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그녀에게 - 임경선 작가가 일하는 여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임경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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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 나 자신도 몇 가지의 직업을 경험해보고 또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다채롭게 만나보면서 직업에 대해 확고한 신념이 생겼다. 직업에는 귀천이 있는 게 아니라 잘하거나 못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의 그 어떤 직업이라도 그 안에는 소수의 탁월한 사람과 대다수의 고만고만하게 일하는 사람, 그리고 소수의 한심한 인간들이 있다는 것이다. 총무부 직원이든, 외과 의사든, 경비 아저씨든, 그 어떤 직업에서든지 말이다. 중요한 것은 뭐가 되느냐가 아니라 그 일 속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이다. 따라서 우리는 소수의 탁월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말하자면 그 직업이 무엇이냐(what)보다 내가 어떻게(how) 그 직업을 구현하고 있는지 더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p.62)
 
십대 때도 일에 대한 생각을 아주 안 한 건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건 스무살 이후부터였다. 첫 아르바이트를 대학 도서관에서 했는데, 일년 내내 매일 같은 자리에서 꼼짝 없이 일을 하는 직원들을 보며 난 저런 일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학교, 학원, 리서치 회사, 마케팅 회사, IT 기업, 인터넷 서점 등을 전전하며 크고 작은 일을 경험해본 바 쉬운 일은 없었고 나한테 꼭 맞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한 직장에 오래 머물지 못해 남들은 잘만 찾는 내 일, 천직을 나는 왜 못 찾는지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일에 대한 내 태도 문제였을까. 임경선의 <월요일의 그녀에게>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07년 출간된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자로 산다는 것>의 전면개정판인 이 책에는 일의 의미, 일에 임하는 태도, 구체적인 업무 기술은 물론, 인간 관계, 전직, 재충전에 대한 조언까지 사회 생활을 하는 여자에게 필요한 조언이 다채롭게 담겨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일에 대한 저자의 태도다. 저자는 '직업에는 귀천이 있는 게 아니라 잘하거나 못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하며, 직업이 무엇이든,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소수의 탁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정말 그렇다. 고액 연봉을 받는 직업이나 시급 6천 원짜리 아르바이트나 잘하는 사람은 잘하고 못하는 사람은 못한다. 어떤 일이든 잘하려 노력하고 탁월한 경지에 오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뭘 해도 행복하고 궁극엔 성공할 것이다.


나는 한국 여자들이 '......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과 싸워나갈 때 비로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세상에는 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사회악적인 직업들이 있지만 그 외에는 해서는 안 되는 일 따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자신이 원했던 일에 과감히 도전한다고 해서 성공이 약속된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이기에 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할 수 있으니 성공할 개연성이 마음 내키지 않는 일을 할 때보다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내게 맞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그래도 '나중에 후회하게 되면 그땐 어떡해.' 하고 내빼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밖엔 안 된다. (pp.62-3) 

원하는 일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 포기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는 조언에도 동의한다. 나는 외교관이 되기 위해 4년을 고시에 바쳤다. 결국 포기했지만 아예 도전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도전하지 않고 꿈으로만 남겨두었다면 고시 공부의 어려움도, 합격한 자의 책임과 불합격한 자의 아픔도 모르고 살았을 것이고, 한두 해 하고 그만두지 않고 4년이나 붙잡고 있었을 만큼 뜻이 있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포기하고 얼마 동안은 공부와 관련된 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요즘들어 스멀스멀 생각이 나는 걸 보면 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이 되지 않아도 비슷한 분야의 일을 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나의 소녀 시절을 돌이켜보면, 책 읽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매일 보는 친구들한테도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편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아마도 수줍어하는 성격 탓이었을 것이다. 미처 말로는 하지 못한 이야기를 글로 적어서 상대에게 보내는 일은 나에게 휴식이자 기쁨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가지 새로운 취향과 성격이 후천적으로 생겨도 근본적으로 독서를 즐기고 편지와 글을 주고받는 것은 사실 이날 입때까지 내가 즐기는 것이다. (pp.231-2)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려봄으로써 평생 직업의 힌트를 얻어보라는 조언도 좋았다. 저자는 어린 시절 책 읽고 편지 쓰는 걸 무척 좋아했다고 하는데 내가 그랬다. 특히 편지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줄기차게 썼다. 그땐 그저 공부하기 싫고 친구와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편지를 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매일같이 편지를 쓴 게 지금의 서평 쓰는 습관으로 이어진 것 같다. 지금도 회사 업무 중에 외국 클라이언트에게 글쓰는 일이 제일 즐겁다. 외국어와 글쓰기라. 앞으로 할 일이 뭔지 힌트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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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그녀에게 - 임경선 작가가 일하는 여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임경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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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업무 기술은 물론, 일의 의미, 일에 임하는 태도, 인간 관계, 전직, 재충전에 대한 조언까지 사회 생활을 하는 여자에게 필요한 조언이 다채롭게 담겨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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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미야베 월드 2막 시리즈를 읽고 있습니다. 이제 서너 권만 읽으면 다 읽게 되는데요, <맏물 이야기>는 그 중 가장 최근에 나온 책으로 초심자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음식과 미스터리의 만남이라는 설정이 신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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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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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2004년에 출간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10주년 개정판이다. 부시 재임기에 나온 이 책은 미국 공화당의 전략을 언어적 차원에서 분석해 정치 전략 수립에 있어 프레임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그 결과 2008년 민주당의 오바마가 대선에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로, '정치에서 프레임은 사회정책과 그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만드는 제도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pp.10-1). 프레임은 주로 언어를 통해 인식된다. 심지어는 어떤 프레임을 부정할 때도 그렇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공화당은 정치 전략 수립에 있어 프레임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잘 활용해왔다. 감세 대신 '세금 구제(tax relief)', 온난화 대신 '기후 변화' 같은 말을 사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대중의 머릿속에 자신들의 프레임을 주입했다. 저자는 민주당이 공화당을 이기려면 상대의 언어 대신 자신들의 신념을 반영한 언어를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공짜라는 뜻이 담긴 '무상급식' 대신 굶는 아이 없이 모두가 혜택을 받는다는 뜻을 강조한 새로운 개념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문화와 예술의 힘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저자는 1776년 미국에서 인권 선언이 이루어진 데에는 1760년과 1980년 사이 서유럽과 미국에서 개인의 심리묘사 중심인 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 새로운 견해를 받아들이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한 예는 이밖에도 많다. 지금과 다른 세상을 꿈꾼다면 대중매체가 주입하는 문화를 소비하는 데 급급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보는 것이 어떨까. 요원하게만 보이는 정치 변혁도 이러한 작은 노력이 이어지고 모이면 가능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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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 예술가, 세상 밖으로 - 독거예술가의 꽁방탈출 프로젝트
샘 베넷 지음, 김은영 옮김 / 오후의책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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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예술가도 많지만 예술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 예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생계나 재능의 부족 때문에 포기한 사람도 많다. 나는 어느쪽일까. 꿈은 있지만, 막상 일을 하면서 예술가들을 만나보면 꿈을 이루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계도 생계지만, 그들만큼 재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언제 한 번 재능을 꽃피워본 일이 있기는 한가, 하는.


샘 베넷의 <독거 예술가, 세상 밖으로>는 나처럼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꿈만 있고 실천은 못하는 사람이 자기 안의 예술가를 끄집어내 실제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제목만 보고 독거 예술가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수기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자기계발서에 가까워웠다.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은 물론,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일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 하다.


가장 인상적이고 유용했던 대목은 도전하고픈 프로젝트가 있다면 매일 15분만 할애해보라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15분만 당신의 프로젝트를 위해 투자해 보자. 인터넷으로 메일함을 열어보기 전에 말이다. 아마도 인터넷의 유혹을 물리치는 데는 강철 같은 의지가 필요하리라. 그렇지만 일단 해내면 보람이 있을 것이다. 바깥 세상의 소식은 당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몇 분을 위해서 잠시 미루어 두어도 괜찮다." (pp.57-8)


나는 주로 읽기 힘든 책이 있을 때 이 방법을 활용한다. 매일 15분씩(혹은 50쪽, 100쪽씩) 읽으면 끝까지 읽지 못할 책이 드물다(그래도 못 읽는 책이 있긴 하다 ^^). 서평도 한 번에 쓰기 힘들면 임시 저장글 기능을 이용해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작성하고 나중에 완성한다(어쩌다 한 번씩 많은 글을 업데이트하는 건 그 때문이다 ^^). 저자는 작가가 되고 싶으면 매일 15분 작품 제목을 구상하거나 책 표지에 들어갈 작가 소개글을 쓰거나 블로그 포스팅을 하거나 출판사에 연락하라고 조언한다. 나도 해봐야 할텐데... (또다시 고개를 쳐드는 귀차니즘...)


이밖에도 좋은 팁이 아주 많아서 한 번 읽는 걸로 부족하고 여러 번은 읽을 듯 싶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내 안의 예술가가 세상 밖으로 나오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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