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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빌리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66
앤서니 브라운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6년 8월
평점 :
중남미 문화원에서 만난 걱정인형. 그리고 빌리....
이 책을 처음 읽고 참 귀여운 인형이다 싶었는데, 중남미 문화원에 가서 걱정인형을 만나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그런데 나무로 된 작은 인형이 너무 비싸 결국 그냥 돌아서서 오고 말았지요.
빌리처럼 종이로 만들어 예쁘게 색칠해되 될테니까요. 그렇게 위로를 해보지만 그래도 하나정도는 갖고 싶더라구요.
어린 시절에도 시험기간이 되면 유난히 긴장을 하고 또 앞에 나와 아이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무척 힘들어했었던 나.
왜 그렇게 떨리는지 아직도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무척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나였지요. 그 때에도 이런 책이 있었으면 무척 재미있게 읽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나의 어린 시절과 달리 우리 아이는 유치원도 다니고 또 유치원에서도 다양한 발표와 크고 작은 대회를 통해 무대에 서는 것이 그래도 많이 익숙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다섯 살 때에는 잘 웃고 환하게 무대를 차지했던 아이가 점점 달라지더니 올해는 유난히 무대에 서는 것을 힘들어하네요.
선천적으로 잘 웃고 또 애교도 많고 하지만 그래도 기질상 외향적인 것 보다 내성적인 면이 많이 있기에, 우리 아이 역시 무척 걱정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습니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옆에 있다가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몇 날 며칠을 묻고, 그래서 이제는 아이가 옆에 있을 때에는 뉴스를 왠만해서 보지 않게 되었답니다. 생각 많은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인형이 도움이 될런지 궁금하기도 하고 꼭 걱정 인형이 아니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앤서니 브라운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우리 식구. 그래서 지난 번 <겁쟁이 빌리>가 나온 뒤 얼른 책을 아이랑 읽었지요.
앤서니 브라운 하면 아이가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윌리'랑 '바나나'랍니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 소년 이름이 '윌리' 가 아닌 '빌리'지요. 윌리랑 닮은 조끼를 입고 있는 모습이 혹시 형제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또한 그림 속에서도 보이는 앤서니 브라운만의 독특한 매력. 잔잔히 웃을 수 있는 유머 깃든 따스한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든답니다. 주인공 빌리의 모습에서는 언제나 걱정으로 가득 찬 우리 아이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하고요.
<걱정 인형>이라는 재미있는 소재. 할머니가 손자를 생각하는 사랑의 마음. 또 중앙아메리카의 과테말라에서 처음 생긴 <걱정 인형> 문화 체험까지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답니다. 그리고 지난 겨울 중남미 문화원에 갔다가 기념품 샵에서 걱정인형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책을 읽고 나서 귀여운 걱정 인형들을 우리 아이도 만들겠다고 열심히 그림을 그립니다. 부록으로 귀여운 걱정 인형 친구들을 오려서 놀 수 있도록 별지로 한 장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수 많은 걱정 인형의 이름을 지어주고 그 걱정 인형을 위한 걱정 인형을 만들고... 빌리의 걱정어린 모습도 정말 사실적인 그림이 대단해보이고 각기 다른 걱정 인형의 의상과 머리 모양, 표정, 게다가 각기 다른 걱정 인형의 이름을 읽느라고 바빴답니다.
아이 유치원에 원어민 선생님이 오시기 때문에 유치원 아이들이 영어 이름 하나씩 다 가지고 있는데, 그 친구들이랑 같은 이름이 나오면 무척 즐거워 하지요. 넓은 식탁에 앉아서 걱정 인형을 만드는 빌리의 모습. 뒷모습이지만 왠지 행복해 보이고 또 이제 걱정 인형을 두고 새근새근 잠이 든 빌리의 모습에서는 아름다운 꿈을 꾸는 듯 보인답니다.
처음 덩그라니 큰 침대 안에서 잠 자던 빌리의 모습은 정말 안쓰러워 보였거든요. 걱정인형이 있기 전과 후 달라진 빌리의 표정.또한 그림에서 보이듯 밝아진 색상의 대비.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답니다.
게다가 빌리의 엄마, 아빠의 포근한 표정이 인상적이있는데, 앤서니 브라운의 책인 <우리 엄마>와 아직 한글말로 번역이 되지 않아 영문판으로 읽은 를 보며 그 책에 나온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생각나네요.
얼마나 조그마한지 손에 올려놓은 걱정 인형들의 크기. 너무 작아서 더 귀여운 걱정 인형. 나무로 된 걱정인형을 한번 직접 보고 싶어요.
늘 행복한 꿈을 꾸게 해 달라고 늘 기도하고 잠이 드는 아이. 걱정 인형이 없어도 기도를 하고 꿈나라에 가는 아이를 보면서, 오늘 밤에도 역시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새근새근 평화로이 잠이 드는 그런 밤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