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 장자(莊子)를 만나는 기쁨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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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힐링’이 대세다. 힐링(healing)은 몸이나 마음의 치유를 일컽는 말이다. 이 말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에 와서 주목받게 되는 이유가 뭘까? 사회 전반적으로 치유되어야 할 무엇이 그렇게 많아서 힐링이라는 이 단어를 화두로 삼아야 할까? 선각자들이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그토록 세심한 배려를 하면서 밝혀온 사상이나 이념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본성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났건만 우리들은 여전히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그렇기에 몸과 마음이 아프며 이 아픔을 치유하자는 것을 화두로 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2500여 년 전을 살았던 ‘장자’의 사상이 현대에 들어 주목받는 것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무엇이든 치열하게 살아야하는 것이 정답인 세상에서 그로부터 자유로워야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장자의 이야기와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태관의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는 바로 그 장자의 사상을 치열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숨 가픈 일상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맹자와 동시대 사람으로 추정되는 장자의 사상은 인위를 멀리하고 무위로 살아야 한다는 것과 시간을 초월하는 정신적 자유 그리고 일상의 틀을 깰 수 있는 유연한 사고로 대표된다고 본다. 장자는 공자나 맹자의 엄격한 유교사상이 대세를 이룬 시대에서도 끊임없이 자유를 추구하고 생기를 불어넣는 사상가였다. 노자에 이어 그의 사상을 한 발 더 나아가 더 적극적인 무(無)를 실천하는 뛰어난 학자이기도 했다. 이러한 장자의 사상도 장자가 살았던 시대의 한계를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리라. 장자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공통점이 바로 장자가 주목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는 장자의 핵심사상을 도/깨어라, 무위/놓아라, 지락/즐겨라는 3부로 엮고 있다. 저자는 촌철살인의 장자의 가르침을 우리가 알기 쉽게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풀어놓고 있다. 장자가 이야기하는 유난히 많은 비유를 통해 숨은 뜻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이를 현대 사회의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지혜로 연결시켜간다. ‘대나무 그림자가 계단을 쓸어도 먼지는 꼼짝 않고,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물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네’본문에 인용된 고려시대 이제현의 글이다. 저자는 이 글에서 장자의 주장과 같은 맥을 찾아 내 독자들에게 장자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처럼 저자의 이야기 풀어가는 방식이 어느 한 분야에 구애됨이 없이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비유가 많아 알송달송하게 느껴지는 장자의 이야기를 텔레비젼, 스포츠, 그림, 소설 등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비교설명하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태어나자마자 한 길로 직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현대에 장자가 살았다면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일상에서 오는 모든 부담을 떨치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장자 역시 쉽지 않은 삶을 살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윌든이 세상을 떠나 숲 속에서 살았던 것 역시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범부들이 일상에서 장자의 삶을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이 역시 자신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조그마한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답이 아닐까 싶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삶에서 조금씩 비우고, 멈추며, 내려놓아 자유를 찾아가는 것 말이다. 그래야 정해진 길에서 잠깐 벗어나 길을 잃어보고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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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 - 말보다 따뜻한 몸의 언어, 터치
이달희 지음 / 예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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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언어를 거부하지 말자

요사이 광고 한편이 눈을 사로잡는다.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이부터 다 큰 어른까지 엄~마라고 부르는 그 광고 말이다.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본능처럼 찾게 되는 엄마는 무엇일까? 아니 엄마의 무엇이 그런 상황에서 엄마를 찾게 하는 것일까? 사람의 귀소본능에 엄마가 있는 것일까? 이와는 달리 주목받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힐링’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출연자들이 눈물을 흘리게 하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는 다른 것처럼 보이면서도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인간의 본능 속에 잠자고 있는 무엇인가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개별화되고 즉각적인 반응에 매달리며 알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폭넓은 대인관계 속에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감당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그 무엇에 관계된 것이 아닐까?

 

말보다 따뜻한 몸의 언어, 터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는 바로 현대인이 처한 심리적 상황이 정서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몸이 표현하는 언어 너머의 언어에 집중하여 사람과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를 살피고 있다. ‘접촉’즉, 사람과 사람의 피부가 닿는 그 순간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반응에 대한 이야기다.

 

언어 이전의 무엇을 표현하는 몸의 언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문화적 환경에 의해, 개인적인 차이 그리고 동서양의 가치관의 차이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 책 ‘닿는 순간 행복이 된다’는 다양한 몸의 언어 중에서 접촉 즉 터치에 주목한다. 우리 사회에서 익숙치 않을지도 모를 ‘터치’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과학적으로 터치의 효과는 어떤지 분석하며, 터치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고 상대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를 최근 과학과 심리학의 연구 성과와 함께 저자의 개인적인경험이 이야기를 더욱 신뢰감을 얻게 하고 있다.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접촉의 경험은 시작되며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접촉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로 꾸며진다. 현대인이 느끼는 소외와 절망의 원인이 어쩜 접촉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양한 임상적 사례들을 통해 몸의 고통과 마음의 고통이 둘이 아니며 이 둘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통해 적극적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대안을 만들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현대인이 관심을 가진 마음을 어루만지는 마음의 치료보다는 몸을 어루만지는 접촉의 힘에 주목한다. 몸과 몸이 만나는 접촉을 통해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매만지다, 만지작거리다, 어루만지다, 다독이다’등은 우리말의 접촉과 관련된 단어들이다.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말들이다. 어린 시절 배가 아플 때 엄마의 따스한 어루만짐이 곧 배 아픔을 치유해 주었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따뜻한 손으로 부드럽게 천천히 어루만져주는 그 경험은 두고두고 엄마를 기억하게 만드는 경험이다. 이는 우리가 갖고 있는 접촉에 대한 특별한 체험이다.

 

이처럼 접촉은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자신 스스로를 닫아두고 어쩔 수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서 탈출할 수 있는 출발로 접촉을 말한다. 나를 어루만져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스스로 그런 관계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저자가 잊지 않고 있는 점은 이러한 접촉이 개별적인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법이나 제도 시스템이 이러한 접촉을 올바로 유지될 수 있는 사회여야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발달된 소통 수단들이 많다. 한시도 손에서 떨어지지 않은 휴대폰이나 인터넷 등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실시간으로 이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에는 무엇인가가 빠져 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접촉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쩜 이것이 현대인의 마음의 병을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지금부터 당장 가까운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부터 언어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몸의 언어로 존재감을 확인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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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대논쟁
한국사회과학협의회.중앙SUNDAY 공동기획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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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어수선 했던 2012년 대선 정국이 두 사람으로 압축되면서 안정화 되는 듯하다. 보수와 진보 진영의 사람으로 여성과 남성으로 각기 자신의 주장을 내 세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장기적인 경기불안과 고실업율에 심해지는 빈부격차, 지역 간 불균형에 앞을 내다보이지 않은 남과 북의 관계와 같은 우리에게 닥친 문제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대선주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한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지난 역사에 묻혀 서로를 헐뜯고 있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어느 사회 건 시대를 불문하고 리더의 자리는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한다. 리더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미래는 분명하게 달라진다는 점을 역사는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2012년 한국사회의 불확실성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시기에 한 나라의 리더를 뽑는 선거가 가지는 의미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선거에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각 또한 뜨거울 수밖에 없다. 지난 시간에 보여주었던 정치가들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아닌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한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미래를 밝혀야 하는 것이 올바른 모습일 텐데 그렇지 못함이 다시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온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의 지식이라고 불릴 수 있는 집단에서 2012년 현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미래를 밝힐 논쟁을 시작했다. ‘한국사회 대논쟁’이 그것이다. 한국사회 대논쟁은 강단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이를 가르치는 학자그룹인 ‘한국사회과학협의회’와 현장에서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려나가는 언론인 ‘중앙SUNDAY’가 각자 자신들의 장점을 모아 오늘날 한국사회가 처한 현실에 대해 토론한 결과물을 모은 것이다. 그야말로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이 공감과 소통을 전재로 한국사회의 미래를 밝혀가는 것이다.

 

이들이 관심 갖는 것은 한국사회가 갖는 다양한 문제 중에서도 중요한 것으로 집약되는 것들에 대해서다. 외교안보와 정치, 경제, 사회분야로 나누어 각 분야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문제인 ‘G2 시대의 외교 문제, 김정은 시대의 남북한 관계, 재벌 개혁, 일자리 문제, 복지 문제, SNS, 시대 갈등’등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을 통해 의견을 모았다. 시각에 따라 합의를 도출하기 힘든 문제들이지만 이들 모두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밝히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하고 있기에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이들이 한국사회를 진단하는 것을 따라가 보면 짧은 기간 급성장을 보였던 한국의 허와 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관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도 주체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남북한의 현안을 비롯한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복지 등 정치로 해결해야할 문제는 다양하다. 문제의 핵심은 정치의 기술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나라의 미래를 밝혀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할 키워드로 리더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얼마 남지 않은 2012 대통령 선거가 그것이다. 당면한 한국사회의 문제를 올바로 해결할 리더는 어떤 조건을 가져야 하는지 밝은 눈으로 지켜보고 선택해야 할 몫은 우리들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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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마크 네포 지음, 박윤정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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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소리에 주목할 때 고요함은 빛난다

지난 늦여름 한통의 전화는 조용한 생활에 파문을 불러왔다. 시골에 계신 아버님이 안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화로 그것도 아주 짧은 통화였기에 한동안 몸도 마음도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보내고 난 후에야 비로소 정신이 돌아오며 어찌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난 후 병원에서 만난 아버님의 모습은 평화로웠다. 아니 그렇게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입원을 하고 다양한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도 그리고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치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그 평온함은 유지되었고 가족들이 더 안달하는 모습이 나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병이 호전되고 다음 치료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 기다리는 지금도 아버님은 여전히 평화롭다.

 

그분의 속내가 궁금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스스로 발병한 사실에 대해 어떤 느낌인지? 그렇지만 물어볼 수 없다. 의연해 하는 그 모습에 조그마한 파문이라도 일으킨다면 어쩌지 하는 아들의 좁은 마음에서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은 그 고요하고 의연하며 평온한 얼굴이 어떻게 가능할까 하는 것이다. 암이라는 병이 조그마한 것도 아니고 그것도 연세가 드신 아버님이 받아들이시는 모양세가 삶과 죽음은 이미 초월한 어떤 무엇이 있는 것 같아 그 힘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이 더하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대 사회는 자신의 조건과 처지를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한다. 우는 아이 젖 물린다는 것처럼 몸과 마음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때론 과장하여 외칠 때 자신의 것을 지킬 수 있고 또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 보니 요란하게 떠드는 사람들이 많다. 좀처럼 침묵하거나 조용한 시간이 없어 보인다. 그런 사람들 속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몸비 궁금하다. 많은 선각자들은 고요함이 주는 다양한 이로움을 알려주고 있다. 여기에서 고요함이란 자신의 본래 모습에 그리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우리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그런 고요함이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지만 짧은 순간도 참지 못하고 떠들고 외치기에 급급한 세상살이를 돌아보게 된다.

 

현대인의 이런 생활에 가볍지 않으면서도 조용하게 파고드는 힘을 느끼게 하는 책이 있다. 바로 흐름출판에서 발간한 마크 네포의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이다. 두 번의 암 투병을 치르면서 얻은 삶에 대한 깨달음을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멈춤, 삶의 속도, 관계, 용기, 진정한 나, 소통, 받아들임, 포용, 깨어 있음, 깨달음, 성장, 되짚어봄’으로 구성된 이야기의 중심엔 결국 ‘나 자신’이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며 이웃과 사회 속에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조용한 음성이 담겨 있어 보인다.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이 책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365일 하루에 한 두 페이지씩 읽어가며 자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우리고 나와 이웃 사람 관계를 재조명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구성에 얽매어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 그곳에서 만나는 이야기의 중심은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필요한 것들을 하나 둘씩 설명해 주고 있기에 순서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결국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주인공인 스스로가 가장 빛날 수 있는 때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우리는 고요함의 유지에 있을 것이다. 하여, 고요함은 침묵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무거운 외침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암 투병중인 아버님에 대한 궁금함이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일생을 고요함 속에서 살아온 당신이기에 요란함을 불러올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서도 의연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동서양의 고전이나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과 적절하게 배합하여 따뜻하고 은은한 향기가 피어나는 글들이 오랫동안 시끄러운 세상에서 살아온 우리들에게 고요함이 주는 맛의 깊이를 전해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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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고요한 노을이…
보리스 바실리예프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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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현실에 비추어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현실로 느낄 때가 있다. 영화와 같은 사람의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하여 마치 실제같이 보이도록 한 영상물에 의해 나 자신이 바로 그곳 그 장면 속에 있는 것처럼 생각되어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그런 경험 말이다. 세상은 넓고 경험하지 못하는 일 또한 부지기수다. 하여 직접적인 체험은 한정되고 다양한 매체나 책, 자료 등에 기대에 우리는 직접 겪지 못한 일을 보고 느끼며 생각하게 된다. 이런 것들 중에 전쟁도 포함된다. 물론 우리 곁에는 아직도 직접 전쟁을 치루거나 전쟁이라는 환경에 노출되어 살았던 사람들이 많다. 우리의 근현대사도 이런 전쟁과 무관하지 않고 그 중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전쟁은 무슨 의미로 남았을까? 가장 소중하다고 할 사람 목숨이 한낮 파리 목숨 보다 못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지만 보고 듣고 체험했을 그 모든 상황이 어쩜 한밤의 꿈같지는 않았을까?

 

‘여기에 고요한 노을이’에서 벌어지는 전쟁 상황이 꼭 그렇게 한밤의 꿈처럼 느껴진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러시아의 전선에서 벌어진 전투상황을 그려 놓은 이 소설은 전쟁이 남긴 상처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는 여지를 가득 안겨주고 있다.

 

러시아 서북부의 농촌 마을이 있는 제171대피역, 그곳에 들어선 고사기관포 기지에 여군 고사기관포 사수 2개 분대 병력이 배치된다. 백전노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피역 경비대장 특무상사를 중심으로 이제 갖 군대이 입대한 여자병사들이 어울리지 않은 군대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직은 젊고 씩씩하기만 한 여자병사들이 전투라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 특무상사의 고민은 늘어만 가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피역 가까이에 아이와 엄마가 있어 밤마다 군대에서 획득한 생활용품을 가져다주고 새벽에야 돌아오는 한 병사가 독일군 병사를 발견하면서부터 앞으로 펼쳐질 전투상황이 어떨지 궁금하다. 특무상사와 다섯 명의 여자병사로 구성된 정찰조는 독일군의 행방을 찾기 위해 대피역을 나서지만 그들이 과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개의 호수로 둘러쌓인 지역에 대한 특무상사의 노련한 작전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여자병사들에게 하나 둘 전투 상황에 대한 이해를 시키면서 진행되는 독일군과의 전투는 거대한 전쟁의 현장이 아니라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지엽적인 전투로 볼 수 있다. 열 여섯 명의 독일군은 기관단총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특무상사를 비롯한 여자병사들은 소총에 권총이 전부다. 이들이 숲속에서 벌이는 전투에서 여자병사들은 하나 둘씩 죽어간다. 전우를 잃은 특무상사의 독일군에 증오는 날로 커지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그저 하나씩 독일군을 죽어갈 뿐...

 

하나 둘씩 죽어가는 여자병사들의 최후에 대한 의미는 무엇일까? 목숨을 버리면서 지켜야 할 조국 러시아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소설은 중간 중간 여자병사들의 과거를 펼쳐놓고 있다. 그들이 어ㄸ너 환경에서 자랐고 무엇을 꿈꿨으며 바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그런 삶에서 전쟁이라는 환경은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는 악마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우리주변에는 전쟁 상황에 대한 묘사를 실감나게 그려가는 것들이 많다. 전쟁영화, 전쟁소설에다 이제는 게임까지 전쟁이라는 환경을 만들어 상상 속에서 죽이고 죽는 환경을 맞이하게 만들고 있다. 극단으로 치닫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느끼게 될까? 흔히들 전쟁은 피도 눈물도 없는 극단적 환경에 노출된 인간의 본성에 집중한다. 그 본성은 어쩌면 살고자 하는 욕망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여자라고 특별히 더 극한 상황이 전재되는 것은 아니듯 모든 사람들에게 전쟁은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든다.

 

‘여기에 고요한 노을이’는 다소 심심한 전쟁 소설이라는 느낌이다. 격한 감정 몰입도 없고 극한 상황도 이해될만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여자라고 해서 남다른 상황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 듯하다. 현실에서 극단적인 상황을 수없이 겪은 것이 이 소설을 심심한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만들지는 않은 건지 오늘 내가 살아가는 현실을 돌아본다. 어쩌면 이 사람을 사람으로 존재할 수 없게 만드는 이 현실이 더 전쟁 같은 상황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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