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생각들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52가지 심리 법칙
롤프 도벨리 지음, 두행숙 옮김, 비르기트 랑 그림 / 걷는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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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스마트한 생각들>이라서 '이 책을 읽으면 똑똑해질까?' 하는 생각에 집어들었다. 그런데 목차를 보고 살짝 실망했다. 심리 법칙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장르상 심리학 책인줄 알았는데 오류에 관한 책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종류의 책은 이미 여러 권 읽어봤기 때문에 식상한 내용이 아닐까 짐짓 걱정부터 들었다.

 

하지만 서문에 저자가 '블랙 스완' 이론의 주창자인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와의 만남을 계기로 심리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 책을 쓸 수 있었다는 글을 읽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저자가 아주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인생의 행로를 바꾼 것처럼, 어쩌면 나도 이 책과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인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블랙 스완' 이론대로, 인간이 모든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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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읽게 된 책 <스마트한 생각들>은 심리 법칙 중에서도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저지르는 생각의 오류 52가지가 소개되어 있다. 단순히 소개만 되어 있다면 식상했을텐데, 이 책은 그러한 오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 즉 어떻게 하면 스마트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법(way of thinking)까지 소개한 점이 장점이다. 그러다보니 심리학 이론에 관한 사회과학서 같기도 하고, 삶의 지혜가 담긴 자기계발서 같기도 해서 여러 분야에 걸쳐 스마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 소개된 생각의 오류 중에는 정말 바보스러운, 하지만 나도 모르게 일상 속에서 빈번히 저지르고 있을 법한 실수들이 아주 많았다. 가령 이런 것. 흔히 몸짱 수영 선수나 강사를 보면 수영을 해서 몸이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수영 선수들을 보면 헬스 트레이너들처럼 몸이 아주 좋은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니 수영을 해서 몸이 좋아진 게 아니라 몸이 좋아서 수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화장품 광고에 나오는 여배우들은 특정 화장품을 써서 예뻐진 게 아니라 원래 예쁘고, 모델이 좋은 옷을 입어서 멋있게 보이는 게 아니라 원래 그들은 핏이 좋다는 사실 등등 (써놓고 보니 슬퍼진다) 인과적 오류를 범하기 쉬운 사례들이 많았다.

 

'최악의 순간이 최고의 기회다', '오늘을 즐겨라' 같은 격언 속에도 생각의 오류가 숨어 있다고 해서 놀랐다. 하도 많이 들어본 말이라서 당연히 맞다고 여겼고, 힘들 때마다 이런 격언에 위로 받았는데,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렇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론이나 문장에 대해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은 스마트해지는 것인가보다. 뭐든 쉽게 쉽게, 남들이 하는대로 생각하고 사는 건 편하지만, 그만큼 인간으로서는 멍청해지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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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기기들이 인간의 뇌를 멍청하게 만들고 있다는 말이 있다. 진짜 스마트해져야 하는 것은 인간이 쓰는 기기가 아니라 인간 자신인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전보다 더 스마트해졌을까? 그건 단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전혀 스마트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인 것 같다. 뭐 그건 전에도 잘 알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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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가격으로 승부하지 마라 - 싸게 팔지 않고 고객을 꽉 잡는 장사의 기술
다케우치 겐레이 지음, 김정환 옮김, 김중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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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터넷 쇼핑을 좋아한다. 인터넷 쇼핑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여러 사이트에서 가격을 비교하여 더 싸게 파는 곳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쇼핑몰에 따라서 쿠폰, 적립금 혜택도 있고, 시즌마다 세일 이벤트도 있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는 것보다 득보는 기분이 드는 때가 많다. 이런 가격 경쟁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지만,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힘든 일일 것이다. 옛말에 손해 보고 하는 장사 없다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게다가 대기업의 공세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시장 상황에서는 불리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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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가격으로 승부하지 마라>는 바로 이런 중소규모 기업의 가격 인하 경쟁의 폐해를 지적하고 이를 대체할 묘책을 제시한 책이다. 다수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경쟁 방식에는 크게 가격 경쟁과 비가격 경쟁 두 가지가 있다. 가격 경쟁은 말 그대로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고, 비가격 경쟁은 가격 외 요인 - 브랜드, 판촉, 광고 등- 을 활용하여 경쟁하는 방식이다. 이 중에서 중소규모 기업의 사업자들이 쉽게 택할 수 있는 단연 가격 경쟁이다. 방법도 복잡하고 효과도 확신할 수 없는 비가격 경쟁과 달리, 가격 경쟁은 방법도 간단하고 단기적인 효과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 다케우치 겐레이는 '쉬운' 가격 경쟁을 과감히 포기하고 '어려운' 비가격 경쟁을 하라고 충고한다. 바로 '가격 경쟁의 함정' 때문이다. 가격을 내리면 단기간에는 쉽게 매출을 올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안 좋은 점이 더 많다. 경쟁 업체가 뒤따라 가격을 낮추면 가격 인하의 효과가 상쇄되고, 손님은 금방 다시 줄어든다. 또 값싼 제품만 찾는 손님 중에는 소위 말하는 단골손님, 충성고객은 별로 없고, 작은 흠이라도 더 잡아서 물건값을 깎아보려는 손님이 많다. 종업원 입장에서 보면 금방 또 가격이 떨어질 게 분명한, 가치 없는 물건을 판다는 생각에 동기 부여도 잘 안 된다. 여러모로 득보다 실이 많은 방법인 것이다. 
 

중소기업이 처한 시장 상황은 대기업의 존재로 인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은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재료를 대량 구매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우수한 인재와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유통은 물론, 광고와 판촉 등 비가격경쟁 면에서도 단연 앞선다. 이런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 중소기업이 가격 인하라는 얄팍한 방법으로 맞서는 것은 역부족이다.

 

저자는 가격 경쟁을 과감히 포기함으로써 가게의 매출도 올릴 수 있고,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말만 앞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저자가 살고 있는 일본에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영 사례가 무궁무진하게 존재한다고 한다. 가령 일본 치바현에 있는 '탄멘쇼야'라는 라면(라멘)집은 대형 체인점과 비슷한 규모의 업체들과의 경쟁에 맞서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경쟁 방법을 개발하여 현재까지도 인기 맛집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이 라면집의 특징은 가게 곳곳에 사장 부부의 사진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아주 사소한 방법이지만, 사장 부부를 사장이 아닌 인간으로, 열심히 사는 한 쌍의 부부로 소개함으로써 손님들의 가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욱 높일 수 있었고, 단골손님과 가족 단위 손님이 더욱 늘어나는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또한 광고를 할 때에는 현란한 문구 대신 가게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만 사용하여 간결하게 표현했고, 메뉴판에는 보다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서 손님들이 음식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 수 있게 배려했다. 딱딱한 설명 대신 사례 위주로 되어 있어서 경영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사업자들이 당장이라도 실행해볼 수 있는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는 점도 돋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할인 판매에서 벗어나는 3개월 플랜'이라는 제목의 별책부록이 첨부되어 있다.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가 앞서 제시한 사례들을 통해 도출해낸 비가격경쟁 비법들을 간략하게 정리한 소책자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취업이 하도 어려워서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고, 은퇴 후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이런 초보 사업자분들, 그리고 가격 경쟁을 통한 혜택을 보지 못한 중소기업 사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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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스토리콜렉터 11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북로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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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한 날이었다. 친구가 결혼을 하는데 가지도 못하고, 나보다 어려 보이는 수험자들 사이에서 시험을 보고... 어른이 되는 기준이 취업을 하거나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면 난 아직도 애. 나이만 먹은, 몸만 큰 애 같은 기분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그 책이 바로 이 책 <반짝반짝 전당포>였다.

 

<반짝반짝 전당포>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다. 부모님의 간섭이 귀찮고, 친구 때문에 고민하고, 애정 문제에는 한없이 서툰, 아주 보통의 아이들이다. 그들 중에서도 중심에 있는 소녀가 리카다. 신문부원이자 우등생인 리카는 아이들 사이에서는 주도적인 역할이고 어른들에게는 싹싹하고 착한 여학생이다. 리카가 사는 마을에는 아이들 사이에만 알려져 있는 비밀의 장소가 있다. 바로 '추억전당포'. 이 곳의 마녀에게 추억을 맡기면 그만큼 돈을 주는, 말 그대로 추억을 받는 전당포인 셈이다. 이 곳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스무살이 되면 이 곳에 관한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이 되면 이 곳을 잊어버리게 되고, 그런 식으로 이 곳은 아이들 사이에만 공유되는 비밀로 남을 수 있었다.

 

마을 아이들 모두가 이 곳의 존재를 알고 있고 게임기나 간식을 사기 위해 돈이 필요하면 추억을 팔고 돈을 받으며 이 곳을 이용했지만, 리카만은 이 곳의 존재를 알면서도 이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당돌하게도 학교 신문부의 이름으로 마녀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다른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닌지 캐물었다. 그런 리카가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그토록 믿고 싶지 않았던 '추억전당포'의 단골 손님이 되고, 여전히 추억은 팔지 않지만 마녀와의 우정을 쌓으면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전체 줄거리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아이들이 추억을 팔아 돈을 버는 모습은, 어른들이 돈을 버느라 아이 시절의 순수한 마음을 잊어가는 것에 대한 일종의 비유가 아닐까 싶었다. 추억전당포를 드나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화가 날 만큼 불쾌한데도, 현실의 어른들이 그런 식으로 사는 모습을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 주는 면죄부일까, 어른이 만드는 변명일까.

 

그에 반해 리카가 '추억전당포'의 존재를 믿게 되는 과정은, 무리해서 어른이 되려 했던 모습을 반성하고 아이로서의 순수함을 지키면서도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어른이 되겠다는 자각을 해나가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성적이 비슷하고 성격도 얼추 맞는 - 소위 비슷한 그룹의 친구 대신 겉모습은 달라도 마음이 잘 통하고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할 수 있는 친구 메이를 사귀게 되는 과정과 남자친구 유키나리와의 비틀린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리카가 전에 비해 얼마나 성장하고 성숙해졌는지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리카가 예전의 모습 그대로 거짓된 관계를 이어나가고 무리해서 어른이 되려고 애썼다면 그토록 소중한 친구를 만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도 어설픈 아이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이였을 때 어른인 척 하느리 좀 더 느긋하게 어른이 될 준비를 하지 못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나는 리카가 학창시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신문부라는 것도 그렇고, 선생님과 친구들의 눈을 신경 쓰며 행동하는 것도 그렇고, 아이들이 모두 믿는 '추억전당포'의 존재를 본인만은 믿지 않고 오히려 의심하고 추궁하는 당돌한 성격도 그렇다. 메이 같은 친구를 동경한 점, 게다가 자기와 다른 성격의, 냉정하지만 솔직한 소년 유키나리에게 끌린 점까지도 똑같다. 그리고 나에게도 '추억전당포' 처럼 눈을 돌리면 언제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소중한 존재가 있다. 그래서 리카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채로 멋진 어른으로 성장했듯이, 어쩌면 나에게도 지금의 이 늦되고 오랜 성장통이 헛된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게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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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의 아이들 - 재난이 휩쓸고 갈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
모리 겐 지음, 이선미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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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저 일본에서 흔히 있는, 진도 1,2 정도의 약한 지진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내 언론과 일본 방송, 그리고 인터넷과 SNS 서비스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을 연달아 접하면서 엄청난 재해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기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력 부족으로 인한 정전과 피재지 난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접하면서 같은 나라 사람이 아닌데도 안타깝고 슬펐다. 얼마 후 일본 사회는 복구 작업을 개시했고, 시민들은 피재지에 지원 물자를 보내고 솔선하여 절전 운동을 하면서 국난 극복을 위해 일치 단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잘 마무리 되고 있다고, 국내에는 거기까지만 보도가 되었다.

 

하지만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고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꾸준히 일본 사회를 관찰하고 있는 내가 느끼는 것은 조금 달랐다. 1년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일본 사회가 그 때의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었던 무서운 재앙 앞에서 일본 사회는 감정을 절제하고 변화나 새로운 시도를 삼가는 풍조가 더욱 만연해졌다. 안 그래도 경기 침체와 고령화 등으로 침체되어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번 쓰나미가 일본 사회의 고삐를 죈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쓰나미의 아이들>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 책 <쓰나미의 아이들>의 저자 모리 켄은 일본을 대표하는 탐사보도 전문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쓰나미 이후 피재지의 아이들로부터 작문을 받아 아이들의 눈에 이번 재난이 어떻게 비쳐졌는지, 그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보도했다. 그의 시도는 일본 사회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피재지 밖의 일본인들에게는 감동과 경각심을, 그리고 피재지 주민들에게는 위로와 희망을 주었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 일반인보다도 훨씬 글을 잘 쓰는 저널리스트가 굳이 어린이들에게 글을 쓰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널리스트라면 해박한 지식과 예리한 관찰력으로, 아이들이 쓴 글보다도 훨씬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책을 읽어보니 저자가 이런 시도를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1933년 요시무라 아키라가 쓴 <산리쿠해안 대지진해일>이라는 책 한 권이다. 이 책에서 故 요시무라는 1933년 3월에 일어난 소화 대지진해일 때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의 글을 모아 소개했다. 그 때의 해일은 이번 쓰나미의 20세기판, 소화(쇼와)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비슷한 점이 많았다. 3월에 일어났다는 점을 비롯해 발생 지역도 겹친다. 저자는 이번 쓰나미가 유례가 없는 일이 아니고 불과 몇 십년 전에 일어났던 재난과 비슷하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 때의 재난을 극복하고 다시 사람들이 마을을 부흥시켰다는 점에 두 번 놀랐다. 그 중심에는 앞으로 미래를 짊어지고 갈 아이들이 있다는 것, 거기에 저자는 주목했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훨씬 민감하고 섬세하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글은 전문 기자나 작가가 쓴 세련되고 정제된 글에 비하면 투박하지만 훨씬 안타깝고 애잔하게 다가왔다. 하루 사이에 부모를 잃고, 형제와 친구들을 잃고, 집과 학교가 부서지고, 아끼는 물건들이 망가지고... 성인인 나도 소중한 사람들, 소중한 것들이 없어지고 부서진다는 생각을 하면 그저 두렵고 무서운데 아이들의 여린 마음에는 그 때의 기억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을까.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여린 아이들이 어른들보다도 훨씬 빨리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일어섰다는 점이다. 먼저 아이들의 글을 받은 저자는 추후 취재를 통해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이 쓴 이야기를 보완했다. 그 때 저자가 만난 어른들 중에는 갑작스럽게 닥친 삶의 고비 앞에 넋을 잃고 괴로워하기도 하고, 안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역시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위기 시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범을 보인 어른들도 있었다. 자기 형편도 어려우면서 피재지를 수습하고 임시 거처를 통솔하는 어른이 있는가 하면, 부모에 조부모까지 잃고 고아가 된 조카들을 돌보는 고모, 크게 놀랐을 아이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일부러 <산리쿠해안 대지진해일>을 구해 읽을 정도로 자식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어머니 등...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일본 사회가 큰 재난 앞에서도 의연하고 겸허하게 대처할 수 있었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 글인 마키노 아이의 <쓰나미>는 이 책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마키노 아이는 1933년 산리쿠해안 대지진해일 당시 생존하고 이번 쓰나미에도 해를 입지 않은, 그러니까 두 번이나 쓰나미를 겪고도 살아 남은 아흔 살 가까운 할머니다. 나는 차마 쓰나미를 두 번이나 겪은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하고, 글 처음에 나오는 할머니 사진을 보고 잘못 실린 것이거나 다른 사연이 있는 줄만 알았다. 할머니는 1933년 쓰나미 때 가족 모두를 잃고 천애고아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 큰 고통과 시련을 준 고향에서 가족을 꾸리고 살고 계신다. 어떤 시련이 와도 고향과 가족에 대한 마음은 파도가 휩쓸 수 없고, 살겠다는 의지는 재난이 꺾지 못한다는 것을 이 분을 통해 절절히 느꼈다. 그래서 일본 사회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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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공 TOEIC Speaking - 모의고사 5회분 포함 시나공 TOEIC 시리즈
James Song 지음 / 길벗이지톡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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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공 토익 Speaking>은 토익 스피킹 시험을 준비하는 데 있어 '기본서', '정석'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토익 스피킹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시험 안내부터 준비 방법, 요령, 그리고 실전에 가까운 모의고사까지...! 토익 스피킹은 사실 시험 시간만 보면 고작 6분 15초밖에 안 되는 가벼운(?) 시험이다. 하지만 이 6분 15초의 벽을 뚫지 못하고 좌절하고,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은 실제 시험에 가장 가까운 원고를 바탕으로 총 6개 파트를 정복하기 위한 팁, 이른바 <시나공법>25개를 담아 수험자들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이 돋보인다.
 
토익 스피킹 시험을 효율적으로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시험의 형식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학습량이 부족한 수험자라도, 일단 시험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문제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알면 절반은 알고들어가는 셈이다. 그래서 이 책 <시나공 토익 Speaking>은 먼저 각 파트의 문제 유형과 그에 맞는 대답 형식(패턴)을 꼼꼼하게 설명해 놓았다. 가령 사진이 제시되는 part2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 어떤 주제에 관해 의견을 말해야 하는 part6에 대비하는 방법 등을 보면 초심자라도 어떤 식으로 문제가 출제되고, 어떤 방식으로 대답을 구성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시험을 봐야 하는, 정말 급한 수험자라면 이런 패턴만 익혀서 가도 시험에서 어느 정도 선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시나공법>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가면 금상첨화다. 시나공법은 토익 스피킹 시험에 대비하는 요령, 전략, 답변 틀 등 시나공이 제시하는 만점 비법을 일컫는 말로, 이 책에는 무려 25가지의 시나공법이 제시되어 있다. 이 책을 공부하면서 처음에는 나도 어떻게 답변을 구성해야 하는지 아리송했는데, 시나공법을 따라 답변을 작성하고 입으로 말해보는 연습을 해보니 큰 도움이 되었다. 토익 스피킹 시험이 회화 시험이다보니 발음이나 억양, 강세 등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텐데(바로 나!), 그러한 팁은 '고득점 노하우'라는 제목으로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다. 

 

당장 토익 스피킹 시험을 볼 계획이 없어도 회화 공부를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영어를 오래 공부하면서, 영어라는 것이 내가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많이 써먹어 본 적이 없어서, 말하는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공부해보면서 하루에 몇 장이라도 진도를 나가고, 입으로 소리내는 연습을 해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내가 듣기에 좀 더 나아지고 있는 기분이 든다. 또한 이 책에는 영어로 말하는 방법이라고 해서 발음이나 억양 같은 부분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영어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소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작문 공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밖에도 실제 시험 환경을 그대로 복원한 모의고사 5회분 실전 CD가 제공되고 대본 및 해설집도 제공된다.  '해설'집 답게 아주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학원이나 강사의 도움 없이 혼자 공부하는 수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길벗 이지톡 교재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맞춤형 학습 스케줄까지~ 이 책 한 권이면 정말 토익 스피킹 준비하는 데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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