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함민복의 시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다. 봄과 여름의 경계에 서 있다. 안과 밖, 삶과 죽음, 너와 나, 대상과 대상 사이에서 양쪽에 한발씩 걸치고 감당해야하는 설렘과 두려움, 사랑과 미움?그 온갖 감정의 폭이 크지 않아 늘 담대하기를 빈다. 발을 옮기는 순간이 꽃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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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내 이름을 불러줄 때

내 이름을 불러줄 때
텅 빈 산비탈에 서서
반가움에 손 흔드는 억새이고 싶다

훌훌 벗어 던진 허울
바람 속 가르는 빛살
맨몸으로 맞을 기다림

내 이름을 불러 줄 때
이름 앞에 늘어선 수많은 수식어를
다 잘라내고 싶다

이름만으로도 반가울 기억을 위해
맨몸으로 하얗게 부서지고 싶다

*목필균의 시 '내 이름을 불러 줄 때'이다. 그냥이 좋다. 이름 하나로 굳이 다른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이해되는 관계라면 무엇을 더하거나 뺄까. 오롯히 나 또는 그로 서고 싶은 마음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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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꽃의 결별

너의 환한 미소가 시름인 줄
네가 지고서야 알겠구나

네게 주었던 한 다발의 향기는
바람 끝에 매달려 건네준
마지막 인사인 것을

바람이 그어댄 상처를 안고
소리 없이 지는 처연한 비명
봄비가 눈동자 속으로 들어온다

너를 떠나보내고
눅눅한 자리에 하루를 눕힌 밤
접어놓은 그리움의 갈피를 열고
추억에 손때를 묻히고 있다

*목필균의 시 '꽃의 결별'이다. 피었으니 지는 것이 순리라지만 주목하는 때는 절정의 순간 뿐이다. 하지만 꽃잎 떨어져야 비로소 열매 맺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피는 것은 시름의 과정이고 지는 것은 결과로 가는 의례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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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참스승

꽃 이름만
배우지 마라

꽃 그림자만
뒤쫓지 마라

꽃이 부르는
나비의 긴 입술

꽃의 갈래를 열어
천지(天地)를 분별하라

몸으로
보여주는 이

*목필균의 시 '참 스승'이다. 보이는 것이 겉모습 뿐일때 관계는 지속가능성을 잃는다. 지위나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그림자만을 보지 말아야할 이유다. 꽃을 보니 세상에 스승 아닌 것이 없더라.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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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공상균, 나비클럽

오매불망, 어쩌면 꿈 속에서나 가능할지도 모를 내 첫 책이 나오는 것처럼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공상균,
형제봉 아래 그 뜰에 달 뜨거든 달 보러간다고 했던 것이 먼저인지, 꽃 보러 노고단을 걷고 있는 사람을 불러내린 일이 먼저인지 애써 따질 필요도 없다. 그렇게 만나 연애하듯 설레임을 알가가던 향기로운 사람이 불쑥 내밀었던 글을 통해 이미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오늘이 이 일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 파는 점빵, 토담농가, 달빛강정, 달빛쑥차로 이미 익숙한 저자 공상균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 글과 일상이 일맥상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특별하고도 커다란 행운이다. 며칠 후면 내 손에 닿을 이 책을 눈 빠지게 기다린다.

기다림의 가치가 충분한 책이 예약판매 중이다.

#바람이수를놓는마당에시를걸었다
#공상균
#나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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