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기다리다 -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두 번째 이야기
황경택 글.그림 / 도서출판 가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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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보는 기다림의 가치

강원도 어느 바닷가에서 복수초가 피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부터 한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아직 녹지 않은 눈 속에서 피어날 꽃을 기다리느라 몇 번씩이나 발걸음을 하면서도 감감 무소식에 절망할 만도 하지만 이내 다시 찾는다보고자 하는 꽃이 있고 그 꽃이 깨어나 피고 지는 과정을 따라 한 계절이 시작된다아직 겨울이지만 복수초가 피고나면 변산바람꽃에 노루귀들이 깨어나고 뒤를 이어 만주바람꽃과 꿩의바람꽃까지 연달아 피어 꽃을 보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이렇게 초본식물로 시작된 꽃과의 눈맞춤은 매화꽃 소식에 산수유생강나무딱총나무 등 목본식물에서 겨울눈의 관찰로 이어지며 모과나무의 새 잎이 나올 때까지 이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 둘 씩 꽃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지만 각기 식물을 구분하고 제 이름을 불러주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비슷비슷한 꽃을 구분하여 이름 부르기도 어렵고 나무를 구분하는 것도 결코 만만치 않다하지만자주보고 자세히 관찰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하나를 알아 가면 다른 하나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이 길러지게 된다이렇게 식물들을 관찰하고 구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시진을 찍어 관찰하거나 그림을 그리며 식물의 특징을 알아가고 기억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식물을 관찰하는 목적에서 주목되는 책이 숲해설가들의 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황경택의 꽃을 기다리다라는 자연관찰 드로잉 에세이다숲해설가이기도 한 저자 황경택이 10여 년간 주변의 식물을 직접 관찰하고 하나하나 그려가면서 보고 배우고 느낀 바를 기록한 책이다단순히 대상을 보고 그리는 것을 넘어서 "꽃은 왜 피는가하필이면 왜 지금 이 자리에서 피어나는가.”라는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식물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이야기와 그림으로 담았다.

 

꽃을 기다리다라는 제목에서 추정할 수 있듯이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꽃보다 기다림에 있다모든 식물이 꽃을 피우는 일은 열매 맺어 종의 영원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남은 결과로 꽃피고 열매 맺는 그 기다림의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나무라면 겨울눈에서 새싹이 돋아 무성하게 광합성을 해 꽃을 피울 때까지풀이라면 씨앗이나 잎 상태로 겨울을 이겨내고 땅 속 에너지를 끌어 모아 새 개체를 키워 올릴 때까지,긴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주목하여 식물을 이해하고자 했다.

 

꽃을 이야기하면 보통의 경우 깊고 높은 산속의 희귀한 꽃을 먼저 떠올린다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어디에도 꽃은 핀다그렇게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꽃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그런 꽃들이야말로 사람과 한 공간에서 공존하며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고 사람들이 꽃에 기대어 삶을 더 풍요롭게 가꿀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한해 두해 이렇게 꽃이나 나무의 사계절을 따라가다 보면 한 식물이 태어나 꽃피고 열매 맺고 다시 다음 해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생명의 순환을 이치를 배우게 된다단순히 꽃만 보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야할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그런 의미에서 황경택의 꽃을 기다리다는 일상에서 꽃과 함께 할 수 있는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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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앵담 - 나른한 화요일을 깨우는 새콤달콤한 앵두 맛 이야기 요일들의 이야기 2
안영실 지음 / 헤르츠나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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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붉은 앵두 맛 같은 이야기들

지극히 짧은 이야기에서 긴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다많은 말을 한다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구구절절 풀어놓지 않아도 몇 마디 말로 전해지는 가슴 깊은 울림은 그 말이 담고 있는 감정과 의지를 충분히 공감할만한 준비가 되었을 때 가능해 진다말하기 보다는 듣기에 주목하고자신을 둘러싼 환경이나 조건의 변화와 같은 외부적 상황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심장의 반응에 주목할 수 있을 때 절제된 말이 가지는 참다운 의미를 알게 된다.

 

참으로 오랜만에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만났다나른한 화요일을 깨우는 새콤달콤한 앵두 맛 이야기이라는 작가 안영실의 화요앵담은 지극히 짧지만 긴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 이야기들로 묶어진 소설집이다일상의 익숙한 이야기를 펼치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작품들이 한 바구니에 가득 담겨 있다.

 

아리도록 단단한 57편의 이야기가 네 가지 테마로 묶여 잘 포장되어 있다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세월의 무게감을 적당하게 감당할 수 있는 이의 자전적 에세이를 대하듯 친숙한 이야기들이다기억 저편에 가물거리듯 존재하면서 불쑥불쑥 현실로 드러나는 추억이거나감정 이입된 특정 대상을 통해 잊어지길 강요받았던 생의 어느 한 자락자신이 속한 다양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온 시간과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무엇인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강한 목적성을 내비치지 않고서도 절제된 이야기는 담고 싶은 감정의 깊이와 전하고 싶은 의지를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능숙하게 전달한다짧은 이야기를 짧게 읽지만 쉽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없는 긴 사색의 시간을 만들게 하고 있다글이 자체적인 힘을 가지는 경우가 바로 여기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등단 20년 차인 작가의 내공이 여실히 드러나는 글이라 여겨진다.

 

화요앵담’ 속 다양한 이야기는 새콤달콤한 맛에 취해 아무 생각 없이 앵두를 먹다 보면 꼭 단단한 씨앗을 씹게 된다는 작가의 표현 그대로 붉은 앵두 맛 그것과 꼭 닮아 있다새로운 희망으로 꿈을 꿔가는 봄,곁에 두고 틈틈이 펼쳐도 좋을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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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3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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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대

내 이웃에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나무를 깎아 집도 손수 짓고흙을 빗어 도자기도 굽고진공관에 관심일 가지고 스스로 수리도 하며각종 고철이나 쇠를 가공해 조형물도 만든다사물을 대하는 자심만의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어 무슨 물건이든 허투루 보는 일이 없이 쓸 용도를 생각해 내 적재적소에 활용한다그가 사물을 보는 특별한 시각은 지금까지 살아온 그의 삶의 이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물의 좋고 나쁨 또는 진위나 가치를 분별하는 능력을 '안목眼目', 이라고 한다무엇을 어떻게 보는가를 말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대상이 가지는 독특한 쓰임새와 가치를 볼 수 있는 것을 말한다이런 안목은 어디에 또 왜 필요할까?

 

알면 사랑하게 되고사랑하면 보게 되고볼 줄 알면 모으게 되니이때 모으는 것은 그저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석농화원발문 중에서

 

위의 문구는 유홍준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언급해 유명해진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구절의 원문이다어떤 대상에 대해 알고보고사랑하는 이 모든 과정이 바로 안목과 깊은 관련이 있다.

 

유홍준의 새 책 안목에서는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문화재를 중심으로 대상과 그것을 알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건축·백자·청자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높은 안목의 소유자들은 어떻게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파악했는지를 알아보고뛰어난 안목으로 미술품을 수집하고 미담을 남겨 우리 문화사에도 기여한 역대 수장가들의 이야기로 안목의 중요함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여기에 등장하는 수장가들로는 안평대군 이용석농 김광국송은 이병직수정 박병래 소전 손재형간송 전형필 등으로 그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깊은 내막을 알 수 있다더불어 우리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변월룡이중섭박수근오윤신영복의 회고전에 유홍준 교수의 순례기현대미술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넓고 깊은 시각에서 바라본 수화 김환기’ 작가론과 평론 대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기회이기도 하다.

 

유홍준의 이 책 '안목'에서 건축·백자·청자 등 유형문화재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유물에만 머물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그 유물을 보는 사람에 주목한다어쩌면 안목의 본질적인 부분이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확인시켜주는 과정과도 같다. ‘사물의 좋고 나쁨 또는 진위나 가치를 분별하는일이 어찌 문화재에 국한될 일이겠는가이런 과정을 통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언급된 수장가들의 이야기들 속에 알 수 있듯 바라보는 대상 안에 담긴 작가의 마음을 오롯이 볼 수 있으려면 발품팔고 많이 보며 깊이 있는 사고와 이를 가능케하는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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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 - 분열과 갈등의 시대, 왜 다시 도덕인가
조슈아 그린 지음, 최호영 옮김 / 시공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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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에서 출발하자

국정농단으로 일컬어지는 국내 정치 상황을 두고 이의 판단 근거를 도덕적 기본 개념인 옳고 그름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진보나 보수라고 하는 집단 간의 가치판단이나 종북이라고 하는 이념의 문제가 아닌 옳고 그름을 가르는 가치기준에 의한 판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과 분열의 극치를 달렸던 상황이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이옳고 그름에 의거한 판단으로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현행 법질서와 합치되어탄핵인용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하지만여전히 이 문제에 있어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집단이 있고 그들은 그들 나름의 판단기준으로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무엇을 어떻게 판단해야 올바른 것일까나와 집단 간의 의견 충돌은 그나마 판단의 기준이 명확할 수 있지만 범위가 넓어지는 집단과 집단 간의 이러한 의견 충돌이 가져오는 갈등은 여전히 존재하고 오히려 더 깊어지는 경향성을 보인다이런 대립적인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판단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상대적 가치를 서로 존중해야 한다지만 그것 역시 판단의 근거는 도덕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는데 각 집단마다 도덕에 대한 가치기준이 달라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우리는 왜 편을 가르고분노하며논쟁하는가?

 

분열과 갈등의 시대왜 다시 도덕인가에 주목한 조슈아 그린은 그의 책옳고 그름에서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저자 조슈아 그린은 개체가 모여 집단이 되면 종종 개체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이루는 과정에서 이기심을 억누르고 이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즉 우리의 이익을 위해 의 손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도덕성이 생겨난 것이다이 도덕성을 전재로 이념 갈등인종 갈등성별 갈등종교 갈등 등 현대 사회의 대부분의 갈등은 우리 집단의 도덕과 그들 집단의 도덕이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고 본다.

 

이러한 집단 내 도덕성은 집단 내 결속력을 강화시키지만 반대로 다른 집단과의 갈등을 악화시킨다하여,저자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덕을 상위하는 개념으로 보다 고차원적인 도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우리의 도덕보다 한 차원 위에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따를 수 있는 도덕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도덕적 본능과 한계를 초월고차 도덕metamorality’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차 도덕의 실현방안으로 제시하는 공리주의나 깊은 실용주의가 해답일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갈등의 요소는 여전히 존재하며 사회 각 분야에서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집단의 이해요구가 우선시 되는 한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기란 요원해 보인다그 해결의 출발로 사람의 존엄을 실현하는 도덕적 가치인 옳고 그름을 판다의 일차적 기준으로 삼아 이를 실현하는 행동의 실천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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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지음, 백선제 그림 / 문학세계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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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벗으로 시 한 편 챙기자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전해지는 온기를 마음이 먼저 알아보는 때다몸보다 마음이 앞선다는 말이기에 몸과 마음의 간격만큼 서툴고 어설픈 것이 봄맞이다몸은 아직 깊은 겨울의 마지막 자락을 붙잡고 꼼짝하기 싫어하는 반면에 마음은 조그만 바람에도 이미 꽃놀이를 나설 준비를 마쳤다이 어설픈 봄맞이에 사람들은 매번 들썩이며 봄을 앓는다삶의 봄 또한 다르지 않다.

 

여기저기서 꽃소식이 들려온다봄은 꽃소식과 함께 시작되며 남쪽에서 북쪽으로 공간 이동을 한다그 절정은 아마도 매화와 산수유로 시작하여 벚꽃이 만개했을 때가 아닌가 한다이렇게 가슴에 꽃향기 담는 봄에 마음자리에도 꽃과 같은 향기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꽃 보러 나들이 다니며 봄을 맞이하고픈 마음에 봄의 정서를 담은 시 한편 기억한다면 더 없이 훌륭한 봄맞이가 되지 않을까?

 

그런 봄맞이에 안성맞춤인 시가 있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라는 싯구가 포함된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는 김종해 시인의 시다.

 

김종해 시인은 "등단한 지 54년째 봄을 앞두고봄을 기다렸던 그 기간 동안사람의 몸으로 부딪혔던 온갖 열정과 감성슬픔과 눈물고통과 위안이 담긴 서정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내가 쓴 서정시 33을 스스로 골라새로운 시집으로 엮었다고 밝힌다.

 

시집 그대 앞에 봄이 있다에는 네 가지 분류기준에 의해 선별된 시들이 묶여 있지만 읽는 이들에게 모두 아름다운 감정이 솟아나게 하는 시라는 공통점이 있다한 편 한 편 읽어갈 때마다 시인의 감성과 맞닿아 있는 지점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김종해 시인의 시는 이처럼 공감의 포인트가 많기에 널리 읽히고 더 친숙하게 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만물이 꽃으로 필 때이고피어날 준비로 분주할 때이다꽃이 스스로 자신의 속내를 열어 보이는 것은 세상과 나눌 수 있는 무엇을 내보내고 결실을 맺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기도하다사람도 봄을 맞이하는 마음이 꽃이 피어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그 오묘한 감정놀음에 온기로 곁을 함께할 수 있는 무엇이 있다면 봄은 그야말로 희망을 맞이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편의 시와 함께 다가오는 봄피는 꽃 보며 나도 꽃으로 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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