 저자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사랑(Love)과 생명(Life), 관계(Line)를 프로듀스하는 국내 제 1호 LPD인 저자는 사랑이란 비단 연애나 결혼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내 안에 있는 사랑'에서 출발하며, 연애와 결혼, 그밖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사랑은 결국 내 안에 있는 사랑을 찾아 발견하고 실천하고 갈고닦는 노력으로부터 발현된다고 한다. 저자는 그 가이드로서 독자가 생각해 볼 만한 사랑의 정의와, 직접 실천해볼 수 있는 사랑 찾기, 사랑 실천법, 사랑의 과제 등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다. 자기를 사랑한다고 하면 제 멋에 취한 나르시시스트다, 자기밖에 모르는 에고이스트다, 라고 비난할지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될 것을 제시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주변 사람들이 먹고 싶은 찌개 대신 내가 먹고 싶은 스파게티 먹기, 값싼 믹스 커피 대신 비싸도 맛좋은 브랜드 커피 마시기 등이다. 먹고 싶은 밥 사먹고 커피 마시는 게 무슨 사랑인가 싶겠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 맛있는 밥 한 끼, 커피 한 잔 살 줄 모르는 사람이 남에게 사줄리 만무하다. 나를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고, 남도 나를 사랑할 수 있다.


이밖에도 하루 종일 걷기, 책 읽기, 청소하기, 찜질방 가서 하루 종일 놀기, 산 오르기, 지난날 정리해 보기, 맛집 탐방하기 등 나를 사랑하고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다수 소개되어 있다. 사랑이란 그저 나를 희생하고 남에게 봉사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내게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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