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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고향 - 한국미술 작가가 사랑한 장소와 시대
임종업 지음 / 소동 / 2016년 12월
평점 :
작품에 담긴 역사로의 여행
고향은 시간과 공간이 함께 머물러 기억 속에 자리 잡은 공간이다. 이 공간 속에 녹아 있는 시간은 이미 지나온 과거이지만 그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를 가능케한 근거가 된다. 작가들의 작품 속 공간 역시 이 고향이라고 하는 시간과 공간이 함께 머무는 동시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특정한 공간에 주목하여 그 공간에 담긴 역사성이 발현되는 현재를 표현하는 것이다.
보통사람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믿으며, 조명 받지 못한 인물, 사건, 유적에 관심이 많고, 스스로 가장 잘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자 임종업의 책 ‘작품의 고향’은 바로 그런 공간에서 찾게 되는 작품의 역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작가들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이 사는 당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시대를 뜨겁게 사는 일과도 밀접하다. 그 결과물이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 책 ‘작품의 고향’에는 공간이 갖는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된 작품을 만들어가는 작가들의 작품과 장소가 지닌 의미가 담겨 있다. 작가들에게 구체적인 작품의 대상이 되는 공간인 장소는 흔하게 지나치는 풍경으로써의 공간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왔고 살아갈 삶의 현장이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 땅과 시대를 뜨겁게 작품에 담아온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불국사와 박대성, 인왕산과 겸재 정선, 지리산과 오윤, 진도와 허씨 삼대, 제주와 강요배, 영월과 서용선, 태백과 황재형, 골목과 김기찬, 임진강와 송창, 오지리와 이종구, 통영과 전혁림, 소나무와 김경인 이길래
저자 임종업은 “내게 감동을 준 작품들의 장소를 찾아 나섰다. 거기에 작가가 있었다.” 그렇게 찾은 작품들의 고향은 여전히 살아 꿈틀대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면서도 시대와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기도 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되기도 한다. 서울, 서산, 지리산, 진도, 제주, 통영, 경주, 영월, 태백, 임진강을 순례하는 동안 이 땅에 살아왔고 지금도 질기게 살아가는 민중의 몸짓으로 바뀌었다. 연대기였던 한국사가 실물이 되었다.
“나는 작가가 말하지 않은 것을 말하고 싶었다. 작품이 내게 전해준 느낌을 풀어내고 싶었다. 하여, 작가와 작품을 두고 불가피하게 사설을 늘어놨다. 아무리 긴들 형해화한 줄글로써 작품의 곡진함에 이를 수 있겠는가.”
저자 임종업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설명에 앞서 장소인 공간이 가지는 의미성에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다.작가가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장소의 의미를 대신 말하여 작가와 작품이 장소와의 필연적인 관계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 일이 저자가‘작품의 고향’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장소는 역사라는 저자의 행보는 '장소‘와 ’시대‘를 중심으로 한국미술의 큰 흐름을 되돌아보는 일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