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목요일입니다. 오늘은 맑고 바람도 별로 없는 조용한 오후예요. 조금 있으면 5시 될 것 같은데, 아직은 오후 같은 느낌이 좋은 시간입니다. 오늘도 잘 지내고 계신가요.^^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오늘이 되고 보니 어제 비가 왔던 것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오늘은 맑은 날이고, 해가 비치고, 그냥 가끔 바람이 부는 날입니다. 아주 평범할 지도 모르는, 특별한 일들이 별로 일어나지 않고, 길에 나가면 사람들이 지나가고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이 익숙한 느낌이 드는 그런 오후예요. 이런 날은 약간 심심할 수도 있지만, 어쩐지 복잡복잡한 그런 것들이 잠깐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고요.
아이, 심심하니, 며칠 전에 있었던 일 이야기를 할 게요. 갑자기 밤에 라면이 먹고 싶은 거예요. 조금 참다가 아무래도 안되겠어, 그리고 먹기로 했습니다. 설명서를 읽어보니까 이 라면은 야채 후레이크를 먼저 넣고, 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그리고 시간이 되어 뚜껑을 열었더니 하얀 김과 함께....
어??
라면이 하얀 색이예요. 면만 넣고 스프를 안 넣었네!!
전에는 짜장라면에 스프를 같이 넣었던 적이 있지만, 그게 언제 일인데, 또 이런 일이.
이 밤에 다시 끓이기는 너무 귀찮은데. 안 먹으려다 얼마나 용기를 내서 먹기로 했는데!!
그래서 스프를 넣고 30초 다시 끓였습니다. 맛은 포기다.
그런데 기대가 없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의외로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
면이 많이 불어나지도 않았고요.
어떤 사람은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을 같이 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한 번에 하나씩 하기도 쉽지 않아요. 처음부터 두가지 이상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점점 한 번에 하나 하는 것도 힘든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30초간 참 기분이.... 그랬어요. 어쩐지 자신감이 마구 내려가... 그런데, 나중에 라면을 먹어보니까, 뭐 그렇게 까지 자신감이 내려갈 일은 아니더라구요.
그냥 조금 맛이 없는 라면이 되었을 뿐이고, 가끔 이런 사소한 실수들은 하는 거니까. 그냥 그런 것 사소한 것들인데, 커다란 의미를 불어넣으면 아마 라면은 조금 더 어쩐지 불었고, 평소보다 맛은 다르고... 그런 것에 조금 더 예민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어요. 다음에도 다시 그렇게 스프를 넣지 않는 일을 하지 않으면 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나는 라면 하나 제대로 못 끓이는 사람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았어요.
어느 밤의 라면 끓이기보다 더 복잡하고 어렵고 중요한 일들이, 크고 작은 낯선 일들이 매일같이 우리에게 찾아옵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 하나 잘 하면 좋긴 한데, 뭐든 그렇게 잘 해야하고 실수가 없어야 하고, 잘 해야하고, 그런 의미를 부여하면 조금은 즐거움도 사라지고, 어쩐지 사소한 일들이 될 수 있을 일들 역시 아주 중요하고 어려운 것처럼 느끼게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라면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다음에 그렇게 먹고 싶지 않으면 스프 잘 넣으면 되죠, 뭐.^^
5시 전에 다 쓰려고 했는데, 에이! 쓰다보니 또 5시가 지났네요.
저녁때가 다가오는데, 이 때쯤 되면 달달한 간식같은 것도 어쩐지 생각나는 시간 아닐까요.
저도 작은 과자 하나 먹으려고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