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인생 건강교본 - 동의보감 매일매일 실전편
김태진 지음, 최정준 감수 / 북드라망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 겨울엔 유난히 병치레를 많이 했다. 목감기, 코감기, 몸살 감기는 물론 스트레스성 위염에 생리통, 배란통 등으로 일주일이 멀다 하고 앓아 누웠다. (지난주엔 어금니가 부러져서 치과에도 다녀왔네? 참 가지가지 한다...) 어릴 때부터 잔병이 많았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고, 잔병이 많은 사람은 큰 병에 안 걸린다는 말도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그래도 일단 아파서 앓아 누워있으면 세상 만사가 다 원망스럽고 괴롭다.

 

지금도 요며칠 푹해진 날씨만 믿고 얇게 옷 입고 다녔다가 감기에 걸려서 골골대고 있다. 이런 나의 눈에 딱 들어온 책이 있었으니! 바로 <명랑인생 건강교본>.

 

책 표지도 요란스럽고 제목도 유치해서 대충 훑어보기만 하려고 했는데 읽을수록 빠져들었다. 제목이 무슨 스포츠신문 한 켠에 실리는 미니 건강정보 모음집 같아서 그렇지, 무려 우리나라 한의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동의보감>에 기반한 '인문의역학서'다. 게다가 전부터 고미숙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를 장바구니에 넣어 두고 결제할 때만을 기다렸는데, 저자(김태진)가 고미숙 선생님과 같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와 인연을 맺고 계신 분이라니 이거슨 운명? 사실 고미숙의 <동의보감>은 나 같은 초심자가 읽기에는 어려워 보여서 선뜻 읽어볼 엄두가 안 났는데, 이 책은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책인 것 같아서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책을 재밌게 읽었으니 이제는 고미숙 선생님 책도 읽어봐야지!)

 

누구나 아픈 곳 하나 쯤은 가지고 살고 있다. ... 그렇게 불완전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생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로봇이다. ... 건강하다는 것은 병에 걸렸을 때, 그 아픔을 견디고 거기서 벗어나는 힘, 다시 새로운 상태로 돌아가는 힘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p.13)

 

누구나 아픈 곳이 있고, 아픈 곳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말을 들으니 잔병 많은 사람으로서 위로가 된다(ㅠㅠ)

 

책에 따르면 먹고 마시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걷고 생활하고 다시 잠을 자는 모든 행동에도 '음양'이 있다고 한다. 이 음양을 조화시키지 못했을 때 문제가 생기고 몸에 병이 나는 것이다. '음양'이라고 하니 형이상학적이고 현학적이라고 거부감부터 불러일으킬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생각만큼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해 질 때 자고 해 뜰 때 일어나고, 추울 때 따뜻한 음식 먹고 더울 때 서늘한 음식 먹고... 이렇게 지극히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을 순리대로 행하는 것이 바로 음양이다. 밤에 많이 먹고, 새벽까지 게임하고, 클럽에서 놀고, 낮에 술 마시고 잠만 퍼질러 자는 사람이 병 안 걸리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은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대부분이 성장기간의 6배 이상을 살지 못한다. 이를 근거로 20세까지 성장하는 인간의 한계수명은 120세라고 추측한다. (p.52)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건강해지는 비결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간단하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아침에 물을 마시는 것은 '음양탕'이라고 할 정도로 보약보다 몸에 좋고, 입에서 나오는 침은 우리 몸의 진액(비표준어로 '엑기스')이기 때문에 뱉지 말고 삼켜야 한다. 음식은 소화되기 쉬운 순서(잘 썩는 순서)로 먹는 것이 몸에 좋기 때문에 과일은 먼저 먹고, 식사는 곡물-생선-육류-채소 순으로 먹어야 한다. 잘 때는 태아처럼 구부려 자는 것이 허리에 좋고, 아침에 일어날 때는 몸을 쭉 펴주면 좋다.

 

나는 다크서클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ㅠㅠ) 이 책에 따르면 비장이나 신장에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운동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생강, 모과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크서클은 화장으로 가리거나 수술 받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제부터는 이 책을 믿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걸로 노력해봐야겠다. 그 밖에도 치아나 뼈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신장이 나쁜 것이고, 귀를 따뜻한 손으로 자주 문질러주면 좋다고 한다. (이도 부러지고 다크서클도 있으니 나는 신장이 정말 안 좋은가 보다...)

 

이밖에도 피부병(아토피), 탈모, 여성질환 및 우울증 같은 정신병에 대해서도 한의학, 동의보감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었다. 한의학으로 정신병을 치료한다니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서양에서 프로이트가 꿈을 분석하기 훨씬 이전부터 한의학에서는 몸의 병이 정신적으로 발현된 것이 꿈이라고 보고 연구했을 정도로 정신의 세계를 신체와 연결하여 의학적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한의학은 단순한 의학이 아니라 심오하고도 깊은 철학의 세계인 것 같다. 그동안 한의학 하면 그저 뜸 뜨고 침 놓는 정도로만 여겼던 것이 부끄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대 로마인의 24시간 알베르토 안젤라의 고대 로마 3부작
알베르토 안젤라 지음, 주효숙 옮김 / 까치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달에 두 번, 운동부족으로 여간해선 뛸 일이 없는 내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알라딘 알사탕 코너의 '틀린그림찾기'다. (이번에 갱신된 퀴즈는 너무 어려웠어요ㅠㅠ 난이도 좀 낮춰주세요ㅠㅠ) 이 코너의 최대 매력은 퀴즈를 클리어하면 알사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퀴즈를 풀면서 새롭게 출간된 책에 대해서 알게될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매력이다. 서점에 갔을 때나 온라인서점에서 왠지 낯이 익은 책이 보여서 '어디서 봤더라'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틀린그림찾기'에 제시된 퀴즈 속의 책인 경우가 많다.

 

이 책 <고대 로마인의 24시간>도 '틀린그림찾기'를 통해 알게된 책이다. 제일 좋아하는 책으로 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꼽을 정도로 고대 로마와 이탈리아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생각해보니 이탈리아의 역사나 정치에 대해서만 알았지, 민중들의 생활과 문화, 풍습 같은 '진짜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꼭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길에서 산책을 할 때는 무엇을 느꼈을까?

길을 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어땠을까?

발코니에서는 무엇이 보였을까?

음식은 어떤 것이 있었고 맛은 어땠을까?... (p.12 서문 중에서)

 

이 책의 저자 알베르토 안젤라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오랫동안 고고학적 유적지를 탐구하고 조사한 사람이다. 몇 년 간 고대 도시 로마의 유적을 주제로 한 텔레비전 방송 제작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로마 제국 당시의 사회상과 관습, 일상에 대한 책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나도 광화문 주변, 특히 조선 시대 6조 관청이 자리했던 광화문 앞 대로와 피맛길 같은 주변로를 걸을 때마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상상해보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을지 종종 생각해보는데(남한강으로 이어지는 나루가 있고, 누에고치를 키우는 방이 곳곳에 있었겠지?),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생각들을 책으로 재현한 것이다.

 

저자는 동이 틀 무렵부터 이튿날로 이어지는 자정까지, 하루 24시간 동안 로마인의 삶을 관찰하는 식으로 고대 로마인의 의, 식, 주생활과 정치, 경제, 예술, 성(性)문화에 이르는 모든 것을 자세히 그려냈다. 로마의 예술은 곧 현대 예술의 기원이고, 로마의 철학은 현대 철학의 원형인 것처럼, 로마의 모든 것이 현대인들의 생활, 학문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다. 그래서 특정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그 분야의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새롭게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옷에 대해 잘 몰라서 초반에 나오는 로마인들의 의생활에 대한 부분이 특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떤 옷을 즐겨 입었을까? 바지는 언제부터 입었을까? 어떤 속옷을 입었을까?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의문들이 이 책 한 권으로 풀렸다.

 

 

고대 로마의 모습은 현대의 뉴욕, 런던을 방불케 할 만큼 수많은 인구가 몰려 있고 첨단 기술이 밀집해있는 '메트로폴리탄' 그 자체였다고 한다. 엄청나게 복잡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중심에 있는 도시로서 제 몫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에도 튼튼하게 제 몫을 하고 있는 로마 제국의 도로와 잘 갖추어진 상하수도, 최신 공법으로 지은 (당시로서는) 고층 건물 등 인프라가 받쳐주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로마에도, 당시 기술로서는 커버할 수 없는 문제점이 몇 가지 있었다. 아니,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이상하고 불편해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예를 들면...  

 

로마에는 건물 밖으로 소변과 배설물을 내버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가 제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 법규는 무척 엄중하게 적용된다. 형벌은 위에서 쏟아부은 이 폭격의 피해 상황에 달려 있다. 옷만 버린 상태인지 혹은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신체적 손상을 입혔는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 모든 것은 로마 제국 내에서 배설물이나 소변의 투하 위험이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고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pp.99-100)

  

소변과 배설물을 창 밖으로 버리지 말라는 법규가 제정되었을 정도라는 것은, 그만큼 그런 일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대 로마는 배변, 목욕 등 현대에는 집 안에서 해결되는 일들을 집 밖의 공중화장실, 공중목욕탕에서 해결하도록 되어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집 안에 상하수도 시설이 없었고, 집 안에 있다가 급한(?) 일이 생기면 저렇게 집 밖으로 배설하거나 내버리는 식으로 해결한 것이다. 

 

변기 시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사람들은 평평한 벤치 위에, 자물쇠 구멍같이 생긴 뚫려 있는 구멍 위에 앉는다. 긴 벤치 아래에는 깊은 수로가 있다. 수로에 흐르는 물이 모든 것을 운반해간다. (p.242)

 

그렇다면 공중화장실의 모습은 어떤가? 나는 책에 제시된 그림을 보고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중국 화장실에는 칸막이가 없어서 일 보는 사람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는 얘기가 있는데, (얘기가 아니라, 나도 중국에서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요즘은 아주 깊은 시골에서나 그렇다고 한다)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길고 평평한 벤치가 있고 거기에 엉덩이 사이즈보다 조금 작은 구멍이 나 있다. 사람들은 거기에 앉아서 일을 보는 것이다. 모습만 보면 멀쩡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지만, 그 때 당시에는 그것이 지극히 당연하고, 어쩌면 가장 멋스럽고 세련된 모습이었을 것이다. 후세 사람들은 우리의 어떤 모습을 이상하고 불편하게 여길까?

 

 

고대 로마인들의 모습 중에서 현대에까지 이어진 것들도 있다. 가령...

 

오늘날 공중화장실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한, 수많은 외설적인 낙서도 빠지지 않는다. 아무튼 이 많은 외설스런 낙서 가운데 "마르쿠스는 도미티암을 사랑한다"라는 순수한 사춘기의 사랑의 연시가 돋보인다. 바로 옆에는 균형을 맞추려는 듯이 "아주 세련된 몸가짐의 그리스 여인 에우티키스는 2아스에 몸을 내어준다"라고 외설스런 낙서가 적혀있다. (pp.86-7)

 

두 노인은 모라(제로 게임에 해당/역주)라는 게임을 하는 중이다. 이 게임의 원래 이름은 미카티오이다. 팔뚝을 들었다가 아래로 힘차게 뻗으며 숫자를 외치며 동시에 손가락 몇 개를 펼친다. 우리도 잘 알다시피 게임하는 두 사람이 펼칠 손가락의 합계를 미리 알아맞히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p.135)

 

고대 로마인들도 요즘 사람들처럼 공중 화잘실에 '철수♡영희', '철수 바보' 같은 유치한, 또는 외설적인 낙서를 하며 즐겼다니! 게다가 어릴 때부터 즐겨하던 '제로' 게임의 유래가 고대 로마로까지 거슬러간다니!!! 생활 속의 아주 작은 것, 사소한 동작 하나에도 역사가 있고, 교훈이 있다는 말이 피부로 와닿는다. 고대 로마의 할아버지들은 당신들께서 하고 있던 그 게임이 무려 2천년 후에도 꼬마들이 즐기는 놀이로 이어질 줄 상상이나 하셨을까?

 

 

고대 로마인들의 모습 중에는 현대인들과는 너무 다른 것도 있고, 참 비슷한 것도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고대 로마 하면 떠오르는 복잡한 정치사나 전쟁사에서 살짝 벗어나,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난 민중들의 생활로서 역사를 접하는 것도 참 의미있는 공부, 의미있는 책 읽기인 것 같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로마人 이야기가 아닐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리시스 2012-03-03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밌겠어요. 어느 분인가 했는데 이름이 또 바뀌었네요, 키치님. <로마인 이야기>는 너무 길어서 매번 중간에서 포기하게 되는데 그래서 인문서도 어려울 것 같은데 리뷰 보니까 믿을만 하겠어요. 잘 읽었어요^^

키치 2012-03-05 15:54   좋아요 0 | URL
제 예전 닉네임을 기억해주셨다니 고맙습니다 ^^ 이 책은 로마인의 의식주 같은 일상생활 위주로 쓰여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각 챕터를 하루 일과로 구성한 점도 신선했고요. 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장의 배반]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시장의 배반 -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다
존 캐서디 지음, 이경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경제학과에 들어가면 제일 처음 수강하게 되는 과목이 '경제학 원론'이다. 그리고 경제학 원론 맨 첫 시간에 배우는 개념이 바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워낙 유명한 개념이라서 경제학 전공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을 위해 쓴 교양 경제학 서적을 읽은 적이 있다면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교 때 모 교수님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도 너무 길다고 학기 내내 '비시수(非示手)'라고 줄여서 부르셨던 기억도 난다. 그 강의 성적은 어땠더라...) 

 

하지만 이 유명한 개념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현재의 국내경제, 세계경제의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80년대 신보수주의와 탈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시장 중심의 경제체제가 공산주의 경제체제보다 낫다는 것이 자명해졌지만, 시장 중심의 경제체제가 안고 있는 내부적 결함 - 외부효과, 정보의 비대칭, 실업과 인플레이션의 상충관계 등 - 이 시장 중심 경제체제 자체에 대해 의혹을 품게 만드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도대체 왜, 경제학의 'ㄱ'자도 모르는 경제학과 신입생도 아는 이개념이, 수많은 경제학 석학과 유수의 명문대 경제학과 졸업장을 거머쥔 엘리트들이 만든 현실 경제학의 세계에서는 제대로 구실을 못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시장의 배반> 표지에 적힌 문구 한 줄이 오랫동안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다."

 

한 달 전에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었는데, 그 책에서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시장 기능을 신뢰하는 자유시장주의자들조차도 100퍼센트 자유방임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며, 정부 개입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미국, 영국 등 자유주의, 시장주의의 선봉에 있는 국가들조차도 사실상 정부의 개입을 시장으로부터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며, 오히려 국가의 경제정책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계획경제'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특히 미국을 보면 전에는 일본, 이제는 중국에 밀려 죽어있는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고 살인적인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백방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외국인인 내 눈에도 여실히 비친다. 반세기 넘도록 세계 만방에 자유시장주의를 수출하기 위해 애써온 국가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계와 정계의 주류는 시장에 더욱 자율성을 주고, 정부는 개입을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장의 배반>의 저자 존 캐서디는 이러한 모순에 착안하여 애덤 스미스부터 최근 2008년 금융 위기까지, 몇 백년에 걸쳐 경제학자들이 논쟁해온 경제이론을 경제사적으로 분석하고, 이 이론들을 유토피아 경제학, 현실 경제학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책은 수없이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처럼 경제사와 현실 경제를 접목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은 드물다. 경제사에 대한 책은 자칫 지루하고 어렵게만 느껴지기 쉬운데, 이 책은 경제 이론이 현실 경제와 어떤 식으로 연관이 되는지를 연결해서 서술했기 때문에 신선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다 할 결론이 없이 마무리된 점은 아쉬웠다. 시장이 너무 방만해지면 적절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은 시장주의자들도 동의하는 사항이다. 정부 개입이 지나친 것 또한 문제라는 주장은 시장주의자들이 수없이 반복한 주장이다. 결국 이 이상의 해결책은 결국 없는 것일까? 경제학은 시장과 국가, 자유방임주의와 계획경제의 줄다리기에 불과한 것일까?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당장 현실 경제는 물론, 앞으로 경제학 전체의 미래도 불투명한 것이나 다름 없다. 시장이 문제면 정부가, 정부가 문제면 시장이 나서는 미봉책뿐인 경제학. 이것이야말로 경제와 경제학의 진짜 '보이지 않는' 위기가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나공 JLPT 일본어능력시험 N1 한권으로 완벽대비 시나공 JLPT 일본어능력시험
이승대.주종관 지음 / 길벗이지톡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일본어 교재를 만났습니다.

참고로 저는 JPT 800점대이고, JLPT 응시 경험은 아직 없습니다.

일본어 공부를 오래한 편이고 줄곧 독학으로 했기 때문에

일본어 교재 보는 눈만큼은 깐깐해서 아무 책이나 좋다고 안 하는데요,  

이번에 시나공 JLPT 교재를 만나고 첫눈에 쏙 반했습니다 ^////^

  

'한권으로 완벽대비'가 가능한 일능계의 진정한 족보 답게 책이 제법 두껍습니다.

하지만 문제책, 해답책으로 분권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면서 공부하기에 편리할 것 같고,

각 영역별로 표시가 되어 있어서 문제집 처음 사고나서 따로 파트별로 표시할 필요도 없어요 ㅎㅎ

문제집, 학습서의 이런 센스, 있으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없으면 얼마나 서운한데요...

 

책을 처음 펼치면 실제 시험 순서에 맞춰 어휘 파트부터 공부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어휘량만 많아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일본어능력시험 대비하는 데 있어 어휘가 참 중요한데요,

시나공 N1은 기출문제부터 제시되어 있어서

어떤 어휘가 주로 출제되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해보면서 공부할 수 있게 한 점이 좋았습니다.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어떤 게 시험에 나오는지 생각하면서 외우면 더 효율적이잖아요 ㅎㅎ

그리고 시나공 N1은 글자 크기가 적당히 크고, 한자 폰트가 예뻐서 눈에도 참 편합니다.

전에 공부하던 타 출판사의 교재는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서 오래 보면 눈이 아플 정도였어요ㅠㅠ

 

다 공부하고 난 다음에는 파트별로 문제 페이지가 20회 이상 제공되어 있어서

웬만한 문제집, 모의고사집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빡세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 이것도 강추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

  

또한 핵심한자, 핵심문법 등이 웬만한 일본어한자교재, 문법교재 부럽지 않을만큼 체계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책 처음에 훑어보면서 제 책장에 빼곡히 꽂혀있는 일본어 교재들을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ㅠㅠ)몰라요ㅠㅠ

이 책 한 권이면 저 교재들 다 안 사도 되는 건데ㅠㅠ

 

문자, 어휘, 문법 파트 외에도 독해, 청해 파트까지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고, 모의고사와 청해용 CD까지 제공됩니다.

이만하면 한권으로 올해 일본어능력시험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겠죠?

 

일본어 교재만큼은 깐깐하게 고르는 제 마음에도 쏙 든 시나공 JLPT 일본어능력시험 한권으로 완벽대비 N1 !!

이 책으로 열공하셔서 올해 일본어능력시험에서 N1 꼭 취득하시길 기원합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파트의 몰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아파트의 몰락 - 내 집 마련이 절실한 3040세대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
남우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재테크 수단으로서 아파트의 매력은 무엇일까?

 

먼저 수익률이 높다. 단기 수익률로 보면 단연 주식이 더 낫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리스크까지 고려하면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만한 투자 대상은 없다. 저축보다 나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투자의 진입장벽(?)이 낮다. 주식은 웬만큼 전문 지식을 쌓고 많은 시간을 들이는 사람도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 어려운 분야다. 반면 부동산은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나 동네 부동산 등에서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용어나 절차 등이 많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초보자가 접근하기 쉽다. 그리고 공공연한 비밀 ㅡ 한국사회의 시스템(?)상 정치, 경제적 유력 인사들이 대거 거주하는 지역의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기대도 부동산 불패 신화에 한 몫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재테크 수단으로서 아파트의 매력은 앞으로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요즘 하루를 멀다하고 집값 하락 뉴스가 언론을 도배하고 있지만, 거품이 슬슬 빠지는 것인지 일시적인 현상일지는 두고봐야 안다. 아파트는 몰라도, 범위를 넓혀서 부동산 전체로 보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는 더욱 낙관적이다. 요즘 트렌드만 봐도 그렇다. 이제까지 아파트 투자에 골몰했던 투자자들은 현재 소형 아파트, 오피스텔, 고시촌 등 임대 사업으로 이동 중이다.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고려할 때 이런 추세는 금방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이사만 몇 번 해보면, 나처럼 부동산 투자 경험도 없고 지식도 일절 없는 사람도 이만한 '썰'을 풀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 <아파트의 몰락> 이런 책을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사실 처음 읽을 때는 이런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당연한 얘기들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이 있을 것이며, 행여 아파트값 거품이 꺼지면 이들이,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겪을 고통이 얼마나 크겠는가.  

 

우리나라 인구는 2011년~2018년 35만여 명이 늘어나 정점을 이루고, 앞으로 계속해서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20년간의 인구 추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늘어나는 인구도 35만 명(1퍼센트)이고 2030년까지 감소되는 인구도 35만 명(1퍼센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향후 20년간 인구는 정체 상태일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주택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세대인 35세~54세 인구는 2011년부터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pp.156-7)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사람은 부동산, 아파트 투자에 빠삭한 투자자들이 아니다. 어디서 들은 소문, 주변 사람이나 중개인의 권유, 또는 부동산 불패 신화만 믿고 거액의 부채를 져가며 실수요와도 맞지 않는 고가의 대형 아파트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저자는 경제 원리, 인구학, 정부 정책, 일본 사례 등 다양한 근거를 들며 부동산 불패 신화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저자뿐만 아니라 현재 부동산 전문가 다수가 무분별한 투자를 멈추고 자신의 재정 상태에 맞는 실용적인 투자를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가끔 부모님과 케이블 부동산 채널을 시청하는데, 투자 상담 사례를 보다보면 거액의 부채를 지면서까지 몇 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뢰인들이 꽤 많다. 그 때마다 전문가들은 한 채만 남기고 하루라도 빨리 다른 부동산은 처분하라고 조언한다. 필요한 것, 제 형편에 맞는 것만 산다. 이 간단하고 기초적인 구매 원칙은 부동산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부동산은 주식처럼 하루 아침에 종잇조각이 될 걱정이 없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만약 부모님이 부동산에 전재산의 대부분을 투자하고 있는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거기에 거액의 부채까지 있다면 자식들이 떠안게 될 부담이 얼마나 크겠는가. 부동산도 자산이고, 투자 대상이다.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GDP에서 건설투자 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2009년 16.4퍼센트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에서 건설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래서 "경기가 침체되면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것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정석 해법이다. 국내 노동인구 가운데 실제로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10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창호나 커튼, 가구, 인테리어 등 건설과 연관된 직업을 가진 사람 수를 모두 따져보면 노동인구 중에서 4분의 1이나 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 주택건설을 중단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 가운데 4분의 1을 실업자로 만드는 것과 같은 얘기가 된다. (p.173)

 

투자 대상으로서 아파트의 가치가 폭락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얘기다. 아파트의 가치가 폭락하면 이제까지처럼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기를 쓰고 달려드는 풍조도 사라질 것이다. 일본이 그렇고, 현재 주택청약 관련 상품의 인기가 뚝 떨어진 것만 봐도 예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개인 소비와 투자 방법도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다. 아파트를 굳이 자가 보유하지 않고 전월세로 사는 트렌드가 일반화되면(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그렇다) 수입 중 대부분이 집세로 빠질 것이다. 이는 지금 대출금 등이 빠지는 금액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문제는 투자 방법인데, 앞으로는 아파트가 아닌 어떤 대상에 투자해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까지 제시해주었다면 이 책이 더욱 빛났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