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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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과 나를 만나게 하는 다리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무언가 궁금증이 생기면 묻는다. 하지만 나의 대답은 십중팔구는 글쎄~라는 대답이 전부다. 그런 나에게 다시 묻는다. 그 많은 책은 읽어서 뭐하냐고. 나도 아리송한 이에 대한 답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뿐 아니다. 집을 방문한 사람들은 한결 같이 이 많은 책 다 읽었어요? 한다. 내 책만 3000여 권이 훨씬 넘는 책들 중에 몇 십 권을 제외하곤 다 읽었다. 그렇게 읽은 책 내용은 다 어디로 갔을까? 책과 더불어 생활한지 20여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서재에 쌓아둔 책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인데도 집사람의 사소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지도 못하는 책읽기가 무엇 때문이지 도무지 멈추질 못하는 나만의 벽이다.

 

책을 좋아하고 더불어 많이 읽는 사람들이 공통점으로 가지는 의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제법 많다. 세간의 염려에도 불구하는 온라인 서점이나 각종 카페, 블로그를 통해 볼 때 우리나라에서 책 읽는 인구는 그래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여성, 그것도 어머니들의 책읽기는 우리나라의 미래에 밝은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이든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그 사회의 미래는 분명 밝을 것이기에 말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제법 많다. 책의 역사뿐 아니라 도서관이나 개인적으로 자신이 접한 책에 대한 서평을 담고 있는 책들을 볼 때 그런 책을 낸 저자들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의 저자 정혜윤도 마찬가지다. 라디오 PD로 제직하며 책읽기와 관련된 서적을 출판하고 또 그에 관한 글을 연재하며 강연도 다니는 저자는 그동안 자신이 만난 사람들이 질문했던 책읽기와 관련된 질문이 책을 발간한 계기다. 즉“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책이 정말 위로가 될가요?”, “책이 쓸모가 있나요?”, “책의 진짜 쓸모는 뭐죠?”,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는 법이 있나요?”,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등 여덟 가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눈다. 하나 둘씩 질문에 대한 답을 해가면서 책읽기가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정혜윤의 책읽기는 분명 다른 점이 보인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과 동떨어진 책읽기가 아닌 책과 삶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주제다. 저자 직업의 특성상 인터뷰하며 만난 사람들이나 거리의 이름 없는 스승들에게서 배운 삶의 지혜가 책속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독서에 대한 여덟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한 저자는 마지막으로 비밀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그 비밀질문에 대한 답이 어쩌면 정혜윤의 책읽기의 전부가 아닌가도 싶다. “그렇게 살아도 돼요?”책읽기와 관련된 강연을 온 강사에게 한 질문치곤 의외다. 이 질문에 저자는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꺼내놓고 있다. 여기서 “그렇게”는 질문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그렇게”의 내용을 찾아 나간다. 하지만, 그 역시 책읽기와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책의 부제를 “세상 모는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이라고 붙인 이유가 될 것이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에는 책 속에 책이 있다. 세상 모는 책을 삶의 재료로 써 먹기 위해 우선 저자가 말한 책들부터 손에 들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이 책을 시작하는 프롤로그부터 마지막 비밀질문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말한 책들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정리한 목록을 참고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책안에서 무려 110권의 책에서 인용하여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저자의 독서력이 놀랍기 그지없지만 누구나 한 권부터 시작하는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런저런 이유로 책읽기는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책이 담고 있는 놀라운 세상으로 안내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읽기에 주저한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하더라도 책을 읽지 않을 사람이다. 저자처럼 거창하게 세상의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지 못하더라도 좋다. 그저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면 되는 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다음은 스스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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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 - 여행, 인간과 대자연의 소리 없는 위로
함길수 글 사진 / 상상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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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그리움이다

수 천 년 인간이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해 온 이래 지금까지 다양한 사상가와 선각자들이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해 왔다. 그 결과 그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각기 나름대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 많은 사상과 이론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아니 영향을 주기나 했을까? 그렇다면 여전히 삶의 진정성에 대해 알지 못하고 인간 스스로 자신을 규정하기에 머뭇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이것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인간은 늘 자신의 본성에 대한 의문과 성찰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결과가 사람에 따라 부지기의 수로 나타나고 그 중에 하나가 ‘여행’이 아닐까 한다.

 

인간은 어디론가 돌아가고 싶은 욕망이 있다. 돌아가고 싶은 그곳은 어디일까? 사람에 따라 그곳은 집이며 고향이며 헤어진 연인이며 어머니의 품속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표면적인 이유가 아닐까? 그렇다면 인간의 귀소본능의 출발은 어디일까? 아마도 이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옛 기억이 유전자를 통해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 본다. 자연과 더불어 그 속에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조건을 마련해 오면서 인간 나름대로의 문화를 만들어 왔다. 그 문화 속에 여전히 자연의 일부로 살아오며 쌓아온 인간의 바탕이 존재한다. 하여, 인간의 귀소본능의 출발점이면서 귀착지가 자연의 일부로 포함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것이 인간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여행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하는 것이 여행일 것이다. 그 여행의 길 위에는 대자연의 넉넉한 품이 있고 그 길을 걸어가는 인간이 공존한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저자 함길수의 ‘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라는 여행에세이에서 대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확인한다.

 

눈을 뗄 수 없는 사진 속의 풍경과 사람의 모습만으로 이미 저자가 말하고 싶은 여행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어 보인다. 마다가스카르, 우간다, 모로코, 터키, 미얀마, 노르웨이, 방글라데시, 케냐, 뉴질랜드, 알래스카,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 이 나라들이 저자 함길수가 ‘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에 담고 있는 나라들이다. 대자연의 거대한 풍경과 더불어 인간의 치열한 삶이 공존하며 지구를 이룬 모습이다. 책 제목 ‘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에서 사람은 그리움을 찾아 여행의 길 위해서 서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으며 삶의 본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들의 생생한 표정이 담겨있다.

 

길 위에서 만나는 것은 대자연의 풍경과 사람들의 치열한 삶만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여행자 자신이 스스로를 만나는 것이다. 현실의 삶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절망, 두려움과 같은 문제에 대해 회피가 아닌 직면하는 것이다. 그것이 여행의 본질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레서 여행을 통해 얻는 감정은 다시 현실로 돌아갈 힘이 되며 또 다른 여행을 나설 수 있는 기초가 된다. 그리움을 향해 떠났던 발길이 다시 가슴속에 가득한 또 다른 그리움을 안고 현실로 돌아온다.

 

지구를 돌아 먼 발걸음을 찍으며 여행길에서 저자가 자신과 마주했던 성찰의 결과가 고스란히 담긴 이 여행에세이에는 사람의 따스한 온기와 향기를 담고 있다. 그 온기와 향기는 형형색색의 대자연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절묘한 어울림이 이루어 내 여행의 길에 나서길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떠날 수 있는 용기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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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독본 - 당대의 애서가 김삼웅이 가려 꼽은 책과 사람
김삼웅 지음 / 현암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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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자

책에 관한 사람들의 태도를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책을 좋아한다고 말로만 말하는 사람들은 정작 책을 손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기 보다는 좋아하고 싶은 의지만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다음으로는 책을 좋아하고 또 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로 자신이 읽은 책이든 읽지 않은 책이든 상관없이 모으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책을 모으는 욕심이 지나친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며, 다른 한 부류로는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으면서도 그 책을 나눠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일까? 집 서재에 쌓여있는 책으로 본다면 책을 좋아하면서 모으는 사람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만은 아닌 듯싶다. 일정한 양이 쌓이지만 더 이상 늘어나지는 않고 다시 다른 곳으로 나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해 2011년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장서가상을 받기는 했지만 모범장서가상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곳곳에 숨은 고수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내 서재의 책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또한 확인한다. 책을 읽는 사람들 역시 각자의 이유가 있듯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을 어떻게 하는지 또한 각기 다를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책에 대한 나름대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일까?

 

2011년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모범장서가상을 받은 저자 김상웅의 책 ‘독서독본’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았다. 책하면 우선 떠오르는 사람들로 동서양을 불문하고 책과 얽힌 이야기를 찾아 그들이 책과 사귀는 내용을 밝힌다.

 

‘독서독본’에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좋은 책과 좋은 벗을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인 ‘책론’, ‘독서론’으로 독서하는 자세, 책을 대하는 방법 등 선비, 세계적인 학자, 지식인들이 책과 벗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1부, 시대를 대표하는 책벌레들이 책을 사랑한 방법과 글 읽기를 좋아하는 나무로 불린 매화를 비롯해 난, 국화, 대나무 등을 노래한 자연 예찬을 살펴본 2부, 문체반정이나 분서갱유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이 목숨 걸고 곧은 정신을 지킨 ‘세상을 읽고 고하노니’의 3부와 평생을 책과 함께 지낸 사람들이 글 짓는 방법과 내용에 관한 4부 ‘문장의 시작과 끝’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책을 읽다보면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적어 놓고 외우고 싶은 문장을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이 휴대폰 메모기능에 이를 옮겨두고 늘 꺼내 보곤 한다. 이 책에서 역시 저자는 명저와 명문장 및 역사적 인물들이 소중하게 아낀 예문 등을 풍부하게 인용하여 저자가 느낀 감정을 공유하게 만들며 또한 그 문장이 든 책을 찾아가는 안내 역할까지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대신할 무엇이 있을까? 현재진행형이지만 종이책을 대신할 수 있는 매체가 등장했다.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단말기들이 보급되면서 이를 통해 전자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은 여전히 발간되며 사람들의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어쩜 이렇게 사람들과 운명을 같이할 책에 대한 예의를 말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읽었거나 아니면 앞으로 읽을 책을 고이 책장에 모셔두는 것으로 그것을 다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책이 담고 있는 사람들의 지혜를 책에 가둬두지 않고 공유할 때 그 책에 대한 예의는 더 깊고 넓어지는 것이 되리라 본다. 이제 그 방법을 찾아 자신을 닦고 주변에 눈을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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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반양장)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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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완성한 한 사람의 흔적

오직 한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 주변에서 볼 때 무모하다 이야기하리만치 그 한길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는 움직일 수 없는 확고한 삶의 지표가 보인다. 잘 아는 사람이 볼 때도 알 수 없으니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야 오즉할까? 하지만 그들로 인해 보통사람들이 알 수 없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일이 가능한 것이며 그런 사람들의 삶이 모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자신의 내면의 울림을 주목하는 것에 의해 험난한 길을 개척해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매번 부러움과 경외감을 느끼는 동시에 안타까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안타까움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혹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서 오는 측은함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한길을 간사람 중에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남긴 삶의 흔적이 빛을 발하는 사람은 만나는 설렘은 생각보다 큰 감동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내게 있어 사진작가 김영갑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김영갑의 삶과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김영갑은 루게릭병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아직 자신에게 남은 온힘을 다해 갤러리를 만들고 그 갤러리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이다.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그를 생각하는 사람이나 그가 생의 마지막을 살았던 곳에 대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그와 그의 작품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제주도가 한자리에 모인 공간 ‘김영갑 갤러리 모두악’이 그곳이다.

 

미련하리만치 한길을 걸어간 그의 삶은 가난과 외로움으로 점철된 삶이었다. 외부의 눈에 보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생의 마지막까지 그가 사랑한 그곳을 지키고 만들고 가꿔간 제주도는 그에게 특별한 장소다. 사진작가 김영갑을 있게 한 곳, 제주도는 그의 삶과 작품세계의 전부였다고 본다. 가슴 절절하게 써내려간 그의 고백은 독자들로 하여금 안쓰러움과 부러움, 때론 연민의 마음을 불러 오지만 그 길을 걸었던 김영갑의 내면도 그랬을까?

 

해가 뜨면 카메라를 챙겨들고 바다로 들판으로 산으로 오름으로 길을 떠났고 해가지면 자신의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와 또 밤을 세워가며 필름을 인화하는 시간이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지났다. 필름값을 마련하기 위해 밥을 굶고, 버스비를 아껴 사둔 필름이 습기에 곰팡이로 버려야할 때는 배고픔보다 더 힘들었다는 고백에선 그만 눈시울이 붉어진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말린 제주도의 힘든 생활이지만 김영갑에게는 삶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무엇이 그를 제주도에 붙잡아 두었을까? 어떤 사람은 그가 이어도를 훔쳐봤기에 신의 노여움을 타 벌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도는 제주 사람들에게 미래였기에 자신의 온 생을 바쳤던 김영갑에게도 제주사람과 같은 미래였을 것이다. 그 이어도로 표현되는 제주도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김영갑의 삶에 투영되어 제주도의 자연을 그 답게 담아낸 것이라 본다.

 

온 생을 다해왔던 일에서 타의에 의해 밀려 났을 때 오는 절망감을 겪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삶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김영갑도 병마에 걸려 그토록 열망했던 사진찍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병을 고치기 무수한 노력을 했지만 더 이상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선택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또 온힘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는 것 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고 있는 갤러리 모두악에 담겨있다. 그가 남긴 사진 20만장과 그 사진과 사람들은 만나게 하는 공간이 남아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게 만든다. 하여, 그토록 사랑했던 사진은 생생하게 그의 마음을 살아 숨 쉬게 하고 있다.

 

이 책은 두 번 읽게 만든다. 사진집이라는 특성이 사진에 먼저 눈이 가는 것이지만 그의 고백을 읽어가다 보면 글이 주는 감동에 빠져 사진을 뒤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그의 마음과 공감하는 사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하나씩 사진을 보며 글에서 얻는 김영갑의 마음으로 사진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 사진은 분명, 다른 느낌으로 남아 오랫동안 제주도와 김영갑을 하나로 이어주고 있다.

 

비참한 삶을 살다간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고 그 길에서 자신이 소망하는 바를 이룬 사람이다. 하여, 그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 오늘도 그가 남긴 사진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음이 바로 확고한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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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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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날개를 찾자

섬과 섬 사이를 이어주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바다라는 물로 둘러싸인 섬은 고립을 대표하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섬이라는 말은 때론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되지 못하는 상태를 표현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섬을 고립시키는 것이 물이라고 한다면 그 물은 섬과 섬을 이어주는 또 다른 수단인 것처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무엇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작가 김연수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의 작품을 통해 사람과 사람사이에 존재하는 벽과 그 벽을 통과하여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우리’가 될 수 있는 조건은 어떤 것일까에 접근하고 있다. 이야기의 출발은 입양아가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고향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진실’과 섬처럼 존재하는 사람들의 ‘단절’이 불러온 현장을 직면하며 겪게 되는 상황을 그려가고 있다. 한국의 남해바다 진남에서 태어난 카밀라 포트만은 미국으로 입양되어 백인들 사이에서 섬처럼 고립되어 살아간다. 그녀는 양어머니 앤의 죽음과 양아버지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 출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여섯 개의 상자를 통해 ‘기억’과 만나게 된다. 기억은 불완전하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카밀라 포트만에게도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의 바닷가 진남을 찾아와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도 해당된다.

 

이 소설은 다양한 시공간을 담고 있다. 21세기 현재의 미국과 한국, 일본과 방글라데시와 1988년의 바닷가 도시 진남이 있다.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진실’은 언제나 자신의 상황에서 만들어 온 상황인식의 한계를 가지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방해하거나 오해하게 만든다. 주인공 카밀라 포트만(정희재)과 엄마 정지은의 시점을 오가며 자살한 정지은과 연결되어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만나게 된다. 또한, 이 작품에는 입양아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과 자식의 성공을 위한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신발공장의 엄마, 1988년 한국의 상황이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엄마와 일본의 할머니가 등장하며 다르지만 같은 그 무엇이 있다.

 

작가는 이처럼 섬으로 존재하는 사람과 그 사람들의 기억을 연결하는 장치로 ‘아카이브’를 마련한다. 아카이브가 ‘소장품이나 자료 등을 디지털화하여 한데 모아서 관리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모아 둔 파일’이라고 한다면 이는 단절된 사람과 기억의 파편들을 이어주는 단초로 작용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심연은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으로 말하며 작가는 자신이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독자가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쓰지 않은 이야기가 아니라 어쩜 작가는 쓰지 못한 이야기가 아닐까? 입양아가 겪게 되는 혼란과 자신의 엄마를 찾아간 곳에서 만난 진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 주는 사람들의 기억 속 진실은 한계를 가진 섬으로 존재하며 섬은 결국 육지를 향한 외침을 외면하지 못한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육지를 향한 이 외침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소통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몸짓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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