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나선 - 생명에 대한 호기심으로 DNA를 발견한 이야기 궁리하는 과학 1
제임스 D. 왓슨 지음, 최돈찬 옮김 / 궁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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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53년 세계 최고권위의 과학잡지 <네이처>지에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히는 논문을 발표하여 전세계적인 이목과 찬사를 받아 1962년 그 공로로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의 저서이다.

왓슨은 이 책의 서문에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크릭과 함께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게된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으로 펴낸 것이라 말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서문이라기 보다 자신의 일기를 바탕으로 자서전 비슷하게 풀어쓴 글이다.

책 속에는 노벨상을 염두에 두고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본심과 그에 따른 적나라한 이야기들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다. 또한, DNA 구조를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성격, 의욕, 능력, 경쟁심과 더불어 과학자들의 일상생활도 일반인들과 비슷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저자는 아주 운이 좋은 것처럼 보인다. 겸손하게 책을 써내려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밝히는 과정에서 저자는 아이작 뉴튼이나 스티븐 호킹의 말처럼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내는 행운을 잡은 것이다. 로잘린 프랭클린이라는 과학자의 능력으로 X선 회절법으로 DNA의 결정체를 촬영한 사진이 아니었다면, 라이너스 폴링이 단백질의 결정체를 일부라도 먼저 밝혀내지 않았다면, 모리스 윌킨스의 선구자적인 DNA 연구가 없었다면 저자에게 노벨상의 행운이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저자가 운 좋게 논문의 저자이름에서 맨 위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 책을 발간하고 언론에 그렇게 많이 노출되지 않았다면 "DNA=제임스 왓슨"이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읽어온 수학자,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돌이켜 보면 뛰어난 과학자들의 경우 수 많은 연구와 실패, 갈등없이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낸 적이 없었다. 아이작 뉴턴, 라이프니츠, 파스칼, 페르마, 칸토어, 가우스, 푸앙카레, 힐베라트, 괴델, 아인슈타인, 호킹 등등... 20세기에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 역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밝혀낸 앤드류 와일즈처럼 오랜동안 노력한 결과이며,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논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자가 무척 겸손하다고 하더라도 저자가 노력한 정도나 저자가 발표한 논문이 앞 선 수학자, 과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왔던 노벨상의 권위가 논문의 뛰어남이나 역사적인 위대성보다 점점 이벤트나 형식으로 치부되고 인종차별적인 느낌까지 든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 정도의 노벨상을 취득한 과학자들도 없으니 국가적으로는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김대중 전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니 그것으로라도 위안을 삼아야...^^)

어떤 측면에서는 이 책에 긍정적인 장점도 들어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과학자는 식음을 전페하고 골방에 처박혀 연구와 계산만 해대는 '괴짜'라는 선입견이 지배적인데, 저자는 매일 8시간~12시간 정도만 연구하고 토론하고도 노벨상을 탄 것이다. 저녁식사는 언제나 친구들, 지인들과 함께 하고 한 달에 몇 번씩 파티와 술자리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했으니까...

세상은 어쩌면 노래말 그대로 '요지경'일 수도 있다...
 

[ 2010. 5. 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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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란 무엇인가 - 에른스트 마이어가 들려주는 진화론의 핵심 원리 사이언스 마스터스 16
에른스트 마이어 지음, 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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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를 통해 배우던 ’진화’가 찰스 다윈, [종의 기원]과 함께 어렴풋하게 기억난다. 서구에서 종교(기독교)가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모두 장악하던 중세 암흑시대 이후 서구에서는 종교가 과거의 폭정과 만행을 반성하면서 ’문화’의 한 축으로서만 기능하고 있는 반면(미국에서 부시정권과 공화당이 잠시 종교정치를 살려보려 했지만...), 한국에서는 기독교가 도래한 지 100년이 조금 지난 21세기 들어 오히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두를 지배하면서 종교인들 뿐 아니라 권력자들까지 ’종교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듯 하다. 또 다시 십자군 전쟁을 일으키려는 것인지...
 
한국이 비록 일제 압제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의 체제를 모방하면서 1948년 헌법을 제정하고 공화국을 건국했지만, 60년이 넘도록 지금처럼 종교(기독교)로 인하여 사회 전체가 분열되고 종교인들간 반목과 갈등이 심한 때가 없었다. 합리주의와 이성, 과학과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국가이지만, 오히려 일방주의와 강제, 친일과 군사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2008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청와대에 모여 대통령을 추켜세우는 기독교계 수장들을 보면서 중세의 교황과 영국, 프랑스의 추기경들의 행태가  떠오른다.
 
한국의 교육부와 교육자, 교육관계자들이 건국 이래 끊임없이 본연의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해내지 못하는 가운데 이제는 기독교에서 교과서의 ’진화론’을 문제삼고 ’진화이론’ 대신 ’창조론’을 교과서의 ’인류의 기원’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마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http://cafe.daum.net/yesillove/Fc6O/4?docid=1C5yJ|Fc6O|4|20090419081808&q=%B1%B3%B0%FA%BC%AD%2B%C1%F8%C8%AD&srchid=CCB1C5yJ|Fc6O|4|20090419081808http://www.christiantoday.co.kr/view.htm?id=206404) 이런 상황은 정치인이나 일반인보다 앞서 한국의 과학자들, 과학분야 전문가, 교육부, 교육관계자들, 교과서 출판사들이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증거도 없고 합리적인 이론도 없이 오로지 ’코란’, ’구약성서’, ’신약성서’의 도그마와 ’기도’로 만물을 해석하고 규정하면 할수록,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종교의 자유를 무시하고 유일신을 강제하면 할수록 종교는 점점 더 사회구성원들에게 버림받을 것이다.
 
지질학의 ’방사능 반감기’를 통한 지구의 역사, 화학의 스펙트럼과 분광학에 따른 태양의 구성물질과 역사, 천문학의 천체망원경과 탐사로켓을 통한 지구의 자전과 공전, 계통발생학과 생물학의 화석과 유전자 분석을 통한 생물분류체계,
 
저자와 학자들이 정의하는 ’진화(Evolution)’란 "생명이 출현한 이래로 생명의 세계가 발달해 온 점진적 과정"을 의미한다. 다윈에 의하여 진화이론이 처음 대두된 1859년 [종의 기원] 이후, 진화이론도 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이론이 존재하였으나 1937년에서 1947년 사이에 진화 생물학자, 실험 유전학자, 자연사학자, 고생물학자 등이 진화에 대한 종합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이를 ’진화의 종합(Evolutionary Synthesis)’라 한다.
 
진화는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생명의 매혹적인 미스터리와 관련해서 던지는 ’왜?’라는 질문 가운데 진화를 고려하지 않고 적절한 대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그리고 이제 진화는 찰스 다윈 스스로도 결코 예상하지 못한, 자신의 출생지인 생물학을 넘어서서 언어학, 철학, 사회학, 경제학 등 인접한 학문 분야로, 그리고 인간의 사고 체계로까지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15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진화를 사실로서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진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이라 할지라도 다윈의 진화론에는 커다란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의혹과 오해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저자는 이 책 에서 진화와 관련해서 일반인들이나 반대편에 선 학자 또는 창조론자들이 궁금해 할 법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진화론에 덧씌워진 오해와 비판을 명쾌하게 풀어 준다.

저자는 실제로 진화가 지구상에서 일어났다는 증거를 들어 진화가 단순한 이론이 아닌 명백한 사실임을 역설하고, 진화가 작용하는 과정, 세부적인 형태들을 상세히 설명하며, 진화이론을 포함하여 생명의 탄생과 역사를 설명해 온 각종 이론들을 개괄한다. 또한 [종의 기원]을 기점으로 진화의 종합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진화 이론 자체의 역사도 상세히 들려준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진화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8억 년에 걸친 지구상의 생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 진화 생물학의 현재까지의 결론 >
1. 생명의 탄생 : 38억년 전
2. 최초 생명(원핵생물, 세균)의 화석 : 35억년 전
3. 최초 진핵생물 : 27억년 전
4. 최초의 동물 : 6억4천만년 전
5. 최초의 육상 식물 : 4억 5천만년 전
6. 최초의 육상 척추동물(양서류) : 4억6천만년 전
7. 최초의 파충류 : 3억1천만년 전
8. 최초의 조류와 포유류 : 2억년 전
9. 영장류의 분기진화 : 3,300만년 전
10. 오스트랄로피테쿠스 : 800만년 전
11. 호모 에렉투스(사람속) : 100만년 전
12. 호포 사피엔스 : 20만년 전

 


< 자연선택에 의한 유전의 17가지 원리 >
1. 유전물질은 일정 불변하다.
2. 유전물질은 DNA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3. DNA는 모든 생물의 표현형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생성해 내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4. 진핵생물의 경우 대부분의 DNA는 모든 세포의 핵 안에 존재하며 다수의 길쭉한 모양의 염색체라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5.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들은 일반적으로 이배체 상태로 존재한다.
6. 남성과 여성 배우자는 각각 한 세트의 염색체만을 가지고 있다.
7.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동안 수컷 또는 남성의 염색체는 암컷 또는 여성의 염색체와 융합되거나 섞아지 않고 수정란 안에 공존한다.
8. 생물의 특징은 염색체사에 존재하는 유전자에 의해 조절된다.
9. 유전자는 핵산의 염기쌍의 순서이며 이 순서는 특정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의 암호를 담고 있다.
10. 전체적으로 볼 때 생물의 모든 세포는 동일한 유전자를 담고 있다.
11. 유전자 자체는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 대체로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이따금 다른 형태로 ’돌연변이’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12. 한 개체의 유전자 전체가 유전자형을 구성한다.
13. 각각의 유전자는 여러가지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대립 유전자’라고 한다.
14. 이배체 생물은 각 유전자를 쌍으로 가지고 있다. 이중 하나는 아버지로 부터, 다른 하나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15. 이형 접합의 경우 두 대립 유전자 가운데 오직 하나만 표현형으로 발현된다.
16. 유전자는 엑손, 인트론 부변 서열 등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17. 유전자에는 몇 가지 종류가 존재하는데 일부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한다.
 
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이 책 [진화란 무엇인가]는 인류 문화의 하나로서의 종교를 넘어서는 혼란과 광기에 대비하여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 저자 소개 :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
하버드 대학교 명예 교수를 지냈고 다윈 이후 다양하게 발전해 온 진화론을 새롭게 종합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했다. 이러한 그를 ’20세기 다윈’ 혹은 ’다윈주의의 수호자’라고 부른다. 특히 생물학사와 생물 철학을 공식적인 학문 분야로 개척해 낸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700편에 가까운 논문을 썼으며 30권에 가까운 저술을 펴냈다. 대표적 저서로 <진화론 논쟁>, <이것이 생물학이다> 등이 있다.

 

[ 2010년 5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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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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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의 원저서인 <시간의 역사, The Bridr History of Time>의 축약 버전이다. 저자는 원저서를 통하여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명성을 날렸고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명강연자로 등극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궁금증을 다룬다. 즉,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우주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현대 과학자들은 위와 같은 궁금증을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찾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고 그들은 20세기 인류의 위대한 지적 성취를 두가지로 내세운다. 그것들은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Theory of Relarivity)과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중력과 우주의 거시적인 구조를 기술한다. 그리고 양자역학은 1센티미터의 100만분의 1의 100만분의 1처럼 극도로 작은 규모의 현상들을 다룬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대 과학자들은 두 이론이 서로 모순된다는 것을 안다. 21세기 현대 과학자들이 경주하는 중요하 노력의 하나이자 이 책의 중심주체는 두 이론을 포괄하는 새로운 이론-중력에 관한 양자역학, 즉 양자중력이론(Quantum Theory of Grarity)-을 탐구하는 것이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20세기 전반기에 아인슈타인 박사에 의해 발견된 천재적인 이론이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우주가 지속적으로 팽창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역으로 우주가 빅뱅(Big Bang)에서, 즉 우주의 밀도와 시공의 곡률이 무한대인 시점에서 시작되었다고 이론적으로 예측한다. 그렇지만, 최초의 시점인 빅뱅으로 인해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시작 전에는 무엇이 있었는지를 논리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함정에 빠진다.

양자역학은 우주와 미시세계 속에 존재하는 4가지의 힘, 즉 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력 중에서 중력을 뺀 나머지 3개를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으나 단 한가지 중력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저자를 비롯한 현대 과학자들 중 일부는 양자중력이론의 모델로 '시공의 경계가 없는 우주'에 대한 이론을 세우고 있다. 즉, 우주는 완전히 자족적이고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의 영향도 받지 않으며, 창조되지도 파괴되지도 않는다는 것...

이 밖에도 이 책에는 타임머신과 미래/우주로의 여행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등 흥미로운 몇 가지 설명이 더 들어있다.

스티븐 호킹박사 등이 제시하는 '경계없는 시공'이론과 리차드 파인만교수 등이 제시하는 '초끈이론'이 현대 물리학의 두 기둥일까 궁금해진다...

* 저자 소개 :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74년 최연소 왕립학회 회원, 1979년 케임브리지대학 루카시언 석좌교수,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세계 최고의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갈릴레오의 사망 300주년이 되는 1942년 1월 8일에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났다. 1등은 아니었지만 반 아이들은 사이에서 아인슈타인이라 불릴 만큼 어릴 때부터 수학과 물리학에서 남다른 실력을 보였던 그는 우주론에 관심을 갖고 옥스퍼드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퇴행성 운동신경질환 증상이 나타나, 스물한 살 어린 나이에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2년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그는 좌절 대신 희망을 택했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손가락 두 개뿐이었지만 머릿속으로 수식을 계산하며 ‘블랙홀이 사라진다’는 놀라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명 ‘호킹 복사’라 불리는 이 이론은 물리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현대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40년 넘게 루게릭병을 안고 살면서도 전 세계를 여행하며 강연과 강의를 했던 그는 지금도 케임브리지에서 살면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쓴 최초의 대중과학도서인 [시간의 역사]는 [선데이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237주 동안 올라 있었고 전 세계 30개국에 수백만 부가 팔린 세계적 베스트셀러다.
1979년 아이작 뉴턴이 지낸 바 있는 케임브리지대학 루카시안 석좌교수로 임명되었고, 로마교황 과학아카데미의 회원이며, 열 두 개의 명예학위, 대영제국 상급 훈작 CBE(Command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명예훈작(Companion of Honour to Queen Elizabeth II)을 수여받았다. 최근에는 2009년 은하우주선 버진 갈라티카를 타고 떠나는 우주여행을 위해 무중력 사단법인과 함께 무중력 비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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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호킹의 외계인 위협론의 가능성 > http://diarix.tistory.com/rss


-외계 문명의 침략 가능성-
최근에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박사는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큐멘터리 '스티븐 호킹의 우주(Stephen Hawking‘s Universe)'에서 이전까지 "은하계에서 원시 생명체를 발견할 수는 있지만 인간 같은 생명체는 없을 것"이라고 했던 자신의 주장과 다소 다른 의견을 내놓아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외계생명체의 대다수는 미생물의 형태일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는 매우 진화돼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고, 그 중에는 아예 우주를 떠돌고 있을 수도 있으며, 그들 행성의 자원이 고갈되면 지구를 정복하고 식민지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외계인과 접촉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주장에 대하여 학계나 일부의 종교계뿐만 아니라 외계지적생명체탐사계획(SETI) 연구소와 NASA에서까지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막대한 에너지를 들여 지구에 올 만큼 지구가 가치 있는 행성이 아니라는 의견에서부터 자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한 문명이라 평화적일 것이라는 의견, 외계인에게 배울 것이 있을 거라는 의견, 외계인과의 접촉을 목적으로 한 메시지 송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등, 그 대부분은 놀라움과 더불어 외계인 위협론 자체를 부정하는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주장은 상당 부분에서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외계 생명체는 여러 종류가 있을 것이고, 그 외계 종족마다 고유한 생존가능 환경이 있겠지만, 그 중에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에서 진화해 문명을 이룬 외계인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생명체가 진화해 지성을 가진 고등생명체가 되고, 다시 문명을 이루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경우만 보더라도 수십억 년이 걸렸습니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원시 생물이 정보를 누적해 고등 생물이 되기까지는 5억년 이상이 걸릴 것입니다. 그런데 우주는 위험한 곳입니다. 문명을 이루었다고 해도 충분히 발전한 상태가 아니라면 우주에서 날아온 거대운석 하나 때문에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주에는 생명체는 많아도 문명은 드물지도 모릅니다.

또한 그 문명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문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문명을 지속할 수 있는 도덕성이 필요합니다.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올 수 있는 환경오염이나 대량파괴 무기를 극복하기 위한 도덕성 말입니다. 그래서 도덕성이 없는 문명은 일정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자멸하게 됩니다. 그러나 문명이 종말을 맞이하는 원인은 자멸보다 행성 외부의 요소의 작용때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과연 행성이 얼마나 안전한 장소에 위치해 있는가?’와 ‘우주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곳을 묵인해 주느냐’의 문제입니다.

다행히 지구는 지난 수십억 년 동안 항성의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habitable zone, HZ)에서 적당히 떨어져서 내행성의 궤도를 망가뜨리지 않고, 내행성의 궤도를 질서 있게 유지시켜 기후가 안정되게 형성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동시에 스스로도 원에 가까운 공전궤도를 그리면서 파국적인 충격을 안겨 줄 수 있는 혜성이나 소행성과의 충돌로부터 내행성들을 보호해주는 지구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선량한 목성의 도움으로 수많은 우주폭주족의 위협에도 안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주에는 지구처럼 안전한 행성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한 문명이 이주해야할 행성이 필요하게 되었다면, 자신들의 거주 행성 근체에서 자신들의 행성과 비슷한 조건-태양과의 거리, 일조량, 중력, 물, 등-을 가진 행성을 찾을 것이지만,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조금만 달라도 행성의 환경은 극단적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최소의 환경만이라도 만족하는 행성을 선택하여 그곳을 자신들의 행성과 비슷해지도록 개조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행성 하나를 테라포밍(Terraforming)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그 기간 역시도 최소 수백 년에서 수만 년 이상이 걸립니다. 과연 황량한 행성에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자신들의 모든 자원을 쏟아 부어가며 개조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랄 수 있을까요? 지구 같은 행성을 찾아 낼 수만 있다면, 탐사에 아무리 많은 자원이 든다고 해도 테라포밍에 비하면 거의 공짜와 다름없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들에게 있어 지구는 환경을 조금만 변경하면 당장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말입니다.

(아폴로 17호에서 바라 본 지구 - 사진 제공 : NASA)

물론 갑작스런 재앙으로 수십 년 이내에 당장 이주를 해야 한다거나 최소의 문명 보존이라도 필요할 만큼 절박한 상태의 위기를 맞았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실제 그런 문명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런 행성에서라면 임시 거주를 위한 정도의 시설만 하고는 탐사대를 우주로 보내 영구 이주를 위한 행성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가 아무리 넓다고 해도 지구처럼 교묘한 곳에 위치한 행성도 그리 흔치 않습니다.

만약 행성의 문명이 더 발달한 상태라면 그런 위기가 오기 전에 이미 장기적인 안목으로 식민행성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다행히 운이 좋다면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자신들이 거주하기에 적당하고, 자원이 넘치는 행성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지구처럼 이미 생물이 거주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문명을 가진 행성을 발견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어린아이가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호기심 가지듯 모든 문명은 자신들의 존재를 우주에 알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잘하면 그런 곳에서 ‘나 여기 있어요.’ 하며 보낸 수백 년도 안 된 싱싱한 전파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우주를 가로질러 별사이를 오갈 정도의 기술을 가진 문명이라면 학자들의 지적처럼 도덕적일 것이므로 위협이 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 전파를 받은 문명이 하필이면 모성이 우주의 재난으로 위기에 처했거나, 이미 위기가 닥쳐서 급히 피난선에 올라 갈 곳을 찾아 떠도는 중이라면 어떨까요? 수억 명의 외계인들이 바글거리는 피난선 무리의 문명은 황량한 행성을 테라포밍할 여력도 없거니와, 오랜 떠돌이 생활로 지쳐있고, 예민해진 상태입니다. 그런 그들이 발견한 지구는 신이 내려준 선물일 것입니다.

다행히 그들은 그렇게 지쳤음에도 여전히 도덕적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분명 재난이 됩니다. 체제가 다른 지구 내의 두 문명이 만나도 재난입니다. 문화가 다른 두 문명이 만나면 언제나 대립이 있었고, 수준이 다른 두 문명이 만날 때마다 정복의 역사가 반복되었습니다. 같은 사람끼리의 만남에서도 그랬는데,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문화를 가졌고,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체제를 지닌 채,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기술을 보유한 수억의 존재가 인류와 충돌 없이 공생할 수 있을까요?

큰 충돌 없이 공생하는 길은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첫째는 우리가 그들의 문명에 동화되는 방법입니다. 즉 우리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체계를 존중하며, 그들의 기술을 전수받는 것입니다. 흔히 진보한 외계문명과 만나면 그들의 우수한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여기지만, 모든 기술은 그 문명의 주체에 맞게 설계되어 있고, 그 문명의 철학이 깃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는 우리 인류가 사용할 목적으로 우리의 가치를 존중하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즉 좌석의 크기와 배치에서부터 동체와 날개의 크기, 중량, 최대 출력 등이 인류를 기준으로 우리의 가치에 따라, 기능과 성능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안전성도 고려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도덕입니다.

그런데 극단적인 비유지만 안전성보다는 최대의 수송능력이나, 최고의 성능이 도덕인 문명이라면 비행기의 모양부터가 우리와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기술에는 문명이 추구하는 철학과 그 기술을 감당할 수 있는 문명 고유의 도덕성이 들어있습니다. 외계의 기술을 안전하게 전수 받으려면 우리는 그들의 가치관을 배우며 그들의 문명에 동화되어야 합니다. 오직 기술만 빼내려 한다면 매우 위험한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입니다.

두 번째 공생하는 방법은 그들이 우리 문명에 동화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지구를 먼저 선점하고 있는 인류에게 기득권이 있으므로, 이 방법이 더 합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마 외계문명에서 반발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지금의 문명과 그에 따른 문명의 이기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중세시대로 돌아간다고 하면, 과연 그 시대의 가치체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우리도 그들과 같은 가치 아래서 살 수 있을까요? 무리 사이에 귀족이나 평민, 노예 같은 계급을 두고, 여성에 대한 심한 차별을 하며, 종교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그 시대의 가치를 그대로 인정하며, 그들과 동화될 수 있을까요? 그것도 수백만 명이 같이 그 시대에 갔다면 말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이 시대의 우리가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합리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수백 년 후나 수천 년 후의 후손들에게 이 시대는 가장 불행했던 시대로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하물며 완전히 다른 과정을 거치며 문명을 이룬 외계문명에게 인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비도덕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문명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인류는 문명이 아닌 야만적인 존재의 집합으로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도덕적인 문명이라고 해도 서로 추구하는 가치와 선의 기준이 다르다면 평등한 공생이 쉽지 않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호킹 박사의 ‘그들 행성의 자원이 고갈되면 지구를 정복하고 식민지화할 수도 있다’는 의견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호킹 박사가 말한 ‘행성의 자원’이 어떤 의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지하자원이나 해양자원, 에너지 등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것이 식량 문제라면 문명의 발전하면서 인구조절, 환경보존 등으로 자연스럽게 해결하게 될 것이고, 에너지 문제라면 화석에너지가 아닌 태양력 등의 대체 에너지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 인류의 문명이 수십억 년 후에 발현되었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문명이 한창 발전하고 우주시대를 맞이할 무렵, 우리의 영원할 것 같은 태양이 내부에 있는 수소를 전부 태우고 주계열을 떠나 적색거성(red giant)으로 진화는 중인 사실을 알아냈다면 인류는 충격에 빠질 것입니다. 물론 매우 천천히 진행이 되겠지만 태양은 그 지름을 현재의 200배로 확장하며 수성과 금성을 빨아들일 것이고, 지구도 먹일지 말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보다 훨씬 전에 지구는 태양이 수소를 소진하고 헬륨 융합을 하는 과정에서 계속 밝고 뜨거워짐에 따라, 바다와 대기는 모두 증발하여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고, 지표면은 암석이 녹아내리는 뜨거운 불바다가 될 것입니다. 이럴 경우 자원 문제는 에너지 문제를 넘어 문명의 존속이 달린 ‘장소와 시간’ 문제가 됩니다.

인류는 그날이 오기 전까지의 시간 동안, 모든 기술과 자원을 집약해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류가 유사한 지구,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열악한 외계 종족이 사는 유사한 지구를 발견한다면, 과연 도덕성을 내세워 포기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이런 가설은 말 그대로 가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외계인, 더군다나 외계 문명의 존재 여부조차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가 던진 우려의 말도 너무 앞선 기우에 지나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이나 그에 대한 반대의 생각이 모두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은하에만 해도 2000억 개 이상의 항성이 있고, 그 보다 많은 수의 행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에는 우리 천만 개에서 1조 개의 항성으로 이루어진 은하가 약 천억 개 정도 있습니다. 아무리 우주가 거칠고 위험하다고 해도, 이 많은 별 중에는 지구처럼 생명을 잉태한 별이 셀 수 없을 만큼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는 분명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지성을 가진 도덕적인 문명도 있을 것이고, 수억 년 문명을 이어오며 전지적인 능력을 얻은 문명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객체보다 집단에 가치를 두는 문명이나 기술을 선(善)으로 삼는 문명, -우리 도덕을 기준으로- 야만적이고 야비한 문명, 침략과 전쟁을 미덕으로 삼는 호전적인 문명 등,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을 가진 문명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위기에 처한 문명, 우주를 떠돌고 있는 문명도 있을 것입니다.

호킹 박사의 우려는 언제까지나 바위 밑에 숨어있자는 말이 아닙니다. 최소한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때까지라도 조심하자는 뜻일 것입니다. 외계인이라면 무조건 선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를 구원의 도구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며, 그들이 행하는 선이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그럴 생각으로 던진 게 아닌데 그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반짝이는 빛은 별이 아니라 은하들입니다. - 사진 제공 : NASA)

그러나 이제는 늦었습니다. 우리가 지난 세월 동안 우주로 쏘아 보낸 수많은 공식적인 메시지와 TV, 라디오 신호들은 이미 반경 백 광년을 퍼져나갔습니다. 물론 지름이 십만 광년인 우리 은하에서 그 정도라면 거의 표시도 나지 않는 작은 동심원에 불과합니다. 어쩌면 외계문명이 우리 전파를 받을 수천 년 후에 이미 인류는 자멸하고 사라져, 지구는 주인 없는 별이 되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라도 일부러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 2010년 5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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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로 이루어진 세상
장미셸 코르티.에두아르 키에를릭 지음, 안수연.박인규 옮김 / 에코리브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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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에 대한 국방부의 민군합동조사단이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과학적’인 증거라고 내세운 것이 ’어뢰 파편-프로펠러’와  매직으로 쓴 ’1번’이라는 글씨체다.
나머지는 ’~라고 판단된다’, ’~라고 확인된다’, ’~와 비슷하다’ 등 모두 추측성 논리다.
 
어떤 전문가나 블로거들이 말하듯이 북한이 다른 무기처럼 어뢰에 ’~호’가 아닌 ’~번’으로 표기하였는지, 한 나라의 무기에 그처럼 허술하게 매직펜으로 ’1번’이라고 표기하는지, 국방부가 왜 자꾸 말을 바꾸었는지, 어뢰가 폭발하여 2천톤급 배가 부서졌는데 사람이 멀쩡한 이유에 대한 궁금증과 별도로, 어뢰폭발시 발열현상으로 매직으로 쓴 글씨가 변색되지 않았는지, 바닷물 속에서 매직 글씨체는 부식되지 않는지, 어뢰가 바닷물 속에 잠긴지 80여일만에 그 정도로 부식되는지 등에 대하여 과연 엄정하게 실험실에서 부식의 정도와 시점을 규명하였는지 묻고 싶다.
 
’과학’은 추정이 아니다. ’과학’은 특정한 가설을 엄밀한 실험과 테스트를 통해 논리적, 수학적으로 입증하는 학문이다. 함부로 ’과학적’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00년 전후하여 한국 케이블 방송에서 미국의 과학수사대에 대한 시리즈 드라마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CSI’나 ’NCIS’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한 번이라도 그 드라마를 보았다면, (비록 그 드라마가 방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과장하는 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21세기 과학은 국방부 발표처럼 허술하게 부품 몇 개와 글씨체를 가지고 ’과학적인 조사’라고 당당하게 발표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도 제대로 ’과학적’인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개월, 또는 1~2년간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가 수십번의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동원해야 어느정도 확률을 가진 조사결과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1개월 남짓 조사결과를 성급하게 발표하는 이유는 ’삼척동자’도 모두 아는 바, 당연히 정치적인 이유에서이고 ’6. 2 지방선거’가 코 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군인들이 하루아침에 수장당한 상황을, 엄밀하게 조사하여 재발하는 것을 막아야할 위치에 있는 자들이 자신들의 잘못은 덮어두고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국가... 그 국가의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해군사령관과 지휘관들, 행정관료들과 정치인들... 김용옥교수 말처럼 이것은 '미친거 아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 사건은 아마도 5.18 당시 자신들의 국민을 ’빨갱이’로 매도하여 총칼로 무참하게 살해한 전두환,노태우와 4.19의 이승만, ’인혁당재건위’ 사건의 박정희 이후에 가장 파렴치한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천안함과 같은 사건을 접할 때마다 한국 제도교육의 커리큘럼에 대해 ’음모론’적 시각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한국 교육제도에서 점점 ’수학’과 ’과학’이 평가절하되거나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과목과 ’과학’과목은 학생들에게 자연과 현상에 대한 이해를 깊게하고 사물과 현상의 인과관계를 인식하게 해주며, ’결정론적’ 사고 대신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길러준다.
 
다만, 교사와 교육관계자들이 이러한 근본적인 관점과 시각을 잊어버리고 ’경쟁’이나 ’입시’에만 치중하는 것, 단순히 일 잘하는 ’노동자’를 길러래는 정도의 소양만 갖추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마 가장 중요한 근본 원인은 ’대학 만능주의’와 ’대학 서열주의’에 의하여 사람을 자질을 평가하고 대우하는 것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물리,화학이고, 이공계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들에게 물리학은 여전히 공식을 외우고 그 공식에 숫자를 대입해 문제를 푸는 과목일 뿐 우리 일상과는 먼 학문이다. 문제 풀이만을 열심히 익힌 우리 학생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우리 주위를 관찰해보면 그 안에 무수한 물리 법칙들이 숨어 있고, 만물의 이치가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불을 끌 때 물이 어떤 구실을 하는지, 눈송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돌멩이가 물 위로 튀어 오르며, 자전거가 균형을 이루는 이치가 무엇인지 등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기울일 새 없는 그들에게 그러한 일들을 물리 법칙으로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이 책은 (조금 거창하게 표현하면) 좀 더 쉽게 물리학의 본성에 근접하고, 우리 앞에 놓인 문제의식에 부응하는 책이다. 그냥 소설처럼 편안하게 읽어도 좋고, 좀더 깊이 알고 싶다면 수식을 이끌어내 검증을 해봐도 좋다. 소설처럼 읽든 수식으로 검증을 하든 놀라운 자연현상에 놀랄 것이다. 그러면 물리학은 좀더 흥미로운 학문이 되지 않을까.

불을 끄기 위해 왜 우리는 물을 가장 많이 사용할까? 세차게 번져가는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불의 온도가 상승하는 속도보다 빨리 온도를 낮춰야 한다. 물은 모든 천연 물질 중 열용량이 가장 뛰어나며, 모든 액체 중에서 기화열이 제일 크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 가장 많이,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실내 화재에서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열과 연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해 불이 확산되면서 갑자기 성질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방 안에서 불이 번질 때, 온도가 높아지면서 열에 노출된 물건들은 적외선 복사로 방 곳곳에 에너지를 전달한다. 열분해로 연기나 뜨거운 가연성 가스가 방출되어 천장 아래에 쌓이고, 천장 아래 온도는 섭씨 300도에 이른다.
이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무시무시한 플래시오버 현상이 일어나 방 전체에 불길이 번지고, 실내 온도는 약 섭씨 1000도에 이른다. 어떻게 이런 유형의 참변을 피할 수 있을까? 물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뜨거운 증기가 너무 많이 만들어져 연기와 가연성 가스들이 방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 연기와 가연성 가스는 선선한 공기를 만나면 즉시 타오르게 된다. 따라서 전소를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물을 조금씩 단속적으로 여기저기 뿜어대면서 가스를 냉각시키는 것이다. 냉각된 가스가 압축되어 생성된 증기를 전반적으로 상쇄하고, 주변의 뜨거운 가스가 흡착되면서 전체 공간의 압력이 낮아진다. 그렇게 하면 뜨거운 가스가 빠져나가 외부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고 최선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아래와 같이 일상 생활 전반에 걸쳐 숨어있는 물리학의 세계를 보여준다.
- 눈꽃: 육각형 눈 결정과 여전히 풀리지 않는 눈의 신비
- 원형으로 배열된 암석: 자연이 만든 ‘스톤헨지’의 비밀
- 냉각 혼합물: 냉장고에 꼭 필요한 아주 효과적인 냉매
- 냉기에서 나온 열기: 온도가 더 낮은 곳에서 열을 흡수하는 놀라운 장치
- 물과 불: 물이 오히려 더 큰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 검은색 옷을 입는 베두인족: 사막의 유목민들은 왜 검은색 옷을 입을까
- 광압: 빛이 비행기와 우주선의 동력이 된다?
- 편광 오징어: 어떻게 편광을 감지할까
- 거울 효과: 수면 안테나로 메시지를 포착하는 전략 잠수함
- 선별 반사: 비눗방울이 펼치는 색채의 마술
- 파속과 광속: 새로운 유형의 레이더와 광원을 이용한 영상 프로젝터
- 테라헤르츠선 촬영 때 부끄러워하지 마라!: X선에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났다
- 형태가 유지되는 파: 초고속 대용량 광통신의 숨은 주역, 광솔리톤
- 지진파와 모호면: 지구 내부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을까
- 자기 기억 암석: 자기마당 정보를 이용한 화산암의 연대 측정법
- 자기 방호판: 우주에서 날아드는 입자로부터 지구를 지켜주는 방패
- 집 안에서 일어나는 방전: 복사기와 우주선에 적용되는 ‘마찰전기’ 현상
- 터키 커피를 원심 분리하라!: 아인슈타인과 브라운 운동
- 하늘을 수놓은 300개의 불꽃: 불꽃으로 하늘에 숫자와 글자를 새기다!
- 접착력: 자유자재로 벽을 타는 게코도마뱀과 판데르발스의 힘
- 수분 흡착기: 습기 쏙, 물 먹는 염화칼슘과 실리카젤
- 젖은 모래성: 누가 가장 멋진 모래성을 지을 수 있을까
- 다시 튀어 오르거나 깨지거나!: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까닭은?
- 완벽한 고정: 고체 마찰력과 쿨롱의 법칙
- 바이올린과 경첩: 음향 효과에 숨겨진 물리학
- 보조보조의 원리: 저절로 돌아가는 회전 날개의 비밀
- 위아래가 뒤바뀐 추의 수수께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볼프강 파울의 이온 트랩
- 이제 돌을 이용한 에너지 시대가 온다: 지각 평형설과 판구조론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
- 물수제비뜨는 기술: 4톤이 넘는 폭탄이 수면 위에서 튀어 오른다?
- 유속의 차이: 완류인가 급류인가, 마하의 수에 해당하는 ‘프루드 수’
- 물고기의 영법: 탁월한 수영 실력을 자랑하는 물고기의 비밀
- 자전거의 균형: 넘어지지 않으려면 앞으로 나아가라!
- 인간의 힘으로 작동하는 헬리콥터: 2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프로젝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육상 경기 세계 신기록의 비밀
- 경이로운 활쏘기 기술: 오랜 세월 활이 사랑받아온 이유
- 화살을 따라가보자: 과녁 정중앙에 꽂히는 화살의 비밀
- 회전력이 강한 공의 기술: 베컴이 차는 절묘한 프리킥의 비밀
 

[ 2010년 5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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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 해학과 재치가 어루러진 생생한 과학이야기
최무영 지음 / 책갈피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저자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대학교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2008년에는 인터넷 신문에 연재하여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꾸준히 읽기 시작했을 때, 처음 그런 독서습관에 동기부여를 해준 책이 브라이언 그린의 < 우주의 구조 >와 김탁환의 팩션소설 < 백탑파 시리즈 :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이었다. < 우주의 구조 > 이후 지금까지 220권이 넘게 읽은 책 중에서 수학, 물리학 등 자연과학 분야의 책은 61권 정도였다. 그 61권 중 해당 학문분야에 대해 자연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가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한 책은 별로 없었다.
 
책 속의 글은 복잡하고 난해한 현대물리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차원을 넘어서, 과학이 현대인들의 세계 인식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예를 들어 나는 그의 글을 통해 피카소 등 현대 미술가의 작품 세계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교육제도나 유전자 조작, 경부고속철도의 문제점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통해 참다운 과학은 결코 물질적 번영을 위한 도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학은 어떤 의미를 주는가?
첫째, 과학은 '과학적 사고방식'을 만들어 준다. 과학적 사고란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말한다. 특히, 과학의 중요성은 과학적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라 '과학정신'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과학을 통해서 삶의 새로운 의미를 추구할 수 있다. 자연과학이란, 자연현상, 즉 우리 자신을 포함한 우주 전체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자연과학을 탐구하다 보면 인간과 우주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므로 세계관 자체가 바뀌게 된다.
셋째, 과학의 현실적 의미... 특히 과학 지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용하면 과학은 우리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지만, 그 반대로 잘못 이용하게 되면 엉청난 재앙을 가져다 준다.
넷째, 과학은 문화의 중요한 근간이다. 장군총, 가야고분, 첨성대, 팔만대장경과 같은 문화유산과 마찬가지로 그런 유산을 만들어내는 인간과 과학활동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과학은 공학이 아니라 인문학에 더 가깝다.
 
더군다나 저자는 자연과학 내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학과 인문학, 철학 등이 어떻게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인지, 인간과 지구를 위한 자연과학을 위하여 어떤 관점과 과정이 필요한 지, '과학적'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쾌한 해답과 방향을 제시한다. 늘 답답하고 막연하게 느꼈던 것들에 대해 한 줄기 서광이 비추는 느낌이다...
 
나는 적극적으로, 그리고 자랑스럽게 나의 주변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한국인임에도 외국의 학자나 교수보다 탁월한 감각으로 어려운 자연과학, 물리학의 정의와 개념, 방법론과 이론에 대해 설명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적지않는 자연과학 분야의 서적, 대학시절 배웠던 교수들의 강의에서 어렴풋하게 이해하고 암기하고 말았던 자연과학이 피부 속으로, 머리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느낌이다.
비록 한국 자연과학 전문가들이 아직 자연과학분야의 노벨상을 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앞으로 한국의 자연과학이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저자가 이야기했듯이 앞으로 한국의 정치,행정,교육,사회,문화 등 전분야에서 발상의 전환과 끊임없는 도전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외래어나 일본식 표기가 아닌 순수한 '한국식' 표현을 일관되게 사용하면서 국내의 학자들과 교수들, 지식인들이 무분별하게 남용하는 '용어'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나 역시 서평이나 일상적인 대화에서 영어식, 일본식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했던 것에 대해 책을 읽는 내내 후회했다.
 

장회익교수가 쓴 추천사에는 저자가 얼마나 뛰어난 전문가이자 참된 학자인지 말해준다.
"물리학의 정수를 그 안에 담아내면서도 이것을 쉽게, 재미있게, 그리고 간결하게 전달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학을 안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물리학의 내용에 대한 완벽한 파악은 물론이고 이것을 마음대로 반죽하여 원하는 형태로 얼마든지 변형해 내는 마술가적 소양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물리학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며, 여기에 다시 이를 말로 표현해 낼 언어적 구사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소양을 갖춘 사람을 찾아보기가 우선 쉽지 않다. 그리고 설혹 이러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학문 세계에서 별로 큰 보상이 따르지 않는 이러한 작업에 선뜻 뛰어들어 이를 하나의 책으로 완결시켜 나가기까지의 노력과 인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정상급 물리학자로 손꼽히는 최무영 교수가 이 일을 해 주었고 그것도 아주 잘 해내었다는 것은 우리 학계 그리고 문화계로서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2010년 6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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