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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黃槿

제주도를 특별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식물 중 하나다. 첫눈에 보고 반해 모종을 구했으나 추운 겨울을 건너다 깨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재주 좋은 벗이 씨앗을 발아시켜 나눔한 것을 소중히 키우고 있다.

깔끔하고 단정하며 포근하다. 이 첫 느낌에 반해 오랫동안 곁에 머물렀다. 연노랑의 색부터 꽃잎의 질감이 탄성을 불러온다. 바닷가 검은 돌로 둘러쌓여 아름답게 핀 모습이 꽃쟁이의 혼을 쏙 배놓았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인 '황근'은 말 그대로 "노란 꽃이 피는 무궁화"다. 국화인 무궁화가 오래전에 들어온 식물이라면 황근은 토종 무궁화인 샘이다. 어딘지 모를 바닷가 검은 돌틈 사이에 제법 넓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무궁화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저버리는 하루살이라 꽃이라고 한다. 미인박명의 아쉬움은 여기에도 해당되는 모양이다.

두해의 겨울을 건너고 올 여름 드디어 꽃을 피웠다. 꽃 볼 날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기만 하다고 했더니 그 마음을 알았나 보다. 다시, 내년 여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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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란'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보았던 꽃을 올해는 북쪽으로 올라가서 만났다. 특별히 보호 받고 있다는 곳인데 찾는 이들을 위해 철망을 탈출한 녀석들의 마음 씀이 곱다.

흰색 바탕에 홍자색의 꽃이 황홀하다. 작지만 여리지 않고 당당하게 섰다.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이리보고 저리보고 위 아래 다 구석구석 훒는다. 이런 오묘한 색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잎이 없고 "자기 힘으로 광합성을 하여 유기물을 생성하지 않고, 다른 생물을 분해하여 얻은 유기물을 양분으로 하여 생활하는 식물"인 부생식물이라고 한다. 전국에 분포하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대흥란이라는 이름은 최초 발견지인 전남 대둔산의 대흥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봤다는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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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각나무

꽃을 떨구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아오른 나무는 그렇게 자신을 알리고 있다. 고개들어 한참을 바라봐도 보이지 않는 꽃이 툭! 하고 떨어지고 나서야 인사를 건넨다. 순백의 꽃잎에 노오란 꽃술이 다정하다.

껍질 무늬가 사슴(노, 鹿) 뿔(각, 角)을 닮았다고 노각나무이며 비단 같다고 비단나무라고도 한다. 줄기가 미끈하고 노란 갈색과 짙은 갈색의 큰 무늬가 있다.

꽃은 6~7월에 새로 나는 햇가지의 아래쪽 잎 달리는 자리에 흰색으로 핀다.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나온다. 꽃받침잎은 둥글며 융 같은 잔털이 있다.

동악산 숲에 들어서며 통으로 떨어진 꽃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동네 뒷산에서 떨어진 꽃 무더기로 다시 만났다. 배롱나무, 때죽나무, 굴참나무와 함께 만나면 꼭 만지며 나무가 전하는 그 느낌을 마음에 담는 나무다.

올해는 지리산과 가야산을 돌아오는 동안 심심찮게 보이던 꽃을 다시 가로수로 심어진 나무로 만났다. 올 봄 내 뜰에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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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게꽃나무

꽃을 보기 위해 매년 같은 시기에 오르는 지리산 세석평전을 지나 능선을 걷는다. 오를 때와는 다른 느긋함이 있다. 좌우를 기웃대면서 걷기에 좋은 길이다.

목적지에 도착했으나 때가 일러서 보고자 했던 꽃은 보지 못하고 고개 들어 돌아보니 낯선 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언듯 여기에 특이한 나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떠올라 그 나무 앞에 섰다.

부게꽃나무다. 생소한 이름인데 단풍나무 집안이라고 한다. 높은산에 사는 탓에 쉽게 보지 못하는 나무 중 하나다. 이름의 유래는 북어의 강원도 사투리가 '부게'라고 하는데 꽃 모양이 덕장에 말린 북어를 떠올리게 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손바닥 모양의 잎은 단풍나무 닮았고 노랑색의 꽃이 모여 나는 원뿔모양의 꽃이 가지 끝에 달린다. 이 모습이 특이해서 기억하기 쉽겠다.

때가 되면 다시 그곳에 오를 것이고 그때마다 나무 앞에 서서 첫만남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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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중나리

초여름의 숲에서 붉디붉은 미소를 건넨다. 붉은 속내를 보이는 것이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듯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왕지사 얼굴 붉혔으니 하늘 봐도 될텐데ᆢ.

'털중나리'는 산과 들의 양지 혹은 반그늘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서 자라며 위쪽에서 가지가 약간 갈라지고 전체에 잿빛의 잔털이 있다.

꽃은 6~8월에 황적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는 꽃이 줄기와 가지 끝에서 밑을 향해 달려 핀다. 안쪽에 검은빛 또는 자줏빛 반점이 있다.

풀 전체에 털이 덮여 있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에 '털중나리'라고 한다. 뒤로 젖혀진 꽃잎 중간까지 점이 있고 줄기에 주아의 유무로 참나리와 구분하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한국특산식물이고 환경부지정 희귀식물이다.

봄꽃이 지고 나서 여름꽃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알려주는 듯 나리꽃 중에서는 가장 먼저 핀다. '순결', '존엄', '진실' 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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