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잡지 씨네21의 기획서로서, 장원재, 이윤택, 한창호, 듀나, 홍성남, 박준용, 진중권, 최영주, 김지미, 김희진, 이종도, 김철리, 임옥희 등이 한 챕터씩 맡아서 필진으로 참여했다.
1600년대의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이 4세기가 넘어 스크린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번안되었는가를 살펴본 상당히 유의미한 저서라는 생각이 든다. 셰익스피어 자신이 전승된 얘기나 민간에 떠도는 얘기들을 그 시대의 이야기 그릇에 맞게, 관객의 입맛을 돋울 수 있게끔 훌륭하게 각색했듯이, 그의 희곡들이 동시대의 이야기 그릇인 영화 속에서 어떻게 해체되고 해석되었는가를 보여준다.
1. 맥베스가 변주된 영화들 ; 이윤택
- 구로사와 아키라의 <거미집의 성.1957>과 로만 폴란스키의 <맥베스.1971>
*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은 한 인물의 흥망성쇠기처럼 구성되어 있다.
햄릿은 복수극일 수 있고, 맥베스는 권력 암투의 비화극일 수 있다.
* 셰익스피어 극은 관객들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마음 졸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견된 사건을 인물들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 셰익스피어의 극적 공간은 바로 유령, 마녀, 도깨비들이 눈뜨는 불가사의한 공간이며, 이 공간은 인간의 의식 속에 잠복해 있던 추상적이고 환상적인 세계일 것이다.
* 구로사와의 셰익스피어 영화는 대체로 원본 구성을 따르면서 완전히 다른 미장센으로 작품을 둔갑시켜버린다.
오프닝에서 텅 빈 황야의 한 귀퉁이에 ‘ 거미성터’임을 암시하는 목판이 세워져 있는 장면. 여기서 모래바람에 맞고 서 있는 인간 문명의 흔적. 이로써 구로사와는 셰익스피어 연극이 지니는 허무와 싹쓸이의 미학을 프롤로그처럼 제시한다. 드라마로 진입하기 이전 셰익스피어 작품을 관통하는 정신성, 그 주제를 구로사와식의 미장센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와시추(맥베스)가 미래를 예언하는 유령을 만나고... 이후 유령의 예언이 진행되고... 와시추와 미키(벵코우)는 안개 속을 헤맨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세계를 헤매는 인간의 모습이 지루할 정도로 상징적인 모습으로 반복된다.
..... 이윽고 성문이 열리고 영화는 일본 전국시대의 건축미와 의상, 일본인들의 몸짓과 화법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셰익스피어 극이 일본 시대극으로 완전히 뒤바뀌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구로사와의 <거미집의 성>에서 중요한 살해 장면은 직접 드러나지 않은 채 생략된다. 이는 영화를 외연적인 볼거리로 끌어가지 않고, 인간 내면에 도사린 욕망과 불안을 응축과 긴장으로 표현하려는 구로사와의 심미적 표현양식의 결과물인 것이다.
...... 거미숲이 성으로 옮겨지지 않는 한 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유령의 말에 숲을 응시하던 와시추의 눈에 숲이 실제로 움직이고....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날아오는 화살대를 부러뜨리며 전진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욕망이 빚어내는 허무한 행보를 깨닫게 된다..... 덧없는 욕망에 희생된 한 인간의 모습이 페이드아웃되면서 영화의 첫 장면인 거미의 성터를 기념하는 목패 장면으로 돌아간다.
* 오손 웰슨의 <맥베스>는 ‘응고된 화산의 불덩어리’ 같은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 주관적 해석의 영화로 기록.
영상 전체가 인공적인 공상과학적 분위기를 창출..... 맥베스는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술주정뱅이로, 던컨 살해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저절러지는 것으로 묘사. 맥베스 부인은 프랑켄슈타인 신부의 머리 스타일에 금속성 목소리로 연기를 했고,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까지 나와서 영화 전편을 그녀의 광기로 이끌어나갔다.
* 로만 폴란스키의 <맥베스>.
현실과 초자연, 리얼한 카메라워크와 환상적 장면 처리가 겹치면서 셰익스피어 영화 중 가장 풍부한 영상미를 창조했다는 평....그러나 배우의 연기는 지극힌 정통적인 해석에 의존하여 진행된다.... 폴란스키가 셰익스피어 특유의 연극적 언어미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느낌... 배우들의 대사는 평이했고, 독백은 보이스 오버로 처리되면서 영화는 상당히 완만하게 진행... 영화적 공간은 탁월하게 형상화시켜 놓고도 정작 배우의 연기는 함량 미달이어서 몰개성적 지루함을 주고 만다.... 연극이건 영화건 셰익스피어 극은 전적으로 배우들의 연기에 성패가 달려 있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인물의 성격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영화적 완성도가 결정된다...
* 원작보다 짧은 구로사와의 영화는 그 깊고 넓은 정신성에 의해 더욱 큰 스케일과 영상미로 기억된다. 하지만 원작보다 긴 폴란스키의 영화는 미장센의 세련미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의 정신성과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깊이가 소홀히 취급되면서 영화적 감동과 미학이 뒤쳐지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2. 로미오와 줄리엣 (한창호)
프랑코 제피렐리의 <로미오와 줄리엣.1968>과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줄리엣. 1996>
* 제피렐리는 이탈리아의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의 조감독 출신으로 그의 복사판 같은 감독이다. 비스콘티처럼 연극 연출가이자 오페라 연출가이며 탁월한 영화감독이었다.
* <로미오와 줄리엣> 관련 영화들 중에서 제피렐리의 영화가 가장 대중성을 확보... 베로나의 두 집안 즉 몬테큐와 캐플릿 집안 사이의 반목과 사랑....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 줄리엣>에서는 ‘베로나 비치’로 불리는 가상의 도시에서 대로를 사이에 두고 몬테규 가의 빌딩과 캐플릿 가의 빌딩이 마주보고 서 있는데, 이는 현재 정치의 알레고리로 해석...
*줄리엣은 능동적인 인물로 제시되고, 로미오는 부드럽고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 속의 관습적인 남녀 역할이 제피렐리의 드라마에선 뒤바뀌어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줄리엣>은 시종일관 남성이 시선의 주체이고, 여성은 시선의 객체이다. 관객들은 레오나르드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로미오가 바라보는 대로 바라본다. 클레어 데인즈가 연기하는 줄리엣은 시선의 객체로 충실할 분이다. 성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뒤에 만들어진 루어만의 영화가 오히려 더욱 관습적인 것이다..... 루어만의 로미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남성 영웅으로 제시돼 있다.
* 루어만의 영화가 관객의 관심을 끈 것은, 고전을 현대의 뮤직비디오처럼 현란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록 음악을 배경으로 청춘스타들을 등장시켜 흥미로운 시대극을 만들었다는 점... 빠른 편집, 원색의 컬러 등은 찰나적인 이미지를 더욱 화려하게 만들었다.... 흑인 동성애자, 비트 있는 음악, 복장도착자, 펑크족, 라틴아메리카풍 패션, 스포츠카 등 90년대 젊은이들의 독점적 문화 코드들이 영화에 역동적으로 제시돼 있다.
3. 햄릿(듀나)
로렌스 올리비에의 <햄릿. 1948> 과 캐네스 브래너의 <햄릿.1996>
* 올리비에는 햄릿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있다. 그는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유부단함이라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마느 남자의 이야기이다.... 올리비에가 그리는 엘시노어 성은 구체적인 공간이 아니라 햄릿에게 고뇌의 동기를 제공해주는 추상적인 무대이다.... 원작에서 햄릿의 우유부단함은 타당성이 있다.. 그 타당성을 모두 삭제함으로써 올리비에의 햄릿은 자신의 생명을 구하고 배신자들을 처단하는 소소한 일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은 채 열심히 고뇌만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원작에선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스포트라이트를 햄릿에게 모아주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올리비에의 햄릿은 너무 고상하다....
* 브래너의 <햄릿>은 올리비에가 필사적으로 감추려 했던 정보들이 폭로된다. 덴마크는 노르웨이와 전쟁 진전까지 갔고 안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날 뻔했으며 햄릿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미쳤고 성격도 일관성이 없다.... 이것이 브래너가 찾고 싶어 했던 <햄릿>의 원모습이기도 하다. <햄릿>은 결코 고뇌하는 우유부단한 젊은이만의 이야기인 적이 없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로맨스, 정치극, 궁중 음모극이며 활극이며 복수극이다. 그런가 하면 존재론적인 성찰일 뿐만 아니라 부조리한 코미디이기도 하다. ....
* 브래너는 시대 배경을 중세에서 19세기 말로 바꿨다... 브래너가 19세기로 시대를 옮기면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여성 캐릭터들의 묘사에 있다...... 올리비에의 영화에서 오필리아가 남성 로맨티스트들이 머릿속에 만들어낼 법한 여성의 이상적인 이미지였다면, 브래너는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성윤리와 정면충돌하는 피와 살로 구성된 생생한 여성들로 그려낸다...
4. 오셀로(홍성남)
오손 웰스의 <오셀로.1952>
*셰익스피어의 자취는 앙상하게 남아 있는 반면 웰스의 손길이 많이 묻어나는... 셰익스피어의 텍스트에 일종의 폭력을 행사하고 말았다는 식의 견해가 있었으나....그러나 웰스는 일찍이 셰익스피어에 경도돼 있었다.... 웰스의 필모그래피에는 <맥베스>, <오셀로>, <심야의 종소리>, <베니스의 상인> 이렇게 네 편의 셰익스피어 영화가 등재돼 있다.
* 덫에 걸린 오셀로의 몰락과정을 그린 영화.... 그들 모두를 얽어맬 그물을 만들 테다, 라는 이아고의 대사.... 걸어가는 이아고의 위로 불길하게 매달린 쇠우리... 벽에 난 좁은 구멍 안에 감금된 듯 보이는 오셀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감옥을 연상케하는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처소- 함정, 감금, 폐쇄에 대한 미장센.
* 파괴적인 사악함의 화신인 이아고가 음모의 그물을 짜면(웰스는 이아고의 이런 행동의 근저에 성적인 무력감이 있다고 해석) 원래는 고결한 존재였던 오셀로가 그것에 걸려들어 사랑하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자신마저 파멸을 맞게 된다....
* 이 영화의 도입부 장면. 어둠 속에서 점차 드러나는 오셀로의 얼굴이 그가 사람들이 메고 가는 관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이고... 다음에 장중하고도 비장한 장례식 행렬을 실루엣으로 처리... 이런 오프닝은 이미 죽은 자가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들려주는 식이 된다( 빌리 와일더 감독의 <선셋대로>의 도입부와 유사하다)
5. 리어왕(박준용)
그레고리 코진체프의 <리어왕. 1969)
*부모와 자식의 사랑을 주제로 두 이야기가 진행. 리어왕과 세 딸의 이야기와 글로스터 백작과 두 아들의 이야기.
늙은 리어왕이 권력과 재산을 세 딸들에게 넘겨주기 세 딸을 불러서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물어보자, 위의 두 딸들은 달콤한 감언이설로 아버지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막내딸 코델리아는 말보다 진실한 마음이 중요하다면서 ‘할말이 없다’고 한자. 분노한 리어왕은 코델리아와 의절하고 그녀를 추방한다.
이와 함께 진행되는 글로스터와 두 아들의 이야기는, 서자인 동생 에드먼드가 적자인 형 에드거의 상속권을 빼앗기 위해 모함을 하고, 거기 넘아간 아버지가 죄없는 에드거를 죽이려 하자, 에드거는 살기 위해 달아나서 미친 사람 행세를 한다....
* 코진체프 감독은 이 영화를 무능한 지도자 때문에 온 나라가 고생한다, 라는 테마로 이끌어간다.... 왕은 국가다, 라는 해석을 강조하기 위해 쫓겨난 리어왕이 황야를 헤매면서 분노의 절규를 외치다가... 눈보라 몰아치는 황량한 벌판의 한 오두막에 도착한 리어왕은 그곳에 모인 밑바닥 인생들을 보면서, 자신이 백성을 이 꼴로 만들었다면서, 자신의 실수를 깨닫기 시작한다..... 부서지고 황폐해진 나라에서 백성들과 함께 몰락한 리어의 죽음에 영웅적인 의미는 없다...
* 코진체프의 <리어왕>의 대본은 파스테르나크, 음악은 쇼스타코비치가 담당했다.
* 구로사와 아키라의 <란.1985>은 <리어왕>을 일본 전국시대로 옮긴 컬러 작품.
* 조슬린 무어하우스의 <1천 에이커>는 <리오왕>의 시대를 현대로 완전하게 바꾼 작품. 제인 스마일러의 퓰리처 수상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
6. 템페스트 (진중권)
피터 그리너웨이의 <프로스페로의 서재. 1991>
* 밀라노 영주 프로스페로는 마술을 좋아하여, 정치는 동생 안토니오에게 맡겨두고 오직 연구에만 몰두한다... 연구에만 몰두하는 동안 야심을 품은 동생 안토니오는 나폴리의 왕 알론조와 계략을 꾸며 자신이 밀라노 공국의 영주가 된다... 쫓겨난 프로스페로는 세 살도 안 된 딸 미랜더와 함께 한 척의 배에 실려 먼 바다로 추방된다... 배가 표류하다가 어느 황량한 섬에 당도하나, 그 섬은 마녀 시코렉스가 다스리던 곳이었는데, 이미 마녀는 죽은 상태고, 마녀의 흉측한 아들 캘리번과 마녀의 명을 거역한 죄로 나무에 갇힌 요정 에어리얼만 살고 있다.... 프로스페로는 마법으로 캘리번을 제압하고 에어리얼을 구해낸다... 그리고 이 둘을 시중으로 부리며 마법의 옷과 지팡이와 책으로 그 황량한 섬에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한다....
* 템페스트의 매력은 마법의 힘으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지우는 데에 있다.
* 액자 속의 액자 속의 액자. 이것이 템페스트에 구현된 바로크적 가상현실의 세계다. 바로크의 시대감정을 특징짓는 말 중의 하나가 바니타스,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이 세계 자체가 실은 허망한 꿈, 한 편의 연극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다.... 오늘날의 컴퓨터 영상.... 프로그래머가 명령어로 쓴 텍스트를 우리는 모니터 위에서 세계로 체험한다. 이 또한 마법이 아닌가... 이렇게 버추얼 리얼리티를 넘어 ‘리얼 버추얼리티를 이야기하는 오늘날의 세계는 어떤 의미에서 네오바로크라 할 수 있다...
* 영화 속의 프로스페로는 글자를 써서 가상의 영상을 만들어낸다. 신이 말씀으로 세계를 창조하셨듯이. 프로그래머는 0과 1의 명령어로 영상의 세계를 창조한다. 그리너웨이는 이 영화를 디지털 가공을 거쳐 제작했다. 때문에 여기서 영화적 영상과 컴퓨터 영상은 하나로 어우러진다...
* 그리너웨이는 프로스페로의 서제를 스물네 권의 책으로 장식한다. 물의 책, 거울의 책, 건축의 책, 죽은 자의 명부, 색깔의 책, 기하의 책, 지리부도, 해부의 책, 작은 별 입문, 보편우주론의 책, 광물의 책, 식물의 책, 사랑의 책,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동물의 책, 유토피아의 책, 여행자의 책, 폐허에 대한 사랑, 세미라미스와 파르시파에의 자서전, 미노타우로스의 92개의 발상, 운동의 책, 신화의 책, 놀이의 책, 35편의 희곡의 책, 마지막으로 거기서 따로 떼어낸 <템페스트>라는 이름의 책..... 원작에는 마법의 책이 한 권 나오지만, 그리너웨이는 이 스물네 권 모두를 마법의 책으로 설정한다... 이 스물네 권의 책으로 그는 동굴 안에 환상의 공간을 창조하고, 그것으로 캘리번과 에어리얼, 그리고 수많은 요정들을 부리며 살 수 있었다...
* 일설에 따르면 <템페스트>의 주인공 프로스페로는 셰익스피어의 동시대 사람이었던 존 디를 모델로 한 것이라 한다... 그는 당대의 뛰어난 수학자이자 점성술가이며...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진기한 정보로 그의 서재는 가득 차 있었으나.... 그의 서재가 마술의 산실이라는 민중들의 믿음 때문에 불태워졌다. .... 당시에는 과학적 마인드를 가진 이들 중 종종 마법사라는 오해를 받았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는 과학이 마술이요, 마술이 곧 과학이었던 마니에리스모-바로크의 상상력이 빚어낸 꿈의 세계다..
* 그리너웨이의 말 ; 이 영화는 1611년을 배경으로 하지요. 그 시대는 연금술과 카발라와 같은 중세적 지식 근대의 경험주의와 뒤섞여 있던 시대였습니다...
* 그리너웨이의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21세기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중세적- 르네상스적 판타지, 한마디로 네오마니에리스모- 네오바로크의 상상력이다.
7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 (최영주)
줄리 테이머의 <타이터스. 1999>
* 셰익스피어의 최초의 비극작품이라는 설.... 타이터스는 고트족과의 전쟁에서 스물두 명의 아들을 읽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고트족의 여왕 타모라 일행을 생포해서 포로로 데려온다. 와중에 여왕 장자의 사지를 잘라 불태워 전쟁터에서 죽은 로마군의 원혼을 달랜다..... 그리고는 황제 자리를 거절하고 서거한 황제의 장자인 새터나이너스를 황제로 추대한다... 황제로 등극한 새터나이너스는 동생인 배시에이너스의 약혼자이며 타이터스의 딸인 라비니아를 새 황후로 맞겠다고 선포한다....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배시에이너스와 라비니아가 도망을 치자, 타이터스는 황제의 명을 거역한 이들을 잡으려다가 여동생 라비니아를 편드는 아들을 죽이게 된다.... 결국 황제는 고트족의 영왕 타모라와 결혼을 하고, 타모라는 내심 자신의 장자를 죽인 타이터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악랄한 복수가 시작되고... 모든 걸 잃어버린 타이터스가 비로소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복수를 한다...
*테이머는 이 영화를 로마 시대와 현대의 시점을 교묘히 결합하여, 과거와 현재의 다리를 놓는 데 성공한다..... 로마는 인물들의 갈등과 사건의 배경일 뿐만 아니라 플롯의 전개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이다... 영화의 서두에서는 로마 문화의 영광의 상징인 콜로세움과 타이터스 집안의 지하무덤이 펼쳐진다. 타모라와 새터나이너스의 결혼 파티는 로마 사회의 부패의 상징인 지하 온천탕에서 행해진다. 영화의 말미에 이르면 지하 온천탕은 술과 마약, 그리고 섹스 파티가 어우러지는 도덕적 혼란의 장소로 표상된다. .... 테이머의 창조적 해석이 빛을 발하는 것은 장면을 통해 과거와 현재에 다리를 놓음으로써 전쟁과 폭력, 복수로 얼룩진 인류의 문명사를 축약한 것에 있다.
8. 베니스의 상인 (김지미)
마이클 레드퍼드의 <베니스의 상인. 2004>
* 샤일록은 이 작품을 유명하게 만든 캐릭터이자 악덕 고리대금업자의 전형적 인물이다... 셰익스피어는 그를 유대인으로 설정해놓고, 다른 인물들로 하여금 그의 민족성과 종교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마음껏 표출하도록 했다. .... 인종차별이라는 미묘한 문제 때문인지 나치 시대 이후에 이 작품은 거의 영화화되지 않았다....
* 마이클 레드퍼드는 이 작품의 서두에다가 1596년, 이라는 자막을 첨부하여 시간적 배경을 구체화함으로써 등장인물들의 민족적 감정과 종교적 대립을 역사화하는 구실을 갖는다. .... 감독에 의해 덧붙여진 6분 정도의 오프닝 시퀀스를 보면, 반유대주의가 특정한 시대에 한정된, 역사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이었고, 외국인에게 부동산 소유가 금지되었던 당시 베니스의 법 때문에 유대인들이 고리대금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유대인들의 거주지는 게토에 한정되었고, 낮에 그곳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활동할 때에는 일종의 낙인과도 같은 빨간 모자를 착용해야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 레드퍼드 감독은 샤일록을 절대적인 악인으로 창조해냈다고 보기가 어렵다. 샤일록의 독백에는 소외된 자의 박탈감이 진솔하게 드러나며, 작품 전반을 통해 종교적 신념의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는 사회적 분위기와 기독교인의 유대인에 대한 일방적인 적대감 등이 암시되기 때문이다..... 샤일록에게서 복수심과 악의에 찬 유대인이라는, 왜곡된 민족적 특질을 벗겨내는 대신 차별받는 소수자라는 가려졌던 이면을 보여준다.
* 감독은 연인들의 사랑이나 말장난 같은 희극적 요소들을 최대한 절제하고, 전체적으로 어둡고 장중한 세팅을 통해 샤일록과 안토니오의 내면을 탐색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모든 장면을 르네상스 시대의 화첩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이 정리한 것을 엎어왔다.
그런데 이 책 사볼까 했더니 알라딘에선 품절이란다. 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