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의 시간
야마다 우타코 글.그림, 강소정 옮김 / 애니북스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홍차를 즐겨 마시지는 않아도, 앙증맞은 벌 캐릭터가 눈길을 사로잡는 일본의 홍차 브랜드 '카렐 차페크'는 좋아한다. 몇 해 전 키치조지에 있는 카렐 차페크 매장을 찾다가 찾다가 결국 못 찾고 텐동 한 그릇만 먹고 돌아온 적도 있고, 작년에는 긴자에 갔다가 우연히 카렐 차페크 매장을 발견하고 '설욕'을 하는 심정으로 홍차 티백을 잔뜩 사기도 했다. 


애니북스에서 나온 <홍차의 시간>은 카렐 차페크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야마다 우타코가 직접 쓴 티타임 안내서이다. 세계 3대 음료라고 일컬어지는 홍차는 잎의 종류와 산지, 수확 시기, 다원 매니저의 솜씨 등에 따라 맛이 다르다. 심지어는 물의 온도와 끓이는 사람의 자세, 마음가짐에 따라서도 차의 맛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이 책에는 기본적인 홍차 상식은 물론, 홍차와 곁들여 먹기 좋은 티 푸드 레시피 85가지, 피크닉 준비 방법 등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홍차를 본격적으로 다룬 전문서라기보다는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북 수준이다. 


카렐 차페크의 오너이자 그림책 작가,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야마다 우타코의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볼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카렐 차페크의 마스코트인 귀여운 벌 캐릭터는 아쉽게도 많이 나오지 않지만, 홍차와 곁들여 먹는 티 푸드는 물론 피크닉 연출 예시 등을 일일이 손으로 그린 그림이 가득 실려 있어서 책을 보는 내내 탄성이 절로 나왔다. 봄이 오면 저자의 안내를 따라서 홍차를 곁들인 피크닉을 준비해 산으로 들로, 가까운 공원으로라도 나가보는 것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거 YOUNGER - 30대로 50년 사는 혁신적 프로그램
새라 고트프리드 지음, 정지현 옮김 / 움직이는서재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 주문할 때마다 건강에 관한 책을 한두 권씩 사는 것 같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도 건강 서적 코너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화는 다른 세상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허리를 비롯해 몸 이곳저곳이 아프고 소화도 잘 안 되고 눈도 뻑뻑하고... 늦었다고 후회하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 <영거>를 읽어봤다. 





<영거>를 쓴 새라 고트프리드는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과 MIT 출신의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의학 전문가이다. 저자는 세 자매 중 맏이인데, 같은 부모님으로부터 같은 유전자를 타고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살이 잘 찌고 성격에 기복이 심한 반면, 두 동생은 살이 잘 찌지 않고 찌더라도 금방 빼고 성격도 온화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후성 유전학'이다. 후성 유전학은 타고난 유전자의 특질을 분석하는 기존의 유전학과 달리, 타고난 유전자의 발현에 관여하는 생체 환경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비만이 되기 쉬운 유전자를 타고났다면 비만이 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통제하고, 암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를 타고났다면 암에 걸리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가장 좋은 방법은 유전자 검사를 받은 다음 자신의 유전자 상황에 맞추어 건강 관리를 하는 것이지만, 유전자 검사 비용이 부담된다면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암에 걸리고 싶지 않고 비만이 되고 싶지 않고 탈모를 피하고 싶은 것은 결국 누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저자는 1년에 7주만 투자해도 좋지 않은 유전자의 발현을 막고 노화와 건강 쇠퇴로부터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영거 프로토콜'이다. 





영거 프로토콜은 매주 음식, 수면, 운동, 이완, 노출, 진정, 생각 등 일곱 가지 테마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제1주차 테마는 음식이다. 저자는 몸을 업그레이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식단 개선이라고 설명한다. 저자가 추천하는 음식으로는 발효식품, 코코넛 오일, 치아 시드, 아보카도, 천연 단백질, 뼈 국물 등이 있으며, 돼지고기나 소시지 같은 가공 육류는 삼가는 것이 좋다. 제2주 테마는 수면이다. 저자는 좋은 수면 유전자를 작동시켜 생체 리듬을 만족시키는 한편 나쁜 수면을 피하는 데 온 힘을 다하라고 충고한다. 야간 근무 같은 교대 근무는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발암 요인 중 하나이며, 만성 스트레스와 카페인, 시차와 시간대 변화, 정신 질환, 램프와 전자기기의 야간 인공조명 등도 수면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소다. 





제3주차 테마는 운동이다. 저자에 따르면 신체 활동은 남성의 조기 사망 위험을 30퍼센트, 여성은 42~48퍼센트 줄여준다. 활동적인 여성이 비활동적인 여성보다 오래 사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고강도 운동이 단기적인 효과는 더 좋지만, 고강도 운동이든 저강도 운동이든 장기적 효과는 모두 좋다. 나의 경험에 따르면 운동은 제1주차 테마인 음식과 제2주차 테마인 수면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다른 건 몰라도 제3주차 테마는 꼭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을 해도 과도한 좌식 생활이 가져오는 손상을 모두 상쇄할 수는 없다.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야만 한다. 평소 앉아 있는 시간 중 10분만이라도 중간 강도 이상의 활동을 하면 허리둘레가 크게 줄어든다. 당연히 운동이 주는 다른 혜택 또한 누릴 수 있다. 과도한 좌식 생활을 바꿔서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늘리자. (198쪽) 


저자는 또한 운동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 중 하나로 좌식 생활로 인한 건강 저하, 즉 '의자병' 개선을 든다. 좌식 생활은 당뇨와 심장 질환 위험을 높이고, 고관절을 경직시키며, 허리둘레를 늘려서 복부를 비대하게 만든다. 뼈를 약화시키고 근육을 감소시키며 호르몬 문제, 허리 문제, 다리 혈액순환 저하 등을 발생시킨다.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일하는 내가 겪는 통증 또는 질환과 대부분 일치한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저자의 조언대로 3~40분에 한 번씩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하루에 1~2시간씩은 걷거나 뛰면서 몸을 풀어줘야겠다. 





이 책에는 이 밖에도 노화를 늦추고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나와 있다. 저자를 비롯해 저자가 실제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삶을 관찰한 사람들의 사례가 많이 나와 있어서 자극도 많이 받았다. 나이 들어서도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 시술이나 약물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지만, 젊어서부터 자기 관리를 통해 노화를 늦추고 건강을 지킨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 것 같다. 내 나이보다 '영거(younger)'한 삶을 꿈꾸며 오늘부터 영거 프로토콜 7주 프로그램을 시작해 봐야겠다.



 - 출판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18-02-1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코넛 오일은 천연 오일 중 가장 안 좋은 오일인데 아무래도 코코넛 워터를 오일로 잘못 기입한 것 같아요~~^^;;
어쨌든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니 일찍부터 좋은 습관을 들여 건강하게 사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키치 2018-02-16 14:25   좋아요 0 | URL
책에서 다시 확인해봤는데 코코넛 오일 맞습니다. 출판사에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네요.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라로 2018-02-16 16:05   좋아요 0 | URL
네. 코코넛 오일은 천연 오일중 saturated fatty acid 가 80%를 넘는 오일이에요. 직가가 잘못 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실수가 있었을 것 같아요. 출판사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더구나 건강에 대한 내용이니. 근데 키치님 대단하세요!! 출판사에 확인하신다고 하시니!!
 
어바웃 스타워즈
가와하라 가즈히사 지음, 권윤경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바웃 스타워즈>의 저자 가와하라 가즈히사는 전 세계에 있는 스타워즈 팬들 중에서도 VVIP 급의 전문성과 접근성을 지닌 사람이다. 1978년 여름, 요코하마의 극장에서 처음 스타워즈를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저자는 이후 스타워즈를 비롯한 여러 영화에 매료된 나머지 생업으로 영상 관련 직업을 택했고, 스타워즈 시리즈의 프리퀄 3부작 프로모션과 자막 감수, 잡지 연재, 스타워즈 셀레브레이션 재팬의 감수와 연출 등을 맡으며 최고의 스타워즈 전문가가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시작과 영화 역사에서 스타워즈 시리즈가 차지하는 위상, 스타워즈 시리즈의 내용적 특징,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작사가 루카스 픽처스에서 디즈니로 바뀐 이후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1977년 조지 루카스가 감독과 각본, 제작 총괄을 맡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3년 간격으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과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이 개봉되었으며, 이 세 작품은 현재 오리지널 3부작으로 불린다. 


저자에 따르면 오리지널 3부작은 기술과 내용, 산업 측면에 있어서 혁명과도 같은 영향을 낳았다. 조지 루카스는 자신의 비전에 맞춘 영상을 실현해 내기 위해 ILM을 설립해 특수 시각 효과의 지평을 넓혔고,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의 대성공 이후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 등을 줄줄이 흥행시키며 흥행작의 후속편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통념을 깼다. 뿐만 아니라 당시만 해도 B급, 비주류 장르 취급받던 SF 영화를 A급, 주류 장르의 반열에 올리며 영화 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저자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당시 유행이던 전쟁 영화에서 압도적 악으로 등장했던 나치를 제국 군으로 바꿨고, 서부극의 히어로였던 건맨을 조끼를 입고 허리에 총을 산 한 솔로로 대신했다. 서부극의 단골 장면인 술집에서의 속사포 경쟁까지 등장시켰다. SF 영화이기 때문에 당시 미국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였던 베트남 전쟁과도 무관했고, 인종 문제에도 자유로웠다. 여성 인권 운동에 영향을 받아 당시로서는 드물게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인 레아 공주가 탄생했다. 


저자는 일본인이지만 스타워즈 시리즈가 일본 문화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설에 대해서는 일축한다. 조지 루카스가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를 좋아한 것은 사실이며, 두 손을 사용하여 칼을 쓰는 장면은 사무라이 영화를 참고했고 기모노 등 일본의 복식문화를 참고한 것 또한 맞지만, 오비완의 이름이 기모노의 허리띠를 가리키는 '오비'에서 유래했다거나, 요다라는 이름이 일본의 성씨 '요다'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오해다. 참고로 요다는 '전사'를 뜻하는 산스크리트 어에서 비롯되었다고. 


저자는 2012년 미국 월트 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매수함으로써 스타워즈 시리즈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하는 한편 우려도 나타낸다. 디즈니 산하에서 루카스 필름 시절의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을 지킬 수 있을까. 아니면 디즈니의 대표 상품인 마블 시리즈를 닮아갈까. 저자의 우려가 맞을지 틀릴지는 향후 개봉될 스타워즈 시리즈를 지켜보면서 확인해야겠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8-02-15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치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키치 2018-02-15 19:3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감사합니다! 편안한 설 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알고리즘 라이프 -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알리 알모사위 지음, 정주연 옮김 / 생각정거장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더 쉽게 더 똑똑하게 선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문구에 혹해 이 책을 구입했는데, 컴퓨터 과학과 프로그래밍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문과 출신인 나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책이었다(안 그래도 비트 코인이니 블록체인 기술이니 하는 용어도 어려워 죽겠는데. 이렇게 도태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저자가 제시하는 문제 상황이 상당히 일상에 가깝고 누구나 한 번쯤 문제 해결법을 고민해봤을 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문제 상황 첫 번째. 빨래를 마치고 건조된 양말이 잔뜩 쌓여 있을 때, 양말 한 짝을 꺼낸 후 빨래더미에서 짝을 찾는 게 빠를까, 양말 한 짝을 꺼낸 후 다른 양말을 꺼냈을 때 짝이 맞으면 맞추고 안 맞으면 옆에 놓고 다음 양말을 꺼내는 게 빠를까. 정답은 후자다. 인간의 뇌에는 최근에 본 것을 보다 잘 기억하는 단기 기억 저장소가 있다. 이를 이용하면 여러 개의 양말 짝을 보다 쉽고 빠르게 맞출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컴퓨터는 최근에 작업한 파일을 보다 쉽고 빠르게 꺼내는 검색표, 즉 캐시라는 기술을 활용한다. 


문제 상황 두 번째. 폭탄세일 중인 셔츠 중 내 사이즈에 맞는 셔츠를 찾을 때 옷걸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차례대로 뒤지는 게 좋을까, 옷걸이 가운데에서 셔츠를 찾은 다음 셔츠가 작으면 오른쪽, 셔츠가 크면 왼쪽을 뒤지는 게 좋을까. 이것도 정답은 후자다. 찾아야 하는 물건이 100개 중에 있는 경우, 100개를 1부터 100까지 차례대로 살피는 걸 선형함수, 중앙에서 시작해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검색하고 매번 검색할 집합을 반으로 나누는 것이 로그함수를 활용한 로그 시간 알고리즘이다. 


이 책에 나오는 컴퓨터 과학 기술과 알고리즘 용어를 완벽하게 익혔다고 자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 알고리즘이 우리의 일상과 그리 멀지 않고, 알고리즘을 잘 이해하면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문제 상황을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일 아침 써봤니? - 7년을 매일같이 쓰면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등학교 시절, PD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담임 선생님이 청소년을 위한 방송 아카데미 한 곳을 소개해주셨다. 선생님은 내가 좋은 PD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권하셨겠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그곳에 다니면서 PD의 꿈을 접었다. 텔레비전 보기를 좋아하고 방송국에서 일하는 게 멋져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PD가 될 수 있는 건 아님을 그제야 깨달았다. 


MBC PD 김민식의 책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으며 일찍이 접은 PD의 꿈을 떠올렸다. 저자는 적성에 맞지 않는 공대를 졸업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대기업 영업 사원으로 일하다가 스물아홉 살 때 MBC 공채 PD로 입사했다. <뉴 논스톱>,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하며 스타 PD로 활약했으나, 온 국민이 알다시피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MBC가 급속도로 망가지면서 노조 집행부로 일하던 저자 역시 비제작부서로 발령받는 고초를 겪었다. 


드라마를 만드는 게 일인데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니. 누구나 좌절하고 포기할 만한 상황이지만, 저자는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하루하루를 즐겁게 버티는 편을 택했다. 블로그를 개설해 매일 아침 육아 일기를 쓰고, 산행 일기를 쓰고, 서평을 쓰고, 영어 공부 비법을 담은 글을 올렸다. 글이 쌓이고 방문자 수가 늘고 입소문이 퍼지자 신문, 잡지 등 매체로부터 칼럼을 연재해달라는 연락이 오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자는 제안이 왔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베스트셀러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와 이 책이다. 


그렇게 7년을 버티는 사이 정권이 바뀌고 MBC가 바뀌고 저자는 현업인 드라마 PD로 복귀했다. 그 사이 저자의 직업란에는 MBC 드라마 PD 외에 작가, 블로거, 강사 등이 더해졌다. "드라마 연출을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져 살았다면 지난 몇 년 간 제 삶은 말할 수 없이 힘들었겠지요. 매일 아침 글을 한 편씩 쓰면서,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되새겼어요." '세상이 내게 일을 주지 않을 때, 난 뭘 할 수 있지?'라는 의문으로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다니. 정말이지 PD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19-07-10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저는 이 책 보고 매일 글을 써보려고 결심했습니다ㅎ

키치 2019-07-11 09:17   좋아요 1 | URL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