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지구 - 스티븐 슈나이더가 들려주는 기후 변화의 과학 사이언스 마스터스 10
스티븐 H.슈나이더 지음, 임태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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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이 논쟁을 해결할 수 없을 거야.”
그러나 경제학자는 그를 무시하고 소리를 질렀다.
“20, 80, 160, 430.”
마침내 최후가 다가왔고 생태학자가 어리둥절하여 외쳤다.
“자네 지금 뭘 하는 건가?”
그의 친구는 확신을 갖고 대꾸했다.
“가격이 충분히 올라가면, 누구든 우리에게 낙하산을 팔 거야!”-본문에서

이 이야기는 하이킹을 나섰다가 절벽에서 떨어진 생태학자와 경제학자의 마지막 대화이다. 저자는 이 우화를 통해 경제학자와 발전지상주의자들이 고전적인 경제 이론에, 전통적인 문제틀에 묶여 있어서는 지구 및 기후 변화와 생태 문제들 속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 <휴먼 브레인>, <에덴의 강>, <자연의 패턴>, <마음의 진화>에 이어 -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 - 의 열 번째 책으로,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와 생물의 다양성’을 주제로 삼았다. 
 
이 책은 기후 변화 및 지구 변화의 현상황과 그 문제를 탐구하는 과학을 개관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 책은 본질적으로 독자들의, 인류의 행동을 촉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기후학적, 지구과학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환경 운동에 회의적인 경제주의자,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발전 지상주의자, 국가 경쟁력에 볼모가 된 행정 관료들의 주장과 행동을 비판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그들의 정책과 행동이 과연 정말로 효율적인가, 그들이 내놓는 환경 운동 비판이 정말로 과학적인가? 하는 질문들을 제기하며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주장을 하나하나 비판적으로, 유머러스하게 논박해 나간다.
 
저자는 이 책을 2006년 2월에 발간했다.
2006년 1월 말, 살인적인 시베리아 한파가 유럽을 강타했다.
평균 기온이 영하 18-20도를 기록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는 보름 동안 589명이 죽고 7,000여 명의 동상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인접한 러시아에서도 9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서유럽 지역에서 한파로 인한 사망자와 사회적 마비 사태가 속출했다.
이 책을 발간한 시점, 즉 한파 사건으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후 잠시 닥친 이상 기후로 잊혀져 가고 있지만 이러한 한파가 2005년 12월 온난화에 따른 멕시코 만류의 수온 저하(온난화로 북반구의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민물이 멕시코 만류의 수온을 저하시켰다.)가 이상 한파와 빙하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권위있는 과학잡지 [네이처]의 경고 직후 찾아왔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했다.
2005년은 기상 이변, 지구 변화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한 해였다.
동남아의 휴양 지대를 휩쓴 지진 해일을 시작으로, 카트리나의 미국 습격과 유럽의 한파까지 기후 변화와 지구 변화가 인류 문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동시에 미국의 교토 의정서 서명 지연 등과 같이 인간의 어리석은 행위와 지구 및 기후 변화의 관계에 대한 문제 의식이 높아졌던 해였다.
(단위 : 백만년)

 
책 속에는 지구 온난화, 천재지변의 빈번한 발생, 오존층의 파괴 등 지구 환경의 변화를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그 현상 이면에 있는 자연 법칙을 ’지구 시스템과학’으로 통합적으로 설명한다.
제1장에서는 대기 조성에 대한 무기적,유기적 영향을 살펴 보고
제2장에서는 온실 기체의 많고 적음이 지구 온도의 높낮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을 지질 시대의 증거와 남극 빙하의 연구 결과를 통해 밝힌다.
제3장에서는 대기와 해양의 순환과 기후의 비선형 구조를 살펴보고
제4장에서는 지구를 직접 실험실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대신 사용하는 시뮬레이션 모형의 필요성 등을 알아본다.
제5장에서는 다윈의 시대 이후로 널리 퍼져 있는, 기후 변화가 일어나면 생물은 이동을 통해 자신들의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다는 관점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살펴본다.
제6장에서는 사회는 자연과 관계없다는 패러다임을 신봉하는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의 안이한 인식을 비판하면서 생태학적 패러다임을 주장한다.


 
’기후와 생물의 공진화’에 대한 요약 정리...^^
- 지표면 위에 존재하는 수증기 형태의 물은 바다와 빙하에 있는 물의 50만분의 1 정도이다.
- 수증기가 매년 비나 눈이 되어 지표면에 떨어지는 양(연강수량)은 50만 세제곱 킬로미터로 지구 표면 5억 제곱 킬로미터를 1미터 두께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 태양은 바다, 호수, 육지에서 물을 증발시키고 식물은 잎에서 수증기를 증산시킨다. 그 뒤 응결과 물방을 성장 같은 다른 요인들에 의해 물은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바닷물의 증발은 육지에서의 증발산 양의 6배 정도다. 그러나 대륙의 중심에서는 증발산이 수증기의 주요 공급원이다.)
- 물이 어떻게 분배되는가에 따라 생물이 살 수 있는 지역이 결정된다.
- 눈과 비는 육지와 바다에서 물질들이 정착하는 것을 돕는다. 이 퇴적물의 순환은 침식과 영양 물질의 수송, 퇴적물의 형성이라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 퇴적물의 순환은 여섯 가지 주요 원소(수소,탄소,산소,질소,인,황으로 지구상 유기물의 95%의 성분))의 양과 흐름의 분배를 둘러싸고 서로 얽혀있다.
- 생물들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원소들이 적당한 양으로 균형을 이루며 적절한 장소에 배치되어야 하고 재순환해야 한다.
- 질소는 대기의 78%를 차지하며, 질소는 식물 스스로 또는 균을 통해 식물 흡수되어 단백질로 고정된 후 식물이 죽거나 동물에게 먹힌 후 배설물, 사체를 통해 다시 대기 중으로 순환된다. 이 때 일부 질소가 일산화이질소로 돌아가 ’온실 기체’가 되고 이는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어 일산화질소, 이산화질소가 된 후 오존의 양을 제한한다.
- 황은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황의 일부는 식물 속으로 편입되거나 식물성 플랑크톤을 통해 바닷물 속에 들어간다. 이산화황은 화산 활동이나 산업활동에 의해 지구 환경에 제공되며 수분과 섞여 산성비의 형태로 환경을 파괴하는 원인이 된다. 스모그에 포함된 미세한 황산 방울들은 폐의 질환을 일으키거나 대기의 반사율을 변화시키는 황상 에어로졸이라는 안개층을 형성하여 지표면을 식히는 작용을 한다.
- 탄소는 대기 속에서는 이산화탄소 형태로 아주 적은 양(0.035%, 하지만 질량은 7,500억톤)가 존재하고 해양과 퇴적물, 암석에는 이산화탄소나 다른 형태로 훨씬 많은 양이 존재한다. 식물들은 탄소를 이용해(광합성) 탄수화물과 당류를 만든다. 지구 북반구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 사이에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3% 정도 떨어진다. 탄소로 구성된 이산화탄소와 메탄, 염화불화탄소는 아주 중요한 ’온실기체’다. 이산화탄소는 대부분의 태양 복사 에너지는 통과시키는 반면 대부분의 지구에서 복사되는 적외선 에너지는 흡수한다.
(아마존 밀림 등 숲과 서식지 파괴는 물과 원소의 순환, 생태계의 대규모 혼란을 가중시켜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산업혁명 이후 150년 동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20~30% 정도 증가했다(기온은 0.5도 상승). 거의 모든 예측 결과에 따르면 21세기 중반에는 그 양이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기온은 2~2.5도 상승).
- 하지만 지질조사 결과, 지구의 최근 5,000년 동안의 기온 변화는 5도 정도 상승한 것이다. 즉, 1천년에 1도..
- 21세기 현재는 신생대 홀로세로서 가장 최근의 빙하기는 약4만년 전에 시작하여 2만년 전에 끝났고 간빙기 중이다. 최근 진행 상황을 볼 때 다가올 빙하기는 빠르면 1~2만년 이내에, 늦으면 4~5만년 이후에 시작한다.
-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어 온도가 급상승하면 최근의 엘니뇨와 같은 기후변화 뿐 아니라 빙하기가 훨씬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
- 아주 단순한 시나리오는 지구 온도 상승으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급속하게 녹고 빙하의 민물이 바닷물의 염도를 낮추어 대기와 해류, 기상의 이변을 낳고 담수가 급속하게 퍼지고 수증기가 증가하여 태양 에너지를 반사시켜 역으로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간다는 것...
(2004년에 개봉된 영화 ’투모로우’를 생각하면 됨...^^)
  




 
"이제 우리는 인류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선언하는 저자는 더 이상 인류는, 지구를 자기 멋대로 조작할 수 있는 ‘실험실’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우리의 생물학적, 생태학적 뿌리를 파괴하는 것이며, 우리 미래의 후손들의 생존 조건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실험실 지구>라는 제목에서 ‘실험실’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우리가 현재의 기후 변화 및 지구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질학적 시간 동안 지구에서 벌어진 기후 변화의 역사를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지구와 그 지질학적 역사 자체가 실험실처럼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실험실 지구는 기후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론적 비유이다.
둘째는 인간의 활동에 따른 지구 및 기후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면서 지구 자체가 인간이 만든 기후 실험실처럼 되어 버렸다는 비판적 비유에 해당한다.
 
저자는 환경 운동가들의 주장에 회의적인 경제학자들 역시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환경 운동가들이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내놓는 환경 정책 역시 경제학자들이 만들어 낸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식 속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들을 내놓는다.
그는 바로 이 해결책들을, 생태학자와 경제학자, 환경주의자와 정책 집행자의 대화가 시작되는 출발점으로서 제시한다. 

1. 염화불화탄소(CFCs)와 온실 기체의 배출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할 대체물을 계속 개발한다. 2. 에너지 생산과 이용의 가격에 환경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
3. 에너지를 이용하고 소비하는 동안 보존성과 효율성을 강화함으로써 온실 기체의 배출을 줄인다.
4. 미래의 에너지 공급 방안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때 온실 효과로 인한 온난화를 주요 요소로 삼는다.
5. 전 세계의 삼림 벌채를 줄인다.
6. 국내의 적절한 재조림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국제적 재조림 노력을 지원한다.
7. 농업 연구를 지속함으로써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농업 시스템을 구축한다.
8. 물 시장을 통한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현재의 물 공급 시스템을 더욱 잘 관리하여 현재의 가변성에 대처함으로써 물 공급이 보다 확실하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9. 기후 변화의 가능성을 고려해서 수명이 긴 구조물에 대한 안전성의 한계를 계획한다.
10. 현재의 생물 다양성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강구한다.
11. 지구 온난화를 상쇄할 지구공학적 연구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12. 인구 증가율을 조절한다.
13. 미국은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는 국제 협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아직 한국에게는 아직 머나먼 동쪽 나라의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한국에서도 4계절이 모두 이상 기온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의 이상기온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기상청도 정부도 학자들이 대부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구 차원의 이상기온과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에 함께 동참하지 않았을 때 급변하는 사태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위에서 저자가 열거한 13가지 중 적어도 5~10가지는 한국 정부와 언론, 학계, 시민단체와 일반인들도 고민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이 정권에서는 별로 기대하기도 어렵겠지만...

[ 2010년 10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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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수 - 마틴 리스가 들려주는 현대 우주론의 세계 사이언스 마스터스 11
마틴 리즈 지음, 김혜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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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는 그림1 ’오우라보루스’로 상징되는 미시세계와 거시세계 사이의 긴밀한 관계다.
소립자 세계의 힘에 의해 우리의 일상 세계가 존재하게 된 것 또한 우리 우주의 잘 조율된 팽창 속도와 은하 형성 과정과 고대의 별에서 만들어진 탄소와 산소 덕택이다.
몇 가지 기본 물립칙이 ’규칙’을 결정한다.
간단한 대폭발로부터 우리가 출현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6개의 ’우주의 수’에 민감하다.
이 수들이 정확하게 조율되지 않았다면 복잡성의 한 층 한 층을 차례로 벗겨 나가는 일은 이미 끝나 버렸을 것이다.
’나쁘게 조율된’, 그래서 열매를 맺지 못한 다른 우주들이 무한히 많을까?
우리의 전체 우주가 다우주 속의 하나의 ’오아시스’일까?
혹은 우리의 6개의 수가 행운의 값을 갖게 된 다른 이유들을 찾아야 할까?
우리 앞에는 아직 무수한 문제가 남아있다."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 <휴먼 브레인>, <에덴의 강>, <자연의 패턴>, <마음의 진화>, <실험실 지구>에 이어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의 열 한번째 책으로,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소재로 삼았다.
 
’여섯 가지 수’란 무엇인가...
이 수들은 인류가 기원 전부터 ’수학’과 ’과학’이라는 분야를 탐구한 이래 모든 결과물의 핵심적인 총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이 수들이 서로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그것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것의 이론’에 파고들고 있다.
 
1. N : 원자들을 결합시키는 전자기력의 세기를 원자들 사이의 중력으로 나눈 값으로 그 값은 무려 10의 36제곱이나 된다.
         하지만, ’N’의 수에서 ’0’이 한 개만 줄었다면 우주는 커다랗게 성장하지 못하고 단명했을 것이다.
         그러한 소형우주에서는 어떤 생물도 벌레보다 크게 자랄 수 없고 생물학적 진화를 거칠만 한 시간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2. ε : 수소 원자 2개가 헬륨으로 핵융합을 일으킬 때 에너지로 전환하는 양으로 0.007이다.
         ’ε’는 원자핵들이 얼마나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으며 지구의 모든 원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결정한다.
         이 수는 별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과정을 통해 수소가 주기율표의 모든 원자들로 변환되는 과정을 통제한다.
         이 수가 작으면 원소 생성이 줄어들고 0.006이면 헬륨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수가 크면 원소 생성이 늘어나고 0.008이면 수소가 남아있지 않아 물(H2O)도 부족하고 별이 일찍 사라질 것이다.
 
3. Ω : 우주의 임계밀도에 대한 실제 밀도의 비로 그 값은 0.04다.
         이 값은 은하, 흩어져 있는 기체 그리고 암흑물질 같은 우주 안에 있는 물질의 양을 측정한 것이다.
         ’Ω’는 우주 안에서 중력과 팽창 에너지의 상대적 차이가 가진 중요성을 말해준다.
         이 수가 특별한 임계값보다 높앗다면 우주는 오래 전에 붕괴했을 것이고 낮았다면 은하나 별이 생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4. λ  :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진공의 에너지 밀도를 나타내는 기본상수, 즉 ’우주상수’를 의미하며 그 값은 6.2201×10^-40 N·m-2·kg-2·s-1다.
          1998년에 측정된 값이며 이 수는 반중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뜻하고 우주의 팽창을 통제한다.
          ’λ’가 조금만 컸어도 은하와 별이 형성되지 못했을 테고 우주의 진화는 시작하기도 전에 억제되었을 것이다.
 
5. Q : 은하의 구조를 와해시키는 에너지와 전체 정지 질량에너지의 비를 말하며 그 값은 0.000001이다.
     만약 Q가 훨씬 더 작다면 우주는 불활성이 되어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더 컸다면 우주는 격렬한 장소가 되어 그곳에서는 어떤 별이나 행성계도 살아남지 못하고 거대한 블랙홀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을 것이다.
 
6. D : 수 백년 전부터 알려진 수로 우리 세계의 공간 차원을 나타낸다. 즉, 3이다.
         ’D’가 만약 2나 4라면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수는 ’초끈이론’을 통해 6이나 10으로 확장될 수도 있고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맞이할 것이다.


 
저자는 스티븐 호킹과 더불어 이 시대의 가장 창조적이고 뛰어난 우주론 학자로서 우주론의 수많은 핵심 개념들을 창안해내었고 환상적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준성의 핵이 거대한 블랙홀로부터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내놓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속에서 현대 물리학과 천문학, 우주과학이 이루어낸 성과를 자신있게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과학적 승리주의’에 빠지지 말고 끝까지 겸손하고 성실하게 연구와 탐구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기도 한다.
 
제목만큼 최신 우주론에 대해 핵심을 짚어주었고 생각보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 2010년 10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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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 윌리엄 캘빈이 들려주는 인간 지능의 진화사 사이언스 마스터스 12
윌리엄 H.캘빈 지음, 윤소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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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동물을 나누는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동물에게도 ’의식’이나 ’지능’이 있을까?
지능지수로 인간과 동물을 구별할 수 있을까?
스위스의 동물학자 포르트만 교수가 동물의 다양한 기능이나 생리적 과정을 주관하는 뇌의 각 부분을 연구한 결과, 동물의 ’지능’표를 작성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 215, 돌고래가 190, 코끼리 150, 원숭이 63, 얼룩말 42, 기린 38, 여우 28, 가장 꼴찌는 하마...
인류와 진화적 발생계통이 같은(선조가 같은) 원숭이가 4위라 하니 조금 생뚱한 결과이고 과연 어떤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는지 궁금한 대목이다.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 <휴먼 브레인>, <에덴의 강>, <자연의 패턴>, <마음의 진화>, <실험실 지구>, <여섯 개의 수>에 이어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의 열 두번째 책으로, ’의식&지능의 기원과 진화’를 소재로 삼고 있다.
  
저자는 생리학, 생물물리학, 진화생물학, 심리학, 정신병학 등을 두루 연구하면서 인간의 어떤 면이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지, 통상 인간과 동물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보이는 인간의 ’생각(의식)’이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했는지를 독자들에게 애기해주려고 한다.
그는 한마디로 의식의 구조와 뇌의 물리적 작용에 따른 지식의 상호 작용 그리고 인간 의식의 독창적 단계와 이러한 사고 구조가 200만 년 빙하기를 통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주장으로 인간의 지능과 생각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는 전문 분야의 핵심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해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 다양한 학문분야가 담겨있는 이 책의 설명은 이해하기가 무지 어렵다.
 
책은 생각과 지능이 무엇이며,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간의 지능이 자연선택을 통해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를 다원주의적 관점에서 살폈다.
독자들이 평소에 느낄 수 없었던 당연한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될 것이다.
 
- 목 차 -
1. 다음에는 무엇을 할까?
2. 만족스러운 추측의 전개
3. 문지기의 꿈
4. 지능을 갖춘 동물의 진화
5. 지능의 토대로서의 통사론
6. 끊임없이 진행되는 진화
7. 지적 행동의 진화
8. 지능의 미래
 
1장에서 저자는 ’무엇’이 지능을 이루고 있는가, 그리고 ’언제’ 지능이 필요하가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2장에서는 지능의 의미를 좁은 범위로 국한해서 다룬다.
3장에서는 설명의 수준에 대해서 그리고 ’의식’을 둘러싼 혼동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4장에서는 빙기와 같은 기후조건의 변화에서 어떤 방식으로 동물이 지능을 갖추어가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5장에서는 통사론(문장을 기본 대상으로 하여 문장의 구조나 구성 요소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복잡한 문장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 기계장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6장에서는 다위니즘적인 맥락에서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의 문제를 다룬다.
7장에서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복제 경쟁을 유발하는 것 같은 방법을 통해서 표현을 다룰 수 있는가를 제안한다.
8장에서는 앞 장에서 묘사한 고등한 지능의 결정적 요소를 요약한다.
 
저자는 지능과 생각, 의식으로 나아가는 지적 추측에 적당한 메카니즘을 찾는 과정에서 여섯 가지를 제시하는데 무척 흥미롭다.
1. 연속성의 기초가 되는 통사론의 포개진 상자들
2. 그럴듯한 구실에 대한 모든 단서를 지닌 논지 구조
3. ’가까이-속에-위에’ 등의 상대적 위치를 나타내는 단어
4. 메모지의 제한된 크기와 그 결과로서 생기는 덩어리 짓기의 경향
5. 타도 운동을 이루익 위해 사용하는 여분의 신경 패턴 복제물에 매우 필요한, 정교한 연속을 위한 공동편의시설
6. 차이가 있는 패턴, 그것들의 복제, 실수를 통한 변종의 형성, 경쟁 그리고 다양한 환경조건에 의한 복제경쟁의 왜곡




 
 
이 책을 통해 나에게도  ’지능’과 ’의식’, 그리고 ’생각’을 아우르는 ’인간다움’에 대해 약간 색다른 개념이 생겼다.
개념적으로는 지능이 유연성, 창조성, 다양성, 사회성, 계획성, 상상력, 연역성을 의미하며, 자연과학적으로는 지능 또는 의식이란 ’뉴런 사이의 상호작용(관계)’라 할 수 있다.
이런 지능과 의식, 또는 생각들이 한 데 모여 '인간'과 '인간다움'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 마디로 사람의 ’의식’이나 ’생각’은 언어와 음악으로 비교해볼 수 있다.
음소 하나하나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인간은 그 음소를 모아 수 천, 수 백만의 단어와 의미, 문장과 표현을 만들어 언어라는 창조물을 만들어냈다.
음계 하나하나는 그냥 ’소리’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묶이고, 배열되고, 악보에서 조합되는 순간 음악은 인류만의 충만한 존재와 세계를 만들어내고 만다.
결국, 뉴런류의 신경세포나 쿼크류의 소립자처럼 끝도 없이 나누고 구분한 후 그것을 모아 인간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음악처럼 뉴런 사이의 관계와 어울림이, 소집자 사이의 관계와 어울림이 인간을 규정짓지 않을까 싶다...
 
* 책 속의 문장

- 꼬리없는 원숭이에서 호미니드로 진화하는 동안 이루어진 영리함과 통찰력의 비약적 발전과 가장 큰 관련이 있는 것은 언어와 손의 운동을 계획하는 일에 공통되는 일종의 ’공동편의시설’이다.(p.34)

- 지능이란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를 때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답’이 없을 때 그리고 평상시처럼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 필요한 대처와 모색능력이다.(p.36)

- 의식과 지능의 함축적 의미 사이에는 크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의식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정신세계에서 깨어있는 인식의 측면을 가리키는 경향이 있다면, 지능은 우리의 정신세계에서 상상력과 효율성의 측면을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p.64)

- 인간에 대한 현대과학의 최소단위에 양자역학이 있고 최상위에 문학과 같은 인문학이 존재한다. 그사이에는 양자역학->화학결합->생화학->세포막->시냅스->신경세포->신체(뇌)->존재,통찰역,결합에 의한 인문사회과학으로 이어지고 각 층은 스스로 준안정화되어 있다.(p.79)

- 층을 이룬 안정성은 이런 준안정화의 수준이 쌓아 올려진 것이다. 생물은 여러 층으로 쌓아올린 이런 수준들을 포함한다.(p.80)

- 사람과에 속하는 호미니드의 뇌 크기가 지금으로부터 250만년 전과 200만년 전 사이에 커지기 시작해서 유인원에 비해 대뇌 피질의 넓이가 4배가 될 때까지 계속 확대되었다는 사실과 그 시기가 지구의 빙기/간빙기를 되풀이한 시기였다는 것은 중요한 관계가 있다.(p.116)

- 지구는 불완전한 공전주기로 인하여 태양과의 거리가 변한다. 이 때 가장 가까운 지점일 때를 ’근일점’이라 한다.(p.117)

- 지구는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의 위치에 따라 근일점이 19,000년~26,000년마다 변한다. (p.118)

- 행성간의 인력은 지구축의 경사를 41,000년을 주기로 22.9도에서 24.6도까지 변화시킨다.(p.119)

- 근일점, 행성들의 상대적 위치, 지구 축의 경사의 3가지에 따라 약10만년마다 한 번 씩 지구의 빙하가 크게 녹는다.(p.119)

- 정신적 문법은 지적인 추측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신적 구조에, 미래에 대한 가장 세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그것은 덩어리 짓기, 순서대로 배열하기, 다윈적 처리과정에 의한다.(p.181)

- 다윈적 과정이 진행되려면 6가지 요소가 모두 있어야 한다.
 1) ’패턴’을 포함한다. 패턴이란 유전라는 DNA 염기의 배열을 말한다.
 2) 이런 패턴으로부터 ’어떻게 해서든’ 복제물이 만들어진다. 단위 패턴은 부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복제된 것으로 정의된다.
 3) 때때로 패턴은 돌연변이 등의 방식으로 변화한다.
 4) 제한된 환경공간의 점유를 위한 ’복제경쟁이 일어난다.’
 5) 변종의 ’상대적인’ 성공 가능성은 ’다양한 환경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6) 다음세대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어떤 변종들이 생식할 수 있을 때까지 살아남아서’ 짝을 찾는데 성공하는 가에 달려있다.(p.206~208)

- 뇌의 시공패턴을 ’대뇌 코드’라 칭할 수 있는데, 이는 하나의 사물이나 하나의 행동 또는 어떤 개념과 같은 하나의 추상물을 표현하는 뇌의 시공 활동 패턴으로 추측된다.(p.213)

- 대뇌 피질 표면의 1제곱밀리미터에 약148,000개의 뉴런이 활동 중이다.(p.231)


- 대뇌 피질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뉴런들은 수직 방향으로 배열되어 피질 칼럼으로 알려진 원기둥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으며, ’미니 칼럼’의 지름은 0.3마이크로미터, 매크로 칼럼은 100개 이상의 미니 칼럼으로 구성된다.(p.233~235)

- 평균적인 대뇌 피질 영역에는 10,000개의 매크로 칼럼과 100만개의 미니칼럼이 존재한다.(p.237)


   

 * 저자 소개 :
워싱턴 대학교에서 생리학과 생물 물리학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헤브루 대학교 방문 교수, 미국 심리학회의 특별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현재 워싱턴 대학교와 의과 대학에서 정신병학 및 행동 과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의 역사>, <사계절의 뇌>, <기계의 언어>, <마음의 오르막> 등이 있다.

[ 2010년 11월 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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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중력의 세 가지 길 - 리 스몰린이 들려주는 물리학 혁명의 최전선 사이언스 마스터스 13
리 스몰린 지음, 김낙우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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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중력 이론이 인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우주가 존재한다는 기적과도 같은 사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 불가사의한 사실의 적어도 일부나마 파악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신념일 것이다."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 <휴먼 브레인>, <에덴의 강>, <자연의 패턴>, <마음의 진화>, <실험실 지구>, <여섯 개의 수>, <생각의 탄생>에 이어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의 열 세번째 책으로, ’양자 이론과 상대성 이론을 통합하고 있는 양자 중력 이론(중력의 양자이론)의 현황과 전망’을 소재로 삼고 있다.  
 

브라이언 그린이나 리차드 파인만 등 내가 지금까지 읽어오던 우주론과 우주론 관련 물리학  관련서적이 대부분 ’초끈이론’ 중심이었는데 이 책은 그동안의 내가 편협하게 알고 있던(초끈이론 주창자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들었던) 것을 교정시켜 주었다.
내용이 많이 어려운 책이었으나 우주론의 최신 동향, 초끈이론과 다른 이론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라서 읽는 내내 흥미를 잃지는 않았다.
 
17세기 후반 아이작 뉴턴은 수학과 물리학, 천문학 등 많은 분야에서 천재적인 업적을 이루었다. 특히 그의 절대적 시공간 개념과 중력, 행성운동 개념은 동 시대의 다른 과학자들의 업적과 함께 인류사회에 ’물질주의’, ’절대성’과 ’기계론’을 인식시켜 놓았다.
뉴턴의 영향은 21세기인 현재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양자역학은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한 빛(이중성)과 소립자의 세계를 확률론적(확률파동함수)으로 설명하고 인간이 소립자의 위치와 속도를 모두 알아낼 수 없다는 것(불확정성의 원리)을 밝혀냈다.
200년 넘게 서구사회를 지배해온 뉴턴역학을 넘어 우주론과 자연과학에 커다란 획을 그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말년에 수 십년 동안 해결하려고 애쓴 분야가 ’대통일이론’이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광속의 유한성’과 ’상대적 시공간’ 개념을 탄생시켰고 물리학계에 양자역학의 토대도 제시한 바 있었다.
중력, 시간, 공간, 그리고 물질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뒤흔든 상대성이론과 양자 역학은 20세기에 물리학 혁명을 일으켰다.

아인슈타인이 이루어놓지 못한 대통일이론은 현재 ’양자 중력 이론(Quantum Gravity Theory)’라는 이름으로 현대 물리학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이론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어떤 혁명적인 이론들이 만들어지고 다시 사라지고 있는지 보고하고 있다.
저자는 양자 중력 이론에 이르는 길로 초끈 이론(super string theory)의 길, 고리 양자 중력 이론(loop quantum gravity)의 길, 그리고 블랙홀의 열역학의 길의 세 가지를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를 지배해오던 자연과 우주현상에 대한 "존재론적 세계관"을 ’진화하는 관계들의 네트워크’로 보는 "관계론적 세계관"으로 전화하게 되면, 언젠가는 우주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희망 어린 전망을 내놓는다. 

[양자중력이론]

 
1. 초끈 이론(super string theory) :
초끈 이론은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존재가 점(0차원)처럼 생긴 입자가 아니라 일차원적인 끈이라고 주장한다.
이 끈은 1차원 시간과 9차원 공간 속에서 진동한다.
끈마다 진동하는 방식이 다 다른데, 이 진동 방식에 따라 그 끈은 전자, 쿼크, 뉴트리노, 혹은 중력자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 우리가 보는 세상의 모든 입자는 모두 다 진동 방식만 다른 끈인 것이다.
그러나 이 초끈 이론에는 약점이 있다.
초끈 이론을 연구하다 보면 수학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는, 다시 말해 모순없는 이론이 다섯 가지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의 이론적 연구에 따르면 무수히 많을 수도 있다.
이것은 초끈 이론이 완전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뜻한다.
 초끈 이론의 문제점 중 하나는 절대 시공간이라는 뉴턴 역학적 낡은 배경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2. 고리 양자 중력 이론(loop quantum gravity) :
초끈 이론의 강력한 경쟁자인 고리 양자 중력 이론은 공간에도 최소 단위가 있다는 놀라운 주장을 한다.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매끄러워 보이는 표면이 자잘한 원자와 분자들로 거칠거칠한 것처럼, 물질이 불연속적인 원자들로 이뤄지듯이, 공간 역시 아주 작은 규모까지 쪼개다 보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상대성 이론을 가지고 거둔 최대의 업적, 다시 말해 시공간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물들의 관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관계론적 존재임을 보여 준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 이론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주가 가만히 있는 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요동하는 동적인 존재임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것은 우주의 생성 과정, 평행 우주, 다중 우주, 양자 블랙홀 이론 등 현대 우주론의 수많은 난제들을 해결해 준다.
그러나 이 이론 역시 수많은 비판을 받는다.
기존에 나와 있는 이론들을 수학적으로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다루는 단순한 수리 물리학적 테크닉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시작해서, 고리 양자 중력 이론이 바탕에 놓고 있는 이론들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부족하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공격이 나오고 있다. 
[양자시공간의 컴퓨터 모형]



3. 블랙홀의 열역학
블랙홀의 열역학은 우주론 연구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이 이론은 양자 중력 이론과 관련해서 실험적으로 의미가 있는 예측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다.
왜냐하면 10차원의 끈과 플랑크 길이의 공간 원자와는 달리 블랙홀의 열역학은 우주 공간에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되는(거의 존재하는 것이 확실시되는) 블랙홀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는 어떤 천체가 블랙홀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조만간 블랙홀임이 확실한 천체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블랙홀의 열역학 이론이 예언한 호킹 법칙, 베켄슈타인의 한계, 운루의 법칙 같은 이론적 예측들을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되며,
블랙홀의 열역학에 바탕을 두고 세운 양자 중력 이론은 앞의 두 후보들에 비해 최종적 양자 중력 이론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그리고 블랙홀의 거대한 중력에 의해 극단적으로 늘어나 있는 블랙홀 주변 시공간에 대한 관측을 통해 우리는 고리 양자 중력 이론과 초끈 이론의 예측과 제안이 얼마나 타당한지도 검증할 수가 있다. 
[ 블랙홀의 특이점과 지평선]



현재 이론 물리학계의 주류는 초끈 이론이다.
전 세계 수천 명의 이론 물리학자들이 초끈 이론에서 새로운 발견을 꿈꾸며 치열하게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이기는 하지만 고리 양자 이론가들은 초끈 이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들을 지적하며 고리 양자 중력 이론을 제안하고 있다.(저자는 고리양자중력이론 전문가...)
현대 이론 물리학계는 이 두 이론가 집단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책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은 물리학계나 기타 자연과학계 역시 통상적인 학문분야와 비슷한 분위기와 문화라는 것이다.
저자는 초끈이론 전문가들과 고리양자이론 전문가들이 상대방의 논문이나 학회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들의 이론만이 옳다는 독선에 빠져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세 가지 길이 하나의 현상을 보는 세 가지 다른 창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과거 16~17세기에도 (동시대를 살았지만) 케플러의 행성 법칙을 알아 보려고 하지도 않았던 갈릴레오와 갈릴레오의 투사체 법칙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케플러가 손을 잡았다면, 갈릴레오와 케플러의 업적을 통일해 근대 물리학의 기초가 된 뉴턴 역학이 그들의 시대에 탄생할 수 있었다며 사례를 든다.

저자는 책 후반에 양자중력이론으로 가는 ’세가지 길’ 이외에 블랙홀의 열역학에 영감을 받은 ‘홀로그래피 원리’, ‘비가환 기하학’, ‘블랙홀의 엔트로피 이론’을 소개한다.
그러한 새로운 이론적 아이디어에서 나온 공통의 문제를 초끈 이론가들과 고리 양자 중력 이론가들이 함께 풀다 보면 두 이론이 궁극적으로는 하나인 최종 이론의 부분들이거나, 어느 하나가 다른 이론과 비슷할 것이라 예상한다. 
[양자중력 공간이론 - 웜홀]

 
저자는 이 책의 결론을 과감하게 내린다.(이 책은 영문판 발간은 2000년이다.)
첫째는 2010년대까지는 초끈 이론과 고리 양자 중력 이론의 안개 속 논쟁이 깔끔한 최종적 이론으로 정리되어 양자중력이론의 기본 틀이 마련된다는 것
둘째는 21세기 중반에는 고등학생이 중력에 대한 양자 중력 이론을 배우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첫째 결론은 2010년대가 지나려면 아직 9년이 남아있으니 지켜볼 일이고 둘째 결론은 우리 후손들이 알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내 나름대로 의미를 발견한 부분은 서구의 주류 물리학계에서 자연과 우주의 원리를 ’독립된 존재’를 파고들어 가는 방식 뿐 아니라 ’상호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의 측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현상은 서구에서 물리학이나 우주론에서 출발하여 생물학이나 화학과 같은 자연과학 뿐 아니라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서도 관점과 방법론이 전환될 것이라는 예감을 준다.


* 책 속의 문장
- 우주에 실재하는 것과 무관한 공간은 의미가 없다. 공간은 비어 있거나 꽉 차 있으며, 어떤 것들이 그저 오고 가는 무대가 아니다. 공간은 존재하는 것들을 제외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 즉, 우주는 사물들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들의 한 측면일 뿐이다.(p.49)
- 공간은 문장과 비슷한 것이다. 단어가 하나도 없는 문장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 우주의 기하학은 문장의 문법 구조와 무척 흡사하다.(p.49)
- 나는 상대성 이론고 양자이론이 주는 교훈은 우주가 진화하는 관계들의 네트워크임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p.52)
- 중력의 양자이론을 세우는데 그토록 오래 걸린 이유 한 가지는 이전의 모든 양자이론이 배경 의존적이었기 때문이다.(p.60)
- 근본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면 우리는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환상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새 물리학의 언어로 말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과정이 상태보다 중요한 어휘 체계를 배워야만 한다.(p.111)

- 우주는 많은 ’사건’들로 구성된다. ... 사건들의 우주는 ’관계론적인 우주’다. 즉, 모든 성질들은 사건들 사이의 관련성을 통해서 기술된다. 두 사건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관계는 ’인과 관계’다. (p.112)
- 인과적 구조는 모든 시간에 대해서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동적이며 법칙에 따라 진화한다. 우주의 인과적 구조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 가는가를 결정하는 법칙을 ’아인슈타인 방정식’이라고 부른다. (p.121)

- 세계의 불연속 구조가 명백해지는 시간과 공간의 규모를 ’플랑크 규모’라 부른다. 그것은 중력과 양자현상의 효과가 동등해지는 규모로 정의된다.(p.123)
- 공간의 한 영역을 0도까지 냉각시켜서 그것이 에너지를 갖지 않게 해도, 여전히 무작위적으로 요동치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존재할 것이다. 이것을 진공의 ’양자 요동(quantum fluctuations)’이라고 부른다. (p.158)
- 물리학은 다른 과학과 마찬가지로 가능성의 예술이다.(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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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중력과 상대성이론의 경합 ] 2009. 11. 03 한겨레 기사


73억광년 날아온 빛의 속도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살려


양자중력이론 예측 일부 틀려
‘아인슈타인이 옳았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이 73억 광년의 거리를 날아온 감마선 빛을 관측해 분석해보니 빛속도는 에너지나 파장과 무관하게 늘 일정하다고 보았던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여전히 옳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천체물리학자들이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최근호에 실렸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관측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에서 ‘시공간’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모든 빛은 진공의 시공간에서 늘 초속 30만㎞로 날아간다는 ‘광속 불변의 법칙’을 특수 상대성이론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에 양자이론과 상대성이론을 통합해 ‘만물의 이론’을 만들려는 물리학자들은 미시의 양자세계에선 시공간의 진공에서 ‘양자요동’이 일어나며 고에너지와 만날 때 상호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빛의 에너지가 클수록 빛속도는 느려진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 분야의 연구자인 김상표 군산대 교수(천체물리학)는 “바다가 멀리서 보면 평탄하지만 가까이 보면 물거품을 일으키며 요동하는 것처럼 양자세계에선 시공간이 요동한다는 게 ‘양자요동’의 의미”라며 “아인슈타인 이론에선 에너지와 파장에 관계없이 빛속도는 일정하지만, 양자중력이론에선 빛속도가 양자요동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예측돼 왔다”고 말했다.

두 가설이 맞서 있는 가운데,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이 7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중성자별의 충돌로 생긴 엄청난 에너지의 감마선 입자들이 지구 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지난 5월 처음 포착했다. 포착된 감마선 입자 하나는 다른 것에 견줘 무려 100만배가량 큰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기에, 아인슈타인에 도전한 새로운 양자중력이론이 맞다면 두 입자의 도착 시각은 몇 분가량 달라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0.9초 차이에 불과했다. 여러 분석 방법을 동원해 연구팀은 두 빛 입자가 7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동시에’ 출발했음을 입증했다.

김 교수는 “빛이 무려 73억 광년이나 날아오는 동안에 불과 0.9초 차이만을 나타냈다면 이는 사실상 에너지 차이가 빛속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양자이론의 일부 예측이 틀렸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감마선 폭발은 평균적으로 석탄 3×10³³t을 태우는 것과 같은 에너지를 발산하지만, 우주 공간에서 감마선이 방출되는 원리는 아직 분명하게 규명되지 못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다른 연구에선 감마선 빛 입자의 도착 시각이 4분가량 차이를 나타내 양자중력이론 쪽이 의기양양했는데 이번엔 지난해의 분위기를 뒤엎었다”며 “이번 연구의 분석은 매우 신뢰할 만하고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와 양자시공간연구센터는 2일부터 4일까지 한국과 이탈리아의 천체물리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감마선 폭발과 상대론적 천체물리학에 관한 심포지엄을 서강대 마태오관에서 열고 있다.

오철우 기자

[ 2010년 1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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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미스터리 - 조지 윌리엄스가 들려주는 자연 선택의 힘 사이언스 마스터스 17
조지 윌리엄스 지음, 이명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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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자연에서의 목적과 계획에 대한 증거들(Clues to Plan and Purpose in Nature)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 <휴먼 브레인>, <에덴의 강>, <자연의 패턴>, <마음의 진화>, <실험실 지구>, <여섯 개의 수>, <생각의 탄생>, <양자중력의 세 가지 길>, <진화란 무엇인가>에 이어 출판사 ’사이언스북스’가 기획,번역한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의 열 다섯 번째 도서로, 자연 선택이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진화에 미치는 힘뿐만 아니라 생물학을 넘어 현대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사회적, 의학적, 철학적으로 갖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복잡 다양한 생물들의 적응이 목적과 계획을 지닌 이성적인 설계자가 아닌 단순 무식하고 무자비한 자연 선택으로 생겨난다고 말한다. 생물들에게 야기하는 불합리한 구조들의 예를 통해 진화 과정이 지닌 힘과 한계를 모두 보여 진화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1장. [적응주의적 이야기]에는 일부 생물학과 진화학 분야에서 그동안 인간의 눈과 주둥치의 발광기관을 설명하면서 사용해 온 ’적응주의(adatationism)’에 대해 비판적으로 재검토한다. 적응주의가 결국에는 수 십만 년 동안 어떻게 인간의 눈의 구조가 만들어져 왔는지, 그리고 주둥치가 어떻게 빛을 내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보다 ’왜 앞으로 계속 그렇게 작용하는지’에 관한 설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적응주의가 진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진화를 해석하지도 못한다’는 것... 한마디로 적응주의는 생물체의 절묘한 기관이 지니는 현재의 유용성만을 다루기 때문에 진화를 정확하게 이야기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적응주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는 막강한 방법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그 힘을 발휘할 것이다".고 인정한다.
 
2장. [기능적인 설계와 자연 선택]에서는 남아메리카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finch)를 대상으로 새로운 진화론을 펼쳤던 다윈의 개념은 당시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생물학자들로부터 널리 인정받았으나 자연선택과 성선택이 그 변화를 가져오는 원인이라는 생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자연선택이 진화의 막강한 원동력으로 작용해 왔지만, 역으로 많은 경우에 진화보다는 진화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와 연관되어 인용되기도 함을 설명한다. 또한 오늘날의 생물학적 진화는 과거 화석 기록에 나타난 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일어날 수도 있다. "자연선택이 주로 하는 일이 생명체가 지닌, 현재 최적의 상태로 발달되어 있는 형질들에서 이탈하는 것들을 추려내는 것이다."
 
3장. [무엇을 위한 설계인가?]과  4장. [적응적인 신체]에서 저자는 자연 선택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자연 선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무엇에 작용하는지, 자연 선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다룬다.
자연선택과 진화에서 유전자 보존과 유전적 다양성이 중요함을 설명하면서 꿀벌, 연어 등과 같은 일부 집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 집단이 기능적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다는 사례를 통해 ’설계’의 무의미함을 보여준다. 생물체들은 자신들의 진화과정과 본능 및 지능의 수준에서 ’죄수의 딜레마’ 게임처럼 작동하게 된다.
저자는 세포, 유전자, 미토콘드리아, 신체 기관과 각 생명체와 개체들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유전적 상호과정을 분석하면서 자연 선택의 작용방식을 이야기한다. 세포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적화 개념이이나 혈연 선택, 손익표 같은 이론으로 무장해야 하며, 독립된 개체들의 활동을 다룰 때에는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개체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 작용에 유의해야 한다. 배우자 간, 부모자식 간, 형제 간, 이웃하고 있는 영역 경쟁자 간, 숙주와 기생자 간의 관계들은 협동과 대립, 절충, 승자와 패자, 그리고 안정화된 교착의 복잡한 정렬로 특징지어질 것이다.
 
그리고 5장. [성은 왜 있을까?]에서는 성의 기원과 유성생식의 배경, 암수한몸(자웅동체)의 이유, 암수 성비에 대한 진화론, 수컷의 크기에 대한 연구 등 성의 기초적인 진화론적 해석을 다루고 있고
6장. [인간의 성과 번식]에서는 임신 - 출산 - 어린시절 - 배우자 찾기와 자식 키우기의 과정에서 자연선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고찰한다. 여기에는 모체와 태아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자연선택을 위한 개체간의 유전적 대립점이 존재함을 말한다.
7장. [노화와 그 외 결함들]에서는 노화를 ’생명체에서는 물질의 흐름이 정확히 조절되어야 하는데, 그 정확성이 지속적으로 감소되어 가는 것’이라고 정의한 후, 진화에 대한 진화론적 해석을 시도한다.
8장. [적응주의의 의학적 의미]에서는 신체결함, 생물학적 구조 문제 등 적응주의와 관련한 인류의 의학적 문제를 다룬다. 진화론적으로 고찰할 때, 사고로 사망하지 않고 오래 사는 사람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질병인 퇴행성 증상, 암, 심장 혈관 손상, 관절염, 골다공증, 기능 장애 등은 유년기나 성년기에 각종 사고나 균, 바이러스에 의해 죽음을 당하지 않는 데 대하여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해명한다. 인간의 오랜 진화론적 과정에서 주어진 수명은 40~50년 남짓한 데 과학기술의 발달이 억지로 수명을 연장하여 당사자들에게 여러가지 고통을 가져다주는 셈이다.
9장. [적응주의의 철학적 의미]에서는 미움, 사랑, 죄의식, 공포 등 인간의 의식을 채우고 있는 감정과 이성들을 다루는 뇌 속의 시상 하부와 대뇌변연계 역시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되어 왔기에 철학자들의 철저한 탐구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동시에 자연선택은 인간의 도덕이나 감성과는 무관한, 즉 비도덕적이고 무도덕적인 냉엄한 객관적인 현실임을 지적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인류 지성의 승리이자 희망이라 불려왔던 자연과학, 또는 과학 일반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배웠고 생각하는 만큼 완벽하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음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저자와 같은 대다수의 진화생물학자나 유전학자들은 과학의 한계와 부족함을 인정하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감추지 않는 대신 과학의 힘과 위력을 과도하게 포장하지 않을 뿐더러 과학의 남용과 인류의 겸허하지 못함에 대해 무척이나 비판적으로 대하고 있다. 대개의 과학자들은 굳굳하게 자신의 연구분야에서 진전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할 뿐인 것이다. 과학이 종교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언제든지 과학이론이 부정되어 새로운 과학이론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과학의 성과와 과학의 미래를 과도하게 포장하는 사람들은 정치가나 경제인, 언론인이나 정치성향의 일부 과학자라 할 수 있다. 즉, 과학을 제대로 알지 못한 사람들이 과학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특정한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고 현대 과학계의 구조와 연구자금을 이용하여 정책담당자들이 과학계의 노력을 편향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과학계는 이중, 삼중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과학분야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 과학자가 드물 뿐더러 얄팍한 과학지식과 직책으로 정책담당자들이나 일반 국민들을 호도하려 하거나 공직이나 연구자금에 눈이 멀어 자신들의 지식을 팔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일 것이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 이후 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과 교수들이 언론을 통해 정치적으로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과학계와 학계의 미래에 대해 우울함을 감출 수 없다.
 
[ 2011년 4월 23일 ]
 
* 책 속의 문장
- 새로운 돌연변이는 우연히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어떠한 새로운 대립 유전자도, 심지어 상당한 이득을 주는 돌연변이라도 그리 될 수 있다. 그러나 돌연변이는 한정된 빈도로 일어난다. 만약 C-A-G가 C-C-G로 변할 확률이 하나의 생식 세포(난자 혹은 정자)에서 100만분의 1이고 한 세대릐 개체 수가 1,000이라면 돌연변이는 1,000세대에 한 번씩 나타날 것이고, 개체 수가 1만이라면 10배 더 자주 나타날 것이다. 많은 생물에서 이 정도는 진화적으로 무의미하다. 머지않아 이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나 원래 자리에 있는 조상 대립 유전자를 대체할 것이다.(p.79)
 
- 신체의 각 기관이 형성되고 조직이 분화되는 임신 초기 3개월 동안에 태아는 성인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미량의 독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임신 초기의 입덧은 정상 발생을 저해할 수 있는 독소로부터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적응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중략) 따라서 메스꺼움이나 특정 음식을 멀리하는 것 같은 입덧 증상을 억제하기 위해 약을 쓰는 일은 (태아에게 비정상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기형아 출산 확률을 높일 수 있게 된다.(p.193)
 
- 인간의 출산과 관련하여 현재 가장 확실한 진화적 통찰은 모체와 태아 사이의 대립보다는 인간이 먼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불행한 유산과 관련이 있다. 초기 육상 거주 척추동물에서 골반이 처음 진화했을 때 소화기나 생식기, 배설기와 같이 체외로 통하는 모든 기관들이 골반환(pelvic ring)을 지나가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같은 기하학적 구조가 오늘날의 후손들에게까지 그대로 보존되었다. 그 옆에 있는 골격 한 부분을 자세히 관찰해보자. 앞쪽의 좌우 치골과 뒤쪽의 척추와 연결된 좌우 좌골이 이루는 뼈의 고리를 주목해보자. 아기는 그 고리보다도 더 좁은 공간을 밀고 나와야 한다. 왜냐하면 질벽과 직장, 그리고 그외 구조들이 그 안에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좁은 통로로 아기를 밀어내야 하는 인간의 분만은 다른 어느 포유류의 출산보다도 힘든 과정이다.(p.195)  
 
[ 2011년 4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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