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식물 이야기 100
크리스 베어드쇼 지음, 박원순 옮김 / 아주좋은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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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과 함께 살아온 식물들

길을 걷다보면 처음으로 본 꽃이거나 기억 속에만 있던 꽃을 만날 때의 반가움은 무엇으로 표현하기 힘든 기쁨을 준다. 하여, 애써 시간을 내 산과 들로 꽃을 찾아나서는 이들이 많다. 비교적 4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다양한 식물들을 접할 수 있어 그런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도 그만이다.

 

인간과 함께 지구의 주인으로 살아온 식물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역사와도 맥을 같이해 온 것으로 이야깃거리들이 풍부하다. 얼마 전 길을 가다 메꽃 닮은 꽃을 보았다. 분명 고구마줄기인데 꽃은 나팔꽃이나 메꽃을 닮아 신기하게 보고는 고구마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고구마 접붙이기할 때 나팔꽃줄기를 이용한 것이 닮은 꽃을 피우게 된 이유라고 한다. 그동안 인간의 시각에서 바라본 식물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각을 달리한 식물의 시각으로 인간과의 관계를 살핀다면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관련 책으로는 꽃의 제국이 있다.

 

세상을 바꾼 식물 이야기 100’는 인간의 삶 속에서 깊숙한 관계를 맺었던 식물들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담았다. 정원 전문가인 저자가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어 우리 실생활에서 익숙하거나,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실생활과 관련 있는 100가지 식물들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 크리스 베어드쇼는 우리 주변에 늘 가까이 있는 식물이 인간의 삶 속에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역사적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관산용이거나 식용 또는 치료 목적으로 식물을 이용한 인간의 욕심은 전쟁이나 혁명 때론 학살을 일으킨 이유이기도 했다. 영국이나 프랑스를 필두로 중국과 전쟁을 일으켰던 차나 미약, 홍차를 둘러싼 제국주의의 침략전쟁 등이 그런 사례가 된다. 나폴레옹부터 에디슨까지, 로마의 아폴로 신전부터 아마존 강까지, 동방박사부터 식인종까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살아가는 동안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식물전쟁과도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목한 100가지 식물로는 구기자나무, 시금치, 제라늄, 토마토, 자몽, 수박, 쐐기풀, 유동나무, 생강, 수세미, 지의류, 물이끼, 잇꽃, 한련화, 마늘, 국화, 수선화, 당근, 대나무, 머위, 겨우살이, 차나무, 장미, 호두, 코피 루악 등 100여 가지다.

 

40만 종의 식물 중 인간과 비교적 친숙한 식물을 구별하고 적절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식물들의 특서을 잘 알아야 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00여 종의 식물을 이야기하다보니 식물에 대한 설명과 그림까지 간략하게 그려지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식물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아쉬움이 많다.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온 우리의 경우는 대부분 식용이나 치료용으로 식물을 접해왔다. 조선시대에 동의보감에 수록된 다양한 식물들에서도 확인되며 최근 많은 현대인들이 관심 갖고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각종 효소도 그것과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식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오직 인간만을 위해 식물을 남획하거나 불법채취로 사라져가는 식물군들이 많다. 멸종위기 식물들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이유도 있겠지만 인간의 욕심이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세상을 바꾼 식물 이야기 100’는 먹거리에서 치료제, 첨단 신소재, 차세대 청정 에너지원까지 식물을 이용하려는 인간들의 관심은 날로 늘어간다. 지구라는 공간에서 인간과 식물이 공존할 수 있는 현명한 대안이 필요한 시기에 식물을 통해 인간의 역사와 현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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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몽골 - 몽골로 가는 39가지 이야기 당신에게 시리즈
이시백 지음, 이한구 사진 / 꿈의지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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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이야?

내게 몽골은 드넓은 초원, 고비사막, 징기스칸, 몽고반점뿐이었다. 반도를 벗어나보지 못한 관계로 해외여행은 늘 책으로 만난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책 속의 사진으로 만나는 몽골은 내가 좋아하는 밤하는 쏟아지는 별을 누어서 볼 수 있고, 모래언덕에서 잡히지 않은 시야의 넓이를 가늠하게 되었다. 그러던 얼마 전 한 권의 책으로 그래 혹 반도를 벗어날 기회가 생긴다면 첫 번째로 몽골이다라고 정하고 말았다. 몽골에 대한 간절한 꿈을 키우게 해준 책은 몽골의 역사나 자연을 알려주는 내용이 아니었다. 너무나 보기좋은 아이와 엄마의 여행기로 고비사막을 함께 걸었던 이야기다. 책으로여는세상에서 발간한 강영란의엄마와 딸, 바람의 길을 걷다가 그 책이다.

 

의외로 뭉골에 대한 여행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몽골의 무엇이 여행자를 불러드릴까? 이시백 글에 이한구 사진으로 만나는 당신에게, 몽골은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서른아홉 가지의 키워드로 몽골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는 이시백은 그야말로 몽골에 빠져 있다. 초원 어디쯤 주막을 차려 오가는 여행자를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만큼 말이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을 만큼 끝까지 와버렸다면, 이제는 몽골을 꿈꾸고 몽골로 가야 할 때. 아무것도 없는 고비사막, 심심해서 죽어버릴지도 모를 비얀자크, 12가지나 되는 몽골의 바람과, 헬멧이 없으면 타박상을 입을 만큼 쏟아지는 별들과, 가도 가도 끝이 없이 넓은 초원만으로도 지금 우리가 몽골을 떠올려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무엇을 더 보텔 수 있을까? 몽골에 대한 저자의 유혹은 멈출 줄 모른다. 어쩌면 척박한 몽골의 자연이 모자랄 것 없이 누리는 우리의 현실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 없이 떠밀려 온 우리들에게 사고 이전의 느낌을 자각하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은 아닐까? “게르, 티메, 아이락, 마두금, 사슴돌, 아르갈, 솔롱고스, 나담, 아롤, 홍그린 엘스, 쥬게르등 저자가 주목한 키워드는 지명, 풍습, 음식, 놀이, 관습 등에서 출발하여 몽골의 이해를 돕는다. 우리민족과 몽골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공감대를 확인하며 현지 여행경험에서 우러나는 조언이 몽골을 이야기하는 서른아홉가지 이야기 속에서 더 빛나는 것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더없이 위축되고 가슴에 쌓인 무엇인가를 던져버릴 수도 없는 현실이 대 자연 앞에 서면 달라질 수 잇을 것이며 그런 자연과 일감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곁에서라도 지켜본다면 2014년 한국을 살아가며 답답한 가슴을 쓰러 내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한구의 사진이 말해주는 것은 확실하다. 여행자를 몽골로 유혹한다.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몽골의 초원과 사막, 개르 속 몽골인들의 일상, 관습, 자연의 모습 등은 글 없이도 몽골로 가야할 이유를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어쩌면 더 이상 말이 필요는 에세이로 글과 사진이 각각 따로 또 같이 몽골을 설명하고 있다.

 

강영란의 엄마와 딸, 바람의 길을 걷다가 모U 사이의 대화나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에 주목한다면 이시백의 당신에게, 몽골은 몽골 자체를 주목하여 몽골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와 공유될 수 있는 점들이 꽤 많은 나라가 몽골이지만 이해의 정도로 본다면 단편적인 지식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주는 몽골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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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 길 위의 사진가 김진석의 걷는 여행
김진석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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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과 교감하는 순간이 담긴 사진가의 이야기

순간을 담아 마음을 움직였던 시간을 기억하는 것, 어쩜 사진은 그렇게 마음을 담아내는 작업인지 모른다. 우리 시대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사진을 찍는다. 휴대폰이라는 전화기에 사진을 찍는 기능이 결합되면서 따로 카메라 휴대하지 않더라도 순간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사진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으며 사진가의 사진에도 더 흥미롭게 다가서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걷기를 싫어했던 사진가가 제주도 올레길을 걷다가 걷기의 매력에 빠져 세계 각국 걷는 길을 빼놓지 않고 걸어가며 마음에 담긴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고 그 사진과 함께했던 여정의 기록을 모아 책을 발간했다. 바로 걷다 보면이 그 책이다.

 

길 위의 사진가김진석이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걷기로 보인다. 길 위에선 여행자가 느끼게 만드는 다양한 감정의 출발점은 걷기다. 걷는 동안은 길 위의 여행자가 자연과 여행자 그리고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다. 이 만남에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자기성찰의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가의 여행기지만 사진보다는 글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가의 사진이기에 사진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강하게 다가온다. 대부분 길 위에 선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고 그 중에서도 얼굴표정이 으뜸이다. 환하게 웃는 모습은 만국공통어로 길 위의 사람들을 길 위에선 동료로 묶어주는 매개로 훌륭한 역할을 한다. 사진만으로도 자신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생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걷기는 하나의 목적이 있다. 한 발을 다른 발 앞에 놓는다. 그리고 기쁨이 뒤따라올 때까지 다시 시작한다."

 

이브 파칼레의 말이라고 한다. 길 위의 사진가 김진석의 마음이 오롯이 담겼을 것이다. “36일 간의 여정, 800km가 넘는 거리, 6만 장이 넘는 사진들, 2천 명이 넘는 순례자들, 324시간의 걷기, 144백만 보의 발걸음으로 이 책의 중심 내용이 되는 산티아고 순례자 길을 나타내는 김진석의 이야기 속에는 걷거나 멈출 때 비로소 내게 오는 것들을 맞이할 수 있으며 대상과 자신이 하나 되는 순간을 사진으로 담는다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진가 김진석의 책을 오독해 본다. 환한 미소가 주는 얼굴의 사진에 담고 싶었던 사진가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걷기에 주목한다면 스스로도 이야기했듯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의 얼굴이나 걷는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도 보여주면 어땠을까? 지치고 힘든 과정을 이겨냈기에 웃는 얼굴이 더 행복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걷는 동안 어쩌면 짧지 않은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숫자만큼 자신을 돌아봤을 것이다. 그 마음 깊어졌으리라. 그 길을 걸었던 김진석은 행복한 삶의 주인공일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등 떠미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잠깐의 산책도 버거운 현실을 살고 있다. 아니 현실에 밀려 짧은 시간 걷는 것조차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꼭 40여일이나 시간을 내서 걸어야 할까? 자연을 포함한 대상과 교감하고 느 순간을 담는 것으로 자기 성찰의 시간을 만들 수 있다면 그 시간 또한 소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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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 운명과 저항의 갈림길에 선 조선 여성들의 내면 읽기
임유경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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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사회를 변혁한다

조선의 여성하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황진이, 매창, 두향과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우선 기생으로 당대 걸출한 사내들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말고도 수많은 여성들이 있었을 것이지만 조선의 여성에 주목한 이야기가 다분히 흥밋거리로 다뤄지는 것 말고는 별로 없었다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조선사회가 남성위주 가부장적 사회였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조선 중반기를 넘어서 성리학이 자리 잡은 후 일이니 조선전기나 그 후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지만 기록으로 남겨진 것조차 주목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선을 이해하기 위해 그간 왕조중심 연구에서 벗어나 그 폭을 넓혀 조선을 구성한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로 확장되는 사회적 분위기의 여파로 조금씩 그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실로 다행이라 여겨진다. 그 중에서도 사회 기층을 구성했던 천민에 속한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려는 움직임은 반갑기만 하다.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저자 임유경의 책조선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여성이라 하면 여필종부(女必從夫), 삼종지도(三從之道), 현모양처(賢母良妻), 출가외인(出嫁外人), 칠거지악(七去之惡) 등의 유교 사상에 따라 살아가는 순종적인 모습이 그려진 것이 사실이다. 이런 모습으로만 조선시대를 살았던 여성을 이해한다면 한쪽에 치우친 편협한 해석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서른여덟 가지 키워드로 조선 여성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여성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글을 배워 학문에서 당당한 목소리를 낸 사람들로부터 기생, 일반 가정집 아녀자, 노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을 샤롭게 해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저자가 참고한 것은 여성 스스로 남긴 글을 묶은 문집이거나 양반 사대부들의 기록에서 찾았다. 주로 편지나 수필, 주변 사람들이 남겨놓은 글들이다. 그 주인공들은 기생이나 다모와 같은 천한 직업의 여성부터 양반 규슈와 고귀한 왕실의 공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등장하고 있다.

 

사대부 남편을 면박주면서도 당당했던 송덕봉, “여자로 태어났다고 장차 방안 깊숙이 문을 닫고 경법만을 지키며 사는 것이 옳은가. 한미한 집안에 났다고 분수를 지키면서 이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옳은가라며 되묻고 자신만의 길을 떠난 김금원, 여자에게 글을 멀리하게끔 강요하던 조선에서 스스로 학자가 되기를 꿈꾼 강정일당, ‘제주도 여자는 육지에 오를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금강산에 오른 김만덕, 한 남자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산 황진이 등이 나온다. 주목되는 사람으로는 이 책에 등장하는 유희춘과 송덕봉, 함께 시를 논하고 서로를 아꼈던 부부다. 부인은 책에 빠진 남편에게 아름다운 봄의 경치, 달 아래 거문고, 근심을 잊게 하는 술의 즐거움도 놓칠 수 없는 것인데 어찌 책에만 빠져 있겠느냐고 했다. 부창부수다. 오늘날에도 이런 부부는 있을 것이다.

 

이들의 당당한 행보는 자신들을 옭아매는 부당한 현실에 순응하지 않는 자세 때문이라고 보았다.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은 기록으로 남아 또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을 도약하게끔 했으며, 이것이 결국 조선시대 500년을 지배한 유교 윤리와 열녀 이데올로기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원문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저자의 해설을 곁들여 한 여성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현대를 비교하여 한계와 아쉬운 점을 밝히고 있다. 다소 저자와 독자 간에 시각차가 존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자신을 얽매고 있는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서라도 당당한 자신만의 삶을 추구했던 여성들의 삶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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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철학자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히틀러의 철학자들 - 철학은 어떻게 정치의 도구로 변질되는가?
이본 셰라트 지음, 김민수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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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탈을 쓴 사상을 분별하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으로 연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아이를 구분하지 않고 살해하는 장면들은 사람의 본성자체를 의심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악마로 만드는 것일까? 그들이 믿는 신과 지켜야할 민족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와 비슷하게 사람이 사람을 학살한 일이 있다. 20세기 제2차 세계대전 주역 중 하나였던 독일이 그 경우다. 히틀러라는 희대의 전쟁광으로 표현되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졌던 유인인 학살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차 세계대전의 주역 히틀러는 무엇을 믿고 그런 만행을 자행했을까? 독재자 한명의 야심에 의해 그렇게 된 것만으로 보는 것은 그 학살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히틀러가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밑바탕을 만들어 준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히틀러와 어떤 관계를 맺었고 그들의 훗날 어떤 삶을 살게 되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책이 이본 셰라트의 히틀러의 철학자들이다. 이는 근, 현대 철학에서 독일 철학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독일 철학에 대한 이해가 온전하지 못한다는 점과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히틀러의 정치인으로 성장과정에서 독일 내 철학자와 법률가들이 히틀러에 붙어서 히틀러의 독재정치를 철학적, 법률적으로 보장하게 만들어 준 이들의 행보를 따라가며 철학이 독재정치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를 밝히고 있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는 물론 동시대 수많은 지식인들이 자신을 '철학적 지도자'로 여겼던 히틀러를 지지했으며, 반대자 탄압, 유대인 학살,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온갖 구실을 제공했다.

 

1년여 동안 수감생활을 했던 히틀러는 칸트, 쇼펜하우어, 헤겔, 포이어바흐, 니체 같은 그 이전 세대의 걸출한 철학자들이 철학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곡해하며 자신의 사상적, 정치적 기반으로 삼았다. 이는 단순히 히틀러의 곡해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들 철학자들의 견해가 인종주의적 요소가 많았다는 점이다. 임마누엘 칸트는 유대인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주장을 했으며, 게오르크 헤겔은 유대인을 유럽에서 배제했으며, 그들을 인류 문명 바깥의 열등한 존재로 분류했고, 대단히 애국적인 독일민족주의자인 프리드리히 실러, 독일인은 유일무이하며 그 순수성은 보존되어야 한다고 선언한 요한 피히테 등을 히틀러는 자신의 철학적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독일철학자들이 등장한다. 법률가로 활동한 카를 슈미트와 강력한 지지자 마르틴 하이데거르 비롯하여 알프레트 보임러와 에른스트 크리크 등이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나치를 옹호했을 뿐 아니라 반대자 탄압, 유대인 대학살,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온갖 구실을 제공했다. 또한 이들에 의해 탄압과 박해를 받았던 발터 벤야민과 테어도어 아도르노, 하이데거의 학생이자 정부였던 한나 아렌트, 백장미단의 일원이었던 쿠르트 후버 등 저항 인사들의 모습을 조명하며, 뉘른베르크 재판과 그 이후까지 담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학살을 저질렀던 주역들에 대한 뉘른베르크 재판 이후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대부분 자신의 과거를 숨기거나 인정하지 않으면서 대학이나 패전이전의 자리로 돌아갔으며 이후 더 주목을 받으며 활동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독재와 인종주의에 반대하며 망명했거나 저항했던 학자들은 설자리를 잃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해방 후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슷한 모습이어서 씁쓸하기만 하다.

 

철학은 윤리학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삶에 깊숙이 개입된 윤리는 비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삶에 중요한 순간에 철학은 수준 높은 윤리의식으로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오직 진실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시대 철학자들이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또한 이 책은 우리의 통념 속에서, 교육 속에서, 문화 속에서, 거짓된 진실의 탈을 쓴 채 행세하고 있는 온갖 관념과 사상을 분별해내고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통찰력을 키워줄 훌륭한 비판적 잣대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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