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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고 싶은 볕이 가득한 시간이다. 몸이 원하는 온기와는 달리 코끝이 찡하는 차가움을 기다리는 것은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마음의 반응이리라.

천년의 시간을 품은 느티나무 잎이 마지막 볕을 품는 것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안다. 왔던 곳으로 돌아가 세상에 나와 시나브로 품었을 시간을 되돌려주기 위해 마지막 의식이다.

볕 좋은날, 절기를 외면하려는듯 햇볕이 가득하다. 조금은 거리를 두었던 사이가 가까워져야 할 때임을 아는지라 귀한 볕을 한조각 덜어내어 품에 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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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가볍기가 솜털 같고

마음은 무겁기가 태산 같고


산을 넘고자 하나

발이 붙잡힌 이는

고개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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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냉기를 품은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풀어진 웃깃을 여미면서도 그리 싫지는 않다. 그저 지금이 겨울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당부가 같아서 찬바람이 오히려 반갑기만 하다.

꽃에 앉아 계절을 건너온 이야기를 전하는 벌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바람 끝에 도착한 안부에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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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素소'

겨울 첫날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다.

소素=맑다. 희다. 깨끗하다.

근본, 바탕, 본래 등의 뜻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근본 자리가 항백恒白이다.

겨울의 첫날이 가슴 시리도록 푸른하늘이다. 손끝이 저린 차가움으로 하루를 열더니 이내 풀어져 봄날의 따스함과 가을날의 푸르름을 그대로 품었다. 맑고 푸르러 더욱 깊어진 자리에 명징明澄함이 있다. 소素, 항백恒白을 떠올리는 겨울 첫날이 더없이 여여如如하다.

素소, 겨울 한복판으로 걸어가는 첫자리에 글자 하나를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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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가지를 건너와 뺨을 스치는 바람결에 온기가 가득하다. 파아란 하늘, 살랑거리는 바람에 화창한 볕이 주는 가을날의 마지막 몸짓이 한없이 사랑스럽다.

누구의 흔적일까. 볕 좋은 날, 소나무 숲 오솔길을 걷다 만난 가벼운 몸짓 하나에 마음을 빼앗겨 시간 가는줄 모르고 앉았다. 품을 벗어나고도 머뭇거림은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아쉬움으로 서성거렸던 내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머뭇머뭇 더디가는 가을을 재촉할 이유가 없듯이 오는듯마는듯 주춤거리는 겨울을 부를 이유도 없다. 지금 이 볕이 주는 온기를 담아두었다가 섣달 눈이 오는 날 가만히 풀어 내면 그만이다.

이제서야 가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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