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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 중국.중동.아프리카 편 - 이름만 들어도 숨 가쁜 트레킹 & 트레블 명소 무작정 체험기 ㅣ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1
김동우 지음 / 지식공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매일 빠른 속도로 의미 없이 일상이 내 곁을 흘러갔다. 두 눈은 어지러웠고, 두 어깨에는 극심한 피로감이 쌓였다. 미친 듯이 돌아가는 사회에, 그리고 게슴츠레 침을 흘리는 내 인생에 쉼표를 찍어 보고 싶었다. 한 번쯤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 나 자신에게 떳떳해지기... 남이 아닌 내가 원하는 일 해보기... 정말, 그래 보기. 하지만 가면을 벗기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실현 가능성은 낮아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움켜진 손아귀를 펴는 거다. 그러면 새로운 걸 잡을 수 있다. 새로 손에 쥔 그 무엇은, 그동안 꽉 쥐고 놓지 않았던 것들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경험이었고, 놓기 전에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자유였다. (프롤로그 중에서)
일 년이 멀다 하고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요즘이지만, 내가 이제껏 바다 밖으로 나간 건 단 두 번이었다. 첫번째는 대학교 2학년 때 대학 연합 답사 동아리에 가입해 떠난 중국 여행이었고, 두번째는 졸업 전 휴학을 하고 떠났던 일본 여행. 두 곳 모두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문화나 언어 등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두 번의 여행은 모두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록 여행 당시에는 지루한 이동 시간과 찌는 듯한 더위, 부족한 돈, 열악한 숙소 환경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식으로 거대한 중국 대륙과 일본 열도의 습한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고, 젊었을 때 사서도 하라는 고생을 한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견문을 넓히라는 어른들의 말뜻을 이제는 알 것 같다.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의 저자 김동우(블로그 http://blog.naver.com/dw1513)는 대학 시절 45일간 초스피드로 유럽 여행을 한 것을 시작으로 조금씩 여행을 하다가 마침내 2012년 4월, 약 1년에 걸친 세계여행에 도전했다. 물론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돈도 돈이지만, 1978년생, 어엿한 직장인인 그가 맞닥뜨린 장애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일단 부모님을 설득해야 했고, 회사에 사표를 내야했다. 보험, 적금, 자동차, 집도 처리해야 했고, 오랜 부재에 대비해 애인을 설득하는 일도 남아 있었다. 여행 준비도 만만치 않았다. 1년 일정의 세계여행은 2박 3일, 3박 4일 단기 여행과 준비하는 것부터가 달랐다. 일단 여행 일정을 짜고 자료를 수집하는 것부터가 상당한 일이었으며, 항공권과 비자 등의 문제를 처리하는 것도 금방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보도를 이용하지 않고 산을 타는 '트레킹'으로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트레킹 장비를 마련해 짐을 싸는 일도 쉽지 않았다. 세계일주.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저자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저자의 세계 일주는 1막과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을 다룬 이 책에는 중국,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이집트,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에 이르는 일정이 담겨 있다(참고로 다음 권에 소개될 예정인 2막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을 다룬다고). 아시아부터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긴 여정임에도 여행 개요와 트레킹 지역, 이용 숙소 만족도, 깨알 정보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꼼꼼하게 정리해 놓은 점은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그렇게 꼼꼼하게 준비해 야심차게 떠난 여행이건만, 여행 내내 저자의 고생은 끊이지 않았다. 설사병에 고산증, 언어가 통하지 않는 불편함, 사람들의 불친절, 입에 맞지 않는 음식, 입국 수속, 비자 문제 등등 문제 하나가 해결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의 문장들을 보면 저자는 여행 내내 참으로 행복했던 것 같다. 멋진 풍경, 훈훈한 인심, 여행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모두가 무모하다고 말렸던 꿈을 이뤘다는 성취감 내지는 만족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평생의 소원으로, 버킷리스트로 거론하는 세계일주의 꿈. 그 꿈을 현실로 이루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어쩌면 세계일주의 꿈은 명문대에 들어가거나 일류 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두가 응원하는 일이 아니라 반대하고 말리는 일이라 오로지 자신의 뜻으로만 해내야 하는 일이니 말이다. 과감한 선택을 한 저자의 용기가 멋지다,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