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네 네 형제 오치근 그림책 컬렉션 시리즈
백석 글, 오치근 그림 / 소년한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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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읽어도 좋은 백석 선생님의 동화시 - 집게네 네 형제

백석 선생님의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다. 운율이 딱딱 떨어지는 리듬감있는 시로 이뤄진 동화라니!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처음 백석 선생님의 동화시를 접한 것은 [개구리네 한솥밥]이었다. 조그만 책으로 만난 그 이야기 속에서 개구리들의 일상의 모습이 참 재미있게 보였는데, 나중에 나온 그림책을 통해 다시 만난 [개구리네 한솥밥]은 그림과 너무나 잘 어울려 나와 아이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 뒤로 새롭게 매료된 동화시를 찾아 백석 선생님의 다른 이야기들을 찾아보았는데, [집게 네 네 형제] 역시 다른 출판사의 책을 먼저 읽고서, 이 책으로 두 번째 만나게 되었다.  

특히나 이 책에서는 연필로 세밀하게 그린 그림을 보며 한 눈에 반했다. 그림책이란 이런 것이구나! 할 정도로 백석 선생님의 동화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그림이었다. 얼마나 집게를 길러보고 싶은 생각이 너무나 간절해졌는지 모른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달팽이가 떠올랐다. 

한국에 있을 적에 정말 조그만 곤충이며 물고기들을 많이 길렀다.  할로윈크랩이랑 가재, 새우, 금붕어와 구피 등 각종 물고기와 심지어 철갑상어까지... 그리고 누에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도 몇 년을 길렀다. 장수풍뎅이는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에서 다시 성충이 되어 그 성충이 짝짓기를 통해 알을 낳고 또 그 알이 애벌레가 되고...  이렇게 집 안 가득 다양한 동물들이 살았었는데... 아이와 함께 이렇게 책을 보며 옛 추억에 잠시 잠기기도 했다. 우리 아이 역시 집게를 보니 옛날 길렀던 동물들이 떠오르고 집게 역시 길러보며 애정을 쏟아보고 싶은가보다.  소라게가 집게인 것 같은데 아쉽게도 소라게는 기르지 못했기에 더욱 그렇다.

가끔은 집 앞에서 개구리를 잡고 여름엔 매미를 잡아 관찰해보고, 가을이면 잠자리채를 갖고  동네 잠자리를 잡고 저녁에 다시 풀어주고... 개구리는 며칠동안 집에서 기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세밀하게 그려진 집게들이 정말 살아있는 것 같아서 만져보고 길러보고 싶은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여기서도 지금은 집에 몇 마리 물고기들을 기르기 시작했다. 구피들이 치어를 낳아서 그 치어들도 무럭무럭 잘 자라는 중이다.  처음 싱가포르에 왔을 땐 비가 오고 난 후 집 근처에 보이는 커다란 달팽이를 갖고 와서 며칠 길러보기도 했는데...  집게는 직접 보지 못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엔 한국인들이 많이 있다. 특히나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중국계 싱가포리언과 인도계와 말레이계에 이어 아마도 한국인이 4위를 차지하고 있는 듯 그렇게 많아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러다보니 살면서 영어와는 조금 멀리 떨어져있고, 집에 있으면 여기가 싱가포르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나마 기러기 맘으로 살면서 이런 생활이었기에 적응했을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찌되었건, 따끈따끈한 신간을 친구 집에서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멋진 책을 발견했을 때보다 2배의 가치가 있다. 그것도 이국 땅에서 마음에 드는 한글 동화책을 발견하는 것은. 

어느 바닷가 물웅덩이게 살던 집게 네 형제. 하지만 막내 동생을 제외하고서 세 형제는 자신들이 집게인 것이 싫었나보다. 그래서 그들은 남들처럼 딱딱한 껍질을 쓰기 시작했다.  딱딱 떨어지는 운율과 반복적인 언어의 묘미, 게다가 요즘엔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정말 아름다운 우리말이 어른들 뿐 아니라 아이들도 동화시의 세상으로 푹 빠져들게 만든다. 

강달소라 껍질 쓰고 / 강달소라 꼴을 하고강달소라 짓을 했네  

배꼽조개 껍질 쓰고 / 배꼽조개 꼴을 하고 / 배꼽조개 짓을 했네

우렁이 껍질 쓰고우렁이 꼴을 하고  /  우렁이 짓을 했네

이러한 전개. 시도 되고 동화도 되는 독특한 문학을 형성한 백석 선생님의 동화시. 더 많은 동화시를 만나보고 싶은데, 아직 백석 선생님의 동화시 이외엔 보지 못한 것 같다.  

강달소라와 배꼽조개와 우렁이 역시 우리 아이는 이 책을 통해서 자세히 관찰해본다. 정확히 소라와 강달소라가 어떻게 다른지, 배꼽조개와 조개가 어떤 점이 다른지 모르지만, '강달소라'라는 낱말과 '배꼽조개'라는 낱말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넘기면서 하나씩 나타나는 멋진 세밀화에 자꾸 감탄을 하게 된다. 나도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비온 후 날이 개면 밖으로 나가 달팽이를 관찰하고 그 느낌을 이렇게 동화시로 혹은 시로 쓰고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까 하는 욕심이 난다.

다시 내용으로 돌아가보자. 세 형들과 달리, 막내 동생은 자신이 집게로 태어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막내동생은 / 아무것도 아니 쓰고아무 꼴도 아니 하고 / 아무 짓도 아니 하고 / 집게로 태어난 것 / 부끄러워 아니 했네

그러던 어느 날, 오징어와 낚시꾼과 황새에 의해 첫째와 둘째, 셋째가 차례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집게로 태어난 것 / 부끄러워 아니하는 / 막내동생 집게는 / 평안하게 잘살았네

이렇게 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자신의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던 막내동생은 편안하게 잘 살았다고... 어찌보면 인간 세상을 빗댄 집게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겸허함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서글픔이 느껴져 슬프기도 하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모두 거친 백석 선생님의 아픔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까 그렇게 생각을 해본다. 

 

백석 선생님의 다른 동화시 역시 토속적이고 순박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함께 읽으면 정말 좋다. 게다가 이렇게 멋진 그림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책이 가득한 요즘 아이들이 너무나 부럽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아이들 역시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내 머릿속에서 고스란히 남아있다. 네 형제와 마지막 남은 막내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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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사냥을 떠나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
헬린 옥슨버리 그림, 마이클 로젠 글,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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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로 읽는 것도 좋고 한글로 읽는 것도 정말 좋은 동화책.   

우리나라 작가의 책보다 번역된 책이 월등히 많은 그림책 시장, 그 중에서도 외국 작품 중에는 이렇게 한 면에는 칼라로 책을 넘기면 그 다음엔 흑백의 색채가 나오는 그림책들이 종종 있다는 것을 수 많은 책들을 읽다보니 알게 된다. 

그 책 중에서 [곰 사냥을 떠나자] 책은 흑백의 그림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런 그림책 중에서 가장 처음 읽었던 책이다. 물론 영어 원서서 먼저였지만 말이다. 

아이에게 영어로 된 [We're Going on a Bear Hunt] 책을 먼저 보여주었지만, 영어로 된 그 리듬과 운율과는 또 달리 한글로 된 멋진 번역에도 큰 박수를 보내고 싶은 책이다. 

특히나 이렇게 노랫말처럼 된 책은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만드는데, [곰 사냥을 떠나자] 책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체가 참 번역이 잘 되었구나 느끼게 되는 책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말의 묘미 - 의성어나 의태어와 같이 흉내말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또 언어구사력을 높여주는지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원서[영어동화책]으로 우리 아이가 처음 읽었을 땐 보드북의 작은 책이었는데, 네버랜드픽쳐북으로 만난 [곰 사냥을 떠나자]는  큰 판형의 책이기에 거실 바닥에 놓고 하나씩 책을 넘기는 게 무척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지금까지 생생한 것은 곰을 워낙 무서워하는데다, 영어동화책을 읽었을 때의 음악을 떠올리며 책을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그 상황을 흉내내고 조금 있으면 곰이 정말 나타날지도 모른다며 흥분하던 아이의 표정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끔 아이 아빠가 커다란 곰처럼 흉내내며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었을 때 등장을 해서였을까! 차를 타고 갈 때에도 왠지 어두침침한 시골의 골목길을 달린다던가 또는 고속도로를 갈 때 커다란 산들이 나타날 때면, 곰 잡으러 간다고 말하기도 하고 곰이 정말 나타나면 침대에 숨어야 하는데... 이렇게 말하던 아이의 어린 시절이 나의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 처음 접한 책이 문고판 동화책이어서 처음 읽었던 [백설공주]도 디즈니 영화 속 그 아름다운 백설공주의 모습이 절대 아니었기에, 아이와 함께 했던 몇 년 동안의 그림책 순례가 마치 나의 어릴 적 그림책을 읽지 못했던 그 시절의 대리만족과도 같았던 듯 하다. 아니, 우리 아이와 함께 했기에 어릴 때 하지 못했던 보상 그 이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몇 배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한국에 없어서 새로운 동화책[그림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어도 감히 찾아서 볼 수 없지만, 그리고 아이가 제법 커서 영어책을 읽을 때에도 이제는 그림책보다는 챕터북에 푹 빠져있기에 그림책은 나만의 추억과 취미가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도 여전히 그림책 무척 좋아한다.  다만 집 안에 그림책이 없어서 아쉬울 뿐이다.  

사각 서걱 / 덤벙 터벙 / 처벅 철벅 ....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풀밭을 헤치며, 물고기들이 맑은 물에서 뛰어노는 그런 개울가를 건너보고, 풍덩퐁덩 진흙탕에 빠져보고 신나게 동심으로 돌아가 놀아보면 어떨런지!  

만일 내가 아이와 함께 한국에 있다면.......     지금은 겨울, 혹시라도 밖에 눈이 내린다면 그 눈속에서 겨울잠에 빠진 곰을 잡으러 동굴로 가는 듯한 여운을 남기며 눈을 맞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더다가 마치 정말 동굴이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겨울잠에 빠진 곰을 깨우러 발을 세우고 아주 살짝 살짝 발걸음 소리 들리지도 않게 곰에게 다가가는 듯 놀아보고도 싶다.  

친구가 없어 심심한 곰을 뒤로 그저 무섭다는 생각에 그대로 뒤돌아 달려가서 집으로 들어가 침대로 뛰어들어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그렇게 실컷 놀아보고 싶다. 

우리 집이 2층이었기에[물론 이 책에 나오는 그런 2층 주택이 아닌 아파트 2층이 뿐이지만] 문을 닫지 않았다고 다시 아랫층으로 계단을 내려오고 싶다. 

우리 아이 어린 시절에도 이 책을 읽을 때면 그렇게 똑같이 곰 사냥을 하러 갔지만, 다시 리뷰를 쓰고 있으니 한 번쯤 다시 그 어릴 때로 돌아가봤으면 한다. 10살이 되어 이제는 십 대라고 부르짖는 우리 아이도 엄마의 동심에 협조할 수 있을까! 

뭐, 한국에서만 꼭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눈은 내리지 않는 일 년 내내 열대기후 싱가포르지만, 곰 사냥을 하지 못할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한국에서도 곰 사냥을 한다고 지리산 반달곰을 찾아 갈 필요도 없는 것이고, 그저 마지막에 아이와 실컷 침대에 뛰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 소리내지 않고 숨어있는 놀이가 필요할 뿐인 것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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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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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에 대해서 = 언제나 내 안에 깊이 남아있는 [우정]에 대한 최고의 그림책 

무지개 물고기. 정말 나에게 있어서 [무지개 물고기]란 단순한 그림책이라기보다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책이다. 물론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가 워낙 유명한 책임에 분명하고 최근까지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가 전 세계 아이들을 매료시키는 책인 것이 확실하지만, 나를 그림책의 세계에 빠지게 만든 책 중 하나라서 그런지 더욱 가치있고 애정있게 보고 있는 책이다. 

제일 처음 [무지개 물고기]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이 되었을 때가 나 역시 대학을 막 졸업한 후였다. 지금부터 무려 15년 전. 10년이면 강산이 한 번 변한다고 하는데, 15년이니까 지금은 이 책이 나왔을 때에 비해서 강산이 한 번 바뀌고 또 반 정도 바뀌었을까! 

결혼한 언니가 자신의 딸에게 주기 위해 서점에서 따끈따끈한 신간을 사가지고 왔다. 홀로그램의 무지개 비늘이 무척 신기해 나도 옆에서 보며 참 예쁜 그림책이라고 생각했고, 조카에게 하루에도 수십번 읽어주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그 책은 우리 아이가 그대로 물려받아 읽게 되었고, 그 뒤로 나온 다른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와 더불어 무척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책이 되었다.  그 때 처음 이 책의 작가를 알고 지금은 작가의 책은 모두 다 읽고 간직할 수 있는 팬이 되었으니 말이다.

워낙 오래되어 너덜너덜해졌지만, 처음 읽었던 [무지개 물고기]의 감동 때문일까! 새 책과 바꾸고 싶지 않은...... 

길 잃은 무지개 물고기 책을 읽을 땐 우리 아이가 제법 자랐을 때였다. 나조차 의문점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그 때 우리 아이는 무지개 물고기의 엄마, 아빠가 궁금하다고 하고, 그 무지개 물고기를 갖고 싶다고 한다.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처음 무지개 물고기 반짝이 비늘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한다. 

왜냐하면 이제는 무지개 물고기가 자신의 반짝이는 비늘을 하나씩 떼어서 친구들에게 주었기 때문에 더 이상 다른 친구들에게 나눠줄 비늘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 그렇다. 

[길 잃은 무지개 물고기] 책 리뷰에도 썼듯이
"무지개 물고기야? 너는 그 반짝이는 비늘이 어디에서 생겼니? 나도 너무 갖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그 반짝이는 비늘을 가질 수 있는 거야? 제발 꼭 알려 줘. 너도 이제는 반짝이는 비늘이 하나밖에 없잖아."  라고 말하는 아이의 순수한 표정과 이야기.  난 그렇게 동심 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내 아이의 마음이 한없이 부럽다.  

가끔 아이처럼 생각하고 글을 쓰자고 여기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말 진짜 순수한 아이들의 생각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면, 내 부족한 글솜씨 때문인지도...

우연히 마르쿠스 피스터의 한국 방한 소식을 뒤늦게 알고, 무척 아쉬워했던 기억도 난다. 이기적이고 자신의 아름다움만으로 만족했던 무지개 물고기가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또한 서로 좋은 것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멋진 일인지 깨닫게 해주는 [무지개 물고기] 

친구들에게 자신의 것을 다 나눠주는 무지개 물고기의 마음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아이들로 하여금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탈피하도록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지금은 워낙 다양한 인쇄기술로 인해 정말 화려한 책들이 많이 있지만, 이 책이 처음 만들어졌을 땐 홀로그램 무지개 반짝이 비늘이 전 세계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더욱더 단숨에 사로잡았을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홀로그램으로 인해 이 책이 유명해지는 데 도움이 되었으리라는 것보
위에 있는다 언제나 따뜻한 이야기를 감동으로 전하는 작가에게 나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르쿠스 피스터의 그림책은 한국에서도 인기지만, 싱가포르에서도 워낙 유명해서 도서관에 가면 아이들의 사랑을 무척이나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동화 속 세상은 참 따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한글로 된 책과 같이 우리 아이가 영어에 익숙하지 않았을 때조차 영어로 읽어도 그 감동이 동일한 책이었으니....... 

아직 동화작가 중에서는 비교적 젊은 계층에 속하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마르쿠스 피스터의 책에서도 언제나 진실한 마음과 우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와 아이에게 있어, 작가의 가치관과 세상을 엿보는 일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에, 아주 오래된 팬의 한 사람으로서 [무지개 물고기] 는  아이들이 세상을 느끼는 멋진 인생의 지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누구보다 나눔을 소중히 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라며, [무지개 물고기]를 읽는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눈을 감고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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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아이 트리혼 동화는 내 친구 52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지음, 에드워드 고리 그림, 이주희 옮김 / 논장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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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널 사랑해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세계적인 작가 '로알드 달'의 작품 중 [조지, 마법의 약을 만들다]라는 동화가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조그만 서점에서부터 도서관과 아이들의 학교에서도 로알드 달의 인기는 굉장하다.  

이제는 자신도 영어동화책으로 읽고 싶다고 해서, 조만간 로알드 달의 책 15권 원서 세트를 구입해야지 생각하고 있다. -  한국의 책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이 책은 꽤 전에 처음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 찡하다. 아이들은 환상, 마법 이런 것을 워낙 좋아하지만 밝고 재미있고 유쾌한 동화가 아니어서 그런지 읽고나면 마음이 아프고 내 아이가 잘 때면 다시 한 번 쓰다듬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글을 쓰면서 로알드 달의 책을 한 권 언급한 이유는 그 책을 읽고나서는 자신도 이런 마법의 약을 만들고 싶다고 빈 통을 찾아 이러저리 찾아 화장실을 비눗방울 투성이로 만들고 만 아이가 생각나서이다.  게다가 종이를 접어서 책을 만들더니 그런 비슷한 이야기로 동화를 만들겠다나!

하지만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을 읽은 아이의 반응도 완전히 다르다. 내가 그러했던 것 처럼 말이다. 

아이가 점점 줄어든다는 기발한 상상도 돋보이는 동화지만, 아이들에게 교훈적인 내용을 살짝 보여주는 동화이거나 유쾌한 웃음을 주는 동화가 아닌 마치 엄마들에게 따끔한 경고를 하는 듯한 책인 듯 하다. 

로알드 달의 기상천외한 스토리 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책 중에서도 아이들의 얼굴이나 몸의 색깔이 변하거나 이상한 동물도 변한 것도 있다. 보림출판사에서 나온 '로렌스 데이비드'의 [변신]이나  비룡소에서 나온 '데이빗 새넌'의 [줄무늬가 생겼어요] 책도 독특하다. 하지만 그 책은 유쾌하게 읽었는데 반면 이 책은 두고두고 마음이 찡한 것이다. 

예전에 우리 집에 손님이 와서 몇 주 머무른 적이 있다. 더운 열대 지방에서 두꺼운 이불을 원하고 이불로 온 몸을 감싸고 자야 마음이 편하다고, 쿠션과 베개를 더블침대에 가득 넣어놓고 안고 자야만 된다고 하는 성인 남자[20대 대학생]의 모습이 처음엔 다소 신기했었는데, 나중에 그러한 것들이 애정결핍의 결과일 수 있다는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었다. 

트리혼 역시 아빠와 엄마, 학교 선생님 조차 트리혼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이야기 속에서 난 마음이 아프다. 어린 시절 눈을 무수히 깜빡였던 틱 현상을 몇 달동안 보인 적이 있다. 원래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고 사는 성격인지라 학교에서 힘들거나 고민이 있으면 자주 체하고 아프고 했었는데, 초등 저학년 때 무엇인가 원인 모르게 힘들었던 게 있었던 것 같다.  

그 땐 그냥 그렇게 시간이 가면 해결해주겠지 하곤 지나갔는데, 나중에 대학생이 되어 공부를 하던 중에 틱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 중에서도 틱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은 꽤 많다. 요즘은 공부 스트레스가 많아서일까! 

우리 아이도 예전에 틱을 몇 번 경험한 적이 있다. 심하지는 않았기에 그런 증세가 나타날 땐 주위를 돌릴 수 있도록 더 많이 놀아주고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어느새 증세가 없어진 아이를 보며 안도를 느끼곤 했었는데...... 

싱가포르에 있다보니 한국보다 더 심한 주입식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는 고학년 아이들을 간혹 만난다.  외국 생활에 수업 역시 영어 그리고 좀더 욕심을 내면 중국어까지 공부를 해야하는 한국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난 공감할 수 있고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는 편하게 공부하도록 하고 싶지만 성적표를 보면 또다시 흔들리곤 한다.  

"이 아이는 워낙 별나니까." 이렇게 어른들에게 인식이 되어 트리혼이 어떤 행동을 하건 더 무관심하게 대하는 어른들. 아니, 트리혼은 지극히 정상인데 트리혼 주위에 있는 어른들이 전부 이상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아주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이 책을 떠오르며,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소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워낙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재잘재잘 숨기지 않고 늘어놓는 아이기에, 싱가포르 학교에서 있었던 거의 모든 이야기들을 다 알고 있어 안심이 되지만, 조만간 사춘기가 오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기도 한다. 

아이는 영어에 어느 새 능통해(?) 친구들과 놀고 학교에서도 언어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없지만, 엄마인 나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학교의 다양한 생활을 상세하게 들려주는 아이가 너무나 고맙다. 쭈욱 그렇게 밝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아이 아빠는 성적에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주입식 공부에 성적을 올리려 자꾸 문제집만 풀면 창의성이 없어진다고. 맞는 말이다. 내심 동화작가가 되기를 바라는 아이를 보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재료로 그림을 그려보고 또 이야기를 하고 책을 많이 읽기를 바라며 주어진 제한된 시간 속에 언제 공부만 할 수 있단 말인가! 

트리혼을 꼭 기억하자.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우리 아이를 그 자체로 사랑하며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언제나 느끼고 자라는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 

그림책이지만 어린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님을, 그리고 조금 더 큰 고학년이라면 [변신] 책을 함께 읽으면서 토론해보는 즐거움을 가지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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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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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사랑이 가득 담긴 불후의 명작 

내가 그림책을 처음 접한 것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다. 풋풋한 20대 대학시절이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 땐 그냥 그림책이구나 이런 정도. 재미있기도 하고 내가 어릴 땐 이런 그림책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정도. 또 전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에 유명한 동화책들을 읽고 평가하는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조카가 태어난 후엔 조카에게 그림책을 정말 많이 읽어주었다. 대학 4학년에서 졸업한 후 몇 년 동안 하루에 꽤 오랜 시간 조카에게 투자해서 책을 읽고 놀아주곤 했으니까 말이다. - 같이 살아서... ㅎㅎ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난 후에도 난 그림책과 가까웠다. 교사가 직업이었으니까 당연한 결과. 하지만 지금과 같이 이만큼의 애정은 그 당시에도 없었던 것 같다.

드디어 결혼을 하고 내 아이가 태어난 후엔, 좋은 책들을 늘상 찾아다녔다. 아이가 어릴 땐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고, 조금 커서 아장아장 걸어다니기 시작한 후엔 서점과 도서관 나들이를 함께 즐겼다.  

늘상 더 좋은 책, 더 재미있는 책,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옥같은 내용과 그림이 담겨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찾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일어었다. 아이와 함께 같은 작가의 그림책을 나란히 놓고 읽는 것 역시 또 아이의 생각을 함께 나누는 것 또한 행복한 일상이었다. 

처음엔 외국의 번역작품이 주였지만, 점점 아이가 자라면서 그리고 나 역시 그림책과 동화책을 많이 접하면서 우리의 멋진 그림책을 찾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나라 동화작가. 하지만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멋진 그림과 이야기가 숨겨져있다. 그리고 이호백 선생님의 동화 역시 정말 멋지다. 아니, 멋지다는 말로는 뭔가 2% 부족한 나의 표현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특히나 이 책은 가족의 사랑 - 가족들을 위해 헌신한 할아버지의 일생과 그 옆에서 든든히 내조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지난 겨울 아이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나의 시아버지께서 운명을 다하셨다. 워낙 고령이셨고, 몇 년 누워계시며 몇 번 중환자실에 실려가시며 고비를 넘기시곤 했기에, 다들 언제일까 각오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심 충격이었고 마음이 아팠다. 

우리 남편은 칠남매 중 막내이다. 식구들이 명절에 다 모이면 정말 많다. 이 책의 수탉을 연상케하는 시아버시셨기에 또한 이 책은 내게 그냥 평범한 그림책 이상이 되었던 것이다. 

젊어서는 천하장사였지만, 늙어서는 이빨 빠진 호랑이 - 아니 수탉이 된 주인공과 그 옆에있는 멋지고 현명한 부인. 그리고 다양한 인생사를 보여주는 듯한 전개와 유쾌한 그림이 돋보이는 책이다. 지금은 시아버지를 떠올리며 아이와 함께 책을 읽었지만, 혹시 수 십년이 지난 후엔 내 남편의 일이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 

나는 과연 나중에 수탉의 아내처럼 남편의 등을 토닥토닥해줄 수 있을까? 우리 남편은 나중에 어떻게 변할까?   

대한민국의 40대는 불쌍하다.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야하는 그들의 어깨는......  먼 훗날 다시 웃으며 볼 수 있는 멋진 그림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달랑 외동아들만 있기 때문에 이렇게 수탉처럼 대가족이 모여 잔치를 벌일 수는 없겠지만, 살면서 무엇인가 더욱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고 많이 이뤄가면서 살 수 있도록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내 삶이 초라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아니 더욱 풍부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나이가 들면서 현명해지도록 기도하련다. 돈이며 물질, 명예가 아닌 사랑으로 더 풍부해지는 노후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아이의 독후감을 덧붙인다. 우리 아이 초등 1학년 때 독후감이며, 그 땐 누워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추석에 조금 쾌차하시어 함께 모였던 마지막 명절이었던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힘센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는 나이가 아주 많으시다. 천 살도 넘어간다. 사실은 84세이다.
옛날에 증조할머니는 94세 때 돌아가셨다. 난 100살까지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다. 아빠의 아빠라서 돌아가시면 아빠는 더 슬퍼할 것 같다. 그래서 난 아빠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싶다.

책을 읽다보니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수탉이 꼭 우리 할아버지 같다. 아빠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천하장사라고 했다. 나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할아버지는 크지도 않고 누워계시기 때문이다.

수탉도 처음엔 제일 힘센 병아리였다. 그리고 점점 제일 힘센 수탉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할아버지처럼 나이가 많아져서 힘이 빠졌다. 수탉은 늙고 슬펐다.

그런데 수탉의 생일 날 식구들이 몽땅 모였다. 암탉의 말대로 정말 많았다. 귀여운 병아리들이랑 달걀까지 있었다.
이제 수탉은 다시 행복해졌다.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은 아니지만 제일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우리 할아버지도 가족이 많다. 추석에 세어봤더니 25명이나 되었다.
우리 할아버지도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고 제일 행복하다.

할아버지, 사랑해요.
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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