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의 기억을 통한 삶의 위로
이성규 지음 / 아비요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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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하면 비싼 보석이나 돈, 재산 같은, 금전적인 가치로 따질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보물은 '추억'이 아닐까? 특히 어린 시절의 추억은 그 어떤 보석이나 재산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보물이다. 여름날 밀린 방학 숙제를 하기 위해 친구집에 모였다가 떠들고 놀기만 했던 기억, 겨울날 눈쌓인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며 놀던 기억, 조금 커서는 쉬는 시간, 점심 시간마다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에 열광하던 기억...  그런 기억들이 모여 만들어진 추억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지고 소중하다.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마치 저자 이성규의 보물상자를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바로 추억이 곧 보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1950년대 말에 태어나 60년대 중반에 유년기를 거친 전형적인 베이비부머 세대인 저자 이성규가 면소재지의 시골에서 국민학교를 다니다가 어머니의 교육열에 이끌려 서울로 전학을 가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나는 저자와 같은 세대도 아니고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지도 않았지만, 마침 저자가 나의 아버지와 같은 세대이고, 아버지 또한 학생수가 몇 안 되는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분이라서 아버지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푹 빠져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이건만, 나의 유년시절 모습과도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예방주사 맞는 날이면 학교 가기 전부터 두려움에 벌벌 떨었던 기억, 주사를 먼저 맞은 친구가 대단하게 보였던 기억, 소풍날 메인 이벤트인 보물찾기 시간에 기를 쓰고 보물을 찾아다녔던 기억, 교실에 커튼을 해올 사람을 찾는 선생님의 모습, 실컷 놀다가 방학 끝 무렵에 태산 같이 쌓여있는 숙제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 시험 성적 때문에 고민하던 기억 등등... 어쩌면 요즘 아이들도 공감할지 모르겠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어느 한 구석 그런 성숙한 모습이라곤 전혀 없다. 언제나 생각은 유치찬란했고, 어려운 일이라면 몸을 사리고 늘 피해다녔다. 가끔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뻔한 거짓말도 했다. 심지어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까지도.' [p.8]

 

 

 

본문의 에피소드도 재미있지만, 책 도입부의 '글을 시작하며'의 구절들이 나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왜곡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족들이나 친구들, 선생님들에게 내 어린 시절의 모습에 대해 물어보면 뜻밖에도 내 기억과 전혀 다른 대답이 나오기도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자기 모습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인식과 기억도 왜곡되거나 오해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 보다 성숙한 시선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은 중요한 경험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나는 한없이 유약하고 무력한 아이였는데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면 그 때 이미 꽤 성숙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고, 반대로 제법 조숙했다고 느꼈던 자신이 얼마나 유치하고 어렸는지도 알 수 있다. 또한 좋게만 생각했던 사람의 나쁜 면을 떠올린다든지, 반대로 나쁘게만 생각했던 사람의 좋은 면을 알게 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저자처럼 나도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돌이켜 보았다. 유치찬란하고 이기적인 아이였다던 저자의 고백처럼 나 또한 내 기억처럼 착하고 순진하기만 한 아이는 아니었다. 그 순간으로 돌아가 지우고 싶고, 바꾸고 싶은 기억들도 많다. 하지만 그런 내 모습 또한 나이고, 그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다. 소년처럼 소녀도 영원히 철들지 않는 존재이기에, 나이드는 줄 알면서도 시간을 추억이라는 보물로 바꾸기를 그치지 않을테니 말이다.

  

  

 

겨울은 양말 속의 발가락이 시릴 정도로 추웠고, 여름은 종일 냇가에서 놀고 또 놀아도 하루가 무척이나 길었다. 엄청나게 멀어 보이던 윗동네도 지금 와서 보면 겨우 500미터도 안 되는 짧은 거리일 뿐이다. 그때는 윗동네에 사는 아이들이 왜 그리 먼 곳에 사는 것처럼 느껴졌을까? 같은 장터, 한 동네에 살아도 학교 너머에 사는 아이들과는 쉽사리 어울리질 못했다. 모든 것이 물리적으로 아주 좁은 세계였건만, 그때에는 심정적으로 너무나도 넓은 세상이었다. [p.7 글을 시작하며]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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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2-11-0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왜곡된 기억이야말로 작가 고유의 빛깔이 될 수 있으니 고마워해야 할 듯.
왜곡되지 않은 실체적 기억이야말로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키치님, 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키치 2012-11-05 23:54   좋아요 0 | URL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라는 관점으로 작가를 봐도 재미있겠네요.
작가의 성격이나 세계관을 읽는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귀한 덧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 김수영이 만난 25개국 365개의 꿈
김수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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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가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동화 같기도 하고 우화 같기도 한 파울로 코엘료 소설의 매력에 빠져 한동안 그의 책을 즐겨 읽었지만 최고의 작품은 여전히 [연금술사]라고 생각한다.

 

그 소설의 백미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는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는 문구가 아닐까 싶다. 그 문구를 떠올리면,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에서 마음에 간직한 꿈을 향해 꾸역꾸역 걸어가는 인간의 모습과 잔혹하게만 느껴졌던 운명이 어느 순간 나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온 우주의 에너지를 모으는 이미지가 연상되어 가슴이 뭉클하다.

 

김수영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를 읽으며 인간과 운명, 그리고 꿈에 대해 생각했다. 저자 역시 [연금술사] 속 소년처럼 꿈을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잔혹한 운명에 맞선 결과 '온 우주가 도와준 것 같은' 기적을 만났다.

 

저자는 학창시절 학교에서는 일진으로 불리고, 가정에서는 가출을 밥먹듯이 하는 문제아였다. 서태지의 '컴백홈'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후 중학교 중퇴 학력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검정고시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당시만해도 실업계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었고, 대학에 가겠다는 그녀를 주위 사람들은 말리고 '미쳤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남이 풀고 버린 문제집을 지우개로 지워서 공부할 정도로 독하게 노력한 결과 연세대학교 영문과에 진학했고, 1999년 KBS '도전!골든벨'에서 최후의 1인으로 뽑히는 기적을 낳았다.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수십개씩 하며 대학을 졸업, 세계적인 금융회사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그녀는 신체검사에서 돌연 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초기라서 가벼운 수술로 치료할 수 있었지만, 그 일을 계기로 삶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꿈 73개를 적은 뒤 현재까지 그 꿈들을 이뤄가는 삶을 살고 있다.

 

여기까지가 저자의 전작인 베스트셀러 [멈추지마, 꿈부터 써봐]에 실린 이야기라면, 두번째 책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는 저자 자신보다도 저자가 만난 사람들,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르포 같은 책이다. 저자는 2011년 6월부터 1년 동안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365일간 25개국을 여행하며 365명의 삶과 꿈을 담은 ‘꿈의 파노라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녀는 사람을 만나면 한결같이 물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사는 곳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고, 역사와 문화, 종교도 다르지만 사람들은 모두 꿈이 있었다. 성공하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등 개인적인 꿈부터 조국의 독립, 자유 등 꿈의 내용도 다양했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은 누구나 꿈이 있으며, 꿈을 알고 그것을 실천할 때 행복하며, 꿈 앞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힘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저자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저자와 만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지 얼마 안 되어 꿈을 이룬 사람들이 꽤 많다. 정부의 압제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이란의 부부는 저자를 만난지 얼마 안 되어 그토록 원하던 유학을 떠나게 되었고,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생계를 잇기에 바빠 노래할 시간도 없었던 킬리만자로의 셰르파는 음반을 내게 되었다. 저자와의 만남 후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에 골인한 커플도 있고, 언론인의 꿈에 한 발 더 가까워진 여성도 있다.

 

 저자 또한 세계를 누비며 많은 사람들의 꿈 이야기를 듣는 한편 틈틈이 자신의 꿈도 이루었다. 부모님 성지순례 시켜드리기, 킬리만자로 등정하기, 발리우드 진출까지...! 고작 1년 안에 일어난 일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도 꿈을 품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일으킬만큼 굉장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다시한번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는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 는 [연금술사]의 문구가 떠올랐다.

 

나는 [멈추지마, 꿈부터 써봐]를 읽고 저자의 블로그를 이웃으로 추가하고, 저자가 나온 방송을 빠짐없이 보았을 정도로 그녀의 팬이다. [멈추지마, 꿈부터 써봐]를 읽고 꿈을 썼다면, 신작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를 읽고나서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하고 있는 노력들을 되짚어 보았다.

 

나는 오래 전부터 품어온 꿈이 있는데 꿈을 품은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영 이뤄지지를 않는다. 가까이 다가간 듯 하다가도 멀어지고, 남들은 쉽게 이루는 것 같은데 나만 안 되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블로그나 책, 방송을 통해 직장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작가에서 대한민국 꿈 멘토로 나날이 발전하는 저자를 보면서 힘을 냈다.  그녀는 '꿈이 이루어졌다'고 말하지만 이번 책만 봐도 그녀가 꿈을 이루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리우드 영화에 출연하겠다는 꿈만 해도 그 꿈을 이루는데 몇 달이라는 시간과 엄청난 돈이 들었고, 몸도 많이 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직 그 꿈 하나에 간절히 매달린 결과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고 그녀의 우상 샤룩칸으로부터 손등 키스까지 받았다. 그녀를 보면 온 우주가 소망이 실현되도록 돕기 전에 먼저 간절히 원해야 하고, 간절히 원하기 전에 그만한 노력으로 증명을 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

 

온 우주가 내 꿈을 이뤄주기 전에 '나'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다음 책을 만나기 전에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그 답을 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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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스피킹 핵심패턴 233
하미진 지음 / 길벗이지톡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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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생 때부터 길벗이지톡의 핵심패턴 233 시리즈를 애독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산 미드 영어표현을 시작으로 영어회화, 리스닝, 영어일기 등등 이것저것 많이도 봤지요. 그래서 처음 이 책 <토익 스피킹 핵심패턴 233> 을 봤을 때 굉장히 신기하더라구요. 토익 스피킹 수험서도 한두권 본 게 아닌데, 토익 스피킹을 핵심패턴으로 배운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이번달 초부터 매일밤 총 하루에 열 개씩 패턴을 공부해왔습니다. 그랬더니 벌써 책 한 권을 마칠 날이 다가오네요 (^^*)

 

이 책의 저자 하미진 님은 종로 JRT 어학원에서 토익 스피킹 대표 강사로 활동하고 계신 분입니다. 유학파 출신으로 일반 회화, 영어 면접, 비즈니스 회화까지 스피킹 강의만 전문으로 담당하는 분이라고 해서 전문성도 느껴지고 왠지 장인정신 (^^) 같은 것도 생각나서 믿음이 확 가더라구요.

 

토익스피킹은 총 6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 책은 모든 파트에 꼭 필요한 핵심패턴을 포함하여 각 파트마다 필요한 핵심패턴을 나누어 총 7개의 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전체 패턴의 개수는 당연히 책 제목대로 233개이고요 (^^)

 

본문 구성은 기존의 핵심패턴 233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핵심패턴 233 시리즈를 공부해본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면 익숙하게 느끼실 거에요. 일단 STEP 1은 핵심패턴을 총 5개의 문장에 걸쳐 연습해볼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영어 부분은 가리고 우리말 부분을 보면서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하는데요, 이 책은 마침 그렇게 연습하기 좋게 편집이 되어 있어서 아주 마음에 들더라구요. STEP 2는 패턴을 적용해 대화문을 연습해볼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아랫부분에 해석이 나와 있으니 잘 가리면서 직접 말하는 연습을 하면 아주 작은 노력이지만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실 거에요.

 

토익 스피킹 교재인만큼 토익 스피킹에 대한 안내와 시험 요령에 대한 소개도 담겨 있습니다. 일단 교재 첫머리에 토익 스피킹 시험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 사항이 나와 있습니다. 저는 아직 시험을 치러본 경험은 없는데 요즘은 굉장히 많은 분들이 취업, 승진을 위해 도전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열공하시고 좋은 성적 거두셔서 원하시는 바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토익 스피킹 전문 강사가 전해주는 토익 스피킹 시험 팁까지! 각 파트의 특징과 주의사항은 물론, 수험자들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와 실수를 피하는 방법까지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아직 시험을 치러본 경험이 없는 저까지도 시험을 곧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더라구요 ㅎㅎ

 

토익 스피킹 시험은 얼마나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하느냐를 알아보는 테스트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고 일부러 문장을 길게 만들 필요는 전혀 없다고 합니다. 논리정연하고 질문의 핵심만 잘 파악하고 있으면 흔하고 쉽게 느껴지는 답변일지라도 오히려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해요.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시험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알아두고 꼭 필요한 핵심패턴만 완벽하게 암기하여 언제 어떤 질문이 나와도 바로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연습하고 싶은 분들에게 <토익 스피킹 핵심패턴 233> 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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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영어회화 & 이메일 핵심패턴 233 (본책 + MP3 CD 1장 + 훈련용 소책자) 영어회화 핵심패턴 233 시리즈
차형석 지음 / 길벗이지톡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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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책을 읽다가 머리를 탁 치게 만드는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영어공부를 잘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는 문장이었는데요, 초등학생이 영어를 잘 해서 토익 990점, 토플 만점을 받아도 당장 학교 시험을 못 보면 소용이 없듯이, 자기한테 가장 필요한 공부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인데, 돌이켜보면 제가 그렇게 영어공부를 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더라구요 (ㅠㅠ)

 

제가 원하는 모습은 토익시험 성적보다도 실제 원어민과 회화를 유창하게 하고 미드나 미국 영화를 자막 없이도 술술 보고, 업무에 필요한 영어는 100%, 아니 200% 구사할 줄 아는 커리어 우먼(!!)의 모습인데 특히나 올해는 토익 시험을 본다는 핑계로 영어 공부보다도 영어'시험' 공부에만 몰두한 것 같아서 반성합니다.

 

그래서 공부하기 시작한 책이 바로 길벗이지톡에서 나온 <비즈니스 영어회화 & 이메일 핵심패턴 233> 입니다. 핵심패턴 233 시리즈를 좋아해서 대학교 1,2학년 때부터 꾸준히 사서 공부하고 있는데요, 최근에 공부하고 있는 이 책은 학생보다는 직장인들에게 유용한 책입니다. 비즈니스상 필요한 영어회화 및 이메일 문장을 연습해볼 수 있는 핵심패턴이 무려 233 가지나 담겨 있어서 따로 회화 학원이나 동영상 강의를 수강할 여유가 없는 분들이 집중적으로 비즈니스 영어를 공부할 수 있으실 거에요.

 

저자 차형석 님은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미국 MBA스쿨에서 경영학을 공부하신 분으로, 2001년에는 삼성전자 국제 프로젝트 협상 전문가로 활약하시고, 2004년에는 LG전자 대외협력 사업을 담당하신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이십니다. 영어만 공부하신 것이 아니라 MBA를 거쳐 국내 유수의 기업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신 분이라고 하셔서 비즈니스 영어를 다루는 책의 내용에 더욱 믿음이 가더라구요.

 

이 책에는 비즈니스에 필요한 모든 표현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가장 기본적인 전화통화부터 출장, 접대, 회의, 업무논의, 협상, 거래, 무역, 프레젠테이션, 이메일 등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서 필요한 영어 표현들이 총 7개의 파트에 걸쳐 정리되어 있습니다.

 

본문 각 장은 주요 패턴을 연습해볼 수 있는 STEP 1,2와 추가 표현을 알아보는 코너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먼저 STEP 1은 핵심패턴을 총 다섯 개의 문장으로 바꿔서 연습해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영어 표현 부분은 가리고 오른쪽 한글 해석 부분을 보면서 영어로 말하는 식으로 연습을 하는데요 굉장히 효과가 좋습니다. 한 문장씩만 해도 핵심패턴을 총 다섯 번 말하는 게 되기 때문에 핵심패턴을 잊어버릴래야 잊어버릴 수가 없겠지요?

 

다음 STEP 2는 핵심패턴을 활용한 대화문 두 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어로 대화할 때 상대편이 처음부터 내가 아는 문장을 말해주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 문장이 나올 수 있는 문맥 내지는 맥락, 상황을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이런 대화문을 철저히 연습을 해두면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내가 아는 문장을 써먹기도 쉽고 연상도 잘 됩니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나 동료가 있다면 서로 역할을 바꾸어가며 연습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A(플러스 알파) 표현 코너가 있는데요, 핵심패턴과 관련된 표현을 추가로 몇 가지 더 알아볼 수 있는 코너입니다. 사실 책에 실린 핵심패턴 개수만 해도 총 233가지나 되어 굉장히 분량이 많은데요, 이런 플러스 알파 표현까지 추가로 공부하면 500개, 1000개, 그 이상도 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영어 공부에 욕심이 있는 분들은 도전해보시면 좋을 것 같고,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성실하게 공부하시면 영어 실력이 부쩍 상승하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바쁜 업무로 인해 이 책마저도 따로 공부하기 어려운 분들은 책에 첨부된 훈련용 소책자로 짬짬이 공부해 보세요. '혹시 외국 바이어가 전화를 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전화벨만 울리면 가슴이 철렁하고, 우리말로도 어려운 프레젠테이션을 영어로 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져서 미치겠고, 이메일 하나 쓸 때마다 번역기와 한 나절을 써야 하는 분들에게 <비즈니스 영어회화 & 이메일 핵심패턴 233>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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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과학 - 위대한 석학 16인이 말하는 뇌, 기억, 성격, 그리고 행복의 비밀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1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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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카렌 호른이 쓴 <지식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경제학자 10인을 심층 인터뷰한 책으로, 제법 두꺼운 책인데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폴 새뮤얼슨, 애로, 뷰캐넌, 솔로 같은 이름을 되뇌이며 학부에서 경제학을 복수전공한 보람이 있다고 나 자신을 다독였다. ^^ 

 

이번에 스티븐 핑커의 <마음의 과학>을 읽고 개인적으로 전에 읽은 <지식의 탄생> 때와 비슷한 감동을 느꼈다. 출판사가 같고, 책 편집이나 구성이 비슷해서 그 때의 감정을 또 다시 느낀 것도 있겠지만, 단 한 권의 책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들의 학문에 관한 속깊은 이야기를 듣는 경험은 TV나 영화와는 또 다른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다만 <지식의 탄생>에 나오는 학자들이 모두 노벨 경제학상 수상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던 반면, 이 책에 등장하는 16인의 석학들은 <엣지 재단(Edge foundation Inc)>에 속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이 다르다. <엣지 재단>은 1996년 존 브록만에 의해 출범한 비공식 모임으로 각 분야의 핵심에 있는 과학자, 철학자, 예술가, 기술자, 사업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 나는 정말 이런 조직이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들고, 여러 분야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비공식 모임이라는 말에 <다빈치 코드>에 나오는 템플 기사단 같은 느낌도 들었다.)

 

엣지의 회원으로 활동하는 지식인으로는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언어 본능>의 스티븐 핑커, <총,균,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생각의 지도>의 리처드 니스벳, <몰입의 즐거움>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생각에 관한 생각>의 대니얼 카너먼,  긍정심리학의 선구자 마틴 셀러그먼 등이 있다. 한분 한분 현재 학계에서나 출판계에서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분들이라서 이분들이 모두 엣지의 회원이라는 사실이 놀랍고, 그만큼 엣지 재단이라는 모임이 대단한 모임이라는 것을 알겠다.

 

엣지 재단이 만든 엣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마음의 과학>은 '마음'에 초점을 맞추었다. 엣지 회원들은 이론심리학, 인지과학, 신경과학, 신경생물학, 언어학, 행동유전학, 도덕심리학 등 서로 다른 배경과 전공분야를 반영하여 뇌, 기억, 성격, 그리고 행복에 관한 이야기들을 총 16편의 글로 펴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여러 학문을 아우르는 일종의 지식 세미나로 볼 수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최재천 교수는 이 책을 일컬어 '통섭의 불꽃이 튄다'는 표현을 하셨다는데 정말 그렇다.

 

나는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심리학자들의 글을 특히 주의 깊게 읽었는데, 출생순서와 성격의 관계를 주로 연구하는 학자인 프랭크 설로웨이의 '성격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악명 높은 스탠퍼드 감옥 실험의 주인공 필립 짐바르도의 '당신은 식초 통에 든 단 오이가 될 수 없다',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의 '성선택과 마음',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먼의 '에우다이모니아 : 좋은 삶', 자폐증을 주로 연구하는 사이먼 배런코언의 '동류교배 이론' 등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학부 시절 여러 수업을 통해 들은 사례라서 학문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실험인지 알고 있는데, (스탠퍼드 감옥 실험 : 실제 감옥을 흉내낸 공간에서 실험에 참가한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임의로 죄수와 간수의 역할을 주었는데 36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본래 인격을 잃고 각자의 역할에 몰입하여 욕설과 폭력, 급기야 고문 등의 행위를 저지름. 익명화, 탈개인화된 상태에서는 착한 사람도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실험.) 이 실험을 기획한 필립 짐바르도로부터 실험을 창안한 의도와 당시 상황, 그 이후의 진행 경과 등을 알 수 있어서 뜻깊었다.

 

이 실험을 생각하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선천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다가도 상황에 따라, 역할에 따라 너무나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믿게 된다. 그의 글 제목처럼 식초 통에서 나 홀로 단 맛이 나는 오이가 될 수는 없다. 단 맛이 나는 오이가 되려면 힘들어도 단 맛을 내는 통으로 옮겨가야 할 것이다. (아니면 식초 통에서 신 맛이 나는 오이로 살던가...)


독서의 계절, 학문의 계절 가을. 이 책을 읽으니 독서 수준도, 학문의 스펙트럼도 레벨이 한 단계 업된 기분이 든다. 앞으로 엣지 재단에서 또 어떤 책을 낼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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