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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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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어느덧 내 나이 좋게 봐주어도 인생의 절반을 넘어섰다. 오늘일도 모른다고는 하지만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하는 시점인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과는 분명하게 다른 시간일 것이기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리사회는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유엔 기준에 따르면 초고령화 사회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고령사회는 14% 이상인 사회를, 고령화 사회는 7% 이상인 사회를 가리킨다. 이는 곧 나이듦에 대해 구체적인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과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사회는여자는 혼자 살아도 남자는 혼자살 수 없다는 말이나 혼자 사는 남자를 유난히 측은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 이는 남자가 살아온 삶과 직결되는 것으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 중 하나다. 남자 인생에서의 자립능력에 대한 우려가 포함된 말로 우리사회가 남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왜 이러한 이야기가 통용되는 것일까? 가부장적인 남성중심사회에 익숙한 남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살게 되었을 때 겪게 될 문제의 본질이 아닌가도 싶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주목한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전작 독신의 노후의 후속으로독신의 오후를 발간했다. 전작이 여성에 주목한 노후대책을 언급한 것이라면 독신의 오후는 그런 여성과는 차이가 있는 남자들을 주목하여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함께 찾아오는 노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정서적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나이 들어가는 남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저자는 우선, 독신 여성과 독신 남성의 삶의 지혜가 좀 다르다고 결론 내린다. 결혼하지 않고 처음부터 혼자인 비혼 싱글, 아내와 이혼한 돌아온 싱글,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사별 싱글, 세 가지로 구분한 혼자 사는 남자들에게 인생의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기술, 혼자 생활하는 방법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방법과 혼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독신 남자의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어떻게 외롭지 않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안락한 노후를 즐길 수 있을까. 저자는 먼저 강한 척하는 남성성이나 가부장성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권위를 내려놓고 혼자라는 현실을 인정할 때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 되기 쉬운 싱글남이지만, 혼자라도 즐겁게 생활하고 만족스러운 간호를 받으며 행복한 가정에서 혼자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또한 다시 가정을 꾸린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말하며 남자든 여자든 이성친구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홀로가 된 남자나 앞으로 홀로될 남자들에게 닥칠 노후 생활에 참고할 책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한국의 현실은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인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출이 어려울 정도로 사회적 대책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다. 이럴 때 더욱 필요한 것이 바로 스스로 노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더 주목해야 하는 나이다. 남자의 나이듦이 추함이 아니라는 것은 죽음을 맞이할 때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노년의 삶과 사랑,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일로 깊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함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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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 빛나는 미술가 1
최한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사계절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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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이 꿈꾼 아름다운 세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대 화가로 누가 있을까? 익히 잘 알려진 박수근이나 이중섭이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두 화가가 남긴 족적이 강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두 화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고 다시 묻는다면 긍정적 대답을 하는 사람 또한 별로 없을 것이다. 이 두 화가에 대해 알고 있는 것, 혹 최고 비싼 그림 값으로 기억하는 것은 아닐까?

 

그 중 이중섭(1916410~195696)에 관한 책들은 제법 많다. 그만큼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람 중 한명이라는 것이다. 이중섭의 작품과 삶에 대해 조명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접근이 가능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앞으로도 더욱 연구되고 이중섭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사계절에서 발간할 빛나는 미술가 시리즈의 첫 번째로 이중섭을 선택하고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발간된 이중섭과 관련된 책 중 청소년과 아이들을 중심에 둔 책이 제법 있는데 이 책 역시 주요 독자층으로 아이들에게 맞추고 있다. 1916년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일제침략기에 성장하고 한국전쟁을 겪었으며 혼란스러운 현대사 중심에 서 있었다. 일본유학 중 아내를 만나 국내로 들어와 결혼했으며 제주도, 부산, 통영, 서울 등 각지를 떠돌다 아내와 아이들이 일본으로 돌아갔고 외롭게 살다가 병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아는 살아 당시 때부터 주목받는 화가였으나 경제적으로 힘든 생활을 한 것, 혼란스러운 정치정세에 화가로써 자긍심에 손상을 입은 등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화가 이중섭이 주목했던 것은 자신의 뿌리인 민족정신에 있었다고 보인다. 이중섭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소를 비롯하여 닭, , 풍경 그리고 아이들의 중심정서는 한국인의 가슴 속에 담겨 있는 그것과 통한다. 모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너무 흔하고 가까이 있어서 우리 모두가 소중함을 잊고 있던 것들이다. 이중섭은 이 사소한 것들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생명을 불어넣어 세계를 감동시켰다. 이러한 점이 그의 독특한 화법이 결합되어 이중섭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바로 이 지점이 이중섭 화가가 주목받는 이유가 아닌가 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라는 시각으로 접근하여 이중섭을 바라본다면 이중섭의 파란만장한 삶을 어떻게 봐야하는가? 경제적 파탄과 가족과 떨어져 살며 외롭고 쓸쓸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가 그려냈던 화폭 속 풍경은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적 모습으로 아름다움이 담겼다. 이 점을 바탕으로 이중섭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 화가라고 볼 수 있다. 살아서 누리지 못한 현실이지만 화폭 속에서는 자신이 꿈꾸고 아름다운 세상을 가족과 함께 누리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이중섭이 살다간 세상과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오직 그림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고 보인다. 여전히 화가들은 경제적 이유로 화폭 대신 삶의 현장으로 나서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중섭이나 현대의 화가들 역시 자신만의 세계를 화폭에 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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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미술관 - 기억이 머무는 열두 개의 집
박현정 지음 / 한권의책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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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에서 더 좋은 미술관 나들이

현대인들의 삶의 수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상에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많아졌다. 이러한 요구에 맞추어 각급의 자치단체나 뜻있는 사람들에 의해 문화를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늘어난 문화공간은 사람들과 소통을 통한 공감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이전과는 다른 삶의 체험을 가능하게 만드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이렇게 늘어난 문화공간을 활용하는 사람들 역시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활용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전 단체관람 주를 이뤘던 박물관이나 미술관 나들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혼자나 둘 정도의 소박한 나들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단체관람이 과제물 작성이나 관광차원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면 반면 혼자만의 나들이는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혼자서 가는 미술관은 어떨까?

 

박현정의 혼자 가는 미술관은 이렇게 혼자서 찾아간 미술관에서 보고 느낀 소감을 소탈하게 꺼내놓은 이야기다. 저자 박현정은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술관 기행서나 미술사에 관한 책을쓰기도 했다.

 

혼자 가는 미술관에는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플라토, 학고재, 아르코, 리움, 서울시립남서울생활미술관, 국립고궁박물관,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등 열 두 개의 미술관에서 천경자, 서용선, 윤석남, 프란시스 베이컨, 빌 비올라, 야나기 미와의 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이들 미술관 나들이에서 만나는 그림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그림 이야기에 보다 흥미를 더하고 있다. 사적인 기억이 살아나는 공간으로 미술관은 그렇기에 혼자 가는 미술관은 오롯이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림이 있는 공간, 그림을 중심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꼭 그림이 중심에 놓인다고 볼 수만은 없다. 미술관은 그림을 관람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목적이 따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과 상관없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공간이 미술관이라면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러한 점을 박현정의 글은 여실히 보여준다. 그림은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관람하는 사람들의 느낌으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이 느낌은 지극히 개인적 경험과 긴밀하게 관계맺고 있기에 그림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정석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신만의 시각으로 그림을 바라보는 재미 또한 무시 못 할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그동안 하나의 작품에게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위치를 찾아주는 데 익숙했는데 이 책에서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지극히 사적인, 그래서 누구에게는 오해에 불과한 나의 이해들을 풀어놓았다. 불안과 걱정에도 불구하고 객관성과 보편성을 찾아주는 논문보다 스스로에게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체념 아래 책을 묶어내게 되었다.”

 

이 책의 성격이 규정되는 말이다. 저자 박현정에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 속 과거의 모습들을 미술관에서 다시 만나게 되며, 표현되지 않은 기억, 누군가와 공유할 수 없었던 과거의 파편들이 미술작품과 마주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비록 저자만의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미술관은 훌륭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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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언어 - 나는 왜 찍는가
이상엽 글.사진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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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찍고 싶은가

어떤 순간 시선을 사로잡는 장면이 있다. 왜 그 장면에 시선이 가는가? ‘무엇이든 마음속에 들어 있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떤 특정한 장면이든 들꽃을 비롯한 식물이든 마음속에 담아둔다는 것은 결국 그런 부류에 주목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러한 관심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저널리스트와 같은 사회적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어떤 가치관을 가지는가에 따라 주목하는 장면은 다를 것이다. 동일한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전달하는 저널리스트의 차이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고 본다.

 

포토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이상엽이 주목하는 오랜 활동 속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하는나는 왜 찍는가라는 시각으로 그동안의 활동을 점검하고 있다. 그 결과물을 엮어 발간한 책이 최후의 언어. 대중매체의 사진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현장에서 만나는 특정한 장면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사진을 찍어온 스스로를 되짚어 보는 것이다.

 

이상엽의 이야기는 자신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의 현장, 댐 건설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냇가, 우리 역사 속 고구려의 흔적을 찾아가거나 실크로드를 건너고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사진을 매개로 기록과 보도라는 사명을 묵묵히 수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비가 오는 강정을 찾아 제주가 동북아 분쟁의 전초기지가 될지 평화의 섬으로 남을지는 결국 우리의 몫이라며 환경생태에 대한 인간의 무례와 오만을 비판하고 이제는 불모의 사막이 되어버린 새만금에서 자연의 죽음을 담보로 한 친환경신도시 건설의 모순을 읽는다. 이렇듯 이상엽이 주목하는 분야는 역사와 정치, 문화, 예술 등을 아우르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기록하고 전달해온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신의 직무를 떠올리며 성찰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사진가에게는 필수적인 도구인 카메라에 대한 저자 이상엽의 애증이 결과가 덧붙여진다. 디지털 카메라가 시장을 점령해가는 동안에도 필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으면서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사진기를 손에 넣기까지 에피소드 소개하고 있다. 특히, 필름카메라 18종류를 소개하며 각각의 카메라가 주로 사용되었던 현장과 사진들의 이야기는 귀를 솔깃하게 만들어 준다. 이상엽의 카메라에 대한애정은 빛이 들어간 사진을 책에 그대로 사용하여 실감나는 현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는 부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카메라의 역사를 고스란히 접하며 필름을 생산하던 회사의 파산으로 더 이상 필름을 사용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안타까움도 함께한다. 필름 카메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익한 정보들로 가득하다.

 

필름 카메라를 선호하면서 자신에게 마지막 남은 필름 한 롤이 있다면 무엇을 찍을까? 이상엽이 스스로 묻는 질문이지만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질문으로 다가선다. 마지막 사진에 담고 싶은 그 무엇이 사진가에게는 사진이라면 일반인에게는 삶의 한 장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가는 단순히 개인의 차원에서 머물 수 없는 사회적 사명이 있기에 그들의 사진은 시대의 정신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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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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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감정에 담긴 성찰

현대 사람들이 지난 역사를 살아온 사람보다 좋은 조건에 사는 것이 분명하다. 복잡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를 만나는 것 이것은 다양한 사회적 조건에 의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애써 모른체하도록 강요받은 사회하고는 다르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는 행복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현대인들의 일면을 보면 순간순간 감정표현에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인다. 분명 예전과는 달라진 면이다. 이런 환경의 변화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삶의 태도를 변화시켜갈 것으로 본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 어쩌면 이것이 문학의 근본이 아닐까도 싶다. 특히, 시라고 하는 문학의 장르는 자신이 세상과 스스로를 감정에 가장 솔직하면서도 시인만의 제한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그 출발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충실함에 있지 않을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절제된 언어로 표현된 시들은 나라마다 고유한 형태를 유지하며 지속되어왔다. 한국의 정형시인 시조나 일본의 하이쿠들이 그 예이다. 우리나라 시조는 34조의 음수율을 가지고 36, 45자 이내의 형식이라면 일본의 하이쿠는 5.7.517자 이내로 쓰여 진다. 이런 일본의 하이쿠에 주목하여 이를 연구하고 국내에 소개한 사람이 류시화 시인이다. 류시화는 한 줄도 너무 길다로 하이쿠를 소개하여 독자들의 반향을 불러왔다. 이 하이쿠는 일본에서 출발했지만 이미 전 세계 각국에서 하이쿠를 연구하고 시를 발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하이쿠'는 여전히 낯설고 생소한 세계이다.

 

류시화의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하이쿠의 원류인 일본의 대표적 인 하이쿠 시인들의 작품을 모으고 각각의 하이쿠마다 충실한 해설을 붙였다. 에도 시대의 바쇼, 부손, 잇사, 시키뿐 아니라 현대의 다코쓰, 만타로, 구사타오 등 130명의 시인들의 주옥같은 하이쿠 1,370여 편이 실려 있다. 류시화의 해설에 의하면 하이쿠는 제한된 17자로 자신의 느낌을 담고 있는 하이쿠를 제대로 읽으려면 5.7.5로 음수를 맞추는 것, 중간에 끊는 말을 넣는 것, 계절을 담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시라는 점에서 민족적 감정으로 인해 하이쿠에 대한 선입감이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더라도 하이쿠라는 시가 담고 있는 자기 성찰적 요소를 비롯하여 번듯이는 직관성을 불러오는 하이쿠의 장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때론 선시를 읽는 것처럼 모호함이 있긴 하지만 그 또한 전후 사정을 고민하게끔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현재의 감정에 가장 충실한 것이 하이쿠라 한다면 이를 제대로 읽는 것 역시 읽는 순간 함께하는 느낌에 충실한 것은 아닐까? ‘~ 그렇구나하는 그 느낌을 충실하게 받아들인다면 하이쿠가 존재하는 실체에 근접한 것이라고 본다. 류시화의 친절한 해설은 하이쿠를 이해하는 동시에 하이쿠의 시인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시인들의 삶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시는 그 삶을 이해할 때 시인의 진정성을 알 수 있을 것이지만 그 순간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새롭게 느끼는 감정으로 재해석하는 것으로 새롭게 읽힐 수 있다. 살아가며 삶에 지키거나 힘들어질 때 가까이 두고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봐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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