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알라딘 주민 스텔라 케이입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수년 전에 책을 한 권 냈는데 그 책의 부제가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였습니다. 사실 그건 순전히 출판사의 계략 내지는 농간이었고 받아 보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읭? 그때나 지금이나 제가 작간지 아닌지 헷갈리는데 이런 부제가 도대체 가당키나 한가. 언제까지 꿈만 꿀 것인가. 내가 언제 사람들에게 꿈을 꾸게 한 적이 있는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할 수만 있으면 이 부제를 파 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하지만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원고는 내 손을 떠났고 그러면 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출판사가 그러면 그런 거다. 그저 내 책 만드느라 베어버린 나무 아깝지 않게 잘만 팔려라 했습니다. 그런데 꽤 오랫동안 출판사에 제 책이 몇 권 팔렸냐고 차마 물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언젠가 용기를 내서 한 번 물었더니 꾸준히 한 권, 두 권씩 팔린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금방 그렇게 물은 걸 후회했습니다. 물어 본 순간 그놈의 부제가 목에 탁 걸려서 말이죠. 이거 제 책에 무슨 작가가 되는 비법이라도 소개된 줄 알고 샀다가 실망하면 어쩌나,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인데 입이 방정을 떨었구나 싶더군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런 사람 즉, 작가가 꿈인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이루어 드리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알라딘 서재는 언제부턴가 독서 모임을 하고 있죠. 솔직히 저는 좀 기다렸습니다. 독서 모임이 있다면 누군가는 창작 모임을 하지 않을까. 그런데 아직 아무도 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그렇다면 뭐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제가 해 볼까 합니다. 저 문제의 부제에 값하기 위해서라도.
사실 제가 창작을 마지막으로 공부한 건 2008년 봄에서 9년 초까지 총 11개월간 공부한 게 다입니다. 벌써 10년이 훨씬 넘은 얘기니 그때 공부한 게 남아 있을 리가 없죠. 제 말은 제가 뭘 알아서 여러분에게 가르쳐 드리겠다는 말이 아니고 스터디하자는 말입니다.
그 시절 수업 방식이 특출났던 건 아닙니다. 제가 공부했던 건 영화 시나리오였는데 워크숍 방식으로 진행했죠. 초반에 선생님이 이론을 가르치셨고 그다음부턴 계속해서 원생들의 작품을 합평하는 게 다입니다. 간단하쥬? 제가 머리가 나빠 유수한 학교는 못 나왔지만 유수한 학원은 나왔습니다. 뭐 많이 다녀 본 건 아니지만 아마도 다른 학원도 이 방식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짐작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때 학원비가 싸진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아까울 건 없는데 계속 다니기엔 또 좀 한계가 있죠. 돈이 땅에서 솟는 것도 아니고. 그때는 수강료가 두 자리였지만 지금은 세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도 몇 개월에. 게다가 수강료만 들어가나요? 수업 끝나면 수강생들하고 뒤풀이도 가야 하고 돈 수억 깨졌죠. 그래서 스터디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한동안 이슬아 작가를 주목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는 작간데 이 작가의 행보가 저의 관심을 끌었던 것 중 하나는 지금도 여전히 동료 작가들과 함께 스터디를 한다는 거였습니다. 솔직히 하는 일도 많고 이젠 프로라고 해도 좋으니 혼자 글을 써도 될 텐데 스터디를 계속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 스터디는 작가 지망생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거든요.
여러분, 저는 압니다. 여러분의 책상 서랍에 또는 컴퓨터에 심지어 머릿속에 언젠가 쓰다가 끝장을 보지 못한 글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는걸. 글은 혼자 쓰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체질적으로 혼자 쓰면 잘 쓰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요즘 작가들은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룹을 만들고 여전히 합평도 하면서 다른 동아리 활동도 하고 나름 재밌게 더라고요. 자, 이쯤 되면 슬슬 입질이 오지 않나요?
그런데 원래 공부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성격상 편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씀인데 창작은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거라 소수 정예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원은 4명 안팎이 될 것 같습니다. 이곳 알라딘에서 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카페 개설이 안 되고 비공개로 해야 해서 부득이하게 다른 사이트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기간은 회당 5개월로 하겠습니다. 시작은 내년 1월 둘째 주부터 시작해 5월 둘째 주에 마치는 걸로. 하지만 알아두셔야 할 건 이렇게 대대적으로(?) 모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원이 있을 시에만 충원하는 방식이 될 테니. 그러니까 원팀으로 길~~~게 할 거라는 거죠.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창작에도 레벨이 있을 텐데 어느 정도냐고 물으신다면 초급입니다. 저는 헤밍웨이가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모든 작가의 초고는 다 걸레라고 했습니다.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네, 그렇습니다. 우린 아직 작가도 아닙니다. 쓴 글은 있을지 모르지만 끝을 보지는 못했죠. 그러니까 헤밍웨이 식으로 냉정히 말하면 우린 걸레 자체도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만들어야죠. 창작이란 쓸 거리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쓰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쓰는 것 같습니다.
하게 되면 두 가지 숙제를 해야 합니다. 하나는 5개월 동안 최소 한 권 이상 자신이 좋아하는 창작(글쓰기)에 관한 책을 선택해 챕터별로 요약하시거나 (최소한 빨간 줄친 내용만이라도) 또는 좋아하는 책을 베껴 쓰기 하셔야 합니다. 창작을 배울 때 베껴 쓰기는 필수죠. 이건 스터디가 시작될 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또 하나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셔야 합니다. 장르의 구분은 따로 두지는 않겠습니다. 시, 에세이, 단편소설, 자서전, 시나리오, 희곡 등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셔야 합니다. 5개월 동안이니까 최소 한 사람이 두 번 이상은 합평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숙제가 좀 빡셀 것 같지요? 그런데 실제로 해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리듬만 잘 타면 알라딘 서재 생활과 병행하는데 별지장은 없을 겁니다. 제가 이것을 미리 밝혀 드리는 건, 이 두 가지 숙제를 성실하게 수행할 분만 지원하셨으면 해서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 글을 올리고 누가 지원을 할까 싶기도 하네요. 모 아니면 도라고 아무도 지원을 안 하거나 너무 많이 지원을 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도 지원을 안 하는 건 걱정이 없습니다. 사실 이건 얼마 전 알라딘의 초절정 미녀 한 분 와 합의를 본 건데 아무도 지원을 안 하면 우리 둘이라도 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카페가 개설되고 2주 정도까지 지원자를 받을 생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지원자가 너무 많으면 어쩌나 하는 행복한 비명에 겨운 걱정도 해 본다는 거죠. 처음 해 보는 일이라 플랜 B뿐만이 아니라 C, D, E, F, G...까지 세워야 할 판입니다.ㅋ (이러다 죽을 것 같습니다.ㅠ) 암튼 그럴 경우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진심이 담긴 분을 선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꿈꾸는데 세금 드는 거 아닌데, 우리 스터디에서 공모전에 나가거나 책을 내거나 동인지라도 만들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그런 꿈을 가지고 많은 관심과 지원 바랍니다. 질문 사항 있으면 말씀해 주시구요. 필요에 따라서 이런 공지글은 다음 주에 한 번 더 나갈 수도 있습니다. 유념해 주십시오.
아, 그리고 이런 건 오래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냥 직감으로 벼락 맞듯이 파바박!
뭐 지원자가 많을 경우엔 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