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쉼 없는 분주함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 최신 개정증보판 AcornLoft
수영.전성민 지음 / 에이콘온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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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개정판을 펴내면서'를 읽으면 다소 미스터리한 느낌이 있다. 일종의 프롤로그 같은데 이 책의 출판사 사장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나름 흥미진진하게 썼다. 저자 중 한 사람인 전성민이란 분은 한마디로 유목민의 피가 흐르는가 보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출을 하기 시작했고, 성인이 돼서는 어느 날 갑자기 아프리카를 간다고 하고, 그러다 한동안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신학을 미처 다 마치기도 전에 네팔에 가고 다시 또 아프리카로 가는 등. 그런 과정 어디쯤에 책을 내는 계획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행방이 묘연해 책 내는 걸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극적으로 연락이 닿아 내기도 한다.


사실 난 편독을 하는 습성이 있어 자기 계발이나 성공학에 관한 책은 잘 읽지 못한다. 마음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늘 선택에서 밀린다. 그런데 이 책은 뭔가 끌렸다. 어쨌거나 한군데 정착하지 않고 관습에 메이지도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 책을 썼다니 성공학이 됐든, 성장학이 됐든 자기 경험을 녹여 썼을 것 같아서 기대가 갔다.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좀 아쉬웠다. 내가 기대했던 자기 경험에 관한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단 한 자도.  


초판이 나왔을 때는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이와 비슷한 책이 안 나왔겠는가? 좀 미안한 얘기지만, 말이 개정판이지 외피만 갈아입는 책이다. 무려 10년 만에 나왔으니 개혁에 가까운 개정판이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읽을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니다. 그냥 좀 아쉽다는 얘기다.


                      


이 책은 복잡하지 않고 간결해서 좋다. 사실 각성을 주기 위한 책은 어렵고 복잡하면 안 된다. 핵심만 잡아서 전달해야 한다. 청소년이나 청년이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꼭 어느 특정층만 위한 것은 아니다. 뭔가 나를 다잡을 필요가 있을 때도 이 책은 위로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뿐인가? 강연 내지는 뭔가 좋은 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일본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배려를 배우지만, 한국 사람은 경쟁을 배운다고 한다. 물론 경쟁이 꼭 나쁜 것마는 아닐 것이다. 그게 있어야 발전이 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경쟁이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타인을 짓밟아야 내가 살 수 있는 경쟁이라면 그건 너무 자기 파멸적이고 불행하다. 이 책은 그런 삶에 적절한 균형과 지혜를 줄 것이다. 삶에 대한 여러 예화와 그에 맞는 적절한 명언들로 이루어져 있어 읽다 보면 나를 다잡아 줄 것이다. 한꺼번에 급하게 읽지 말고 하루에 한 두 쳅터씩 읽고, 생각은 많이 했으면 좋겠다.


* 이 책은 출판사의 후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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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4-25 0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 사람은 경쟁을 먼저 배우다니... 어쩐지 조금 슬프기도 하네요 책을 읽고 조금 생각하고 다음을 읽으면 더 오래 기억에 남겠습니다 어떤 책이든 그런 식으로 보면 좋을 듯하네요 그러지 못합니다


희선

stella.K 2025-04-25 18:07   좋아요 1 | URL
그렇다기 보다 그냥 가까운데 두고 심심하면 아무데나 펼쳐봐도 좋을 것 같은데 다음에 볼 책들이 가만히 두질않죠? ㅎㅎ

꼬마요정 2025-04-25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경쟁부터 배운다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비교를 더 많이 하나봅니다. 경쟁을 먼저 배워도 배려와 함께 무엇을 위한 경쟁인지를 배운다면 좋겠네요.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기!! 너무 좋은데 저도 잘 못합니다. ㅎㅎㅎ

stella.K 2025-04-25 18:10   좋아요 2 | URL
세상이 꼭 그렇기만하겠습니까? 안 그런 사람들도 있겠죠. 그런 사람들이 많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

푸른기침 2025-04-26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위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습니다. ^^

저자에게 뜬금없는 딴지를 걸자면, 아시겠지만, 책 제목인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속도는 방향을 포함하는 개념이기에, 굳이 방향을 배제하고 싶었다면,
책 제목을 <삶은 속력이 아니라 방향이다>가 맞습니다.

이상, 쓸데없는 참견을 하고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쁜 봄날요^^

stella.K 2025-04-26 19:57   좋아요 0 | URL
ㅎㅎ 오랜만이십니다. 딴지라도 좋으니 이렇게라도 뵙게되서 저는 반가운데요? 잘 지내시죠? 이게 첨 나왔을 때만해도 이만한 제목이 없었을 겁니다. 또 그 때문에 팔리지 않았나 생각하구요. 지금도 인용구처럼 사용되는 줄 알고 있습니다.^^

니르바나 2025-04-26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소개는 스텔라님의 리뷰로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일간의 차이로 소개하신 배려와 경쟁은 꼭 그렇지만은 않고
어쩌면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인들의 배려를 유심히 관찰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본인들의 배려는 타인의 대한 존중보다는 집단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는
본심이 작용한 다분히 의도적인 배려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타인을 의식하는 곳에서는 배려가 작동하지만 혼자 행동할 때는 오히려 배타적이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저는 이 해석이 맞다고 보는 것이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조선 또는
일본 본토에서 보여준 행동은 도저히 배려심이 있는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본인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배려가 일본인의 행동 규범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은 경쟁을 배운다고 하셨는데 한국 사람들은 경쟁을 배우는 것이 아니고
독재 지배 계층에 의해 경쟁으로 내몰리는 것이 현상의 본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독재자들이 백성들을 <국민>으로 보는 근대적 사고가 내재합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딴 생각하지 못하도록 경쟁을 부추켜 국민을 관리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지요.
경쟁이 개인이나 사회의 폭발적 성장을 가져올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아닌 것은
독일의 교육을 오래도록 관찰한 김누리 교수에 의하면 사람 사이에 서로 돕는 교육으로 지금의 수준높은 독일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한국사회의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으로 만드는 극심한 정신병리적 인간소외를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김교수님의 주장에 저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stella.K 2025-04-26 20:06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일본의 배려엔 그런 게 있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정확히 짚어주셨네요. 오늘 뉴스에도 초등학교 학생이 학업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걱정입니다. 이 아이들이 어떻게 될까? 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답답하더군요.
이 책은 그냥 가볍게 읽는 책 같습니다. 전 나름 재밌게 읽었습니다.^^

니르바나 2025-04-26 22:06   좋아요 1 | URL
그냥 가볍게 읽는 책, 짧게 감상을 말씀드려야 했건만
니르바나가 국뽕(?)이 차올라 주저리주저리 썼는데도 불구하고
역시 스텔라님은 마음이 바다와 같이 너그러운 분이시라 좋게 봐주시네요.
저도 스텔라님 리뷰를 나름 재밌게 읽었답니다.^^

stella.K 2025-04-27 09:48   좋아요 1 | URL
ㅎㅎ 아니어요. 국뽕이라뇨. 제가 오히려 니르바나님 통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yamoo 2025-05-02 11:03   좋아요 0 | URL
저도 니르바나 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동감 100배~~

페크pek0501 2025-04-27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경쟁은 남과 하는 게 아니라 나의 과거와 해야 하는 거죠. 글을 쓰고 나면 과거에 쓴 글보다 못한 글이 된 것 같아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어요. 과거보다 나은 글이라고 느낄 때 희열을 느끼죠...ㅋ

2025-04-27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28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28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28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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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빙 어스
캐서린 헤이호 지음, 정현상 옮김 / 말하는나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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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1부를 읽으면서 이 기후의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게 정치적 상황 맞물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책에서 언급한 기후 위기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들이 대놓고 정치적 상황으로 몰아갈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하긴, 트럼프는 1기 때나 이번 2기 때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그 효력은 1년 후에 발생한다고 한다.) 1기 때 이 기후 협정을 탈퇴한다고 했을 때 좀 놀랐다. 다 같이 맺은 건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탈퇴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공동의 목표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이건 이제까지 내가 알던 미국과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미국은 우방과 늘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오지 않았던가?

확실히 트럼프는 '무시 그룹'에 속하며, 그의 사전엔 '공동'이나 '협력'은 없으며 오직 '이익'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가 그럴 수 있는 건 그 자신의 이득과 지지그룹에 화석연료 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은 트럼프에 멍석을 깔아준 것 밖엔 되지 않는다. 그 이후 미국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어쩌다 미국이 그렇게 되어버렸는지.

하지만 이게 미국만 증오하고 비판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다음 문장을 보자.

인간에게 가장 좋은 온도는 몇 도일까? 그것은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온도다. 우리가 지금까지 갖고 있던 골디락스 Goldilocks(딱 좋은) 온도다. 그 온도에서 인류 문명이 발달했다. 그 온도에서 수자원을 배치하고, 사회기반시설을 설계하고 건설했으며, 논경지를 구획해 나누었다. 그 조건에서 우리는 사회. 경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정치적 경제를 설정했으며, 자연 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정했다. ” 88p

인간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미국이야 대놓고 한다지만 능력을 갖춘 나라는 자기네가 원래 살던 곳이 피폐해지거나 지형적으로 뭔가 불리해지면 침략을 해서라도 빼앗고 거기에 말뚝을 박는다. 지금까지의 전쟁이 다 그런 거 아닌가. 살다가 가뭄이나 홍수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좋은 기후를 가진 곳을 차지하기 위한 싸울 것이다. 능력을 갖춘 나라가 좋은 땅을 선점하게 될 것이다. 힘없는 나라는 고스란히 내팽개쳐질 테고. 근데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그건 둘 다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서로 공조하는 노력이 필요할 텐데 앞으로 점점 더 패권주의로 노 나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뭐 하겠는가? 나 하나 그런 생각을 갖는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이 책에 나와 있는 다음 말을 주목해 보자.

“ ......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지적 구두쇠'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 인간은 가능하면 생각을 덜 하는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의존하기도 한다. ” 103p

인지적 구두쇠. 좀 재밌는 말 같다. 흔히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알 것도 같다. 그런데 이게 참 다양하게 작동하는 것 같긴 하다. 가스라이팅에 의해서도 그렇고,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다독이는 말에도 작용하고, 생각하는 게 싫어서 남들도 그렇게 한다며 스스로가 생각을 차단하기도 하지 않는가. 특히 환경이나 자연을 생각하는 건 막연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아서 더한 것 같다. 인간의 내면에 그러한 것이 있다니, 역시 인간은 여러모로 복잡한 존재인 것 같다.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우리의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국을 비판하고 강대국을 경계하면 뭐 하겠는가? 우리 안에 환경에 대한 안일한 생각들이 오히려 환경을 더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

“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모든 봉쇄를 통해 사람뿐 아니라 산업과 교통도 멈춰 섰을 때 세계의 탄소 배출량은 7% 줄일 수 있었다. 비록 일시적인 현상이었지만 말이다.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런 감축을 지속적으로 매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130p

그래. 우린 이런 말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 봉쇄는 분명 자연환경에는 선물 같은 기간이 될 거라며 그때를 버틴 적도 있다. 사실은 이보다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언제든지 다시 재현될 거란 보도는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하도 많이 보도되고 있어 그러면 또 그런가 보다 한다. 또 격지 뭐. 그까이 꺼. 하지만 막상 닥쳐 봐라. 과연 그까이 꺼가 정말 그까짓 거가 될 수 있는지. 저자의 다음 말도 좀 기억하자.

코로나19는 백신 덕분에 결국 끝날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백신은 없습니다. 343p

이 책은 꼭 기후와 환경에 대해 암울한 전망만을 말하지 않는다. 희망적인 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 한 대가 뿜어내는 탄소가 자동차의 몇 천대 분량이라고 들었는데 과연 항공사에선 탄소 감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은 전해주고 있다.

“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경친화적 회복이 이런 계획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에어 프랑스와 KLM에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으려면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승객당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유나이티드에어라인은 2016년 이래 농업 폐기물로 만든 바이오 연료를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공급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베르겐과 오슬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호즈의 브리즈번, 스웨덴의 스톡홀름 등 5개 공항에서 바이오 연료 주입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 280p

그나마 다행 아닌가?

그런데 우리가 정말로 환경을 위하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 예컨대 2019년 셀-가장 부유한 기업 3위 이자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회사 6위-의 CEO는 런던에서 일단의 CEO들에게 제철이 아닐 때 딸기를 먹는 것과 너무 많은 옷을 사는 것은 문제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세 명의 딸이 있는데, 다들 너무 패션에 민감하답니다. 그래서 저는 딸들에게 1년에 네 번 계절마다 새 옷을 갖는 것은 상당한 생태발자국을 만든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여러분들도 그것을 깨달았나요? 이게 다 기후변화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241p

'제철이 아닌 딸기'란 문장은 진짜 딸기를 말하기 보다 제철이 아닌 과일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일 것이다. 요즘엔 계절 구분이 없거나, 일찍 나와 늦게까지 먹는 과일이 많아졌다. 수입 과일도 많고. 거기에 탄소가 많이 배출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이것이 농사짓는 분들과는 어떻게 이야기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특별히 환자거나 입덧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제철 과일을 앞당겨 먹는다고 좋아라 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언젠가 TV에서 "세상의 모든 다큐'란 프로에서 패스트패션에 관해 다룬 적이 있었다. 패션을 위해 제3 세계 하청을 떠넘기고, 거기에 소요된 어린아이나 젊은이들의 열악한 노동을 보고 어느 패션모델은 자기 옷방에서 옷을 전부 다 내다 버렸다는 말을 듣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다. 정말 생각이 있다면 이미 산 옷은 오래도록 입고, 앞으로 옷을 안 사거나 아주 필요한 것만 제한해서 사 입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 거 아닌가? 패션은 돌고 돈다고 10년, 20년 전 옷을 다시 입는다 해도 본인이 말하지 않는 이상 잘 모를 때가 많다. 나도 예전에는 잘 안 입으면 내다 버리곤 했는데 지금은 가급적 버리지 않고 입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패션계도 고민이 많겠단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는 중 역대 최대, 최악의 산불이 났다. 매년 되풀이되는 산불 때문에 소나무가 문제로 대두됐다. 과연 소나무 없애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가? 의문스럽기도 하다. 화재의 90%가 실화라는데 그렇다면 인간과 제도에서 문제 해결을 찾지 않고 애꿎은 소나무를...? 정책이란 게 참 빈약하기 짝이 없다. 불을 내도 벌금이 3천만 원이거나 5년 이하 징역이라는데 그나마 그것도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단다. 어쩔.

암스트롱은 달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겼다지만, 우리는 지구에 탄소 발자국을 남겼다. 지구가 두 개면 뭐 하겠는가? 이대로 가단 그 하나 남은 지구도 똑같이 망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지구의 환경을 예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늦출 순 있지 않을까. 그래야 우리의 후손에게 좀 덜 미안하지 않을까? 지금은 산소 발자국을 남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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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5-04-16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지구가 곧 우리네요.
그 지구에 가장 큰 문제가 우리 인간들이구요.
아니, 그악스런 탐욕으로 쪄든 극소수의 인간들 때문이지요.
지구 스스로 몸살 정도가 아니라 사망을 막기위해
지금 마지막 씨름 한판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영애의 노래가 생각납니다.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stella.K 2025-04-16 21:48   좋아요 1 | URL
ㅎㅎ 그 노래 저도 알아요. 멋진 노래죠.
그러고보니 지구의 시계가 몇분 안 남았다는 얘기를하죠.
누구를 원망해야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택배 받았는데 티이핑을 어찌나 많이했던지 굳이 안 해도
되는 곳까지 해서 택배 받아도 즐겁지가 않고 짜증부터 나요.
포장 쓰레기는 또 얼마나 많은지.걱정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5-04-17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우리 대부분이 알고 있지만 당장 어떻게 되는 게 아니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죠. 그보다는 하루하루 생활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직장인은 당장 끝마쳐야 하는 과제가 있고, 주부로 돌아오면 당장 저녁 메뉴를 고민해야 하고... 저만 해도 당장 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가서 혈압, 혈당 약을 받아 와야 하고. 이렇게 살다 보면 기후 위기는 먼 문제가 되고 말지요. 그래서 이건 법과 사회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할 것 같아요. 가령 제철이 아닌 과일을 먹기 위해서는 비닐 하루스 안에서 적당한 온도의 유지를 위해 온풍기나 냉풍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을 법으로 규제하는 방법을 써서 과일은 제철의 것만 먹게 하는 거죠. 연료를 덜 사용하게 하는 극단적인 예, 입니다. 이것이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어요.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죠.ㅋㅋ

stella.K 2025-04-18 10:56   좋아요 1 | URL
얼마 전 야구 한 게임당 쓰레기가 톤 단위로 나오는 걸 보고 놀랐어요. 저 학교 때만해도 먹으면서 관중하는 거 없엤던 것 같은데. 그런 구장에서 다회용기만 써도 쓰레기를 엄청 줄일 수 있다고 하더군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나 하나쯤이야 하지 말고 나 하나라도 하는 생각으로 바꿔야 할 것 같아요.

희선 2025-04-25 0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금 전에 바다 온도가 올라가서 산호가 죽어 간다는 기사 봤어요 이건 예전부터 나온 건데, 해마다 나오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해에 꽤 심했나 봅니다 한국 바다에서 볼 수 없었던 상어도 나타나고... 기후 위기가 심각한데 여전히 아니다 하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사려고 하는 건 거기에 묻힌 히토류 때문이다는 말이 있기도 하던데, 지금 사람이 지구 속에 있는 걸 다 써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게 기후 위기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네요 기후 위기 피해를 보는 건 잘 못 사는 나라일 때가 더 많아요

지난번에 난 산불 소나무 때문에 커졌다는 말 보고 소나무 탓을 하다니 했습니다 사람이 조심해야지... 기후는 어느 한나라만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니기는 한데, 세계 사람이 다 힘을 합쳐야죠 그래야 하는데...


희선

stella.K 2025-04-26 21:09   좋아요 0 | URL

요즘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좀 조용한 편인데 전 그것도 원인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바다의 사막화 심각하다고 하던데 회복이 가능할까 싶어요.
저 트럼프는 점점 망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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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 돌베개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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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속한 온라인 독서 모임에서 3월 한 달 동안 읽었던 책이다. (그곳은 무조건 정해진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면 책을 찾아가 함께 읽는 것이다.) 왜 이 책을 읽었는지에 대해선 책 제목이 말해주고 있으니 굳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권보드래. 이름이 독특하다. 저자에 대해선 문학평론가면서 대학교수 외엔 특별히 알려진 게 없다. 굳이 추가한다면 최근까지 왕성한 저술 활동을 했다는 정도? 건조한 문장에 한자어를 많이 사용해서 어느 나이 지긋한 남자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 중간쯤 읽다 아무래도 저자가 궁금하여 찾아봤더니 여성이다. 이럴 수가.


이 책은 지난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서 나온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쓰기 전 저자가 3.1운동에 관한 책을 낼 거라고 하자 주위에서 좀 의아스러운 눈으로 보더란다. 역사 전공자가 아니고 문학평론가 그런 책을 내겠다고 하니. 하지만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뚝심을 가지고 밀어붙인 결과라고 한다.


저자는 문학을 전공한 만큼 당대 문학가 내지는 문필가들에 다소 집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전혀 가치가 없거나 편파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역사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봐야 하기 때문에 그 나름의 성과가 있다고 보아진다. 그런데 역사 학자만이 논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면 그거야말로 사대주의 아닌가. 다양한 전공자들이 (그것이 비록 일반인일지라도) 저마다의 시선을 가지고 새롭고도 다양한 해석할 수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또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이 방면에 관심이 있다면 아울러 장석주의 빛나는 저작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 1권을 참조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런데 이 책에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어 잠시 소개할까 한다.

“ 이들 중 누구도 일본어 글쓰기를 최종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이광수는 1910년대에 <매일신보>와 <청춘>을 무대로 '조선어로 쓰는 조선 문학'을 적극적으로 개척했고, 주요한은 1918년경부터 일본어 시 창작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 우리말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염상섭은 일본에서 지방지 기자로 사회적 이력을 시작했으나 <동아일보>의 초빙을 받고 귀국했으며 김우진은 3.1 운동 직전의 분위기 속에서 일본어 대신에 한글로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김기진 역시 1923년 <개벽>에 '프롬나드 상티망탈'을 발표하면서 정력적으로 평민과 소설을 써 나가기에 이른다. 이들은 문학청년 시기에 한때 일본어로 글을 썼고 일본 문단 진출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3.1 운동 전후 한글 쓰기에 정착한다. 근대 한글 글쓰기는 이들을 통해 비로소 새로이 규범적이고 미적인 영역을 개척했다. 이윽고 1920년대를 통해 놀라울 정도로 풍성해진 공식어로서의 한글은 "조선말로 미문을 쓸 수 없다."던 시대에서 "특수한 학문상 술어 이외에는 조선말로 쓰지 못할 말이 없도록"까지 비약했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바 독자적 자국어의 밀도를 갖추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1919년 3.1 운동 이후 민족어 글쓰기의 공간이 대폭 확대됨으로써 가능케 된 상황이었다. ” (456p)


이른바, 일제 치하 36년. 물론 굴욕의 세월임엔 틀림없고, 이 기간 동안 한글을 사용할 수 없고, 일본어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게 어떤 의미였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과연 한 세대 이상을 남의 나라말을 사용해야 한다면 정말 모국어를 잊어버리게 되는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1913년 당시의 조선인 사이에 일본어 해독률은 0. 61%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1930년대가 되면 10%를 돌파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일본어는 20% 정도 밖엔 구사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시 생각해 보면, 당시 일본어를 꼭 사용해야만 하는 곳은 학교나 관공서 같은 곳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우리나라 문맹률은 상당히 높았고, 학교에 갈 수 있는 사람도 소수에 불과했으니 상대적으로 일본어의 사용 빈도는 그리 높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어를 쓰나 일본어를 쓰나 감시하는 것도 한계는 있었을 것이다. 물론 당대 지식인들 중엔 문맹률을 낮춰야 하는 것에 공감을 했을 것이다. 글을 읽어야 무지를 깨칠 수 있고, 나라를 빼앗긴 것도 알고 보면 백성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차치하더라도 어쩌면 당시 문맹률이 높았던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해 본다.


나는 저 글에 언급된 지식인들이 일본어를 의도적으로 탈피해서 조선어로 문학 활동을 했다는 게 대단하고 역시 지식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것이 해방도 되기 이전 1920년대 놀라울 정도로 풍성해진 공식어가 됐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해방의 조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앞서 진행되고 있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식민 경험이 있는 다른 나라는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런 문학의 조상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세월이 한참 흐른 후, 작년(2024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타면서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노벨문학상 작품을 원어로 읽는 호사를 누린다고 입을 모았던 거 아니겠는가?


사실 우리는 모국어가 너무 익숙해서 공부할 게 뭐가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한 달 전쯤이던가? <유퀴즈...>란 TV 프로에 어느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외국인 교수가 나와서 자신은 지금도 한국어 공부를 10시간씩 한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원래 남의 나라말은 어려운 것이고, 그건 그 교수의 남다른 한국어 사랑이거나 성격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원어로 읽는 호사란 말이 안 나오겠는가?


또 하나 생각할 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신 건 정말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백번 다 감사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당시 한글이 확 퍼져나갔던 건 아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창제된 것이지만 지난 몇 세기 동안, 한 번도 글을 깨우치지 못하고 죽어간 사람이 글을 깨우치고 죽은 사람 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러니 대왕님께서 이런 건 만들어 뭐하나 성과 없는 일이라고 해도 뭐랄 사람이 없다. 하지만 대의는 늘 실용주의 보다 앞서야 한다.그게 몇백 년, 몇 세기가 흐르든지 간에.


세종 대왕님께서도 몰랐을 것이다. 그 몇 세기가 흐른 후, 기독교 선교사들에 의해서 비로소 한글이 우리나라에 퍼지기 시작했다는걸. 그 시절 선교사들은 빨리 조선어를 익혀서 성경을 조선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선교와 교육을 해야 했다. 그러니 평민 이하의 사람들이 성경과 우리 모국어를 깨우치는데 선교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니까 역사는 그렇게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새삼 놀랍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역사에서 '개화기'란 바로 이런 것이고, 그 중심에 3.1 운동이 있었겠구나 이 책을 보며 새삼 깨닫고 정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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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5-03-30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 강점기 때 조선인들이 강제로 일본어를 사용하라고 억압받았던 것을 생각하니
편하게 한글로 언어 생활을 할 수있게 만들어주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감사드립니다.
언어는 사상의 집이란 말이 있지요.
제 생각의 틀인 한글에 대한 사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스텔라님이 리뷰해주신 이 책 꼭 읽어보고 싶네요.^^

stella.K 2025-03-31 09:58   좋아요 1 | URL
아, 니르바나님! 감사합니다. 무플을 방지해 주셔서. ㅋㅋ 요즘 가끔 서재 초기 때 무플방지위원이 생각나더군요. 그땐 좋아요가 없었던 때라 자율적이면서도 누가 방지위원인지도 모르고 했잖아요. 지금은 좋아요 때문에 한때의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ㅋ
이책 한번 읽어봐도 좋긴한데 문학사관에 치우친 감이 있어요. 특별히 저자가 이광수의 문학을 애증하고 있죠. 그러니까 저도 왠지 이광수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yamoo 2025-04-02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첨 듣는 작가네요.
흠...문학평론가가 낸 소설이라..
ㅎㅎ 읽을 마음이 샥 가십니다그려..^^
평론가 출신 소설 치고 재밌는 작품이 없었던 기억만...^^;;
그래두 스텔라 님은 한달내내 읽으셨네요...지루했을 거 같은데..
어쨌거나 창작활동을 계속 하는 작가라니...스텔라 님 덕분에 이런 작가도 알아가네요..ㅎㅎ

stella.K 2025-04-02 11:04   좋아요 0 | URL
ㅎㅎ 소설이라고 쓴적 없는데요? 3.1운동 전반을 다룬 일종의 논문 같은 책인데 역시 전공대로 문학사적 관점이 많죠. 나중엔 자신이 이광수를 못 벗어났다는 말도 남기고. 저는 자기 사관이 있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역시 역사는 다양한 사관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잘 지내시죠?^^

2025-04-02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5-04-02 13:40   좋아요 0 | URL
ㅎㅎㅎ

페크pek0501 2025-04-02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광수는 ‘조선어로 쓰는 조선 문학‘을 적극적으로 개척했고~~˝ - 친일파 이광수 작가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네요. 처음부터 친일파이진 않았을 거라는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만...
역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해야 하는 바, 누구도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쓰는 게 쉽지 않으니 여러 사람이 쓰는 건 환영할 일인 것 같습니다. 독자는 여러 책을 보고 판단해야 하겠고요...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와 최태성 작가의 <역사의 쓸모>가 떠오르는군요.^^

stella.K 2025-04-02 20:18   좋아요 0 | URL
이 책을 보니까 이광수는 우리나라를 너무 비관적으로 본 것 같았어요.
아마 그렇게 보는 친일파도 적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워낙에 힘도 희망이 없었잖아요.
그렇게 일본에 붙어 먹어서라도 살아야 하지 않는가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닌가 싶기도해요. 물론 간사하게 자기 안위를 위해 친일을 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친일에 대해 너무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책 보니까 이광수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참 부지런히 읽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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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감각 - 21세기 지성인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의 정석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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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으로 읽어보는 스티븐 핑커의 책이다.

그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기는 20년쯤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그의 책들은 특유의 벽돌감 때문에 감히 읽어 볼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이 책 역시 선뜻 읽을 자신은 없었지만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 용기를 냈다. 사실 글쓰기에 관한 책은 여러 많은 사람들이 쓰긴 한다. 그건 주로 자기 계발 내지는 작가들 그중에서도 소설가들이 많이 써 왔다. 이 책도 얼핏 부제를 보면 어느 영문학 내지는 영미권의 언어학자가 쓴 책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독특하게도 심리학자가 썼다. 또 그래서 그런지 접근이 기존의 그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또 어느 분야의 전문가들이 글을 쓰겠다고 나올지 궁금하다.)

저자는 단순히 글쓰기에 관한 책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감각에 관해 다루고 있다. 특별히 저자는 글을 쓰는 사람과 그것을 읽는 사람과의 차이를 지적한다. 나도 평소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인데 그것을 단순히 오독도 독서의 한 형태라며 방관해도 좋을까에 대해 이 책은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는 유독 예문을 많이 들어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쓸 수도 있는 글을 '감각'을 살려 이렇게 쓰면 더 좋지 않냐고 독자를 설득하고 있다. 글을 쓰는 입장이라면 반박을 할 수가 없다(무엇보다 저자가 누구인가?). 그러면서 난 지금까지 글쓰기를 어떻게 쓰고 생각해 왔나 너무 쉽게 생각해 온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글쓰기 강사들은 하나같이 쉽게 쓰라고 강조하다 못해 거의 강요하다시피 한다. 물론 그들의 그런 강조는 틀린 것은 아니다. 글을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차라리 어렵게 쓰는 게 낫지 쉽게 쓰기는 오리려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어떤 글은 새털같이 너무 가볍다. 즉 글쓴이의 개성이나 강조점이 드러나지 않는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가르쳐 온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과연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저자는 특별히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은연중 자신이 쓰는 글을 독자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작가는 좀 더 자기가 쓰는 글에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쉬운 것과 친절한 건 같은 것 같지만 다르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읽고 있으면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내 글에 책임을 지며 글을 써 왔을까 반성하게 된다. 나도 이런 리뷰를 비롯해 이런저런 글을 자의든 타의든 쓰게 되는데 적어도 독자를 외롭게 하는 작가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번역가들에게 많이 추천이 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과연 그럴 만도 하겠다 싶다. 물론 언어는 다양하지만 아직도 영어를 쓰는 작가들의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이 번역되는 것도 있지만, 특별히 번역가들에겐 남다른 언어 감각이 요구되기도 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가끔 어떤 책에 대해 리뷰를 써 놓은 걸 보면 거의 질타에 가까울 정도로 번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글을 읽기도 한다. 사실 너무 오래된 번역본인 경우 예전엔 이렇게 번역을 했구나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언어 감각이 너무 떨어지는 책을 보면 읽기가 싫어지는 건 사실이다. 물론 번역가는 번역가대로 고민이 있겠지만, 과부 사정 과부가 안다고 같은 동종업계의 사람끼리는 몰라도 독자에게 이해받기를 바라선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다소 호불호가 있을 것 같긴 하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의 기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겐 더없이 좋은 책이 될 수도 있지만 솔직히 나는 좀 버거운 책이었다. (역시 스티븐 핑거는 나에겐 쉬운 사람은 아니다.) 책이 이렇게 어려운데 기분이 꿀꿀한 건지 글쓰기에 대해 만만하게 생각했던 나 자신이 좀 부끄럽게도 느껴진다. 하다못해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 말도 제대로 구사하지도 못하면서 하물며 영어를...? 하지만 그러다가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말하기와 글쓰기는 평생 가는 것. 우리는 학교만 졸업하면 '읽기와 쓰기'도 졸업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그때부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때가 아닐까. 그것을 포기한다는 건 인간이길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SNS의 발달로 누구든지 또 언제든지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홍수 중 마실 물이 없다고 과연 제대로 된 소통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을 통해서도 도전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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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4-10-01 0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글쓰기 감각에 대한 어렵고 두꺼운 책을 읽으셨네요.
글쓰기가 작가들만의 전유물이던 시대에서
블로그, SNS의 개인 글쓰기 시대로 변화하면서
확실히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지만
아무나 잘 쓸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보면
아직도 글이 쓴다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티븐 핑커라는 작가 이름을 스티븐 핑거라고 반복해서 쓰셨는데
영어 이름이 Steven Pinker면 스티븐 핑커가 맞지 않나요.
영어 발음이라 저도 자신이 없지만...

stella.K 2024-10-01 15:01   좋아요 1 | URL
ㅎㅎ 아니 언제 스티븐 핑거가 핑커로 개명을 했을까요?
저는 핑거가 더 좋은데. 성을 고치는 일은 없겠죠?ㅋㅋ
니르바나님 말씀 안하셨으면 큰 일 날뻔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솔직히 이 책 좀 어렵더군요. 전 점점 머리가 굳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어렵고 힘든 책에도 도전하고 그래야할 것 같은데 역시 쉽지는 않네요.

니르바나 2024-10-01 16:15   좋아요 2 | URL
고치시는 김에 태그도 고치시죠. ㅎㅎ

희선 2024-10-01 0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티븐 핑커 잘 모르지만, 찾아보니 제목 아는 거 있군요 책 제목만 기억하고 작가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네요 그 사람이 글쓰기 책을 썼군요 글을 쓰다 보면 자기만 알게 쓰기도 하죠 그런 건 아무도 모를 텐데... 어떤 건 일부러 그러기도 하고, 어떤 건 저도 모르게 하는 거겠지요

글은 누구나 써도 잘 쓰는 건 쉽지 않은 듯합니다


희선

stella.K 2024-10-01 15:00   좋아요 2 | URL
오래 전에 심리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지금도 관심있으면
그동안 한 권쯤은 읽었을지 모르겠어요. 근데 역시 저는
심리학은 이제 좀 별로더군요. 저는 글쓰기는 작가들이 쓴 게
관심이 가요. 그거나 기회있는대로 읽야겠어요.
글쓰기는 평생가는 거죠.

cyrus 2024-10-01 2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번역가 김명남 님의 책은 사서 보는 편인데, 제가 영어로 글을 쓸 일이 없어서 안 샀어요.. ㅎㅎㅎㅎ

stella.K 2024-10-02 10:1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거 농담 맞지? 근데 김명남 씨가 알아주는 번역간가 보다. 네가 좋아할 정도면...!

서곡 2024-10-03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월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금 날씨 참 좋습니다!

stella.K 2024-10-03 14:3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날씨 참 좋죠? 10월이 없었으면 어쩔뻔했나 싶을 정도에요. 서곡님도 시월 잘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

yamoo 2024-10-06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핑커의 책이네요! 음...핑커가 글쓰기 책도 냈군요! 핑커 첫 책으로 글쓰기 책이라니...ㅎㅎ 뭐, 입문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stella.K 2024-10-06 21:34   좋아요 0 | URL
ㅎㅎ 아마도 핑커의 이 책은 저에겐 첫 책이자 마지막 책이 될 것 같아요.
물론 그의 저서들이 흥미롭긴하지만 넘 두껍고 읽기가 쉽지 않아서...ㅠㅠ

페크pek0501 2024-10-06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들어본 저자 이름이라 제가 읽은 책이 있는 것 같아서 ‘나의 계정‘에서 검색해 보니 스티븐 핑커의 <마음의 과학>이란 책을 읽었더군요. 글쓰기 책을 저도 (읽지 않은 것) 몇 권 가지고 있는데 좀처럼 손이 가질 않네요.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좋을 텐데 급히 읽어야 할 책이 많은지라 차례가 오지 않아요. 언제나 부족한 건 시간...^^

stella.K 2024-10-06 21:3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언제부턴가 글쓰기 책이 읽긴 읽어야겠는데 잘 안 읽게되요.
최근 우연찮게 청소년 소설을 하나 읽었는데 이게 딱 내 수준이었구나
새롭게 깨닫게 되었죠. 아, 이제 어려운 책은 정말 못 읽겠어요.ㅠ

2024-10-09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09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1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1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4-10-11 0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 님 축하합니다 이달 당선작... 어제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가 받았는데, 그런 역사에 남을 날과 같은 날 됐네요 지금은 좀 괜찮은데 아까는 좀 느리더군요 그게 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아서였나 봅니다 노벨문학상 발표됐을 때는 더했다고 하더군요


희선

stella.K 2024-10-11 20:41   좋아요 1 | URL
아, 고맙습니다. 어제 마비가 됐었군요.
저는 어제 인터넷 안 들어가고 잠깐 스마트폰 잠깐 들어갔나 해서
잘 몰랐어요. 같진 않지만 음악계 임윤찬, 문학에 한강까지 우리나라에
겹경사입니다. 그죠?^^

니르바나 2024-10-12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싸! 이달의 당선작 패치가 붙어있네요.
이게 언제 붙었나 니르바나는 지금 보았습니다.
스텔라님, 축하드립니다.^^

stella.K 2024-10-12 18:11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사실 전 이글로 될 줄 몰랐습니다. 오히려 된다면 이거 전에 쓴 나의 두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가 될 줄 알았거든요. ㅎ
주말 잘 보내십시오.^^

젤소민아 2024-10-16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직, 축하드립니다. 저도 이 책 주문해서 오고 있습니다. 기대만땅~~

stella.K 2024-10-17 10:59   좋아요 0 | URL
아고, 고맙습니다. 잘 지내시죠? 즐독하시기 바랍니다. ^^

thkang1001 2024-10-18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stella.K 2024-10-18 21:54   좋아요 0 | URL
오, 고맙습니다. 어느새 밤이네요.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thkang1001 2024-10-20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 K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고양이라디오 2024-10-25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쓰기에 관한 책을 한 권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스티븐 핑커가 쓴 글쓰기 책이 있었군요! 근데 이 책도 600페이지나 되네요. 스티븐 핑커는 왜케 벽돌책을 좋아하는지...

stella.K 2024-10-25 16:02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러게요. 벽돌책이어서 나와는 인연이 없겠구나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살았는데 일케 글쓰기에 관한 책을 낼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습니다만 고라님은 이책 좋아하실 것 같아요. 언제고 기회시면 한 번 읽어보세요.^^

고양이라디오 2024-10-25 17:44   좋아요 1 | URL
스티븐 핑커 책 한 번도 안봤는데 이 책으로 시작해야겠군요!

Stella.k 님 믿고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ㅎ

2024-11-08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08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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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 - 가난하거나, 아프거나, 술 취했거나, 미치지 않으면 나를 만날 수 없다
신아현 지음 / 데이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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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읽을 생각이 별로 없었다. 관심 밖 분야고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은데 굳이 이 책까지...?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우리 사회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까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내가 안고,이고 있는 세상이 전부인 것 같지만 실상 내가 아는 세상은 손바닥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가급적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선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저자는 원래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학교를 다니고 보니 화학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휴학을 했고 넘쳐나는 시간 뭘 하며 지내야 하나 하던 차에 우연히 어느 복지센터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무턱대고 지원을 했다고 한다. 그 일은 취약계층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 결국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중에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사회 복지사가 되고, 훗날 사회복지 공무원까지 하게 되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책을 읽게 되면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 공무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놀라울 정도는 아니지만 나는 지금까지 이게 따로 존재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둘 다는 그야말로 3D 업종 중 하나다. 가끔은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아무리 이기주의니 개인주의니 해도 어떤 사람은 기꺼이 이타적인 일에 자신을 희생하거니 그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소방사나 경찰, 산악 구조대같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사람들. 좀 더 편하고 안전한 직업을 구할 수도 있을 텐데 왜 그것을 마다하고 기꺼이 그런 일을 택하는지 알 수가 없다. 사회복지 공무원도 그렇다. 물론 위에서 말한 직업보다는 안전할지 모르지만 이름 없고 빛도 없이 국민의 욕받이를 자처한다.

그렇지 않아도 책에서 저자는 김구도 호가 있고, 안창호와 김홍도도 호가 있는데 자신도 호가 있단다. '연아'란다. 딱 들으면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생각이 나지만 사실은 그렇게 고상한 건 아니다. 연아는 '년아'의 다른 발음일 뿐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제목에서 살짝 그런 의심은 해 봤는데 막상 예상을 적중하고 보니 김연아 선수가 알면 울고 가겠다 싶다.

정말로 놀라운 건,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이 참 무례하다는 거다. 그리고 그 무례함은 가난하다고 해서 예외가 아니고 어찌 보면 악마적이란 느낌도 든다. 가난이 무슨 벼슬이 아닐 텐데 왜 나라 일을 하는 사람에게 이토록 무례한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은 스토커처럼 집요하게 괴롭히고, 어떤 사람은 문신한 몸을 일부러 드러내고 소동을 피우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너무 진상이어서 안 마주치려고 동료 직원과 휴대폰 문자 교신을 하며 피해 다니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정말 내가 이러려고 공무원이 된 걸까 자괴감이 들기도 하겠다 싶다. 솔직히 내가 내 공부 해서 시험 보고 공무원 됐는데 거기에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너는 나랏밥 먹지 않냐며 지원금 좀 더 도(줘) 하는데 기가 차다.

어쨌든 그렇게 별짓을 다해 돈을 챙긴다고 치자. 과연 그 사람이 자기를 구제하는데 그 돈을 쓸까? 짐작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술 먹고 도박하는데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러다 돈 떨어지면 또 무례하게 협박하고. 과연 그런 사람을 도와준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읽는 나도 화가 나고 내가 낸 피 같은 세금 그런 사람 쓰라고 내는 거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읽다 보면 그들에게 뭔가의 열패감 내지는 알 수 없는 분노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여담이지만, 정부가 마음에 안 들면 이렇게 나라 일을 하는 공무원들에게 더 화를 내는 것 같다. 정부에 직접 할 수 없으니 그런 식으로 애매한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것이다. 아무튼 거의 매일 이런 일을 당한다면 나라면 뒷목 잡고 쓰러져도 여러 번 쓰러졌을 것 같다.

하지만 읽다 보면 사람에 대한 예의 보다 먼저 요구되는 건 사람에 대한 이해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한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나라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물론 그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나라가 국민을 포기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옛말에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최소한 굶어죽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어쩌면 그들이 그러는 건 정말 가난해서 그럴까 싶기도 하다. 어찌어찌하다 불행한 삶을 살고 나락으로 떨어져 어떻게 해야 나를 구할 수 있는 건지 알지 못해서 그런 방법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어쨌든 밥을 먹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들의 허기를 채워줘야 그다음도 기대해 볼 수가 있다. 저자의 주된 업무는 차상위계층의 사람들에게 예산을 분배하고 집행하는 일이다. 그 일이 가난한 이들의 욕받이가 되는 일임을 저자는 알았을까? 알았다면 결코 못했을 것이다. 도대체 인간이 하는 일중 그 끝을 알고 하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역설적이게도 모르니까 갈 수 있는 게 인생이고 직업인 것 같다. 어떤 역술인이 저자에게 그랬다지. 재물, 관운, 남편, 자식 다 X라고. X라니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다 없다는 말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것에 다 관심이 없고, 혼자 살아도 10인분의 밥을 해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먹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주란다. 좀 희한한 사주다. 어쨌든 그런 사주라면 무료 급식소를 차릴 팔자인 것 같은데 지금 저자가 하는 일도 어찌 보면 얼추 맞는다 싶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공무원이 옛날 같지 않게 비인기 직종이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어려운 시험 통과하고 막상 공무원이 되어 보니 일은 일대로 많고 사람들에게 욕은 욕대로 먹고, 나도 알고 보면 어느 집 귀한 자식인데 이런 대접받아 가면서 일할 필요가 있나 싶어 떠난단다. 맞다. 세상에 어떤 직업도 자신보다 중하지 않다. 세상에 어떤 직업이 나를 귀하게 여겨주지 않는다면 그만둬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자신이 그 직업을 쉽게 본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어떤 직업이든 자신이 그 직업을 중하게 여기면 그 일이 나를 가치있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일 역시 그를 가치 없게 만들 것이다.

우리나라도 1인 가구가 부쩍 많이 들었다. 그에 따라 고독사의 비율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죽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또한 은둔형 외톨이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양지로 나오도록 하는 게 저자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필요한 세상이 올 것이다. 아무리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은둔형 외톨이가 많아진다고 해도 사람은 절대로 혼자 살 수 없다. 언젠간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올지 모른다. 아니할 말로 내가 죽었을 때 나의 죽음을 처리해 줄 사람이 이들 일 수도 있다. 그런 걸 생각하면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읽다 보면 같이 분노하기 보다 저자는 정말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람은 절대로 쉽게 직업을 바꾸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꼭 돈 많이 버는 직업에 목숨을 걸기도 하는데 세상엔 이런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며 좋겠다. 모르긴 해도 저자는 지금의 일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저자에게 이름을 불러주지 못할망정 연(년)아라니.

저자가 글을 정말 잘 쓴다. 그렇지 않아도 직장 선배가 글을 써 보라고 해서 쓰는 거란다. 웬만치 쓰는 걸 가지고 그렇게 권했겠나 싶다. 읽기를 잘했다 싶다. 저자가 힘들 것을 생각하면 나도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다. 앞서도 썼지만 아무리 훌륭한 직업이라도 자신보다 귀하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더 수고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아, 그리고 생각난 김에 연에 대한 괜찮은 한자가 뭐가 있을까를 찾아봤다. 대충 잇닿을 聯, 연결할 連, 사모할 戀, 인연 緣 등이 나온다. 이왕 연 자 들어가는 호라면 권할만하지 않을까. 부디 저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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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4-09-20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석 연휴에도 열심히 리뷰를 작성해서 서재에 올리는 스텔라님,
안녕하세요.^^
추석 명절 잘 지내셨죠. 송편도 맛있게 드셨구요.
우리가 아는 사회복지 공무원은 행정복지센터에 근무하는 9급 일반직 공무원으로
관내 수급자 포함 어렵게 사는 주민들의 돌봄, 관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인간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살림살이가 어렵다고 다 그런 것도 아니겠지만 이런 경우가 흔합니다.
과중한 업무에 과로사나 자살하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을 보면 정말로 안타깝습니다.
어렵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뜻있는 일을 수행하는 결과가 참혹하니까요.
다 같이 잘 살기란 참 어려운가봐요.

stella.K 2024-09-20 20:27   좋아요 1 | URL
진작에 올렸어야 했는데 이것도 좀 늦은 거랍니다.
(협찬 받았거든요. ㅎㅎ)
맞아요. 이런 세계도 있구나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사실 송편은 언제 먹었는지 이젠 기억에도 없네요.
손으로 만든 송편이 맞있는데 집에서 만들어 먹기는 어렵고
마트에서 파는 건 맛이없고. 그래도 편안히 잘 보낸 것 같습니다.
니르바니님도 추석 잘 지내셨죠?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4-09-20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회복지 일을 하는 저자의 책이라면 풍성한 이야기가 담겼겠군요. 제가 참석하는 영화 모임에 그런 일을 하는 분이 있는데 그분이 실제 경험한 것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인간이 그렇게까지 양심이 없고 염치가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약자를 위한 사회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돈 앞에서 인간의 도리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것이 씁쓸합니다.^^

stella.K 2024-09-20 20:34   좋아요 1 | URL
그래서 가끔 사회파 드라마들 이런데서 아이디어와 소재를 얻겠구나
싶더군요. 문신한 남자가 깽판치는 거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잖아요.
그게 아주 근거없는 얘기는 아니겠더라구요.
저도 읽으면서 놀랍기도하고 찡하기도하고 그랬습니다.
리뷰에 미쳐 다 못 썼는데 도움이 때로 독이 되는 케이스도 있더라구요.
저자가 초기 때 의지가 너무 앞서서.
세상엔 정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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