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 북미 최후의 인디언이 천 년을 넘어 전한 마지막 지혜
위베르 망시옹.스테파니 벨랑제 지음, 권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돈을 사랑하지 않는 그들을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반값 도서로 나온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있다. 저 가진 것도 얼마 없으면서 한 번 만나고 그만일 나그네를 위해 먹을 것, 입을 것을 내어주는 인도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소유'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전보다 가진 것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만큼 가지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지금 가지고 있는 옷도 충분히 많은데 매 시즌마다, 아니 모임 약속이 잡힐 때마다, 일이 생길 때마다, 심하게는 즐겨 찾는 쇼핑몰의 신상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위시리스트 - '가지고 싶은' 옷의 목록이 늘어나는 건 왜일까. 이쯤되면 정말 필요해서, 가 아니라 그저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요, 채워도 채워도 차지 않을 소유욕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의 저자 위베르 망시옹과 스테파니 벨랑제는 바로 이런 탐욕의 시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한 것 같다. 망시옹은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고, 벨랑제는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했으며 퀘벡 TV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로프트 스토리'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력만 보아서는 물질 문명의 가장 중심에서 살아온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망시옹이 직접 북미대륙의 최북단인 북퀘벡에 가서 그곳에 사는 인디언 '크리족'에 관한 기록을 시작하면서 삶의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망시옹은 <몬트리올에서 살아남은 유럽인들>, <최후의 자유, 치부가모에 대해서> 등 인디언 관련 서적을 연이어 발표하며 인디언 연구를 이어가고 있고, 벨랑제는 크리족의 오랜 전통과 지혜의 정수를 망시옹에게 들려주며 함께 집필하고 있다. 

 

사물들이 맺고 있는 현재의 관계를 살피는 데 집중하다 보면 당연히 자유의 개념도 바뀐다. 세상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나 역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내 행동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훨씬 많아지게 된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처럼 원주민들은 행동 하나하나가 전체 환경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 살아 있는 생물뿐만 아니라 무생물도 마찬가지라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사냥감도 죽었든 살았든 존중해서 다뤄야 한다. 돌, 물, 산도 섣불리 대해서는 안 딘다. 모든 것이 균형이고, 관계이며 조화이기 때문이다. (p.49)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크리족에 대해 경의를 표현할 목적으로 집필된 이 책은 인디언 관련 서적 중 단연 최고의 학술적 가치를 지닌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크리족에 대한 인류학적 조사는 물론, 그들의 삶으로부터 현대인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지혜까지 무엇 하나 빼놓지 않은 책이다. 물질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크리족의 삶은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정치, 문화적인 수준도 낮아 보이지만, 정말 그럴까? 저자가 직접 크리족과 살며 그들의 삶을 관찰한 바에 따르면, 현대인들이 돈과 자본을 추구하느라 놓치고 있는 진정한 행복과 마음의 안정, 건강, 영적인 성장과 치유 등 인간으로 태어나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끽하고 있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들이라고 한다. 

 

미디어는 전 세계에 사랑이라는 한 가지 표상을 전파했고, 그것은 우리의 집단무의식을 지배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미디어가 규정한 최고의 사랑은 로맨틱하고 관능적이다. 그러다 보니 그런 사랑의 감정을 알지 못하는 민족은 사랑이라는 걸 모르나 보다, 하고 성급한 결론을 내린다. 어떤 슬라브족 노부인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영화 속 주인공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며서 영화와 같은 상황에 처해보지 못했으니 자신은 남편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할머니는 영화에 등장하는 신경질적인 여자 주인공들보다 더 많은 사랑을 탐험했을 것이다. (pp.160-1)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왜 물질적인 혜택은 누리면서도 정신적으로, 영적으로는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나는 책에서도 지적한 '미디어'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현대의 소유는 결국 내가 진정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보다는, 남이 가진 것을 보고, TV 드라마나 광고 속 연예인이 가진 것을 보고 부럽고 탐이 나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그러다보니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가지게 되고, 그만큼 자원이, 물과 공기 같은 자연이 쓸데 없이 소비되고, 그러면 결국 그 영향이 나에게로 돌아와서 몸에 병이나거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로 시작하는 인디언들의 시가 더욱 애달프고 절절하게 들리는 것은. 저자들이 물질 문명의 한 가운데에서 살면서도 크리족의 삶을 동경하여 그들의 지혜를 구한 것이 괜한 일이 아니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낭에 담아 온 중국 - 거친 세상으로 나가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주는 특별한 선물
우샹후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영화가 대만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큰 히트를 쳤다. 대만의 톱스타 주걸륜, 계륜미가 주연인 이 영화는 음악학교를 배경으로 청춘 남녀의 풋풋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특히 대만의 '음악 천재' 주걸륜이 화려한 테크닉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피아노 배틀' 신은 인터넷상에서 오랫동안 회자되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대만 영화' 하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무렵 대만의 대중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말도 모르면서 어렵게 자막을 구해 대만 드라마도 보고, 음악도 듣고, 간혹 쇼프로도 찾아봤다. 그러면서 느낀 건 내가 모르는 게 대만의 언어만이 아니라는 사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역사적으로도 관련이 깊은 나라라서 아는 것이 많을 법도 한데 생각 외로 아는 것이 얼마 없었다. 그 중에는 인터넷상에 도는 폄하글에서 비롯된 오해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 때부터 직접 인터넷을 검색하기도 하고 책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은 언어의 장벽 때문에 쉽지가 않았고, 대만에 대한 책은 물론이거니와 대만 작가가 쓴 책은 더욱 찾기가 힘들었다.

 

+

 

그래서 <배낭에 담아 온 중국>의 저자 우샹후이가 대만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저자 우샹후이는 대만에서도 손꼽히는 지식인이자 작가, 저널리스트로, 일찍이 자기 체험을 바탕으로 대만의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를 비판하는 <대입시험을 거부한 소년>이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최근에는 아시아인의 관점에서 유럽 3국 -핀란드, 아일랜드, 노르웨이-을 여행하고 쓴 이른바 '국가 기행 3부작' 시리즈로 화제를 모았고, 이번에는 세 아들과 중국을 여행하는 '부자 기행 3부작'을 출간했다. '부자 기행 3부작' 중 첫 편이 바로 이 책 <배낭에 담아온 중국>인 셈이다. 워낙 외국 여행기를 좋아해서 저자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 찾아보았는데, 아쉽게도 <배낭에 담아온 중국>이 이 분이 쓴 책으로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인 것 같다. 이 책이 화제가 되고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 다른 책도 국내에 소개가 되려나? 그랬으면 좋겠다. (제발......!!!)


저자는 아들 셋을 모두 독립시키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아들과 중국을 종단하는 '졸업 여행'을 계획했다. <배낭에 담아온 중국>에 등장하는 아들은 그 중 첫째 아들로,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전공이 나랑 비슷해서 그런지 관심사나 말할 때 쓰는 용어, 현상을 보는 관점이 나랑 비슷했다. 그래서 저자의 가르침이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특히 앞부분에서 저자가 아들에게 던진 "중국도 모르면서 어떻게 제대로 된 세계관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니?" 라는 말은 내 마음을 죽비처럼 내리쳤다. 대학 때 중국에 관한 수업도 여러번 듣고 중국어도 배워보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 힘들어도 계속 중국에 대해 배우고 중국어를 공부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진작 공부할 걸! 게다가 책에 등장하는 도시 중에는 이미 내가 다녀온 곳도 몇 곳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멋모르고 친구를 따라갔던 중국 여행. 놀기 바빠서 몰랐는데, 그 때 내가 갔던 중국의 유적들이 이런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을 줄이야! 자책하는 나를 보며 동생은 '그렇게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 아니냐'고 했지만, '지금 아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책제목이 간절하게 다가왔다.

 

각 장은 저자인 아버지의 관찰과 감상,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의 글로 미루어 봤을 때 두 사람은 여행하면서 유쾌한 일보다는 불쾌한 일을 더 많이 겪은 것 같았다. 중국은 경제 수준은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낙후된 지역이 많고, 특히 서비스 수준이나 윤리, 준법의식 면에서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했다. 민족 의식이 높은 것에 반해 국민 내부의 감정 - 특히 다른 도시 사람들을 비하하는 경향이 높은 점은 외국인이 보기에도 볼썽사나웠고, 환경오염, 그 중에서도 물 부족으로 인한 고통은 이미 대도시에까지 만연해 있었다. 저자는 중국 내부의 문제가 외부로 폭발하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은 대만이라고 비관적으로 예측했지만, 우리나라도 중국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에 대해 더욱 많이 공부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여행길을 따라 이어지는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의 대화에는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의 차이가 여실히 묻어났다. 아버지는 2차 대전을 겪은 부모를 두었고, 민주화 이전에 오로지 경제 성장만 강요하고 인권은 억압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았다. 반면 아들은 민주화 이후 물질적, 문화적 혜택을 누리며 살았고, 무조건적인 성장보다는 환경, 인권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세대다. 유복하지만 여유가 없고, 똑똑하지만 역사에 대한 지식이 얼마 없는 아들을 보며 아버지는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하지만 전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진 글로벌 시대에, 아버지 세대가 남긴 수많은 과오와 짐을 떠안을 아들 세대가 안쓰럽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저자의 아들은 외국에서 오랫동안 유학을 하고 명문대를 졸업한 인재인데도, 저자가 아들과 동세대인 상하이 '개미족'을 보며 아들을 떠올린 것처럼 나는 나와 내 또래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들 세대는 아버지 세대가 원하는 모습에 맞추어져 키워졌지만, 시대는 이제 아버지 세대가 살던 시대가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대견한 아들을 더 가엾게 보는 것 같기도 했다. 

 

++

 

나는 가족이 함께 썼거나, 부모가 자식을 위해 쓴 책이나 글은 '믿고 보는' 편이다. 가족이 함께 썼는데, 더군다나 부모가 자식을 위해 쓴 책인데 허술할 리가 없고, 거짓된 내용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싶었다. 중국의 역사와 정치, 경제를 아우르는 내용도 좋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특히 아버지가 아들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더욱 좋았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사업가를 꿈꾸는 둘째 아들과는 어떤 여행을 했는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부디 2권, 3권이 차례대로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 - 내가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둔 진짜 이유
리처드 브로디 지음, 노지양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모임이나 조직에 들어갈 때 첫 인사를 하면서 자주 쓰고, 또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런데 가끔은 이 '열심', '최선'이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도 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열심히는 해보겠지만 맡은 임무를 잘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최선을 다 하겠지만 최고가 될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나름대로, 제 기준에서는 열심히, 최선을 다 하겠으니 책망하지 말아라, 뭐 이런 말.


그렇다면 인생에 있어서는 어떨까? 어릴 때는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학교에서는 선생님이나 선배들이 하라는 대로, 직장에서는 상사가 하라는 대로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 해서 산다면, 그것처럼 힘 빠지고 머리 아픈 인생도 또 없을 것 같다. 나는 분명히 열심히 살았는데, 하라는 대로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 막상 내가 원해서 한 것은 하나도 없고, 무엇 하나 잘 한 것도 없다면, 과연 그런 삶을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의 저자 리처드 브로디도 그런 사람이었다. 어릴 때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라 열심히 공부했고, 그 결과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인 하버드 대학에 들어갔다. 재학중 세계 굴지의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에 입사했고, MS-Word의 최초 버전을 개발하여 창조적 천재로까지 불렸다. 학교에서는 학생으로서 열심히, 직장에서는 직장인으로서 열심히, 집에서는 아들로 열심히 살았던 리처드. 그러나 그의 마음 한 켠에는 언제나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과 갈증이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도 그것은 언제나 남을 위해서일뿐, 정작 스스로를 위해서는 그럭저럭, 대충대충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졌고, 그 후 몇 년 동안 자기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진 뒤 현재는 다른 이들에게도 자기가 구한 삶의 답을 전파하기 위해 자기계발 강사로 활동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럭저럭, 대충대충 사는 건 이제 그만


이 책에는 그럭저럭 살아왔던 삶을 청산하고 '진짜 내 인생'을 살기 위해 알아야 할 조언들이 담겨있다. 그런데 그 조언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대단한 것은 아니다. 나를 받아들이기,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기, 미루는 습관 버리기, 완벽주의로부터 탈출하기, 스스로 선택하기, 오래된 습관에서 벗어나기 등 어떻게 보면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들이라서 식상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덕목들을 생활 속에서 100% 실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만 해도 늘 현재의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아 좌절하고, 매일 해야할 일을 다 하지 못해 다음날 일정표에 다시 적는 일을 반복하며 또 좌절한다.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남에게, 또는 시간에 맡기는 때도 있고, 아직도 못 고친 해묵은 버릇이나 습관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새롭게 다잡았다. 나도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보고 만족할 것이며, 아주 사소한 일도 내일로 미루는데 정말 중요한 일, 큰일은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그럭저럭, 대충대충 사는 건 이제 정말 그만두고, 나도, 그야말로 끝~내~주~는 삶을 살아봐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 - 세계은행 총재 김용의 마음 습관
백지연 지음 / 알마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달 전쯤인가, 백지연의 <프랙티컬 매스>를 읽었다. 백지연이라는 이름만 믿고 읽은 책인데, 기대한 것보다 참 좋았다. 여러 명사들의 성공 스토리가, 백지연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과 매끄러운 글솜씨로 버무러져 여느 자기계발서와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 책에서, 내 기억에도 참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인물이 바로 김용이다. 당시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다트머스 대학의 총장으로 선출되어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한 인물로 화제가 되었다. 김용이라는 이름도, 그리고 <프랙티컬 매스>라는 책도 내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지고 있을 즈음,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들었다. 그것도 뉴스에서. 무려 동양인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되었다는 낭보와 함께.

 

+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는 김용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된 것에 때맞추어, 백지연이 다시 한번 그의 인생 스토리와 삶의 철학을 정리한 책이다. 전작 <프랙티컬 매스>에서 김용 총재님의 부분만 따로 떼어 한층 더 깊게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읽는 이의 관점에 따라 <프랙티컬 매스>와 큰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프.매>를 읽으면서 좀 더 알고 싶었던 부분은 새롭게 알게 되고,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은 다시 한번 되새김질할 수 있어서 좋았다.

 

+

 

책을 읽으면서 김용 총재님의 성공 비결과 인생관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통섭' 내지는 '융합'이다. 치과 의사 출신의 아버지와 퇴계 이황의 철학을 공부한 학자 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용 총재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가르침을 따라 정치학이나 철학 같은 문과 공부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용적인 공부를 중시했던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먼저 의학 학위를 받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의학 학위를 받고 의사가 된 것에 만족하여 자기 몫만 챙기며 살았을 것이다. 오로지 의사가 되는 것만을 목표로 사는 사람도 부지기수가 아닌가.

 

그러나 김용 총재의 인생은 여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의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드물게 문화인류학 학위에 도전했고, 돈이 되지 않는 제3세계 구호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느낀 어려움이나 한계를 바탕으로 좀 더 큰 조직에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하는 것을 꿈꾸기 시작했고, 그 결과 세계은행 총재라는 요직에까지 도전하게 된 것이다. 문과는 문과, 이과는 이과, 오로지 한 전공 내에서 전문성만 높이면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학문이나 전공의 경계를 의식하지 않고 유연하게 넘나들면 김용 총재같은 큰 인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

 

두번째는 '무엇이 될' 것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이번호인지, 지난호인지) 월간 <PAPER>의 김양수 님 웹툰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초등학생들한테 꿈이 뭐냐고 물었는데, 다들 '의사가 되고 싶다', '선생님이 되고 싶다' 하는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한 꿈은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했다. 몇 십 년 전, 이 아이들처럼 당당하게 꿈을 얘기했을 어른들은 과연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 궁금할 따름이다.

 

김용 총재의 삶이 감동적이고, 남다르게 느껴진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의사가 되겠다는 꿈, 세계은행 총재가 되겠다는 꿈 이전에, 먼저 김용 총재는 의료를 비롯한 문명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수단으로서' 의사가 되었고, 문화인류학을 배웠고, 비영리단체를 세우고, 다트머스 총장이 되고, 세계은행 총재가 되었다. 아무리 좋은 학위를 따고, 높은 자리에 올라도 결코 멈추지 않고 의욕적으로, 열정적으로 삶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남들처럼 '무엇이 될' 것이라는 꿈이 아닌, '무엇을 할' 것이라는 더 높은 차원의 꿈을 꾸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06-17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9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혼자살기 5년차 혼자살기 시리즈 1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말이 필요없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타카기 나오코. 그녀의 저작 전권을 모으는 중입니다. 아자아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