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식사전 - 최신 개정판 길벗 상식 사전
백영록 지음 / 길벗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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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부모님 직장 관계나 학교 문제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2~3년에 한 번씩은 이사를 해야 했다. 남들 다 있는 동네 친구도 없고, 고향이나 오래 산 동네에 대한 기억이 없는 점은 늘 아쉽다. 하지만 그 덕분에 부모님 손 잡고 흔히 '복덕방'이라고 불리는 동네 부동산에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드나든 덕분에 부동산에 대해 친숙하게 느끼게 된 점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최근 지인이 꼼꼼히 확인하고 부동산 계약을 했는데도 사기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는 부동산 계약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찾은 책이 길벗에서 나온 <부동산 상식 사전(최신 개정판)>이다. 2008년 초판이 나온 이후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이번 2012년도 개정판이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책의 내용에 대한 신뢰도와 정확도가 높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저자 백영록은 공인중개사와 법률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한 부동산 전문가이다. '중개사는 경제 치료사'라는 마음으로,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책을 읽어보니 저자의 간절한 마음과 정성을 알 수 있었다. 부동산에 관한 지식을 이 책 한 권으로 다 얻을 수 있겠다 싶을만큼 내용이 체계적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데다가, 일반 주택 및 상가, 토지는 물론 경매에 관해서까지 소개가 되어있어서 부동산을 처음 접하는 독자부터 부동산 고수들까지 두루두루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공인중개사인 저자가 부동산 광고를 믿지말라니... 부동산 업계에서 냉대 받을 소리가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요즘도 거리나 지하철, 무가지 신문 등에서 허위, 과장된 부동산 광고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그 집, 그 땅, 그 상가를 지금 사면 당장이라도 대박이 날 것 같은 광고 문구를 보며 '나도 한 번 투자해봐?' 하고 마음이 흔들린 적 있는 분들, 꽤 있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부동산 매매는 한두푼이 아니라 자기 재산의 일부분을 투자하는 큰 거래인만큼 무작정 남의 말만 믿고 성급하게 거래해서는 안 된다, 관할 행정기관에서 해당 물건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고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 거래를 결정한다면 당장 발품은 들겠지만 여차했다가 생길 수 있는 큰 손실이나 위험은 막을 수 있다.

 

'전세가 나을까? 월세가 나을까?' 부동산에 관한 고민 중 1,2위를 다투는 고민이 아닐까 싶다. (1위는 아마도 '지금 살까? 팔까'?) 뿐만 아니라 집 장만하는 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방법 및 절차, 집 구하는 요령, 집 보러 다닐 때 꼭 따져야 하는 체크리스트, 중개수수료 책정하는 방법, 못된 집주인에 대처하는 방법, 보증금 문제 등 부동산에 관련된 궁금증과 기초적인 상식이 A부터 Z까지, 마치 네이버 지식IN처럼 자세하게 나와 있다.

 

부동산 초보들이 놓치기 쉬운 것이 바로 집 사기 전 필수 확인 서류들이다. 대학생이나 갓 사회에 나온 사회인, 신혼 부부 등 부동산 계약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은 부동산 집 구하는 것보다도 각종 법률 및 세무 문제가 뒤따르는 계약 절차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절차를 제대로 모르거나 어려운 법률 용어 및 세무 용어의 벽에 부딪쳐 중요한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사기를 당하고 큰 돈을 잃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초보일수록 먼저 부동산에 관한 기초 상식을 알고 계약에 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큰 문제라고 해서 마냥 부모님에게 맡기거나 (결혼한 여성이라면) 남편한테 일임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닌 것 같다.

 

일반적인 주택 매매 외에도 임대수익을 원하는 베이비부모 세대가 늘면서 각광받고 있는 상가 투자, 토지 투자 및 경매 투자에 관한 내용도 나와 있다. 이런 재테크 목적의 투자 역시 거액의 돈이 왔다갔다 하는 거래인 데다가 퇴직금이나 노후자금을 투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지인의 소개, 부동산 업자의 추천만 믿고 겁없이 덤벼들지 말고 이런 책을 통해 본인이 직접 공부하고나서 투자에 임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 것이다.

 

부록 CD에는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부동산 서식 103종이 들어있다. 기본적인 부동산서류부터 전월세 계약, 매매계약, 상가, 토지, 경매 관련 서류까지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어서 말 그대로 '필요할 때마다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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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의 심리학 - 모두가 다 루저야, 미래를 향해 달려!
신승철 지음 / 삼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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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심리학이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가정폭력이나 학원폭력,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같은 개인적인 영역에 국한하여 분석하는 학문이었다면, 최근에는 개인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범위를 넓혀 분석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가령 정혜신 정신과 박사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집단 심리치료한 사례를 들 수 있는데, 노동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가 개인에게 가하는 정신적인 악영향에 대해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아닌가 싶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사회 구조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일방적이라고 보았단 반면, 최근에는 개인의 병든 심리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싸이코패스)

 

'루저(loser)' 문제도 개인의 심리라는 측면과 사회 구조의 병폐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루저'는 몇 년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모 여대생이 특정 신장에 미달하는 남성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하여 화제가 된 말인데, 최근에는 신장뿐 아니라 학벌, 외모, 직업, 재산 등 여러 측면으로 보아 미달하고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학벌이든 외모든 뭐라도 하나 빠지는 사람이 루저라면, 이 모든 기준을 충족시키는, 소위 '스펙'을 전부 갖춘 '엄친아', '엄친딸'은 우리 사회에 0.001%도 안 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의 99.99%가 루저인 사회, 이런 사회를 정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루저의 심리학>의 저자 신승철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한국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루저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심리를 분석한 뒤 임상 실험을 통해 그들의 삶을 바꾸는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루저라는 주제 자체는 처음 보는 것이 아니지만 사회적인 이슈로 볼 수 있는 문제를 개인의 심리 차원에서 접근한 점이 신기했고, 막연한 서술이 아니라 저자가 피험자들과 직접 일대일로 만나 임상 실험을 하는 과정이 담겼다는 점이 신선했다.

 

이 책에 나오는 루저는 꿈루저, 외모루저, 돈루저, 실업루저, 빚루저, 학벌루저, 주택루저, 직장루저 등이다. 용어 자체는 낯설지만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일상에서 한두번쯤은 만나봤을 인물군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꿈루저' 편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꿈루저는 말 그대로 꿈이 없는 사람인데, 자신의 꿈을 찾고 몰두하는 대신 연예인, 드라마 이야기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인터넷상만 해도 그런 사람들이 아주 많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연예인의 가십과 드라마 줄거리에 인생을 맡기는 사람들. 'TV가 대신 꿈을 꿔 줘요'라는 피험자의 말은 안타까우면서 한편으로는 소름끼치게 무서웠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현재의 사회는 거대 구조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작은 기계 부품들의 연결 방식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 사회이며, 그렇기 때문에 <u>작은 기계 부품이 색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사회임을 알 수 있다. ... 색다른 꿈에 따라 전체의 방향성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언제든지 가능하며, 이 꿈의 행로에 따라 특이한 삶을 사는 것도 언제든 가능하다.</u> ...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떤 틀 안에서 똑같이 움직여야 할 로봇과 같은 운명에 놓인 것이 아니라 자신마다 특이한 삶의 방식과 특이한 꿈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순간이 바로 '자신만의 아주 특별한 꿈꾸기'의 순간이자 꿈루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색다른 계기라고 할 수 있다. (pp.53-4)


저자는 책에 나온 실험을 통해 '루저' 문제는 사회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고, 사회 탓만 하지 말고 일단 나부터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자신을' 루저'라고 규정짓는 것은 남일 수도 있고 사회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만약 나인 경우에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가령 '꿈루저'라면 꿈이라는 것을 너무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 것, 손쉬운 것에서 시작하는 방법이 있다. '주택루저'라면 TV에 나오는 멋진 집, 이웃이나 친척이 산 집을 탐할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집의 소중함을 깨닫고, 내가 꿈꾸는 집을 생각하는 방법이 있다.

 

'Why be a runner when you can own the race?''라는 말을 좋아한다. 남의 경기에서 뛰다가 패자가 될 것을 걱정하지 말고 네 스스로 경기를 만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말을 우리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루저가 될 것을 걱정하기 전에, 루저라고 자기 자신을 탓하기 전에 내가 바라는 승자의 모습은 무엇인지, 내가 두려워하는 루저의 모습이 무엇인지부터 아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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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 라핀의 스타일북 - 세상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토끼
피피 라핀 지음, 김주연 옮김 / 미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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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패션지도 즐겨 보고 책도 찾아 읽을 만큼 패션에 관심이 많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패션에 문외한... 을 넘어 무뇌아였다. 질 좋은 옷, 잘 맞는 옷 대신 편한 옷, 싼 옷만 찾고, 몸매를 가리려고 검정 옷, 회색 옷, 디자인도 무조건 넉넉한 옷만 입었더랬다. 오죽하면 십 몇 년만에 만난 친구한테 '넌 입고 있는 옷도 안 변했네?'라는 말을 들었을까. 그랬던 내가 어쩌다가(!)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아마도 <피피 라핀의 스타일 북>을 샀을 때쯤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마도(!) 세계 유일의 패션홀릭 블로거인 '피피 라핀'이라는 토끼다. 토끼가 블로거인 것만도 쇼킹한데 '당근 대신 옷을 달라'고 외칠 만큼 인간보다 더한 패션홀릭이라니. 참으로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발상이다. 뿐만 아니라 피피라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매거진 <엘르>가 인정한 패셔니스타이기도 하다. 수많은 셀러브리티, 패션모델, 스타일리스트, 에디터들이 패션 실력을 인정한 패셔니스타인 셈. '세상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토끼'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샀을 때 나는 일러스트가 예뻐서 고른 건데, 나중에 패션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천천히 읽어보니 웬만한 잡지나 관련 서적 못지 않게 패션에 대한 정보와 최신 트렌드가 많이 소개되어 있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이전에 잡지나 쇼에서 본 옷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유명 여배우들이 시상식 레드카펫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보인 드레스, 의상이 몇 벌이나 있다. 표지나 제목만 보고 '동화책인가' 하는 생각에 이 책을 무심코 지나친다면 큰 후회할 것이다. 괜히 피피 라핀이 '세상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토끼'가 아니라는 거~

 

피피 라핀의 패션 사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녀의 어머니도 젊은 시절부터 탁월한 패션 감각을 자랑했던 패셔니스타였다. 토끼나 사람이나 부모의 패션감각을 자식들이 그대로 물려받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피피 라핀에게는 절친 루이가 있는데, 피피 라핀의 어머니와 루이의 어머니 역시 오랜 시절 절친이다. 피피 라핀에게는 여행지에서 문득 그리워지는 존재인 남친이 있고, 피피 라핀이 옷을 사려고 카드를 긁을 때마다 눈치를 주는 아버지도 있다. 이런 스토리텔링도 참 귀엽고 재미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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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뮤즈 - 스타일 하나로 세계를 사로잡은 패션 피플 30인
조엘 킴벡 지음 / 미래의창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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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우스갯소리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같은 옷을 입어도, 아무리 좋은 명품 옷을 입어도 입는 사람의 얼굴에 따라 패션의 느낌이 확 달라진다는 뜻인 듯 싶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대단한 패션 감각의 소유자라도 사람 됨됨이가 별로라면 어떨까. 화려한 외모 때문에 일단 한번 눈길은 갈 수 있지만 그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다든가, 술자리를 한다든가, 같이 일을 한다든가, 평생을 보낼 친구가 된다든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패션 뮤즈>는 국제 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칼럼니스트인 조엘 킴벡이 현재 가장 '핫'한 패셔니스타 30인과 실제 촬영 현장에서 만나 함께 작업하면서 받은 인상과 직접 대화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처음에 이 책을 보았을 때에는 요즘 잘 나가는 패셔니스타들에 대한 소개 내지는 가십을 담은 책인가 했는데, 읽어보니 저자가 직접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 모델들과 작업하면서 알게 된 '리얼 스토리'를 담은 책이라는 점이 놀라웠고, 무엇보다도 이런 패셔니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일하고 있는 사람이 나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이 책에는 지젤 번천, 미란다 커, 케이트 모스 같은 모델부터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팰트로, 키이라 나이틀리, 사라 제시카 파커, 아만다 사이프리드, 클로에 셰비니 등 세계적인 여배우들까지, 그야말로 '핫'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대단한 패셔니스타들이 나온다.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들이 패션 스타일만 아름답고 매력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훌륭한 사람들이라는 것. 큰일이든 작은일이든 언제나 즐겁게 임하는 미란다 커, 연기하는 패셔니스타가 아닌 패션을 이해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사라 제시카 파커 등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자기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들은 사람 됨됨이도 괜찮다는 것을 느꼈다.

  

국내에도 유명한 패셔니스타이자 내가 좋아하는 (^^) 알렉사 청도 이 책에 나온다. 알렉사 청은 누구보다도 감각적인 패션을 선보이며 젊은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세계적인 패셔니스타이다. 그런데 정작 알렉사 청 본인은 자신의 패션이 칭찬받는 것이 부끄럽고 당황스럽다니. 그녀의 패션을 좋아하고 수시로 참고하는 나로서는 처음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인터뷰를 찬찬히 읽으면서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저 옷이 좋아서, 패션을 사랑해서 그때 그때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옷을 입는 것뿐인데, 세계 전역으로부터 패셔니스타로 칭송을 받고 가는 곳마다, 입는 옷마다 플래시 세례를 받는다면 과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편하게 티셔츠 한 장, 청바지만 입고 나간 것뿐인데 '스타일 좋다', '무심한듯 시크하다'며 매거진을 도배한다면 나라도 황당할 것 같다. 패셔니스타들의 이런 솔직한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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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살며, 생각하며, 배우며
이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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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사회에 나와보니 학교에서 가르쳐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일단은 옷 입기와 화장하기. 중, 고등학교 시절 내내 칙칙한 교복, 편하기만 한 체육복만 입고 지내다보니 사람 만나고 사회생활 하면서 꼭 필요한 옷 입는 감각은 못 길렀다. 이래봬도 옷이 의식주 중의 하나인데도 말이다. 사람 사귀는 방법도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학교에서는 보통 앉는 자리가 가깝거나 등하교 할 때 집 방향이 같은 친구들,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 친구를 사귀기 쉽다. 하지만 사회에 나오면 자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사람을 사귈 수도 없고, 집 방향이 같다고 무작정 친구가 될 수도 없고, 취미 활동을 하면서 사람 만나는 것도 제한적이다. 수학문제 풀고 영단어 외우듯이 사회생활 잘 하는 방법, 어른이 되는 방법을 배웠다면 사회에 나와 조금 덜 울고 더 웃을 수 있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배우고 싶은 것이 바로 사랑. 사랑하는 방법은 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일까? 사랑은 본능이라지만, 막상 사랑에 빠지면 본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어느 정도 기술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능만 믿고 덤벼든 첫사랑과, 첫사랑을 잊기 위해 만난 두번째 사랑이 모두 실패로 끝난 건 내 본능 부족이 아니고 연습부족, 스킬부족이다. (라고 믿고 싶다...)

 

<사랑할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제목만 보았을 때는 흔한 연애 에세이일 줄 알고 사실 처음엔 슬렁슬렁 읽었다. 한장 한장 읽다보니 이게 웬걸. 이 책이 그저 그런 연애 에세이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저자의 독서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롤랑 바르트, 슬라보예 지젝, 앤서니 기든스, 리처드 도킨스 등 철학과 인문학, 자연과학 분야의 유명한 학자들부터 정유정의 '7년의 밤' 같은 최신 소설, 이성복 시인까지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좋은 글들이 이 책에 인용된 원전이다. 게다가 이 글들을 오직 '사랑'이라는 주제로 엮고 다듬은 저자의 글재주라니... 책 읽고 글 쓰기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눈이 휘둥그레 지고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아, 나도 언젠가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책에는 두려움, 방황, 욕망, 환상, 조건, 기다림, 외로움, 미련, 스킨십, 편견, 강박, 운명 등 사랑의 테마 열 두 가지가 각각 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느낀 점은 사랑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나를 아는 것이라는 점. 사랑이 두려운 것은 내가 나를 아직 몰라서이고, 상대의 조건만 따지는 것 역시 나의 부족함을 정확히 마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안다면, 나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인정할 줄 안다면 상대의 허상만 보고 사랑에 빠졌다가 후회할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고, 조건만 따지느라 소중한 인연을 놓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또한 사랑을 하기 전에 먼저 사랑을 알아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사랑, 친구나 선배, 언니가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일뿐, 나의 사랑과 다르다. 내가 하고 싶은 사랑, 상대가 원하는 사랑은 무엇인지, 궁극적으로는 서로 어떤 사랑의 모습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 때, 재벌 2세를 꿈꾸고 명품백 선물로 사랑의 크기를 재는 멍청한 사랑'놀음'을 피할 수 있다.

 

사랑을 배우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시중의 연애 책들은 남성과 여성을 반으로 나눈 채 성별에 따른 심리만을 늘어놓기 때문에 아무리 읽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남자와 여자라는 틀에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다 사랑은 심리를 헤아리는 성별 역할극이 아니거든요. 얄팍한 연애서를 읽어 그대로 할 수 있다면 우린 이미 '연애의 달인'이 되었겠죠. 설익은 경험들을 마구 늘어놓고 어쭙잖게 충고하는 연애상담이 아니라 인간은 왜 사랑을 하며, 사랑이란 무엇인지 파고들어갈 때, 진정한 사랑이 시작되고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p.6 서문 중에서)

 

놀라운 것은 이미 동서양의 수많은 학자들과 작가들이 후세를 위해 사랑의 교훈들을 글로 남겨두었다는 점이다. 어떤 사랑이 불안정하고 위험한지, 처음엔 좋았던 사랑이 어떻게 식어가는지, 우리는 이미 여러 책과 영화, 드라마, 음악을 통해 스스로 배웠고, 잘 알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학교에서는 사랑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사랑 앞에서 두려워하고 연인을 힘들게 만들고 결국 사랑에 실패하는 것일까? 그것이야말로 연습부족, 스킬부족이 아닐까? 사랑에도 연습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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