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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日閒居 춘일한거

不禁山有亂 불금산유난

還憐徑草多 환련경초다

可人期不至 가인기부지

奈此緣樽何 내차연준하

한가한 봄날에

산에 여기저기 꽃피는 것 말릴 수 없어

여기저기 불어난 길가의 풀 더욱 아까워라

온다고 약속한 사람 오지 않으니

이 녹음 속에 놓여진 술 항아리를 어찌하나

*조선 사람 퇴계 이황 退溪 李滉(1501~1570)이 두보의 6자 절구시를 차운한 춘일한거春日閒居 6수 중의 한 수이다. 시절을 뛰어 넘어 봄날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슬렁거리는 숲속의 시간이 좋다. 몸보다 분주한 눈이라지만 느긋한 마음 가운데 일이라 그마저도 한가롭다. 뜻 맞는 벗과 소일하는 시간이 꽃 보는 마음보다 크기에 꽃길에 늘 벗이 있다.

먼 시간을 돌고돌아 온다는 벗이 이번에도 못 온다는 기별이다. 서운함이야 기다리는 이보다 못 오는 벗이 더하겠지만 못내 아쉬움이 크다. "녹음 속에 놓여진 술항아리"야 다음에 열면 되겠지만 준비해 둔 꽃자리를 함께 걷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몸 잘 보살피시라 기다리는 꽃은 때마다 있으니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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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요란을 떨더니

언제 그랬냐는듯

부는 바람에 구름을 밀치고

물끄러미 얼굴을 내민다.

봄볕이다.

중력을 거슬러 오르고 또 오르는 일이

매순간 버겁기만 할까?

눈맞춤하는 잠깐동안의 힘이 있어

콩짜개덩굴은 다시 오른다.

봄은 색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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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중십우花中十友

ㆍ방우芳友 : 난초

ㆍ청우淸友 : 매화

ㆍ수우殊友 : 서향瑞香

ㆍ정우淨友 : 연蓮

ㆍ선우禪友 : 치자꽃梔子花

ㆍ기우奇友 : 납매蠟梅

ㆍ가우佳友 : 국菊

ㆍ선우仙友 : 계桂

ㆍ명우名友 : 해당화海棠花

ㆍ운우韻友 : 차마

*宋나라 증단백曾端伯은 일찍이 열 가지 꽃을 골라서 화중십우로 삼았다. 그가 벗으로 삼은 꽃에 담긴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엿보며 오늘날 꽃을 보는 이유를 살펴본다.

언제부턴가 꽃은 벗과 더불어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산과 들로 다니며 꽃을 보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꽃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을 만났다. 꽃이 피고지는 계절이 몇번이나 바뀌는 동안 이제는 일상과 삶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에 접근 한다. 꽃 아니었으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이다.

작은 꽃이 피고지는 이치가 사람 사는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안다. 식물에 비해 비교적 긴 생애의 주기를 갖는 사람이 짧게는 한 철 길어봤자 두 해를 건너는 동안에 꽃 피어 열매 맺는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식물의 세계를 통해 사람의 일생을 엿보았다. 꽃의 사계를 보고 지나온 내 시간을 돌아보니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

꽃이 벗이었다가 벗이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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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22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마는 어떤꽃일까? 원예와 꽃가꾸기가 취미라서 이 글이 눈에 띄네요.
 

소박하고 단정하고 때론 천연덕스럽기도 하지만 우아함 속에 화려함까지 갖추고 있다. 같은 꽃을 보더라도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른 느낌이다. 사람이 달라지면 그 감흥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른 이의 시선을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좋아하는 꽃을 이런저런 사연으로 찾아다니지만 그중에서도 애써 놓치지 않고 찾아보는 모습 중 하나다. 막 피어나는 중이지만 자신의 상태를 온전히 드러낸 모습이다.

이제 남쪽에선 노루귀를 보기는 조금 늦은 때라지만 믿는 구석이 있어 나선 길에 기대한 모습을 만났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듯 빤히 처다보는 모습이 야무지다.

너나 나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은 버거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쩌랴 엿보이는 마음이야 달리 도리가 없기에 감당할 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에 주고 받은 이야기가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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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夜喜雨 춘야희우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수풍잠입야 윤물세무성

野徑雲俱黑 江船火獨明 야경운구흑 강선화독명

曉看紅濕處 花重錦官城 효간홍습처 화중금관성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어 내리네

바람따라 조용히 밤에 찾아와, 소리없이 만물을 적시네

온통 구름이라 길은 어두운데, 강 위 배만 불빛이 밝구나

새벽에 이슬 맺힌 꽃을 보면, 청두 시 전역에 꽃이 만개했으리라

*杜甫두보의 시 '春夜喜雨춘야희우'다. 시간을 건너띄고 사람이 다르더라도 봄비를 품는 감흥은 그대로다. 간밤에 뒤척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토닥토닥토닥,

긴 밤을 쉬지도 않고 토닥거리더니 아직도 여운이 남았나 보다. 지난 비에 깨어난 뭇 생명들의 목마름을 어찌 알고 이토록 살갑게도 다독거리는 거냐. 땅을 비집고 나온 숨구멍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풀들의 재잘거림과 가지 끝으로 온 힘을 쏟는 나무의 아우성이 빗방울로 맺혔다.

희우喜雨, 호우好雨, 시우時雨

봄비는 참 다정도 하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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