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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외롭구나 (Plus Edition)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외로움을 기피하고 외면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는 것입니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꿈도 없습니다. 외로울 때 무엇을 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효율적인 계획을 세우십시오. 외로움을 어떻게 경영했느냐가 당신의 경쟁력입니다. 청춘의 외로움의 에너지를 어떻게 운영했느냐에 따라서, 당신은 우아하고 능력 있고 매력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둡고 재미없고 시시껄렁한 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외로울 때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깊이 생각하십시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하십시오. ... 그 시간들을 기꺼이 활용하지 않고 온갖 커뮤니케이션 장치들을 동원하여 소모적 오락거리로 탕진해버리면 당신은 쭉정이 같은 인간이 되고 맙니다. (p.019)
저자 김형태는 일명 무규칙이종예술가다.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편집디자인, 공연기획, 무대디자인, 잡지사 편집장을 거쳐 홍대 앞 클럽을 운영했다. 이 뿐만 아니라 백상예술대상 남자배우 인기상 수상, 1996년 황신혜밴드 결성 등 대중문화의 전방위에서 창작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2003년부터 본인의 홈페이지(http://www.thegim.com/)에서 청춘 고민 상담을 시작했고, 이것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2004년 여름에 <너 외롭구나> 초판이 출간되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2011년 재발행된 <너 외롭구나>를 읽기 전까지 저자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다시한번 나의 무식함과 부족함을 깨달았다. (후유유...)
이 책에는 10대부터 20대까지,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불문하고 우울증, 자살, 인간관계, 결혼, 가족, 학교, 직업 등으로 인해 고민하는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의 사례가 나온다. 그들의 처지와 고민 내용을 읽고 있노라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나와 비슷해서, 내가 겪었던 일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같은 젊은이가 보기에도 참 비겁하고 한심한 사람들도 많아서이다.
내가 대학에 들어갈 때 청춘 모라토리엄, 즉 청춘의 유예라는 말이 친구들 사이에 유행했었다. 어릴적 TV에서 보고 언니오빠들에게서 듣던 청춘의 모습은 참 밝고 명랑하고 열정적인 것이었는데, 겨우 20대가 되어 보니 우리의 정체는 그저 입시에 길들여져 막상 할 줄 아는 건 오직 공부뿐인 온실의 화초일 뿐이었고, 그런 우리가 마주한 것은 이태백, 88만원 세대라는 멍에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밤낮으로 취업과 스펙 쌓기에 매진해야하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너, 외롭구나>를 읽고 있으면서 그건 다 핑계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 땅의 무기력한 청춘들에게 '청춘은 원래 다 아픈거야'라고 다독이고 위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위로에 매달리고 안주하지 말고, 더 굳세고 가열차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라고 호통친다. 나의 어머니는 '불경기 아닌 때가 없고 취업이 어렵지 않을 때가 없다'는 말씀을 종종 하신다. 세상은 늘 개인에게 혹독하고 비정하며, 어린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 시련이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청년실업, 불경기 자체는 사실이지만, 그것을 자신의 무력함을 감추기 위한 핑계로 이용한다면 비겁하다. 내가 보기에도 실력 있고 열정적이고 성실한 사람들은, 시대가 어떠하든 자신의 길을 찾아 지금 이 순간에도 전진하고 있다.
저자는 끊임없이 호통치고, 상담을 청한 젊은이들의 모순과 변명을 하나하나 날카롭게 지적한다. 읽고 있노라면 뜨끔하고 정신이 번쩍 들지만, 한편으로는 '당신이 뭔데'하는 반발심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적도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이 가지고 있는 난점이 이것일 것이다. '과연 저자 자신은 얼마나 잘난 사람이기에 충고를 하는 것일까?'하는...)
하지만 '내가 경험하고 싶었던 일을,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공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만큼 요즘의 젊은이들이 가장 바라고 목표로하는 모습이 또 있을까? 무슨 대학, 기업, 경력을 빌리지 않아도 자신의 이름, 살아온 이력만으로 떳떳한 인생을 산 저자이기에, 이 책의 내용은 더 현실감이 있고 가슴 저리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