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맘이 통하면 몸도 통한다
  • 검색어로 읽는 오늘의 문학… 2. 섹스 앤 더 시티
    지구촌 여성 소설의 새경향… 페미니즘의 저항성과는 거리
    성공·남성과의 공존에 무게
  • 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

    ‘첫째, 하고 싶은 사람과 둘째, 하고 싶을 때 셋째, 안전하게 하자.’

    정이현의 베스트셀러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의 주인공인 서른 살의 오은수가 정한 섹스의 법칙이다. “오늘의 한국문단에서 가장 도발적이고 쿨(cool)한 여성작가”(평론가 강유정)로 꼽히는 정이현의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섹스는 야하지도 추하지도 않다. ‘마음이 통한다는 확신이 든 다음에 몸도 통하자’는 것이 오은수의 현실적 섹스 원칙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달콤한 나의 도시’와 ‘섹스 앤 더 시티’를 치면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느낌이랄까?’라는 독자들의 독후감이 담긴 블로그가 뜬다. ‘섹스 앤 더 시티’는 뉴욕의 전문직 여성 4명이 등장해 브런치를 먹으며 섹스에 대한 수다를 늘어놓는 미국 TV의 인기 드라마로, 국내에서도 젊은 여성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풍속도를 반영하고 있다.





    • ▲2000년대 한국 여성 소설에 영향을 미친 미국 TV 시리즈‘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4명.



    • 문학평론가 정혜경(순천향대 교수)은 “소설이 전반적으로 대중문화와 연관성을 가져야 하는 시대에 정이현 소설은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드라마나,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칙릿(chick-lit)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칙릿은 젊은 여성(chick)과 문학(literature)을 합성한 신조어로 21세기 지구촌 여성 소설의 새 경향을 뜻한다. “여대생들에게 정이현 소설을 읽혀보니까, 이 소설의 여주인공들처럼 결혼은 필수가 아니고, 포스트 IMF 시대에 경제적 자립이 우선이라고 한다”고 소개한 정 교수는 “그야말로 ‘올드미스 다이어리’인 이 소설에 젊은 여성독자층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풀이했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섹스를 거론하는 ‘섹스 앤 더 시티’가 2000년대 한국 여성 소설에 미친 영향은 올해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신예 작가 이홍의 장편 ‘걸프렌즈’에서도 재확인된다. 이 소설은 한 남자를 둘러싼 여자 세 명의 이야기다. 그녀들은 한 남자의 애인인 동시에 서로 친구가 된다. ‘그와 나는 오전에 코엑스에서 만났다. 메가박스에서 조조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차를 오렌지 라인에 주차하고 시동을 껐다. 시동이 꺼지는 순간 그와 나는 잠시를 참지 못하고 키스를 했다’ 등등…. 소비사회의 공간을 마치 바닷속 물고기처럼 유영하면서 도시의 모든 공간을 사랑의 장소로 활용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다.





    • ▲조선일보에 인기리에 연재된 정이현의 소설‘달콤한 나의 도시’에 실린 권신아의 삽화.



    • 올해 초 나온 오현종의 장편 소설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도 007 스파이 소설을 패러디한 ‘칙릿’의 사례로 꼽힌다. 007의 본드걸이었던 미미는 007에게 차인 뒤 항의한다. “본드걸은 원래 일회용이야. 한번 사랑 받고 퇴출당하는 운명”이라고 본드가 말하자, 미미는 “007은 일회용이 아니잖아요”라며 대든다. 그러자 “난 본드, 제임스 본드, 스파이야. 당신은 날 몰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입사시험에서 마흔 번이나 떨어졌던 미미가 결국 스파이로 취업해 013이 된다는 이 소설은 “일과 사랑에서 모두 성공하려는 요즘 젊은 여성들의 욕망을 독특하게 반영한 칙릿”이라고 정 교수는 규정했다.

      90년대 여성 소설은 이혼과 불륜을 중심으로 한 저항과 일탈의 서사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경린, 공지영, 공선옥, 차현숙 등의 소설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그러나 요즘 여성 소설의 특징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미현(이화여대 교수)은 “페미니즘의 전투성이나 저항성과 거리를 둔다”고 단언했다. “그래서 스스로 벗어 던졌던 코르셋을 다시 주워 입는다. 여성에 대한 억압을 덜 느끼거나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체제 내에서의 성공이나 남성과의 공존을 지향한다. 전문직의 독신 여성들에게는 연애가 자아의 발견술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자발적이고도 고급한 노동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수다스러운 여성이 성공한다… 마우스=석세스
  • 비즈니스·인맥관리까지… 고수가 전하는 ‘떠드는 기술’
  • 글=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사진=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 “당신은 수다쟁이인가요?”

      이 질문에 “예!”라고 주저없이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10~15년 동안 여성지 베테랑 기자로 활약하며 수많은 유형의 성공 남녀를 만나온 국수경(39)·이명아(39)·김난희(38)씨 주장. “셋이 합하면 3000명 정도 인터뷰한 셈인데, 그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수다’였어요. 커뮤니케이션, 정보 수집은 물론 인맥 관리, 내면 치유까지 다양한 용도로 수다를 활용하고 있었죠.” 이들이 공동 집필한 ‘여자의 수다는 비즈니스다’(랜덤하우스)엔 수다를 통한 직장·비즈니스 처세 노하우로 가득하다. 수다스러움이 흉이 아니라 개인기가 된 요즘 단순히 말 많이 하기가 아니라 지혜롭게 수다 떠는 비법을 수다스러운 그녀들에게서 들어봤다.

      1·2·3 법칙… 1분 간 말하고, 2분 동안 듣고, 3번 맞장구쳐라

      보약이 될 수도, 독약이 될 수도 있지만 수다의 기본 전략만 잘 숙지하면 누구나 똑똑한 수다쟁이가 될 수 있다. ▲제 1 전략 스피드(Speed). 남보다 반 박자 빨리 화제를 던져 수다의 주도권을 장악한다. ▲제 2 전략은 웃음(Smile)이다. 잘 웃기지 못하면 잘 웃는 쪽을 선택하라. ▲제 3전략이 립 서비스(Lip Service). 칭찬으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제 4전략 스토리(Story). 레퍼토리가 다양해야 한다. 마땅한 화제가 없다면 날씨→건강→뉴스→취미→일→가족 순으로 진행하면 막힘 없다.


    • 수다의 화법도 연마해야 한다. 남들 지루해하는 줄 모르고 자기 말만 하다가는 소리 없이 퇴출당하기 십상. ▲그 첫째가 ‘1·2·3 법칙’이다. 1분 말하고, 2분 동안 듣고, 3번 맞장구 치라는 얘기. ▲둘째는 바디 랭귀지(body language)다. 수다가 쫄깃해지고 유쾌해진다. ▲셋째는 음성 디자인. 물방울 튕기듯 톡톡 끊어 말하는 스타카토 기법은 비호감 음색도 상큼하게 디자인해준다. “커뮤니케이션 구성요소 중 내용이 7%, 태도가 20%, 표정이 35%, 목소리가 38%을 차지한다는 ‘메리비언의 법칙’이 말해주듯 목소리도 표정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매일 거울 앞에서 3분 스피치 하세요.”

      메모하라… 인맥군단을 거느게 해주는 ‘밥 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수다를 팔딱팔딱 살아 숨쉬는 정보 교환의 장으로, 비즈니스와 처세 노하우로 활용할 수 있을까. ▲우선 10분 수다의 주역이 돼야 한다. 업무시간 틈틈이 잡담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웃음꽃을 피운다면 당신은 팀워크의 윤활유. ▲전략적 수다도 필요하다. “예전에 총각 10명이 운영하는 ‘총각네 야채가게’의 성공 비결을 취재하러 갔는데 10명의 총각이 손님들을 상대로 쉴 새 없이 수다를 떠는 거예요. 물건 보는 안목, 해먹는 요령, 건강 상식부터 가족들 안부까지 시시콜콜 수다를 떠는데 주부들이 넋을 잃더라고요.” ▲인맥 관리를 위해서라면 ‘밥 수다’에 능통하라. 하루 한 시간 점심식사 시간을 이용하면 막강 인맥군단을 거느릴 수 있다. 사내의 전혀 동떨어진 부서 직원들과의 밥 수다에선 뜻밖의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음식 끝에 정 난다고 맛집에 정통하면 훨씬 유리하다. ▲언제 어느 곳에서든 ‘목걸이 펜’을 휴대하라. 메모는 필수요, 아이디어뱅크는 떼어 놓은 당상.

    • ▲“수다스럽다고요? 개인기가 뛰어나다는 뜻이죠.”왼쪽부터 김난희, 국수경, 이명아씨.

    • 셀프 수다… 셀프 수다, 디지털 수다를 아시나요?

      이밖에도 수다의 목적과 종류가 다양하다. ▲‘셀프 수다’는 마인드 컨트롤의 일종. 혼자 궁시렁거리기, 일기 쓰기, 낙서하기 등 방식이 다양한데, 우울할 때 자기 확신, 자기 암시를 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다. ▲얼굴을 맞대야 가능한 아날로그 네트워킹의 비효율성에 진저리가 난다면 갖가지 형태의 디지털 수다를 활용할 것.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 짧은 안부,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 감동 받은 글귀 한 구절을 날리면 어필한다. 단 이모티콘을 다양하게 써서 문자에 표정을 입힐 것. ▲파티가 자연스러운 35세 미만 젊은 세대라면 ‘파티 수다’의 지침을 숙지하자. 가장 조명 좋은 자리를 선점한 뒤 눈으로 말할 것. 파티에서는 말보다 신체언어가 훨씬 잘 통한다. 간단 명료하게 묻고 답하는 핑퐁화법을 구사하고, 의문문을 주로 사용할 것. 상대에게 말할 기회를 줌으로써 호감을 산다. ▲피트니스 센터에서의 짐(gym) 수다는 어떨까. 사심 없는 탈의실 수다에서 시작해 지속적인 비즈니스 수다로 옮아갈 수 있다. 사생활은 캐묻지 않는다. 마음도 8할만 열고 2할은 살짝 닫아 거리를 유지한다.

    • “어머, 너도 그랬니? 나도 그랬어” 오프라 윈프리의 맞장구 화법

      ■오프라 윈프리=나와 상대방을 동일시하는 수다. “너도 그랬니? 나도 그랬어!” 하는 맞장구, 탁월한 공감기법이 윈프리식 수다의 강점이다. 여기에 솔직하고도 진솔한 제스처, 동기를 부여하되 설교하지 않으면서 일깨우는 윈프리 특유의 카리스마는 치유의 힘마저 갖는다.

    • 아무리 가까워도 예의를 지킨다 ‘수다의 바이블’ 섹스 앤 더 시티

      ■‘섹스 앤 더 시티’ 주인공들=이 드라마를 패션이나 연애 바이블로서가 아니라 수다 바이블로 봐야 한다는 게 3인방의 주장. 그녀들은 모였다 하면 수다를 떠는데 신기하게도 한번도 싸우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비결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수다의 예의를 지킨다는 것. 비난이나 무안을 주는 대신 은근한 충고로 쿨하게 마무리하는 장면도 눈여겨볼 것.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07-06-1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다의 바이블 깊이 새겨둬야 겠네요...
    그리고 수다랑 푼수는 차이가 있는거죠?

    stella.K 2007-06-13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세실님.^^
     

  • 암컷은 갈등해요
  • ‘수컷 선택’ 달라… 농게 암컷, 위험할땐 생존 유리한 수컷 택해
    자식 생각하면 훌륭한 유전자가 낫고…
    내 인생 생각하면 편안한 수컷이 낫고
  •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 공작 수컷은 화려한 깃털로 암컷을 유혹한다. 사슴 수컷은 머리가 휘청거릴 정도의 커다란 뿔로 자신을 뽐낸다.

      화려하면 적의 눈에도 잘 띄는 법. 결국 수컷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목숨을 거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암컷은 수컷의 화려한 외모에 끌리는 것일까. 멋지지 않은 수컷은 암컷에게 전혀 매력이 없는 것일까.

      1. 생명체는 유전자 전달 위한 도구

      진화론의 창시자인 다윈(Darwin)은 모든 생물은 생존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수컷의 화려한 외모는 생존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다윈은 저서 ‘인간의 유래와 성(性) 선택’에서 수컷 입장에서는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이지만, 결국 암컷을 유혹해 자손을 퍼뜨리므로 번식이라는 또 다른 생물의 ‘생존 이유’에 맞게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 진화생물학자 도킨스(Dawkins)도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는 생명체를 희생시켜서라도 자신의 자손을 남기려는 이기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생명체는 그것을 위해 이용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 ▲남성 20명의 얼굴로 만든 평균 남성의 사진. 왼쪽 사진은 좀더 여성적인 모습으로 바꾼 것이며, 오른쪽은 남성적 모습이다. 가임기 여성은 남성적 얼굴(우)을 선호하지만, 평소엔 여성적 얼굴(좌)을 매력적이라고 평했다. /英성앤드루대 제공

    • 화려한 외모와 힘, 먹이를 구하는 능력은 우수한 유전자의 징표다. 결국 암컷은 이런 외적인 조건을 따져 수컷을 고르고, 결과적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암컷의 평가 기준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후손에게 좋은 유전자를 물려준다는 ‘간접적 이익’뿐 아니라 암컷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직접적 이익’도 배우자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 위험할 땐 안전한 수컷이 최고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김태원(33) 박사와 최재천(53) 석좌교수, 파나마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의 존 크리스티(Christy) 박사 공동연구팀은 ‘공공과학도서관(PLoS ONE)’ 5월호에서 “파나마의 갯벌에 사는 농게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 암컷은 위험이 닥칠 때는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수컷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컷 농게는 자신의 굴 앞에서 커다란 집게발을 흔들어 암컷을 유혹한다. 이때 일부 수컷은 굴 위로 두건 모양의 모래성을 쌓는 경우도 있다. 연구팀은 갯벌에 새들을 끌어들이는 개 사료를 뿌려놓았을 때 암컷이 모래성을 쌓은 수컷과 쌓지 않은 수컷 중 어느 쪽의 구애를 받아들이는지 관찰했다. 게들은 새가 공격을 하면 모래성 뒤로 숨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실험 결과 한 지역에서 모래성을 가진 수컷이 암컷을 끌어들이는 ‘구애(求愛) 성공률’은 평소엔 79%였다. 그러나 개 사료에 새들이 모여들어 위험도가 증가하자 그 비율이 92%까지 상승했다. 반면 모래성이 없는 수컷은 구애 성공률이 60%에서 50%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암컷은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일단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직접적 이익’을 배우자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의 ‘뉴사이언티스(Newscientist)’지와 미국의 인터넷 과학뉴스 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LiveScience)’ 등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로 소개했다. 김 박사는 “암컷이 상황에 따라 배우자 선택 기준을 바꿀 수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3. 여성의 배우자 선택은 ‘같기도’

      인간 역시 상황에 따라 배우자 선택 기준이 달라진다. 1998년 영국 성앤드루대의 데이비드 페렛(Perrett) 교수는 여성들에게 남성의 사진을 보여주는 실험을 한 결과 난자가 나오는 배란기 때는 남성적인 얼굴을 선호하지만 평소엔 여성적인 얼굴을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고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페렛 교수는 “임신이 가능한 배란기에는 건강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남성적 외모를 선호하지만, 평소에는 긴밀하고 오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여성적 외모의 남성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요즘 유행하는 개그처럼 여성의 선택 기준은 유전자를 위한 것만도 아니고, 자신을 위한 것만도 아닌 ‘…같기도’인 셈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소외지대… 문학이 보듬는다
  • 검색어로 읽는 오늘의 문학… 1. 고시원
    빈곤층의 ‘쪽방’… 2000년대 들어 시대의 자화상
  • 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
    • 지금은 검색어(檢索語) 시대다. 21세기 한국문학을 꿰뚫는 검색어는? 2000년대 젊은 작가들의 관심영역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검색어들을 찾아간다. 그것은 작품 속에 반영된 우리 시대를 조명하는 다른 방식이다. 시리즈 ‘검색어로 읽는 오늘의 문학’의 첫 순서로 ‘고시원’을 선택했다.

      ‘가족과 헤어진 사람들이 이곳에서 산다/ 가족들을 잊기 위해 산다/ 가족들을 잊지 못해 산다/ 가족들과 영영 헤어지기 위해 산다/ (…)/ 뼛속을 빼고는 관 속처럼 아늑하여라/ 창문 없는 내 방이여’(차창룡의 시 ‘고시원에서’ 부분)

      문학 작품 속의 공간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거주 형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고시원은 2000년대 한국 문학을 앞 시대 문학과 구별 짓는 공간을 대표한다. 고시원은 원래 고시 공부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숙식 시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용직 중장년 근로자에서부터 취업이 안된 청년 백수들에 이르기까지 살 집이 없어 떠도는 빈곤층의 ‘쪽방’으로 통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고시원은 우리 시대의 소외 지대를 압축한 공간이다.


    • 한국 소설 문법에 당돌한 충격을 던진 소설가 박민규의 단편 ‘갑을고시원 체류기’는 고시원이란 새로운 공간이 배출한 인간형을 제시하면서 사회 현실을 고발한다. ‘1센티 두께의 베니어로 나뉜 칸칸마다 빼곡히 남자나 여자들이 들어차 있다. 그 속에서 다들 소리를 죽여가며 방귀를 뀌고, 잠을 자고, 생각을 하고, 자위를 한다. 생각할수록 그것은 하나의 장관이다.’(소설집 ‘카스테라’에 수록)

      소설가 김영하가 조선일보에 연재 중인 소설 ‘퀴즈쇼’의 주인공 이민수도 고시원에 살고 있다.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청년 백수인 그는 1.5평짜리 골방에 자신의 존재를 맞춰가면서 살고 있다. 창문도 없는 골방이지만 그는 매일 ‘윈도우’에 들어간다. 창문이 있는 방은 더 비싸기 때문에 그는 ‘현실의 창 대신 빌 게이츠의 창, 마이크로 소프트의 윈도우를 선택’ 한다. 햇빛은 못 봐도 인터넷은 매일 검색해야 하는 세대는 가상 공간 속에서 비루한 현실(고시원과 취업난 등등)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 서울 고시원 203호에서 창문을 열면…’이라며 시작하는 신예 작가 김미월의 단편 ‘서울 동굴가이드’는 ‘방음은커녕 날이 갈수록 뛰어난 통음(通音) 효과를 자랑하는 이곳의 널빤지벽 시스템은 오직 서라운드 입체 음향에 익숙한 자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고시원의 밀실의 아이러니를 묘사한다.

      70~80년대 한국 소설의 문제적 공간은 아파트였다. 최인호의 ‘타인의 방’이 대표작이다. 80년대에는 양귀자의 ‘원미동사람들’처럼 수도권 신도시가 소설에 등장했고, 90년대 이후 박상우의 ‘내 마음의 옥탑방’이 눈길을 끌었다가 이제는 고시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파트와 고시원 세대의 문학 차이에 대해 평론가 신수정은 “선배 작가들의 ‘방’이 개인성의 수호 공간으로 기여한 측면이 있는 반면, 고시원은 일말의 개인성도 수호할 수 없는 다수 인간들의 빈번한 침입을 고발하고 끔찍해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시대 인간 조건의 가장 정직한 현실적 반영이자 점차 개인성의 수호가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초 돌쇠도 잘만 길들이면 천사?


    “남자에 초연해져야 남자를 잘 만난다!”

    인터넷 커뮤니티 ‘노처녀통신’의 운영자로 소설도 쓰고, 노랫말도 짓고, 천연화장품 만들어 강의도 하는 ‘멀티 플레이어’ 최재경씨의 주장. 3년 전 결혼에 성공한 그는 “애완견 키우는 게 독신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하지만 강아지로 인해 외로움, 허전함이 사라지자 오히려 남자가 제대로 보이더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나에게 맞는 남자를 알아볼 수 있을까. 최근 ‘신(新)여우의 기술’(이다미디어)을 펴낸 최씨가 노하우를 소개한다.


    착하고 성실하지만, 소심한 A형 남자

    일명 바른생활 맨. 인생에 큰 꿈이나 야심이 없어 강렬한 매력을 느끼긴 어려우나 결혼 상대로는 괜찮다. 20대에는 별 인기가 없다가도 서른이 넘으면 곧 임자를 만난다. 드라마틱한 연애 좋아하다가 피 본 여자들이 바로 잡아채기 때문. 자기 관리 잘하고 특별히 손해 보거나 욕 얻어먹는 일도 드물다. 자극적이고 뜨겁고 강렬한 뭔가를 바라지 말 것. 절대 해서는 안 될 말 “당신 왜 그렇게 소심해”, 해도 되는 말 “자기는 정말 진국이야.”


    길들이면 말 잘 듣는 카리스마 돌쇠

    경상도 사나이 형이지만 서울 남자들 중에도 꽤 많다. 남자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마초들. 그래도 가족 굶어 죽일 일은 없는 믿음직함이 장점이다. 알고 보면 내면이 그리 강하지도 않다. 어리숙한 척 마음 맞춰주고 존경하는 시늉을 하면 돌쇠처럼 부려먹을 수 있다. 밥 잘 해 먹이고 아이 낳아서 잘 기르면 가족을 위해 죽도록 일한다. 전통적인 결혼생활을 원한다면 몰라도, 개성 강하고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가진 여성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유형.


    인내심 없고 자아도취적인 왕자병 남자

    여자가 자기에게 첫눈에 반하지 않으면 좌절하는 남자. 마마보이였거나,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그렇다. 도끼질도 안 하고 저절로 나무가 쓰러져주기를 바란다. 30대 후반까지 노총각으로 남아 있는 남자들 중 의외로 이런 유형이 많은데, 공주병 없고 적극적인 여성이거나, 동갑 혹은 연상의 여인에게 결국 넘어간다. 착하고 자질만 좋다면 여자 쪽에서 대시해도 괜찮다. 편하고 익숙해지면 자기 진짜 매력을 꺼낸다.


    모질고 독하다, 깐돌이형

    지나치게 다부진, 자수성가형 남자. 계산이 빠르고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듯한 스크루지 스타일이다. 늘 표정 관리를 해서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실은 잘 삐치고 앙심도 잘 품는다. 단단하고 자기 관리에 능하다는 점에 반하는 여자도 적지 않은데, 남자의 출세를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하며 재테크의 달인이 되지 않고는 경제권을 넘겨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여자에게 친절한 바람둥이형

    남자들마저 나쁜 남자 1위로 꼽는 유형. 그러나 막상 만나면 싫지 않은 게 여자의 심리다. 이 유형의 남자에겐 ‘자기 여자’라는 개념이 없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호도 다양해서 독특하게 추한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남자를 독차지한다는 승리감 때문에 결혼한다면 그때부터 가정부, 보모생활이 시작된다.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5-30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잘 새겨 읽었습니다. 친절한 ㄷ 씨는 시키지 않으면 잘 안하는 나무늘보 타입이에요. 게다가 명확히 임무를 할당해주지 않으면 일의 시작과 끝도 잘 모르는 것 같아 요즘 훈련중이랍니다.

    비로그인 2007-05-3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를 길들일수 있다는 건 제가 보기엔 오산이예요.
    그녀의 맘을 얻기 위해서라면 잠시 순한 양 흉내를 낼 수도 있겠지만,
    결코 오래가지는 못하죠 ^^

    진달래 2007-05-30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뭐, 주변에 있어야 새겨듣죠... 주변에 남자라는 종족이 없어요...
    (유부남은 이미 남자가 아니므로... ^^;;)
    아니지, 그래도 '언젠가'를 위해서 맘에 새겨야겠죠? ^^

    stella.K 2007-05-3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그럼 무슨 타입이죠? 좋겠어요. 훈련중인 친절한 분도 계시고. 부럽삼.^^
    고양2님/많이 연구하고 알아보셨군요.ㅋㅋ
    진달래님/참고 할만은 한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아는 어떤 놈은 무슨 타입인가 찾고 있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