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낭독 - 내 마음에 들려주는 목소리
서혜정.송정희 지음 / 페이퍼타이거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 낭독>은 <X-파일> 스컬리, <남녀탐구생활>, <생로병사의 비밀>의 목소리로 유명한 성우 서혜정과 <그레이 아나토미>, <이프 온리>, <노다메 칸타빌레> 등의 외화에서 활약한 성우 송정희가 공저한 책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에는 성우 서혜정의 이야기, 2부에는 성우 송정희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3부에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황현산의 <어려운 글 쉬운 글>, 김용택의 <당신을 기다리는 이 하루> 등 낭독하기 좋은 글들이 실려 있다. 


바쁜 일상을 살다가도 잠시 멈춰서 낭독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나면 친구를 만나 실컷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그조차 여의치 않을 때가 있다. 또 막상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아도 마음을 이해받지 못해서 답답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손에 잡히는 책 한 권을 펼쳐서 낭독을 해보면 어떨까. 낭독을 하면 자연스럽게 마음에 소리가 스며들고, 스며든 소리가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평소에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낭독이 필요하다. 저자가 만난 학생 중에 말을 거의 하지 않고, 꼭 필요할 때에만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을 하는 어머니 학생이 있었다. 어쩌다 하는 말조차도 "저는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였다. 엄격한 아버지와 가부장적인 남편 탓에 평생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살았다던 이 분이 낭독을 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낭독을 통해 주인공의 입을 빌려 나의 기분을 표현해보는 연습을 하면서 마침내 온전한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되었다. 


발음이나 발성이 좋지 않은 사람도 꾸준히 연습하면 이전보다 소리가 나아진다. 저자는 누워서 낭독하기를 추천한다. 서 있을 때엔 가슴에 머물러 있던 호흡이 저절로 배까지 확장되고 복식호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계속 소리를 내다보면 내 목소리가 몸의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목소리 녹음하기, 걸으며 낭독하기, 텍스트 바라보기, 경청하기 등 다양한 조언이 나온다. 낭독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지혜를 채우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밀의 화원 네버랜드 클래식 11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비밀의 화원>이라는 소설 자체는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소공녀>나 <작은 아씨들>같은 일군의 명작 동화들과 비슷할 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읽지 않았다. 그러다 몇 달 전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김하나 작가님이 이 책을 폭풍 칭찬하시는 걸 듣고 얼른 구입해 읽었다. 소설 자체도 좋지만 공경희 번역가님의 사투리 번역이 일품이라는 말씀에 혹했는데 직접 읽어보니 역시 그랬다. 번역이 끝내준다. 


주인공 메리는 성격도 나쁘고 외모도 볼품없는 여자 아이다. 인도에 부임한 영국 정부 고관인 아버지는 일 때문에 늘 바쁘고, 미인인 어머니는 파티를 즐기느라 메리를 돌볼 시간이 없다. 메리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채 하인들을 부리며 버르장머리 없는 아가씨로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가 사망하고 메리는 돌연 고아가 된다. 인도를 떠나 영국 요크셔에 있는 고모부 집으로 온 메리는 이곳에서도 외톨이가 된다. 고모부가 주인인 미셀스와이트 장원에서 메리 또래의 여자아이라고는 요크셔 사투리를 쓰는 하녀 마사뿐이다. 마사는 수다스럽고 성격이 시원시원한 아이다. 메리는 저택 주위에 펼쳐져 있는 황무지가 얼마나 근사하고 매력적인 놀이터인지 마사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다. 


메리는 또한 저택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돌아가신 고모가 생전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비밀의 화원'의 존재를 알게 된다. 하인들 몰래 비밀의 화원에 들어가는 열쇠를 손에 넣은 메리는 마사의 남동생 디콘과 함께 이곳을 꾸민다. 그러던 어느 날, 저택에서 이상한 울음소리를 들은 메리는 하인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 울음소리의 정체를 캐낸다. 울음소리가 들리는 방 안에는 메리 또래의 소년 콜린이 있었다. 메리는 고모부의 아들이자 메리에게는 사촌인 콜린이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는 걸 보고 안타까움을 느낀다. 메리는 마사와 디콘이 자신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것처럼, 자신 또한 콜린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일상의 소중함을 가르쳐주기로 결심한다. 


이 책이 전하는 교훈은 단순하다. 매일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지 않으면 병이 난다. 이 책을 어릴 때 읽었다면 이게 얼마나 중요한 교훈인지 몰랐을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은 어릴 때와는 다르게 땀이 나게 놀 일도 없고, 허기를 채우려고 먹을 일도 없고, 내일을 기대하며 정신없이 잠들 일도 없다. 그러니 날이 갈수록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플 수밖에. 지금의 나도 메리와 마사, 디콘과 콜린처럼 단순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까. 부디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녀 이야기>, <눈먼 암살자>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이다. 먼저 읽은 두 작품에 비해 훨씬 집중도 잘 되고 재미도 있었다. 아마도 이 소설이 1843년 7월, 캐나다 토론토 근처 시골 마을에서 실제로 벌어진 살인 사건에 기반한 실화 소설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레이스는 인상이 차분하고 몸가짐이 단정하며 바느질 솜씨가 매우 뛰어난 열여섯 살 소녀다. 그런 그레이스가 캐나다의 한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건, 그레이스가 내연남과 함께 자신의 고용주와 그의 애인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정신의학 전문가인 사이먼 조던 박사가 그레이스와 상담을 하면서 그레이스의 과거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이먼 박사는 상담을 통해 그레이스가 아일랜드에서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캐나다로 오는 배 위에서 어머니를 잃었으며,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하녀로 일하며 가족들을 부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레이스 사건은 당대에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작가는 이 사건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주목한 '지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당대의 사람들은 이 사건을 단순한 치정 사건으로 보았다. 어리고 아름다운 그레이스가 젊고 자상한 집주인 키니어 경을 짝사랑했다. 하지만 키니어 경은 그레이스가 아닌 다른 하녀 낸시와 연인 관계였고, 이를 질투한 그레이스가 이 집의 남자 하인인 제임스 맥더모트와 공모해 키니어 경과 낸시를 살해했다. 작가는 이 사건이 사람들의 생각처럼 단순하지도 않고 치정 사건도 아니라고 본다. 여자란 그저 남자한테 사랑받는 것밖에 모르는 순진한 성녀 아니면 창녀라고 보는 그릇된 시선과 왜곡된 사고방식이, 어쩌면 진짜로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르는 범죄자를 사면하고 사회로 내보내지는 않았는지 의문을 던진다. 


주로 페미니즘 소설로 분류되지만 범죄 소설, 스릴러 소설, 미스터리 소설, 심리 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을 여태 읽어보지 않은 독자에게 이 소설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러드차일드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동시에 수상한 단편 <블러드 차일드>가 수록된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집이다. 트위터에서 누가 이 책을 극찬하기에 선뜻 구입해 읽어보았는데 아쉽게도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작품이 문제가 아니라 SF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문제인 것 같다. 


표제작 <블러드 차일드>는 남성도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세상을 상상한 작품이다. 외부 생명체로부터 알을 받아 몸에서 그 알을 키우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알을 낳아서 기르는 역할은 여태껏(그리고 지금도) 여성이 전담하고 있다. 만약 이 역할을 남성도 하게 된다면 어떨까. 작가는 외계 생명체의 알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을 숙주로 삼아 유지되고 번성하는 남성 중심 사회, 가부장제를 풍자한다.


이 밖에도 근친의 문제에 주목한 <가까운 친척>, 언어가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대상화되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말과 소리>, 억압에 길들여진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넘어감>, <특사> 등의 작품이 실려있다. 작품마다 작가 해설이 실려 있으며, 흑인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SF계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 두 편이 책 말미에 담겨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12-04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댓글 부대>,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장강명 작가의 소설이다. 먼저 읽은 두 작품에 비해 <한국이 싫어서>는 훨씬 가볍고 읽기 쉽다. 장강명 작가 특유의 예리함과 신랄함은 여전하다. 


주인공 계나는 20대 후반의 여성 직장인이다. 서울의 모 대학을 졸업한 후 어렵게 종합금융회사 신용카드팀 승인실에 취업한 지 올해로 3년째다. 직장에선 더 좋은 부서나 직급으로 옮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집에선 세 딸 중에 유일하게 밥벌이를 하는데도 부모로부터 '돈줄' 이상의 취급을 받지 못한다. 대학 때부터 사귄 남자친구는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느라 여태 취업을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에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계나는 무작정 호주로 떠난다. 


계나를 보면서 일찌감치 '탈조선'에 성공한 지인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한때는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난들 외국은 천국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 소설에 따르면, 그들은 적극적이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말로만 절이 싫다고 하고 평생 눌러앉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절을 찾아 떠난 사람들이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과 말할 수 없는 사람. 바꾸고 싶은 걸 바꾸는 사람과 바꾸지 않는 사람. 어느 쪽이 성공할까. 어느 쪽이 행복할까. 지금의 한국이 싫은 걸 싫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 바꾸고 싶은 걸 바꾸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남아 있는) 나라라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이 소설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제7권으로 출간되어 수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나마 희망적이다. 어쨌든 그들은 이 소설의 제목에 이끌릴 만큼 한국이라는 나라의 어떤 부분을 싫어한다는 것이고, 이 소설을 읽고 내가 한국이라는 나라의 어떤 부분을 싫어하는지 알았다면 그 부분을 바꿀 가능성도 생길 테니. 나는 이 소설을 읽고 내가 한국의 추운 날씨를 더없이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추운 날씨는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 병든 사람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