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두뇌 - 마흔부터 시작하는 기적의 두뇌 습관
하세가와 요시야 지음, 조해선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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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부모님이 대화 도중에 "뭐였더라?" 하고 깜빡하는 일이 늘었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나한테 대신 찾아달라고 하거나, 외출하다 말고 빠트리고 간 물건을 다시 가지러 들어오는 경우도 늘었다. 그때마다 "치매인가 봐"라고 자책하는 부모님에게 별일 아닐 거라고 위로해 드리기는 하지만 내심 불안하다. 어느새 육십 줄에 들어선 부모님이 이대로 점점 기억이 흐릿해지고 치매가 되는 건 아닐지... 


그래서 읽은 책이 <백년 두뇌>이다. 이 책을 쓴 하세가와 요시야는 28년간 현재까지 매달 약 1천여 명의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신경내과 및 치매 전문의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진찰한 수많은 환자의 사례를 토대로 터득한 뇌 건강 노하우,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사고법,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법, 나이가 들어도 쌩쌩한 뇌를 만드는 환경 관리법 등을 집대성해 소개한다. 


뇌의 수명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며 젊을 때부터 뇌, 신체, 외부환경을 의식하는 생활습관을 들이면 평생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백년 두뇌를 만드는 세 가지 습관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억 끄집어내기(아웃풋)를 반복하거나 메모를 남겨 생각을 정리하는 두뇌 정돈법을 습관화한다. 둘째,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운동법과 식습관을 실천한다. 셋째,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을 관리하고 유지한다.


자주 깜빡한다는 것은 뇌 기능이 약해졌다는 신호다. 흔히들 나이를 먹으면 새로운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실 기억 자체를 못하는 게 아니라 기억한 것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약해진 것이다. 기억한 것을 끄집어내는 능력을 강화하려면 평소에 기억한 것을 끄집어내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저자는 책을 한 권 읽으면 A4 용지 한 장에 내용을 정리하는 'A4 독서법'과 기억해내지 못한 일을 정리하는 '깜빡 노트' 작성을 추천한다. 


제아무리 두뇌가 명석해도 신체가 건강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중, 노년에 접어들면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고, 그 상태에서 식생활을 바꾸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살이 찐다. 살이 찌면 비만, 당뇨병의 위험이 높아지고, 뇌경색, 뇌출혈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아이스커피나 맥주 등 차가운 음료와 짠 음식, 매운 음식 등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 또한 뇌 건강에 좋지 않다. 끊임없이 사람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취미 생활을 가지는 것도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뇌 건강 비결'이다.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내는 고령의 한 작가는 "박식해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기 때문에 박식해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과학적으로도 타당하다. 기억의 인풋, 아웃풋을 반복하다 보면 두뇌 기능이 원활해져 나이가 들어도 기억력이 좋다.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취미가 뇌 건강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니 반갑다. 부모님께도 강력하게 권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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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잘 자고 있습니까? - SBS 의학전문기자가 알려주는 잠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조동찬 지음 / 팜파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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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 내내 불면증에 시달렸다. 삼십 대인 지금도 조금만 긴장하면 잠을 설친다. 그래서 늘 궁금하다. 어떻게 하면 자고 싶을 때 바로 잠들 수 있을까. 밤새 뒤척이느라 숙면을 취하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번을 자더라도 푹 잘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래서 읽은 책이 한양대 의대 출신의 SBS 의학전문기자 조동찬의 책 <지금 잘 자고 있습니까?>이다. 이 책에는 수면이 왜 중요하며, 수면을 제대로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수면과 관련 있는 호르몬으로는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 유명하다. 행복 호르몬으로도 알려진 세로토닌은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세로토닌이 지나치면 별것 아닌 일에도 과하게 기뻐하는 경조 증세를 일으킬 수 있고 불안, 초조, 고열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비만한 사람은 복부 세로토닌이 증가하고, 증가한 복부 세로토닌이 갈색 지방의 기초대사량을 줄여서 열을 못 만들어내 살이 더 찌는 이른바 '비만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한다. 멜라토닌은 세로토닌으로부터 생성되어 세로토닌의 양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멜라토닌은 항암제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암을 예방하고 물리치는 효과가 탁월하다. 잠을 잘 자면 멜라토닌 분비가 원활해져서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을 예방해주고,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비만, 당뇨병, 성조숙증 등을 막는다. 


불면증은 단기간에 쉽게 교정할 수 있는 증상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생기는 증상이기 때문에 바로잡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유전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저녁형 인간이 억지로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도 무리다. 제대로 푹 자고 싶으면 잠자리 환경을 잘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는 낮잠을 잠깐 자라는 주장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낮잠을 안 자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대세다. 카페인과 니코틴, 술처럼 뇌를 자극하는 물질은 피하라, 10분 동안 유산소 운동을 하라, 과식을 피하라, 낮에 햇빛을 받아라, 조명을 최대한 어둡게 하라,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라 등의 조언이 이어진다. 


수면은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욱 중요한 문제다. 최근 뇌기능 MRI를 통해 뇌의 연결망에서 남녀가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남성은 뇌의 앞뒤를 연결하는 신경망이 여성보다 발달한 반면, 여성은 뇌의 좌우를 연결하는 신경망이 남성보다 발달했다. 이는 남성이 공간 파악 능력과 근육 운동 정확성이 뛰어나고, 여성이 추리력과 언어 능력이 탁월한 이유를 설명한다. 이런 남녀의 뇌 차이는 수면 패턴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에 따르면 불규칙한 수면이 미치는 피해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컸다. 연구팀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뇌를 더 폭넓게 구조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인터넷과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4-7-8 호흡법'을 비롯해 주말에 잠 몰아서 자기, 수면제의 위험성, 커피냅(커피를 마시자마자 자리에 누워서 20분 동안 자는 것)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잠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팩트 체크하는 형식이라서 흥미롭고, 국내외 최신 연구 결과가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어서 믿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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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폴란드 - 2018~2019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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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시인 쇼팽과 근대 과학의 어머니 마리 퀴리를 낳은 땅 폴란드.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인데,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마침 여행 전문 출판사 나우에서 폴란드 최신 여행 정보를 담은 여행 가이드북 <트래블로그 폴란드> 편을 출간했기에 찬찬히 읽어보았다. 





폴란드는 중부 유럽에 위치한 나라다. 독일, 러시아, 스웨덴, 오스트리아 같은 강대국들 사이에 있어서 오랫동안 끊임없는 침략과 전쟁에 시달렸다. 1797년에는 국가가 소멸되어 지도에서 지워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란드는 자치를 요구하며 봉기를 일으켰고, 1918년에 마침내 다시 국가를 수립했다. 1939년 나치 독일과 소련에 점령당하고, 1945년 소련과 동맹을 맺고 사회주의 정부를 수립했던 폴란드는 1989년에 자유화를 맞이해 현재에 이르렀다.





폴란드는 오랫동안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동유럽이 전 세계 여행자들의 핫 스팟으로 부상하면서 폴란드 또한 많은 여행자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특히 폴란드는 저렴한 물가와 잘 보존된 중세 도시 풍경으로 많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난민이 적고 치안이 좋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폴란드의 전통 요리로는 비고스, 플라키, 골롱카, 피에로기 등이 있다. 비고스는 잘게 썬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독일식 김치에 양념한 육류와 버섯을 넣은 것이다. 플라키는 내장을 굽거나 튀긴 것이고, 골롱카는 일종의 돼지족발이다. 피에로기는 치즈나 육류, 과일 등으로 속을 채운 밀가루 빵이다. 대체로 독일 또는 러시아 음식과 비슷하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라고 한다. 





<트래블로그 폴란드>는 크게 폴란드 여행에 필요한 일반적인 정보 편과 구체적인 지역 정보 편으로 나뉜다. 폴란드 여행에 필요한 정보 편에는 폴란드를 꼭 가야 하는 이유, 폴란드 여행 잘하는 방법, 폴란드 여행 밑그림 그리기, 폴란드 현지 여행 물가, 폴란드 여행 계획하기(추천일정), 축제, 역사, 인물, 음식, 여행 준비물 등의 정보가 실려 있다. 여행 전문가인 저자가 직접 폴란드를 여행하며 확인한 정보라서 더욱 믿음이 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폴란드 여행 정보가 매우 부족했기 때문에 자유여행보다는 패키지여행을 선호하는 여행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2,30대 여행자들을 중심으로 폴란드를 자유여행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1주일 정도면 알차게 폴란드를 여행할 수 있고, 호스텔을 이용하면 여행 경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폴란드 항공을 이용하는 패키지 상품은 많지 않다. 인접 국가인 독일, 체코 등과 연계한 여행 상품이 많다. 





이어지는 구체적인 지역 정보 편에는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를 비롯해 루블린, 크라쿠프, 토룬, 그단스크, 포즈난, 브로프와프, 자코파네 등의 정보가 실려 있다. 도시마다 지도 및 간단한 역사, 볼거리, 음식, 숙소 등의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실려 있다. 폴란드 여행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바르샤바에는 신시가지 광장, 마리 퀴리 박물관, 바르샤바 역사박물관, 성 십자가 교회, 쇼팽 박물관 등의 볼거리가 있다. 개인적으로 쇼팽의 음악을 무척 좋아해서 쇼팽 박물관에 꼭 가보고 싶다. 





폴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인 크라쿠프도 저자가 강력 추천하는 여행지이다. 크라쿠프는 바르샤바로 수도가 이전되기 전까지 폴란드 왕국의 수도였으며 중세 유럽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바르샤바와 달리 크라쿠프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덕분에 중세 유럽의 건축과 유물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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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자서전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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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밤마다 유튜브로 미셸 오바마의 영상을 찾아본다. 미국인도 아니고 미국 정치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 내가 때아닌 '오바마 열병'을 앓고 있는 건, 순전히 이 책 <비커밍> 때문이다. <비커밍>은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아내이자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이다. 정치인 또는 정치인 가족이 쓴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단연 솔직하고 재미있다. 미셸 오바마가 텔레비전 쇼에 출연해 진행자와 푸시업 대결을 하고 비욘세의 노래를 열창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 흘러넘치는 활력과 감동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는 미국 시카고의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난 어린 소녀 미셸이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가 되어 무사히 임기를 마칠 때까지 겪은 일들이 담겨 있다. 시카고 사우스사이드 지역에서 아버지 프레이저 로빈슨과 어머니 메리안 로빈슨의 둘째 아이로 태어난 미셸은 어려서부터 당차고 자기주장이 확실한 아이였다. 부모는 그런 미셸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한 번도 '여자아이답게' 얌전히 행동하라거나 부모 앞에서 자기주장을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친척 할머니 집 이층에 세 들어 살고 아버지는 다발성경화증을 앓는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미셸의 부모는 자녀 교육에 드는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미셸 또한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미국 명문대인 프린스턴 대학교에 합격했다. 


미셸의 인생은 탄탄대로였다. 원하는 고등학교, 대학교, 법학대학원(로스쿨)에 어려움 없이 합격했고, 시카고의 한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했던 '암초'를 만났으니 그게 바로 버락 오바마다. 미셸이 일하는 로펌에 버락 오바마가 인턴으로 왔을 때, 미셸은 그가 잘생기고 똑똑하고 성격도 좋다는 걸 단박에 알았지만 그와 사랑에 빠질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미셸은 변호사인 반면 버락은 아직 로스쿨 학생에 불과했고, 안정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자 미셸과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이상주의자 버락이 서로 잘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둘은 곧 사랑에 빠졌고, 이 사랑이 미셸의 삶을 크게 바꿨다. 미셸은 얼마 후 로펌을 그만뒀고,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직업이 아닌 교육, 의료 등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직업을 택했다.


버락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셸의 삶은 또 한 번 크게 바뀌었다. 사실 미셸은 버락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를 바랐다. 안정을 추구하고 계획대로 일을 추진하는 걸 좋아하는 미셸은 남편의 대선 출마 때문에 가정생활이 불안정해지는 게 싫었고, 자신의 커리어가 어그러지는 게 싫었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언론과 대중에 노출되는 게 싫었다. 퍼스트레이디가 되었을 때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인 자신이 남편의 보조 역할에 머무른다는 사실이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꿨다. 퍼스트레이디라는 자리를 활용해 자신이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기로. 버락 오바마 재임 당시 미셸은 아동 비만과 전쟁을 벌였고, 건강한 식탁을 만들기 위해 식품회사와 싸웠고, 전 세계 소녀들의 교육을 위해 캠페인을 벌였고, 흑인 여성에 대한 편견에 맞섰다. 


이 밖에도 여성으로서, 비백인으로서, 비주류로서 공감이 되고 귀감으로 삼을 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이 크고 두껍지만(568쪽) 문장과 번역이 좋아서 쭉쭉 읽힌다. 이 책을 읽고도 미셸 오바마의 팬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나는 이 책을 읽고 미셸 오바마에게 홀딱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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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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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슬프고 서운하지 않은 이별이 있겠냐마는, 사별만큼 슬프고 서운한 이별은 없을 것이다. 특히나 피를 나누고 살을 나눈 혈육의 죽음은 내 피와 살이 빠져나가는 듯한 고통을 남기는 법이다. 20세기 후반 가장 탁월한 프랑스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기호학자이자 사상가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에게도 그랬다. 1977년 10월 25일, 어머니 앙리에트 뱅제가 여든네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바르트는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슬픔과 고통을 느꼈다. 


이 책 <애도 일기>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부터 바르트가 매일 쓴 일기를 엮은 것이다. 일기는 1979년 9월 15일에 끝난다. 그 2년 사이에 바르트는 <밝은 방>을 집필했고, 프루스트와 스탕달에 관한 강연을 했고, 콜레주드 프랑스에서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열었다. 1980년 3월 26일, 바르트는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바르트의 죽음은 공식적으로 사고사였지만 혹자들은 자살이라고 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과 상실감을 이기지 못한 바르트가 스스로 달려오는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는 짐작이다. 


바르트의 일기는 때로는 아주 짧고 때로는 아주 길다. 1977년 10월 26일,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에 바르트가 쓴 일기는 겨우 두 줄이다. "결혼의 첫날밤 / 그러나 애도의 첫날밤인가?" 슬픔과 회한의 감정은 날이 갈수록 진해지고 깊어진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구나,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구나!"라고 탄식하기도 하고, 병상에 누운 어머니가 죽음을 기다리며 보냈을 시간들을 상상하며 괴로워하기도 하고, 자기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며 불안해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신의 곁에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기도 한다. 


바르트의 일기를 읽으며 만나고 싶어도 더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여전히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사람들. 아무리 슬퍼해도 충분히 슬퍼하지 못한 것 같은 이름들. 지금도 생생한 그들의 음성, 얼굴 표정, 살의 온기. 어쩌면 나도 바르트처럼 애도 일기라는 걸 써야 할까. 애도 일기를 쓰면 슬픔이 덜해질까, 아니면 더해질까. 나는 내 안에 머무르고 있는 슬픔을 어서 몰아내고 싶은 걸까, 아니면 계속 끌어안고 싶은 걸까. 바르트와 마찬가지로 나도 잘 모르겠다. 그들을 다시 만나는 것 말고 내가 뭘 원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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