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가쿠타 미쓰요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일본소설. 고등학교 때 참 열심히도 읽었다.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무라카미 하루키... 특히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같은 여성 작가들이 쓴 소설을 좋아했다. 연애나 결혼,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일상을 배경으로 담담하게 쓴, 지극히 '일본 소설'스러운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대학 이후로는 그리 즐겨 읽지 않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고등학교 당시에는 대학 입시와 수험 공부로 인해 생활이 팍팍해서 일본 소설의 말랑말랑한 느낌이 멋지고 신선하고 여유롭게 느껴져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다.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일본소설 한 권을 읽었다. 제목은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책에 관한 특별한 에피소드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조르르 등장하는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하나하나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가슴 뭉클해지는 이야기들이라서 책장을 덮자마자 동생을 불러 얼른 읽으라고 강요(!)했다. 읽다보니 나만의 책에 얽힌 추억들도 줄줄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책을 참 많이 읽었었다. 그 친구가 읽는 책을 같이 읽고, 책 얘기를 하는게 참 좋았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 그 친구가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학교 생활, 취업 준비, 그리고 취업... 생활이 바빠서 예전만큼 여유가 없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책을 함께 읽고 감상을 공유하던 친구가 없어졌다는게 못내 서운했다. 언제쯤 친구가 다시 책 읽기를 즐길만큼 여유를 가지게 될까? 아니 책 읽기는 그저 나만의 취미로 남겨진 것일까?   

 

변한 것은 책이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케이크 사먹을 돈을 절약했던 소녀는 집을 떠나 사랑을 알고, 그 후에 이어진 아름답지 못한 결말도 배우고, 친구를 잃고 또 새롭게 얻고, 예전에 알던 것보다 더 깊은 절망과 끝없는 희망을 알고, 잘되지 않는 것과 바라는 바를 간절히 기원하는 방법도 배우고, 하지만 어떤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게 있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고, 그렇게 내 안에서 조금씩 늘어나거나 줄어든 무언가가 바뀔 때마다 마주한 이 책의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던 것이다. (p.19)  

 

저자는 어린 시절에 읽고 무척 재미없다고 생각한 책을 커서 다시 읽고 엄청난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책은 다름아닌 '어린 왕자'다!) 그 경험으로 인해 세상에는 나와 '맞는 책'. '안 맞는 책'만이 있을뿐 '시시한 책'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에 나와 맞는 인간, 안 맞는 인간은 있어도 '시시한 인간'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생각은 (비록 취미지만) 서평을 쓰는 사람으로서도 명심해야 할 점이다. 책을 읽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 책은 시시하고 재미 없는 책이 아니라 그저 '나와 안 맞는 책'일뿐이다. 그러니 무조건적으로 비난하지 말고, 비판하더라도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는지 분명히 명시를 해야 한다. (리뷰어도 책임이 막중하다!) 안 그러면 서평을 읽은 사람이 서평만 믿고 아예 그 책과 만나지(그 책을 읽지) 못할 수도 있다.  

 

읽은 사람도 책이 재미없더라도 '안 맞는 책이었다', '아직 이 책을 읽을 때가 아닌가 보다'라는 식으로 넓은 마음을 가진다면 좋은 책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사람이 저마다의 이유를 안고 태어나는 것처럼, 책 한권 한권마다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초보 43인, 이근철 영어를 훔쳤다! 120분 모질게 끝내기 6
이근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나는 자타공인 <굿모닝팝스>의 애청자다. 아침잠이 많아서 6시 생방송을 듣지는 못하지만(반성 반성...) kbs tune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하루도 빠짐없이 무한반복하며 듣고 있다. 우리 어머니는 tv에 근철쌤만 나오면 '얼른 나와보라'고 부르시고, 동생까지 덩달아 굿모닝팝스에 나오는 팝송을 다 외울 정도. 그런데 불현듯 근철쌤이 쓰신 책은 별로 읽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서점이나 신문에서 근철쌤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은 많이 접했는데, 막상 구입해서 읽을 생각까지는 못해본 것 같다. 아마도 방송으로 매일 근철쌤의 목소리를 때문에 굳이 책까지 읽을 필요를 못 느꼈던 것 같다. 찾아보니 근철쌤이 쓰신 책만 무려 70여권, 굿모닝팝스까지 합하면 200여권 가까이 되는 것 같은데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니... 진짜 반성해야겠다. 그래서 어제는 2008년에 나온 <왕초보 43인 이근철 영어를 훔쳤다!>라는 책을 읽었다. 제목이 참 통통 튀고 재밌다. 책 디자인도 굉장히 예쁘다.

  

 

<왕초보 43인 이근철 영어를 훔쳤다!>는 발음, 문법, 단어, 독해, 회화, 듣기, 작문 등 7개 분야에 걸쳐 영어 왕초보들이 부딪히는 고민을 이근철 선생님의 20년 영어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결하는 내용이 담긴 책이다. 영어 교재라기보다는, 영어 학습자를 위한 안내서, 학습 지도서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저 같은 토종 한국인은 어떻게 해야 발음이 좋아질까요?', '미국, 영국, 호주식 영어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 문법사항중 무엇을 먼저 해야 될까요?', '단어장의 올바른 활용법 좀 알려주세요' 등등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봤을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 있어서 좋았다. 특히 요즘 오랜만에 토익 리스닝 공부를 하면서 영국 영어 발음이나 액센트가 익숙지 않아 애를 먹고 있는데, 책에 영국 영어의 발음상 특징, 단어 차이, 그리고 영국 영어를 접할 수 있는 영화 리스트 등 문제 해결 방법이 나와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단어장을 만드는 방법' 같은 아주 기초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답변이 나와있다. 중, 고등학교 때 단어장 정리하느라 상당히 많은 시간과 수첩, 노트, 펜, 샤프, 가위, 풀.... 등등을 소비했던 기억이 난다(ㅠㅠ) 단어장을 너무 크게, 많이 만들지 말고, 알고 있는 내용까지 정리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도 말고, 단어와 뜻, 유사 표현, 유사 단어를 풍부히 기록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한다. 그리고 반드시! 사전을 찾아서 활용 예문을 적어놔야 한다. 안 그러면 단어만 죽어라 외우고 정작 회화할 때나 작문할 때는 써먹지도 못하는 불상사가 생긴다고... (반성하는 1人...)  

 

여러 질문 중에서도 내가 가장 궁금했고, 또 공감한 고민은 바로 이것. 24세 대학생 김동진 님의 고민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외국방송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되나요?' CNN 같은 외국방송을 배경음악처럼 틀어놓고 오랜 시간을 듣게 되면 귀가 트인다는데 사실일까? 나도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고, 실제로 afkn이나 tbs e-fm같은 영어 라디오 채널을 배경음악 삼아 매일 틀어놓고 지내고 있다. 근데 정말 도움이 될까? 근철쌤에 따르면 소리에 익숙해질 수는 있지만 어린아이들만큼 효과가 좋지는 못하고, 그보다는 특정 상황에서 쓰이는 표현들을 모아둔 듣기자료를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한다. 가령 일기예보나 비행기 안에서 조종사가 하는 표현 등 말이다. (토익 리스닝 듣기자료를 반복해서 듣는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 공부하고 있는 토익 리스닝 듣기자료들을 그냥 듣고 지우지 말고 계속 반복해서 들어봐야겠다. 

 

나는 근철쌤이 방송에서 보여주시는 에너지 넘치고 신나는 모습도 참 좋지만, 중학교 때 영어에 대한 흥미를 느껴 스스로 영어를 잘 하게 되는 방법을 찾아 나가면서 공부해오신 점이 멋져서 좋아한다. 음악과 영화, 책을 사랑하고, 그러한 관심을 다시 영어 학습으로 연결시키고 계신 점도 멋지다. 너무나도 닮고 싶다. 이제 근철쌤이 쓰신 책 한 권을 읽었으니 두권째, 세권째 계속 읽어나가면서 더 많이 배우고 공부에 응용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쾌한 소통의 법칙 67
김창옥 지음 / 나무생각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의 어린 시절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가난한 살림에 걸핏하면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때문에 집안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본 영화 <미션>에 감명을 받아 공고 출신으로는 드물게, 그것도 해병대를 전역한 후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자기 힘으로 학비를 마련하여 경희대 성악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그의 고생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막상 음대에 진학해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재능을 타고난 성악가들만큼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목소리와 경험을 살려 '소통 전문가' 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 책에는 소통을 위한 67개의 법칙이 소개되어 있다. 소통,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말들 하고, 나 역시 공감하지만, 이 책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에 대해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법칙을 나열한 것뿐이라서 실망할지도 모른다. 나 또한 처음에는 'why는 있지만 how는 없는'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아리송했다. 하지만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특히 어린 시절의 상처나 콤플렉스에서 비롯되는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공적으로 밝히기에는 부끄러울 수도 있는 저자의 가족사까지도 털어놓은 부분에서는 감동마저 밀려왔다. 소통의 근본은 실제보다 아름답게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기 싫은 약점을 인정하고 거리를 좁히는 것이라는 점을 저자 스스로 이 책에서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대부분의 사례가 이렇게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관찰에 기반한 것이라서 메시지가 마음에 생생하게 와닿았다.

 

 

여자 교도관과 대화를 나누던 중 사식으로 들어온 인스턴트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즐거워하는 재소자들을 보았다.
순간 누가 재소자이고 누가 교도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어디가 교도소인가.
정기적으로 마음의 양식을 먹지 않고 마음의 운동도 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소명감 없는 직장과
목적 없는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이가 감옥에 있는 것이 아닐까? (p.56)

 

사연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 사연으로 인해 뜨거운 뙤약볕에서 물을 구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당당하게 자신의 사연을 전하며 소명을 행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지금껏 우리의 사연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움츠러들게 했다면, 이제는 그것을 놓아주자. 그리고 그것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해 보자.
사연이 눈물로 끝나는 사람이 있고, 사연이 소명으로 승화되는 사람도 있다. (p.100)

 

 

 

최근 여러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자기계발'이란 모두 똑같이 성공하고 부와 명예를 얻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격의 장점은 개발하고, 상처나 콤플렉스는 치유하고 극복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소통이란 무엇일까. 67개의 법칙을 하나씩 읽으면서 소통이란 단순히 남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과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과 소통을 할 수 있겠는가.
저자 역시 남들과 소통하는 '방법'보다는, 그에 앞서 먼저 자신을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남도 상처입히기 쉽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남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통도, 자기계발도, 모두 결국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답을 얻어야 하는가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 돼지 (청소년 진로설정 워크북)
박철균 지음 / 옥스비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연초에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났었다. 막내 이모가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사촌동생을 내 앞에 앉히시면서 자극 좀 받게 대학 얘기 좀 들려주라고 사정을 하셨다. 마침 사촌동생도 '언니네 학교 가고 싶다'며 졸라대는 통에 얘기를 시작하기는 했는데, '전공은 뭐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그런건 됐고, 미팅 얘기부터 들려달라'고 조르고, '어떤 과목을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수리은 포기했고 언어는 그럭저럭한다'는 붕 뜬 대답만 돌아와서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입시 경쟁을 뚫고나니 이번에는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부딪혀 고전하고 있는 20대 중반의 구직자로서, 진로설정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놓고 미리미리 준비할수록 좋다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내 앞으로 배달된 청소년 진로설정 워크북 <오! 돼지>를 받았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사람도 사촌동생이었다. 아이돌 그룹 영상 보고, 친구들과 문자 보내는 시간을 조금만 줄이는 대신 이 책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나도 중, 고등학교 시절에 이런 책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행스럽게도 나는 어릴 때부터 장래에 대한 소신이 확고하여 일찌감치 진로를 정해놓고 대학, 학과도 맞춰서 진학했지만, 중, 고등학교 시절, 심지어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진로도 정하지 못해 '꿈이 없다'며 방황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슬프게도 요즘 중, 고등학생들만 꿈이 없는 건 아니다....) 학창 시절에 미리 진로를 정해서 그에 맞춰 대학, 학과를 진학하면, 나중에 대학에서 전과나 편입, 반수나 재수를 할까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취업할 때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행여 취업난에 부딪혀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확고한 꿈이 있기 때문에 덜 절망할 것이다.
 

저자 박철균은 현재 아주대학교에서 진로설정에 관한 강의와 상담, 취업 강의, 컨설팅을 하고 있는 진로설정 전문가로, 중, 고등학교 때 진로설정을 하면 요즘 새로운 대입 제도로 각광받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뿐 아니라 대입, 그리고 취업에도 많이 도움이 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오! 돼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내 사촌동생 중 하나도 고등학교 학생회장 경력을 살려 수시입학을 했는데, 내 사촌동생처럼 미리 적성과 재능을 살려 입시라는 관문도 뚫고 남들보다 먼저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저자는 청소년 진로설정에 있어 Story - Style - Schedule - Show로 이어지는 4S 프로그램 네 단계를 강조한다. 이 네 단계에 맞추어 저자의 설명과 또래 친구들이 작성한 샘플을 참고하여 책에 제시되어 있는 미션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단기적으로는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한 입시 대비, 장기적으로는 인생의 경로를 계획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대학 시절에 학교 경력개발센터나 커리어 특강 등을 통해 수강료를 내며 이런 프로그램을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책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그 모든 수고를 덜 수 있다니 참 좋은 것 같다.
  

진로설정, 커리어 관리라는 것을 비단 소위 '남들 보기에 좋은' 직업이나 직장을 가지기 위한 준비가 아닌, 자신의 적성에 맞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을 미리부터 탐색하여 전문성을 키운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지극히 바람직하고 유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진로설정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졌던 상담이나 심리검사, 교육 등이 대개 교사의 바람이나 명문대 진학, 취업 잘 되는 학과만을 강조하는 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수혜자인 학생의 적성과 장래희망을 고려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아픈 청춘들', 그리고 끔찍한 취업난을 나은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내 힘으로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시스템에 맞서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바뀌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과거는 지나갔다. 지금 당신 앞에는 현재가 있다. 그리고 찬란한 미래가 올 것이다. 나보다 훨씬 젊고, 통통 튀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더 찬란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먼저 이끌어주는 것은 어떨까. 아직 꿈을 못 찾은 내 사촌동생에게도 꼭 이 책을 선물해주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 - CNN 앵커, 앤더슨 쿠퍼의 전쟁, 재난, 그리고 생존의 기억
앤더슨 쿠퍼 지음, 채인택.중앙일보 국제부 옮김 / 고려원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 고등학교 시절 나의 꿈은 언론인이나 외교관이 되는 것이었다. 세계를 누비고,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글을 쓰는 일이 많다는 점에서 두 직업은 닮았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경쟁률의 '고시'를 패스해야 하고, 패스하더라도 무시무시한 학연과 혈연의 벽을 뚫기는 더 어렵다는 점도...)
 

'살아있는 전설' CNN 앵커 앤더슨 쿠퍼가 쓴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를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그 때의 꿈이 떠올랐다. 세계의 각종 현장을 누비며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보도하며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얼마나 멋진가! 하지만 앤더슨 쿠퍼의 고백에 따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에 따르면 저널리스트는 삶의 벼랑 끝에서 죽음을 목도한 순간에도 그 죽음에 슬퍼하고 추모할 겨를도 없이 시청률이 더 잘 나오는 화면, 더 잘 팔리는 이야기는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하는 직업이고, 그 때마다 그는 영혼을 버리고 울음을 잃어버렸다.

 

 

처음 기자가 됐을 때, 다른 사람의 눈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취재를 하는 시늉은 해지만 마음을 담지는 않았다. 기술적인 문제에 집중했으며 이야기 전개나 플롯 같은 것들을 더욱 중시했던 것이다.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지만 '나'라는 존재는 그 속에 없었다. (p.51)

 

 

저널리스트가 되기 전 그의 배경은 화려하다 못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외조부가 미국의 철도왕인 코넬리우스 밴더빌트이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유명한 방송인이자 디자이너였다고 한다. 부모님이 개최하는 파티에는 무려 찰리 채플린, 앤디 워홀 같은 유명인들이 바글바글했다고 하니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그 또한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공부뿐 아니라 스포츠도 만능인 다재다능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화려하기만 했던 그의 인생에 어느 순간부터 깊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열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급기야 대학 졸업 무렵에는 두 살 위의 형이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뉴욕 펜트하우스 창문에서 떨어져 자살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그는 자신의 영혼을 채워줄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저널리즘이었고, 남들이 모두 만류하는 전쟁터, 재해지에서 그는 되레 살아있음을 느꼈다. 

 

책에는 그가 젊은 시절부터 전쟁터와 재해지를 누비며 취재한 기록들과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교차되는 방식으로 나온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전쟁터에서 마주친 시체 무덤들, 그리고 비극적인 현실에 절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취재하며 잊고 싶어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 앤디슨 쿠퍼의 개인적인 고통이 다시 살아나고 그를 괴롭게 만드는 과정이 생생히 전해져왔다. 성공적인 저널리스트로만 보였던 그에게 이런 아픔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병적으로 일에 매달렸다니. 지독히도 까만 어둠이 있기에 성공이 더욱 밝게 빛나 보인다는 진리를 그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항상 내가 보도하는 기사들이 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해왔다. 이를테면 내 기사를 보고 누군가가 실천에 나선다거나 하는... 지금은 이런 확신도 약해졌다. 한 곳의 사정이 나아지면, 다른 곳의 사정이 나빠진다. 지도상의 위치만 끝없이 바뀔 뿐이다. (p.147)

 

 

하지만 그가 언제까지나 '영혼이 없는 저널리스트'로 임한 것은 결코 아니다. 국내직을 맡아 한동안 앵커로서 승승장구하며 지내던 그는 2005년 카트리나 대재난 보도를 계기로 전쟁터를 누비던 젊은날의 열정을 떠올렸다. 저널리즘, 언론이 아무리 보도를 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극적인 소식이 좀 더 알려져 지원을 받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 민중들이 존재한다. 그들을 위해 다시 현장에 귀를 기울이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런 그의 열정이 전해졌는지 그의 방송은 시청률이 400%나 상승했고, 그는 명실상부한 미국 최고의 인기 앵커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만약 원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관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350만 명의 니제르인이 굶기 시작할 것이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이 꼭 그렇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먼저 굶어죽기 시작한다. 그러면 몇몇 기자들이 먼저 관심을 갖는다. 그들이 현장에서 찍어 보낸 사진들이 몇몇 대형 방송국의 관심을 끌게 된다. 대형 방송국의 전파를 타면 지원이 시작된다. ... 비극이라면, 니제르에서는 아직 시스템이 돌아갈 만큼 충분히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몇천 명의 아이들이 죽는 것으로는 충분치가 않다. (p.136)


 

 
 

참고하면 좋을 기사 [중앙일보] 아이티 현장 취재 중 소년 구해낸 영웅 미국 최고의 인기 앵커 앤더슨 쿠퍼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4220026&cloc=olink|article|default

 

 

책을 읽으면서 '지독한 워커홀릭이고, 한 가지 일에 깊이 몰입하며, 생각이 많고,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점으로 보아 그 또한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앤 소여를 비롯하여 미국 저널리스트 중에 내성적인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한 가지 분야에 진득하게 몰두하고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건 외향적인 사람보다 내성적인 사람에게 더 맞는 일일테니...) 그는 또한 예일대 졸업 후(예일대 졸업장을 가지고도!) 방송사 입사에 줄줄이 낙방한 경험이 있다. 그 방송사들은 얼마나 땅을 치고 후회했을까! 개인적인 비극을 안고서도 타인의 비극에 공감하고자 여전히 세상의 끝에 서있는 앤더슨 쿠퍼.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너무나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