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이야기 와이드판 11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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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이야기> 11권은 10권 마지막에 터키에서 기적처럼 재회한 영국인 스미스와 탈라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남편을 여의고 시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탈라스는 스미스의 다정한 심성에 반했고, 스미스 또한 탈라스를 운명의 상대라고 느꼈다. 하지만 탈라스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몸이고, 스미스는 언제 이곳을 떠날지 모르는 외국인이라서, 둘은 결국 사랑을 이루는 대신 각자 갈 길을 가기로 했다. 


하지만 스미스를 떠나보낸 탈라스는 아무리 애를 써도 스미스를 잊을 수 없었다. 좋은 혼담이 들어오고, 혼담의 상대가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어도 스미스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새 출발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탈라스는 스미스를 찾아가기로 했다. 스미스보다 먼저 스미스의 목적지인 터키에 도착하는 바람에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지만, 그동안의 노력과 고통은 스미스를 보는 순간 사라졌다. 스미스 또한 다시 만난 탈라스를 반갑게 맞이하며 평생을 약속한다. 

그러나 스미스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중앙아시아 지역의 사람들의 생활을 사진으로 담고 기록하기 위해 그동안 왔던 길을 돌아가기로 결정한 상태다. 탈라스는 스미스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 같지 않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12권부터는 스미스와 탈라스가 그동안 지나온 곳들을 다시 찾으며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의 후일담이 펼쳐질 예정이라고 한다. 기발한 구성이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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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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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대상이었던 시절에는 돌봄의 무게를 잘 몰랐다. 돌봄이란 한없이 다정하고 사려 깊고, 너무나 가깝고 친근해서 때로는 귀찮기도 하다는 식의 서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돌봄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어가면서, 이제는 돌봄이 한때는 미미했으나 점점 더 분명하게 느껴지는 오물의 냄새나 환부의 통증처럼 인식된다. (오물을) 치우든 (환부를) 치료하든 결국에는 끝장(!)을 내야 하고 그 전까지는 견뎌야만 하는 그 무엇 말이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린 틸먼의 에세이 <어머니를 돌보다>는 저자가 어머니를 11년 간 돌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세 딸 중 막내다. 아버지는 먼저 세상을 떠났고, 혼자 남은 어머니는 뉴욕에서 싱글 라이프를 즐겼다. 그러다 여든여섯 살 때 어머니가 처음으로 이상 징후를 보였다. 저자와 언니들은 처음에 알츠하이머병을 의심했다. 어머니의 단골 내과의 역시 알츠하이머병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평소 <뉴욕타임스>의 과학 섹션 기사를 즐겨 읽고, 화제가 된 의학 서적을 열심히 읽어온 저자의 눈에는 어머니의 증상이 알츠하이머병의 증상과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서 다른 의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환자는 동일한데 의사들의 진단은 각기 달랐다. 어머니의 MRI를 본 의사 네 명 중 세 명의 해석이 일치하지 않았다. 이 경험을 통해 저자는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려면 의사에게 맡기지 말고 자신이 직접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는 이런 식으로 저자가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과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들이 자세히 나온다. 같은 돌봄이라도 아이를 돌보는 것과 노인을 돌보는 것은 다르다. 아이와 달리 노인은 성장하지 않고, 자립하게 될 가능성도 없기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더 크다. 미국에서 간병인으로 고용되는 계층이 주로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유색인종 여성인 점도 지적한다. 


엄마와의 관계가 좋았는지 나빴는지에 따라 자식에게 간병의 의미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언급한다. 저자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안 좋은 편이었다. 저자의 어머니는 남편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세 딸들을 경쟁자로 인식했다. 저자는 어머니를 간병하는 동안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고 자신도 좋아하지 않았던 어머니를 왜 자신이 돌봐야 하는지(돌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어머니를 더 잘 돌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나는 어머니를 몰랐다. 그 모든 일을 겪었음에도, 이 글을 썼음에도 나는 여전히 짐작만 할 뿐이다. 왜 어머니가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247쪽) 


저자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인생은 고달프고 살다 보면 끔찍한 일도 일어나잖아요. 그런데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자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럼. 삶에는 아름다운 것들도 있으니까." 어머니는 그 '아름다운 것들'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고 저자 또한 물어보지 않았다. 나의 어머니라면 어떻게 답할까. 당신의 인생에서 '아름다운 것들'이 무엇이었다고 말할까. 너무 늦기 전에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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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마족 3
이토 이즈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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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소녀 요시다 유코는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알고 보니 유코는 봉인된 '어둠의 일족'의 후예로, 봉인을 풀고 싶으면 어둠의 일족을 봉인한 '빛의 일족'의 무녀인 마법소녀를 찾아내 물리치고 그의 생피를 시조의 사신상에 바쳐야 한다. 마법소녀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유코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치요다 모모가 바로 마법소녀였던 것이다. 유코는 틈만 나면 모모와 싸우려 하지만, 이제까지 평범한 인간 소녀로 살아온 유코가 모모의 상대나 될 수 있을까. 


3권에서 유코는 모모에게 보내는 결투장을 쓰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어려운 한자 단어를 못 써서 실패하고, 상대가 위협을 느낄 만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또 실패한다. 마침 유코가 결투장을 쓰는 모습을 본 담임 선생님이 조언을 해주는데, 조언에 따라 완성된 결투장을 읽고 결투 장소에 나타난 모모의 복장이 결투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여름날의 데이트에 어울릴 것 같은데... (어쩌면 유코네 담임 선생님이야말로 참된 교육자일지도 ㅎㅎㅎ) 


한편 미캉이 유코가 사는 아파트로 이사 오고, 유코는 미캉과의 대화에서 유코는 모모의 언니인 치요다 사쿠라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유코는 행방불명 상태인 사쿠라를 찾는 일을 도와달라고 미캉에게 부탁하고, 미캉은 사쿠라가 이 마을의 특수한 환경을 지키던 실력자인 것 같다고 말한다. 어쩌면 유코가 살고 있는 아파트 자체가 사쿠라와 관련된 장소일 수도 있다는 말에 놀라는 유코(그래서 그동안 그렇게 운이 없었나...). 작화가 귀여워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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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 : 명견 실버 5
타카하시 요시히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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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군단과 함께 오우산을 떠나 바다를 건너 시코쿠로 간 실버는 시코쿠의 개 군단과 싸우게 된다. 시코쿠의 개 군단의 사령관 격인 스나이퍼는 자신들의 허락도 받지 않고 시코쿠에 상륙했다니 용서할 수 없다며 공격한다. 그러자 벤 군단의 개들은 "시코쿠든 혼슈든 그게 뭐가 중요하냐! 쓸데없는 섬나라 근성 따위는 버려!"라며 스나이퍼를 훈계하는데, 지역 감정이 섬나라 근성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도 지역 감정이 있기에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실버는 일대일로 스나이퍼와 붙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실버를 응원하는 개들이 실버가 아직 나이도 어리고 전투 경험도 적어서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려던 그 순간! 실버는 자신보다 체구도 크고 전투 경험도 많은 스나이퍼에게 반격하며 곰 사냥개의 위력을 확인시킨다. 그 모습에 반했는지 결국 스나이퍼는 실버 군단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시코쿠와 혼슈라는 지역 구분을 넘어 같은 개로서 동료가 되기로 한다. 


이제 동료가 된 실버에게 시코쿠의 개들이 전설 하나를 들려준다. 그것은 시코쿠에서 가장 강한 개로 이름난 우와지마의 맹우 우미보즈(베니자쿠라)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를 포섭하면 일본에서 가장 강한 개 군단이 될 거라며 이들은 날이 밝자마자 우와지마로 향한다. 한편 오우산에서는 야생곰 아카카부토 군단이 내려왔는데, 현재 오우산을 지키는 개는 리키가 유일하다. 개뿐 아니라 곰까지 등장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역동적인 이야기 전개, 박진감 넘치는 작화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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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위너 오스트웬 왕비는 세상에서 제일 거만하다 1
신죠 하지메 지음, 쿠라게자키 마츠리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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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영애인 빅토리아 위너 글로리아는 약혼자인 프레데릭 오스트웬 왕자에게 약혼 파기를 선언 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슬퍼하거나 화를 낼 텐데 빅토리아는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가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왕자인데도) "난 약혼 파기를 허가하지 않겠다."라며 강경한 태도로 나온다. 왕자의 새 연인인 마리아 카타리아 남작 영애를 따로 불러서 (왕자의) 돈과 신분이 탐나는 거라면 내가 주겠다고 한다(멋지다!). 


결국 자기 뜻대로 왕자와의 결혼을 성사시킨 빅토리아는 이제 왕비의 신분이 되어 더욱 더 거만하고 강력하게 사람들을 대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결코 불쾌하거나 위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빅토리아를 음해하는 사람들이나 심지어 암살 시도를 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도 두려움에 떨면서 남편(왕자) 뒤에 숨지 않고 자기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멋있다. 그 모습에 적이었던 사람들이 도리어 빅토리아의 편이 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 만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은 왕자다. 일단 약혼자인 빅토리아를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난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데, 결혼 후에도 빅토리아가 "여자답지 않게" 드세다며 빅토리아를 피한다. 빅토리아는 남편이 그러든 말든 신경 안 쓰고 자기 할 일 하면서 사는데 그게 또 너무 멋있다. 이런 여성 캐릭터가 '악역'이고 '흉악'인가. 남성이었다면 '광공'이나 '패왕' 소리를 듣고 '4대 서방'에 뽑히고도 남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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