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 - 안평대군의 이상향, 그 탄생과 유랑
김경임 지음 / 산처럼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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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도에 담은 안평대군의 꿈

보통의 경우 그림은 그림을 그린 사람 즉, 화가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화가가 담아 둔 화폭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림이 가지는 가치와 의의를 따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림을 그린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고 그 이야기를 한 사람이 당대 무한한 힘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불어 그 사람이 한 시대를 바꾼 이야기의 주인공이고 그로인해 죽임을 당했다면 어떨까? 그린 사람은 사라지고 그 이야기의 중심인 사람만 회자되어 이후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면 어떤가?

 

이런 경우가 우리 역사에 존재하며 지금도 여전히 같은 맥락에서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수양대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세종의 셋째아들 이용, 안평대군으로 익히 알려진 사람의 꿈을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그런 그림이다. 안견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안평대군은 당시 교류하던 쟁쟁한 사람들에게 그림을 본 후 그 소감을 찬문을 쓰게 하고 그림과 함께 보관하지만 그림이 그려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안평대군의 몰락과 함께 사라져 존재 조차 몰랐다가 사백여년이 지난 뒤 그것도 외국 땅에서 발견되어 우리 역사상 걸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1447년 정묘년에 안견에 의해 그려지고 계유정난 때 죽임을 당한 안평대군과 함께 사라졌다가 1893년 일본에서 다시 등장한 이후 1950년 일본의 덴리 대학에 소장된다. 저자 김경임은 이 몽유도원도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서부터 계유정낭 이후 사라져 일본에서 발견된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단연 이야기의 중심에는 그린 사람 안견을 사라지고 꿈의 주인공이었던 안평대군에 있다. 세종이 이끄는 조정과 안평대군 그리고 몽유도원도에 담긴 안평대군의 꿈의 역학관계를 밝혀 몽유도원도가 가지는 의의를 찾아 본다.

 

당시 세종의 치세 하에 있던 조선은 안정되고 평안한 상태에 있었지만 훗날 문종이 되는 왕세자의 병약한 몸으로 인해 왕권의 후계구도에서 불안정한 징후가 있었기에 조정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던 왕세자의 형제들인 수양대군과 안평대군 등에 대한 확실한 자리매김이 필요했다. 저자는 자신의 소임을 확인한 안평대군의 조정에서 물러난 자신의 의지를 몽유도원도에 담았고 반면 수양대군은 정치 일선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았다며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의 차이를 이야기 한다. 이는 결국 계유정난에 의해 현실화 된다. 계유정난으로 수양대군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과정에서 안평대군의 거처는 파괴되고 그가 소장하고 있었던 수많은 그림과 서적이 불타거나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몽유도원도는 이 과정에서 용케도 소실을 면하고 400여 년 후 일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자는 일본에 소장된 몽유도원도의 소장자를 역추적하여 임진왜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몽유도원도가 조선에서 사라져 일본으로 간 시점을 임진왜란 때로 본 것이다.

 

기구한 운명의 몽유도원도, 꿈의 주인 안평대군 역시 그림과 같은 운명이었다. 그간 이 그림 몽유도원도는 안견의 작품으로 화풍이나 그림의 내용 분석 등을 중심으로 그림이 가지는 가치를 평가한 측면이 주류를 이뤘다. 이 책에서 저자 김경임은 그린 사람 안견보다는 그림의 내용인 꿈의 주인 안평대군에 주목하여 그림의 시대적· 사상적· 문화적 탄생 배경과 사라진 이후 그림의 운명에 관한 추적에 주목하면서 새롭게 몽유도원도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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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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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의 눈으로 본 백석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속을 비워 그 사람을 내 가슴에 담는 일이다. 한 사람을 가슴에 담는 일이란 나로 인해 그 사람을 더욱 빛나게 하는 일이다. 하여, 그 일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온전히 내 가슴에 담고 그 사람으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공유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자유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여기서 사랑하는 대상이 꼭 이성일 필요는 없다. 남자와 여자와 같은 성별의 차이나 나이의 적고 많음의 차이도 상관없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일 수도 있다. 오직 한 인간과 한 인간의 만남이다.

 

여기 그런 귀중한 만남이 있다.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짝사랑한 결과를 당당하게 밝히고 이제야 서로가 빛나는 관계를 정립한 사람들이다. 백석 시인과 안도현 시인이 그들이다. “맑은 시심을 바탕으로 낭만적 정서를 뛰어난 현실감으로 포착해온 시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시인 안도현이 그가 짝사랑한 백석 시인의 삶과 시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백석을 찾아 빛을 내고 있는 평전을 펴냈다. 시인 안도현은 스무 살 무렵부터 백석을 짝사랑하고, 백석의 시가 내가 깃들일 거의 완전한 둥지였으며 어떻게든 백석을 베끼고 싶었다고 고백하며 그간의 노력을 담아 백석의 생애를 복원했다. ‘백석 평전이 그 책이다.

 

백석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명이다. 시인 백석은 식민지시대와 일본유학, 만주표랑과 분단 이후 북한문단에서의 생활 등 한국현대사의 가장 치열했던 격동의 세월을 살았다. 한동안 한국의 지배이데올로기에 의해 거론 자체가 금기시된 문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최근 중, 고등학교 국어 관련 교과서에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여우난골족이 실리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표 시집으로 사슴이 있다.

 

시인 안도현은 백석의 삶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일제하 식민지시대 조선 문인들이 겪어야 했던 실상과 더불어 백석과 교류했던 문인들과의 관계를 밝혀 1930~40년대 문담의 실상을 알려준다. 백석의 모던보이의 소소한 일상에서 백석의 여인들까지, 오산학교에서 통영, 만주, 삼수군 협동농장까지 소설가에서 시인으로. 백석의 삶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안도현이 다루는 부분은 문학, 식민지 경제, 분단정치 등 사회 각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백석이라는 이름만큼 그의 작품과 삶에 대한 이해는 넓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서 백석의 문학과 삶에 대한 가감 없이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안도현의 백석평전으로 인해 그동안 부분적으로 조명되면서 때론 오류가 있었던 백석의 삶과 문학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점, 백석의 시와 산문에 드러나 있는 내용과 그의 실제 행적을 비교해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 해방 후 북한에서의 생활을 그려가며 잊혀진 백석의 삶의 재구성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책이다. 백석을 짝사랑한 안도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물이기에 백석과 더불어 저자 안도현도 재조명되는 기회가 될 듯하다.

 

사랑은 이렇게 위대한 창조를 한다. 고사에 등장하는 사숙(私淑)이 이들 둘 사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백석에 대한 안도현의 사랑은 사숙 그것을 넘어서 한국 문학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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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잔혹사 - 도난과 추적, 회수, 그리고 끝내 사라진 그림들
샌디 네언 지음, 최규은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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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사라진 그림들

엔트랩먼트, 모뉴먼츠 맨, 보스턴의 가드너 미술관 도난사건, 도둑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미술품 및 값나가는 귀중품 도난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첨단 기술과 화려한 액션 그리고 당대에 잘나가는 배우들이 연기했던 영화로 주목받았다. 미술품을 비롯한 이러한 이야기가 영화의 주제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먼저 이러한 도난 사건은 값나가는 미술품이나 보석 등으로 경제적 대가를 얻을 기회를 잡고자 하는 것이리라. 뿐만 아니라 유명한 그림을 훔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흥밋거리로 인해 대중예술인 영화의 소재로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리라.

 

이러한 미술품 도난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미술품 도난사. 이 책은 1994728, 첨단 보안장치가 가동 중인 독일의 한 미술관에서 무려 400억 원 상당의 윌리엄 터너 작품 두 점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도난당한 두 점의 미술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밝혀낸 도난당한 미술품의 사후 처리과정과 그에 관여하는 세력들에 대한 추적을 함께한 과정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일어났던 사건의 추적과정을 그려가는 1부와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도난당한 미술품과 관련된 이야기 담은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도난 미술품 회수 작업에 관여하는 미술관 관계자, 보험회사 대리인, 경찰과 인터폴 그리고 미술품을 훔친 세력으로 범인과 의뢰자 그리고 국제 범죄조직 등 실로 광범위한 지역과 집단들 사이에서 상상을 추월하는 액수를 놓고 벌이는 협상과 범인 추적 등 한편의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기에 충분한 이야기 거리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런 흥미로운 점 이외에 범인들이 왜 미술품 도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인지를 추적한다.

 

세계 각국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 전시중인 미술품은 인류가 남긴 유산 중에서 어쩌면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소장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은 예술품 또한 예술가들이 남긴 수많은 작품들 중에 선택된 작품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전시되지 못하고 수장고에 갇혀 있는 작품들은 얼마나 될까? 이는 미술품의 가치가 형성되는 과정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이렇게 도난당한 미술품이나 귀중품은 얼마나 회수된 것일까? 도난당한 윌리엄 터너 작품 두 점이 회수되는 과정에 7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이 경우는 그나마 운이 좋은 사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회수되지 못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으며 언제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이 책은 미술품 도난사건을 해결하는 흥밋거리를 넘어서 도난 미술품이어서 오히려 미술품의 가치가 더 올라가가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만 엄현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주목되는 것은 도난 사건을 통해 미술품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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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
송복 지음 / 시루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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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의 시각으로 본 임진왜란의 본질

임진왜란평화롭기만 하던 조선의 역사에서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당한 사건으로 1592(선조 25)부터 1598년까지 2차에 걸친 왜군의 침략으로 일어난 전쟁을 말한다. 조선의 국왕은 나라를 구할 방도를 강구하기보다는 명나라로 몽진을 가기에 바쁘고 왜군과 대적할 조선군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에 처한다. 나라를 지킬 방도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조선은 위기를 넘겼을가? 우리는 막연히 알고 있는 임진왜란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임진왜란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이순신이다. 우리가 아는 이순신은 뛰어난 장수로 보잘 것 없는 조선 수군으로 왜군의 발을 묶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에 머무는 정도다. 그렇다면 정읍현감으로 있던 이순신을 발굴하여 전라좌수사로 임명하여 커다란 역할을 하게 만든 사람이 류성룡이다. “임진왜란에서 이 두 사람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지만 유독 류성룡에 대해서는 그렇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활동한 율곡 이이와 비교해도 이해정도는 훨씬 뒤떨어진다.

 

이 책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는 류성룡의 징비록을 바탕으로 임진왜란에 대해 심도 깊은 탐구를 진행한다. 그동안 간과했던 다양한 부분에서 임진왜란의 원인과 진행과정 그리고 명과 왜의 전쟁에 대한 입장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명과 왜의 전쟁에서 전장을 제공한 꼴이 되어버린 조선의 사정을 어떻게 살피는 가에 따라 전쟁의 성격과 향후 전망을 하는데 판이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이이의 십만양병설을 밝히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임진왜란하면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과 맞물려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이와 십만양병설은 서로 관계가 없다는 것이 차츰 힘을 얻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점에 대해서도 저자는 조목조목 따지며 이이와 십만양병설이 관계없음을 밝힌다.

 

오랫동안 고치지 않고 방치해둔 만간대하(萬間大廈)로 기둥을 바꾸면 서까래가 내려앉고, 지붕을 고치면 벽이 무너지는 그런 형국이었다.” 이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당시를 진단하는 이이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산은 전쟁에 대처할만한 여력도 능력도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류성룡은 영의정과 도체찰사를 재수 받아 어려운 임진왜란 동안 임무를 수행하다 탄핵을 받아 물러난 후 징비록을 지었다. 징비(懲毖)는 전에 있었던 잘못과 비리를 경계하여 삼간다는 뜻이다. 임진왜란을 겪고 난 후 조선이 풀어가야 할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게 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본다.

 

저자는 류성룡을 조선조 500년을 대표할 정치리더로 보고 있다. "공론은 국가의 기강입니다. 대신으로서 자신이 죄를 저질렀다는 공론을 받고도 돌아봄이 없이 평일처럼 태연히 앉아 국사를 본다면 조정이 어떻게 될 수 있겠습니까" 임진왜란 중 탄핵을 받고 류성룡이 올린 사직 상소문의 일부다. 공직을 맡은 사람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처신해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말이다. 공론은 국가 기강이다. 어떤 국가든 국가가 제대로 되려면 기강이 서야하고 기강이 서려면 공론을 따라야 한다. 공론이 자신의 파직을 원하고 주장한다면 마땅히 따라야 한다. 그것이 공직자의 의무다. 설혹, 공론이 오도됐다고 생각되어도 그것을 거부할 권리가 없다. 그 권리는 공직에서 물러났을 때 주어진다고 하면서 류성룡의 기본적 삶의 자세와 태도를 이야기 한다.

 

임진왜란에 대해 이렇게 실속있는 분석을 한 책을 만나지 못했다. 임진왜란을 전후한 국내 사정을 정치적 시각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까지 면밀히 분석하여 당시 실상황과 임진왜란의 성격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 류성룡이라는 인물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더불어 이 책이 가지는 커다란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가 없다라고 하지만 가정을 통해 역사를 되돌아봄으로써 현재를 올바로 살아갈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정치가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국민의 안위를 살피는 정치가는 사라졌다. 권력욕심에 눈이 뒤집힌 정치인들, 400년 전이나 오늘이나 어쩜 이리도 같을까? 이 책을 통해 역사의 교훈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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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죽고, 시에 살다 - 요절한 천재 시인들을 찾아서
우대식 지음 / 새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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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로 말해야 한다

한때 문학기행이 산불처럼 번지던 때가 있었다. 그 여파로 여기저기 내노라하는 문인들의 문학관이 들어서고 작가와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았다. 이미 고인이 된 문인들도 있지만 살아서 자신의 이름을 붙인 문학관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그런 문학관이 제 기능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인근에 있는 조태일문학관은 찾을 때마다 한산하기만 하다. 그렇게 이름을 남긴 문학인들은 제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봐도 될까?

 

문학의 범주에서 시만큼 독자와 거리감이 덜 느껴지는 분야는 없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치열한 삶을 통해 습작을 하며 시와 시인의 대열에 합류하고자 애쓰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등단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이러한 현실이 어쩌면 시와 독자의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등장한 것은 아닐까? 그만큼 넓어진 문호로 인해 시다운 시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이를 반증해주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서 시에 대한 불꽃같은 열정으로 짧은 생을 살았던 천재시인들의 삶과 작품을 만나는 것은 시를 독자들 곁으로 다시금 우뚝 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본다. 우대식의 시에 죽고, 시에 살다는 바로 시에 목숨 걸었지만 지극히 짧은 생으로 인해 독자들과 공유할 기회를 상실한 시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연주, 신기섭, 기형도, 여림, 이경록, 김민부, 김만옥, 김용직, 원희석, 임홍재, 송유하, 박석수시인이 그들이다. 기형도 시인을 빼면 낯선 이름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멀리 있었다는 것이리라.

 

책을 읽는 동안 한 명 한 명의 시인들을 만나는 일이 버겁기만 하다. 짧은 생애에 함축된 삶의 언어인 시를 접하는 것이 달달한 연애시와는 많이 다르기에 정호승 시인의 이 책은 일찍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삶 자체가 한 편의 위대한 시가 된 시인들의 이야기추천서처럼 무겁게 다가온다. 저자 우대식 역시 시인이다. 시를 쓰는 시인으로 살면서 동료시인들의 짧지만 강렬하게 살았던 삶을 추적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으리라. 시인들의 발자취를 찾아 고향이나 학교, 시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발품도 만만치 않았겠지만 시인들의 시를 가슴에 품고 시인들의 삶을 추적하는 우대식 시인의 가슴도 시퍼렇게 멍이 들었을 것만 같다.

 

시 의식이란 어느 날 갑자기 솟아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래적인 기질과 스스로를 단련해가는 역동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피어나는 꽃이라 할 수 있다원희석 시인의 삼을 추척하며 저자가 한 이야기다. 어디 이 말이 원희석 시인에게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시인들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시는 그래서 시인의 삶은 화살로 꿰뚫리는 심장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호칭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의문의 죽음이었거나 병사였거나 그것도 아니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시인들의 시에는 오늘이 있다. 치열한 오늘이 있었기에 시인에게 시가 운명이었을 것이다. 시인은 시로 말해야 한다. 이때 시는 시인의 삶이 반영된 시여야 한다. 시인들이 시에 담고자 했던 그 무엇이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시인들이 간과하며 지나치는 그 무엇이며 사람들이 살아가며 반드시 깨달아야할 그 무엇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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