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맹률 높았던 멕시코에서 그의 벽화는 국민헌장 같은 것
  • [김병종의 라틴 화첩기행/6]
    멕시코 - 디에고 리베라 기념관
  • 김병종·화가 
    •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1886~1957)의 자화상
    • #1.회색 성채 속의 벽화가

      벽은 단절이다. 너와 나 사이에 가로 놓인 금이다. 미안하지만 이 앞에서 이만 돌아서라는 표지이다. 인생에는 시멘트와 벽돌로 된 벽만 있는 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그래서 더 견고한 벽이 있다. 내가 세운 벽 앞에선 오만해지고 누군가가 세워놓은 벽 앞에선 막막하다. 벽 앞에 서면 우리는 돌아설 준비를 한다.

      벽에 대한 이러한 고정관념을 뒤집어버린 사람이 있다. 회색의 콘크리트 벽에 색채의 마술을 건 남자. 벽으로 하여금 살아 꿈틀거리며 생을 긍정하게 만든 한 남자가 있다. 디에고 리베라. 멕시코시티에서 디에고 리베라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란다.

      과연 그럴까. 초록빛 택시에 올라 디에고 리베라를 외치자 기사는 걱정 말라는 듯 활짝 웃으며 속도를 높인다. 초행의 여행자에겐 흡사 미로처럼 보이는 골목길을 돌고 돌더니 거대한 성채처럼 보이는 기념관 앞에 차를 세운다. 프리다 칼로의 기념관과는 지척이라 했는데 가까운 길을 놔두고 뺑뺑이를 돈 건 아닌가, 싶었지만 침묵할 수밖에. 천하태평인 얼굴로 무어라 빠르게 떠들어대는 그에게 한마디라도 했다가는 쏟아지는 땡볕 아래 서서 스페인어의 폭포를 고스란히 맞을 일밖에 뭐가 있겠는가. 바벨탑 이후로 모든 여행자는 언어 앞에서 절망한다.

    • 춤추는 선인장, 노래하는 마리아치, 일상의 고통을 춤과 노래 속에 녹여내는 멕시코인의 낙천성
    • 기념관은 그 외양만으로도 자신을 드러내는 법인가. 프리다의 집이 온통 카리브해의 푸른 물빛을 뒤집어쓰고 있는 데 반해 디에고의 기념관은 짙은 회색 현무암으로 지어져 무뚝뚝하고 억센 그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하다. 산사같이 적막한 공간을 가로질러 걸어가는데 그 드넓은 마당엔 쨍한 햇빛 속에 귀가 멍멍할 정도의 정적과 고요만이 고여 있다.

      위용을 자랑하는 이 미적 탐식가의 집은 그러나 찾은 이가 나 혼자였다. 하긴 기념비적인 그의 벽화들은 대부분 공공건물에 남아있으니 멕시코시티 전체가 그의 미술관이라 할 수 있겠다.

    • 멕시코 벽화운동의 기수. 마야와 아스텍 신화, 혁명의 이념 등을 수많은 벽화로 남겼다. 코요아칸에 그의 기념관이있다.
    • #2 벽으로 말하게 하라

      육중한 문을 밀고 들어서자 두터운 살집의 디에고의 커다란 사진이 시야를 압도한다. 누구라도 그 카리스마 넘치는 형형한 눈빛과 부딪치면 그 빛의 그물에 갇혀버리고 말 것 같은 인상이다. 결코 잘생겼다고 할 수 없는 저 남자의 어떤 면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과 뭇 여인들을 사로잡았을까.

      이젤화를 애들 장난 같은 짓이라고 여겼던 디에고였지만, 실내에는 그의 작업들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색채는 사뭇 다르지만 멕시코의 박수근이라고나 할까. 작은 키에 검은 머리와 흑갈색 피부를 한, 대지를 닮은 토착 인디오의 모습들이다. 부당한 일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뼈가 부서지게 일했던 순박한 농민들에 대해 한없는 애정을 가지고 있던 디에고는 그들을 불러들여 자기 화면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일찍이 유럽 유학을 떠나 다양한 미술사조를 접했던 디에고는 특별히 르네상스시대의 벽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귀국한 그는 벽화운동에 뛰어든다. 작품을 소장한 자만이 감상할 수 있는 그런 미술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화면처럼 세속이 범접할 수 없는 성스러운 세계가 아니라 마야문명을 아우라로 삼아 인디오의 삶을 멕시코적인 색채로 표현한 그림들이었다. 그의 벽화는 온 국민의 열광적인 지지와 애정을 받게 된다.

      문맹률이 높은 멕시코에서 그의 그림은 국민헌장 같은 것이었다. 국가적 슬로건을 그림으로 형상화해서 보는 순간 벼락같이 애국과 민족적 자긍심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했으니까.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궁 안의 벽화이다. 그 벽화는 역대 대통령을 여럿 갈아 치우며 그들을 한갓 스쳐가는 손님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궁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디에고의 벽화였다. 실로 얼마나 많은 나라 안팎의 사람들이 찾아와 그 그림 앞에서 모자를 벗었던가.

      전시장의 한 벽을 남녀노소의 인디오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바라보고 있는 사이 들풀 같은 그들이 스멀스멀 움직이며 일어선다. 바벨탑 이전의 언어로 그들이 토해내는 말들이 내 귓속으로 수런수런 들어온다. …그래도 삶이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힘든 노동 끝에 아내가 구워준 토르티야와 데킬라를 마실 수 있다면 이 생도 견딜 만하지 않은가. 이파리를 가시로 바꾸며 저 선인장들이 뜨거운 태양을 견뎌내듯 산다는 건 어차피 무언가를 견뎌내는 것이 아니던가….

    • 고통스러운 삶을 그리지만 독특한 생명력과 낙천성을 잃지 않는 그의 벽화는 강렬한 생기를 발산한다.
    • #3.벽 위에 남겨진 사람들

      마지막으로 뒤돌아본 어둑신한 실내. 대형 사진 속의 그가 우리에 갇힌 맹수같이 느껴진다. 자기 안의 정열과 태양이 가리키는 대로 거침없이 생을 살다간 남자.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문득 프리다 칼로가 친구에게 보냈다는 편지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배가 고프면 매우 화를 내고, 예쁜 여자라면 아무에게나 칭찬을 해. 그리고 가끔은, 찾아온 여자들과 함께 사라져버려. 그녀들에게 자신의 벽화를 보여준다는 구실로 말이야.’

      그 주체할 수 없었던 리비도의 사내는 이제 한 장의 흑백사진으로만 남아있다. 그를 따르던 수많은 민초들을 벽 위에 고스란히 남겨놓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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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리를 흔들지 않는다 꼬리로 남자를 때린다

    “못된 애들이 시집 더 잘가는 이유, 이거였군” 新여우 7계명

    회사원 윤아라(28)씨는 얼마전 대학 친구의 청첩장을 받고 기분이 묘했다. “정말 알 수가 없어요. 학과에서 진짜 예쁘고 착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은 못된 남자들을 만나 마음 고생만 하던데, 그냥 별로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오히려 공주 대접 받으면서 시집도 입 벌어질 정도로 잘 가더라고요.”

    왜 이런 ‘억울한’ 현상이 벌어질까. 미국의 칼럼니스트 셰리 아곱(Sherry Agov)은 얼마 전 펴낸 ‘남자들은 왜 여우 같은 여자를 좋아할까?(원제: Why Men love Bitches)’라는 책에서 “남자들의 90%가 착해 빠진 바비인형 타입이 아니라 약간 성깔 있고, 매달리지 않는 여자들을 볼 때 도전욕구를 느낀다는 조사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지나치게 터프한 엽기녀도 거부감 1순위지만, 아무런 매력 없이 단지 예쁘기만 한 ‘Yes女’도 결국엔 버림받기 십상이라고. ‘여자는 100%가 외모’라는 건 화장품회사와 성형외과, 미디어가 만들어낸 하나의 상술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아곱은 “쉽게 말해 브래드 피트가 착한 여우 제니퍼 애니스톤을 두고 팜므 파탈(Femme Fatale) 같은 안젤리나 졸리에게 가버린 것을 연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여우들의 어록’.


    1 과잉 공급은 애정 하락으로 연결된다

    부뚜막에 먼저 오르고, 남모르게 꼬리 흔들며, 얌체같이 남자의 혼을 빼놓는 부정적 이미지의 ‘여우’ 시대는 갔다. 이제는 ‘현명한 여우’의 시대. 고단수의 머리를 누구보다도 잘 활용한다. 빼어난 말솜씨와 남다른 지식, 화려한 재능으로 남자를 굴복시킨다.


    2 길들여지길 거부하는 여성에게선 빛이 난다

    드라마 ‘황진이’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완벽한 예능인에, 대감에게 전두(사례비)를 내던지며 그의 하룻밤을 사겠다며 달려들기도 한다. 여성학자 정희진씨는 “요즘 남성들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이거나 같은 의견을 가진 여성들보다는 전혀 새로운 상상력과 현실 분석으로 지적 자극을 주는 여성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3 순진한 여우보다는 까칠한 싸가지가 낫다

    아프다면 죽도 끓여다 주고, 오지 않는 남자를 몇 시간씩이나 기다리는 오유경(드라마 ‘환상의 커플’)은 결국 사랑을 얻는 데 실패했다. ‘예쁜 답답녀’들이 더 이상 ‘인기녀’가 아니라는 말씀. 불쑥 유창한 영어를 내뱉고, 뛰어난 피아노 연주를 자랑하며, 시장 옷이라도 코디에 목숨거는 나상실이 시청자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4 외모를 가꾸려면 아예 ‘끝장’을 봐라

    대충 ‘늙어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가꾸는 수동적인 ‘안티 에이징(Anti-aging)’ 시대는 갔다.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에드위나 잉스-챔버스는 “남성 주도적 사회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립도를 우선시하는 여성들은 뷰티뿐만 아니라 각종 분야에서 적극적인 ‘재생(Regenerating)’을 접목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피부는 아예 아기 피부처럼, 몸매는 20대 초반을 뺨치게, 정신을 그보다 더 강하게. ‘맹렬하게’ 트렌드에 동참하라는 얘기.


    5 여우는 완전 정복이 불가능하다

    아곱은 “여자는 안정과 예측 가능한 상태를 원하지만, 남자는 흥분과 위험, 예측 불가능한 상태를 즐긴다”고 정리했다.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떻게 이럴수 있어!”라며 훌쩍이는 여자는 남자에겐 ‘진드기’로 보일 뿐. 그녀가 입을 여는 순간, 남자들은 이미 줄행랑을 쳤을지도 모른다. ‘당당한 여우’들은 이런 심리 파악은 이미 다 끝났다. 남자 머리끝에 올라있는 셈. 솔직하고 거침없이 말하고, 남자를 적당히 무시한다. 전화? 안 기다린다.


    6 지갑이 비면, 여자의 자존심은 끝없이 추락한다

    디자이너 코코 샤넬의 명언, ‘새 드레스를 입는다고 해서 저절로 우아해지는 건 아니다’가 신조. 왕자가 공주를 위해 모든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순간, 공주는 왕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하녀로 전락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각종 재테크 입문서는 물론이요, 펀드니 보험, 적금 등으로 목돈 마련에 이미 도가 텄다. 광고 전단까지 꼼꼼히 살핀다.


    7 정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여자일수록 여왕 대접을 받는다

    현실적인 쌈닭을 추구하는 책 ‘소라의 맞짱 다이어리’ 저자 김소라씨는 “쇼핑 센터에서 업신여김을 당하거나, 일단은 쓰러져 눕고 큰소리 치는 허위 교통사고 피해자 등에게 당하기만 했던 여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며 “소비자 보호원과 소비자 고발센터, 관공서 인터넷 게시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센스를 항상 지녀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보윤기자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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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만두 2006-11-22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 안되고 그냥 살라요 ㅡㅡ;;;

    stella.K 2006-11-22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여우로 살아보고 싶어요. 흐흑~
     
     전출처 : 로쟈 > "문학상이 도대체 문학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오마이뉴스의 해외리포트란에 흥미로운 기사가 떠서 옮겨온다. 최근에 발표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곧 공쿠르상의 시상식에 작가가 불참했다는 것. 그것이 '수상거부'를 뜻하는 건 아닌 듯하지만, 주최측에 낭패감을 떠안긴 것만은 분명하다. 전세계에서 아마도 가장 많은 문학상을 주고받는 나라가 아닌가 생각될 만큼 '문학상'이 넘쳐나는 우리의 처지에서 한번쯤 음미해볼 만한 소식이다(믈론 프랑스에서도 이런 일은 예외적이며 아주 드문 일이지만). 작성자는 박영신 기자이다.

    오마이뉴스(06. 11. 10) "최고 문학상?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은 수상자

    공쿠르는 프랑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이다. 그 해 출판된 산문 중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오로지 소설 부문에만 수여해 왔다. 수상과 함께 작가에게 명성과 대중적 성공을 보장하는 공쿠르 문학상의 상금은 달랑 10유로. 명예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수상작이 발표되면 프랑스인들은 자연스럽게 서점으로 달려간다. 그 해의 작품을 보기 위해. 때문에 공쿠르 문학상 수상작은 통상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반면 공쿠르 문학상은 한 작가가 평생 단 한 번 수상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예외는 있었다. 1956년 <하늘의 뿌리>(les Racines du ciel)로 공쿠르를 거머쥔 작가 로맹 가리는 1975년 <자기 앞의 생>(La Vie devant soi)으로 두 번째 공쿠르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때 이름은 에밀 아자르였다. 결국 '에밀 아자르와 로맹 가리는 동일인물'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로맹 가리가 권총 자살하기 직전까지 세상은 철저히 속았던 것.

    지난 6일 올해의 공쿠르 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됐다. 미국인 작가 조너선 리텔(39)의 소설 <호의적인 사람들>(Les bienveillantes)이 그 주인공. 나치 친위대(SS)의 회고 형식으로 유대인 학살을 다룬 <호의적인 사람들>은 지난 8월 불어로 출간된 이후 25만 부 이상이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다. 지난달 리텔은 이미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리텔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가족과 함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살고있다. 그러나 올해의 공쿠르가 발표된 지난 6일 주인공 리텔은 시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족과 함께 단란한 일상을 즐기고 있는 리텔은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리텔의 대리인은 <프랑스 2 텔레비전> 저녁뉴스를 통해 '대수롭지 않게' 설명했으나 이것은 분명 '대수로운' 일이었다. 심사위원단은 애써 태연하려 했어도 시상식 현장은 '당혹' 그 자체였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지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때도 불참한 경력이 있는 리텔은.



    "문학상이 도대체 문학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두 달 전으로 돌아간다. TV를 병적으로 혐오하는 리텔은 이때 라디오 <유럽 1>과 인터뷰를 가진 일이 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의 수상자 후보 명단이 발표된 시점이었다. 여기서 리텔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내 작품만큼 뛰어난 작품은 얼마든지 있다. 무엇보다 문학상이라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문학상이 도대체 문학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한편 이와 때를 같이 해 프랑스의 여성정보 웹사이트인 <마드모아젤 닷 컴>은 문학상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8일 현재 총 332명의 누리꾼이 참가한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1%가 이렇게 대답했다.

    "(문학상은) 작가들이 자기 친구에게 표를 던지는 바보들의 잔치."


    '문학의 질을 평가하는 바른 지침'이라거나 '떠도는 작가들을 위한 귀중한 원조'라는 대답은 각각 30.1%, 17.8%에 불과했다. 시인 조르주 페로스의 냉소와 만나는 지점이다.

    "문학상은 심사위원에 우월감을, 수상자에 열등감을 준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말. 리텔의 '반항'은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의 '사건'을 환기시킨다. 리텔과 페로스의 '불평'을 넘어 혁명에 가까운 '사건'을 만들어낸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 문학의 기념비적인 인물 장-폴 사르트르. 사후 26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살아숨쉬는 사르트르는 전세계에서 노벨상을 거부한 유일한 작가다. '살아있는 동안 누구도 평가받을 자격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노벨상을 거절한 유일한 작가, 장-폴 사르트르

    기실 사르트르는 '기관'이 주는 영예를 꾸준히 거절해왔다. 이를테면 전후인 1945년 레지옹도뇌르 훈장 수훈자로 선정된 사르트르는 '정부에 내 친구들이 있다'는 이유로 훈장을 거부한 바 있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교육기관인 꼴레주 드 프랑스에서 수차례 강의할 것을 요청 했으나 역시 거절했다. 같은 이유였다, '인맥'을 등에 업지 않겠다는. 그러나 굳이 '인맥'이 아니었어도 사르트르의 자격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1964년이거나 그 후거나 나는 (노벨상 수상의) 영광에 응할 수 없고 응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사르트르는 자신이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보 명단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노벨상을 심사하는 왕립 스웨덴 아카데미 사무국장에게 위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편지를 열어볼 틈도 없이 1964년 10월 22일 투표는 진행됐으며 아카데미 심사위원단은 공식적으로 사르트르의 수상을 발표하고 만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재차 수상 거부를 알리는 편지를 쓰게 된다.

    "상은 투쟁이 끝났을 때만 수여되는 것"

    "(…) 내가 '장-폴 사르트르'라 서명하는 것과 '노벨상 장-폴 사르트르'라 서명하는 데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작가는 설령 그것이 가장 명예로운 방식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기관화 되는 것을 거부해야 합니다(…) 오늘날 문화전선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투쟁은 동서양의 문화가 평화적으로 공존토록 하는 것입니다(...) 인간과 문화는 '기관'의 간섭 없이 존재해야 합니다.

    (...)비록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으나 내 호감은 두 말할 필요없이 사회주의와 동구권을 향해 열려있습니다(…) 나는 '최고'가 승리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사회주의 입니다. 최고 기관에서 수여하는 어떤 영예에도 내가 응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나는 사회주의자이나 누군가 내게 레닌상을 제안했어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레닌상을 제안받은 일은 없습니다.

    (…) 알제리 전쟁 중 ‘121인의 선언’에 우리가 서명했을 당시 상이 주어졌다면 나는 기꺼이 수락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 쟁취하기 위해 싸운 '자유'도 함께 평가되는 의미가 있기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은 없었습니다. 상은 투쟁이 끝났을 때만 수여되는 것입니다."


    자유를 향한 인류의 투쟁은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 그러나 투사가 아닌 작가로서 사르트르의 소망은 이뤄졌다. 세상과의 '투쟁'을 끝내고 사르트르가 땅에 묻힌 1980년 4월 19일 5만여 파리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나와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던 것이다.

    사르트르의 일생을 통틀어 프랑스 국민이 선사한 감사의 인사인 동시에 그가 허락했을 유일한 상이었다. 프랑스인의 가슴에 새겨진 이날의 기억은 '귀여운' 일화로 남아 상징이 됐다. 어린 소년 하나가 후다닥 집으로 들어서며 외쳤던 것이다.

    "아빠, 사르트르의 죽음에 반대하는 시위에 갔다 왔어요!"


    06. 11. 10.

    P.S. 마지막 소녀의 멘트가 귀엽고 천진하다. 사르트르의 노벨문학상 거부에 대해서는 이전에 모스크바통신에서 한번 다룬 바 있지만, 내가 알기에 사르트르는 상금마저 거부하지는 않았다(그 점을 나는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이번 수상작인 <호의적인 사람들>의 경우 이미 독자들로부터 충분한 인정을 받고 있는 작품이기에 작가로선 거들먹거리는(?) 심사위원들의 권위에 기댈 필요가 없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실, 문학상은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다는 의미에서 '신인문학상' 정도로 족한 게 아닌가 싶다. 대신에 상금은 '10유로' 정도.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문학상의 권위와 함께 대중과의 교감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전제들이 빠질 경우에 모든 걸 '상금'으로 카바할 수밖에 없다. 노벨문학상에 거액이 상금이 걸려있는 게 예외이긴 하지만...  

     

     

     

     

     

     

     

     

    '공쿠르상 수상작'으로 얼른 검색되는 몇 권의 책들이다(물론 더 많은 수상작들이 번역/소개돼 있다. 알라딘에는 21권이 등록돼 있다). 이 중 파스칼 로즈의 <제로전투기>(열린책들, 1999)는 바로 책상맡에 있는 책이고 150여쪽밖에 안되지만 아직도 읽지 못했다(나도 어지간하다). 시간을 좀 내야겠다. 그나저나 <호의적인 사람들>도 아마 국내에 발빠르게 소개되지 않을까 싶은데 900쪽이 넘는 분량이라고 하니 역자(들)의 진을 뺄 만하다. 내년 하반기쯤에나 구경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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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배 시집살이’ 힘들더라도… 욱 하는 것은 금물

    꿍꿍이 속으로 대하자
    당돌·무능력·야심만만… 직장 후배 유형별 대처법

    #1.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박 부장(48). 요즘 회사 다닐 맛 안 난다. 예전엔 상사한테 받는 스트레스만 풀면 다행이었는데, 이젠 위·아래로 치인다. 당돌하기 짝이 없고, 개성 강한 후배들 때문이다. 눈치 보는 것 없이 6시면 칼 퇴근이고, 무슨 수당에 휴가에 요구는 왜 이리 많은지…. 일 좀 잘 한다 싶으면 금방 기고만장이고, 윗사람 무시하는 건 일도 아니다. 무능한데 배짱만 키운 후배들은 더 가관이다.

    #2. 중견 기업의 이 팀장(35). 겉보기엔 완벽하다. 팀 실적도 탁월하고 승진도 빠르다. 남들은 부럽다는데, 모르고 하는 소리. ‘잘나신 후배님’들만 생각하면 속이 뒤집힌다. 본인도 초년병 때 싹수 없는 후배로 꼽혔다지만 업그레이드 ‘싸가지’들에게 두손 두발 다 들었다. 퇴근 뒤 술이라도 한잔 하자면 “싫다”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 야근? 입 튀어 나오고 인상부터 찌푸리는데 저녁 내내 기분이 상한다. 비굴하게 후배 비위 맞추는 데도 질렸다.

    ‘후배 시집살이’다. 코드 접속이 안 되는 신세대들이 어느덧 직장 후배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다. 시대도 바뀌었다. 연공서열에 따라 자연스레 묻어가던 때는 지났다. 일반 기업뿐 아니라, 공무원, 교수 사회 역시 상하가 서로 평가하는 ‘다면평가제’가 도입되면서 후배·제자를 잘 다루는 게 성공의 관건이 됐다.

    본격적인 하반기 기업 채용 시즌이 시작되면서 상사들의 고민도 다시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능력있는 상사, 멋진 상사로 남을 수 있을까. 16년간 헤드 헌터로 일한 최정아(인터링크서치 대표)씨와 IBK 컨설팅 대표 김한석씨, ‘여자생활백서’의 작가 안은영씨가 비법 10가지를 꼽았다.

    1. 카리스마? ‘칼’있으마!

    칼같이 퇴근한다고 욕할 게 아니다. 칼 퇴근 시켜주는 선배가 돼라. 실적 나쁘다 붙잡지 말고, 실적 좋으면 칼 퇴근 시킨다고 유도하라.

    2. 단무지(단순·무식·지멋대로)형은 최악

    ‘안되는 걸 되게 하라’식의 무모한 지시형은 무능력 상사의 표상이다. 후배들이 꼽는 왕따 1순위. 계속되는 불만 불평에 근무 효율이 더 떨어질 것이다. 조금씩 목표치를 올려라.

    3. 수비형 No! 공격형이 돼라!

    무능력하고, 엉성한 일처리로 상사를 곤경에 빠트리는 부하에겐 호된 지적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열찬 공격을 막아내느냐, 나가 떨어지느냐는 부하직원의 운명이다.

    4. 야심만만한 후배와 경쟁하지 말라

    실적주의 세상에 괜히 후배와 경쟁했다 무너지면 더 큰 타격이다. 야심만만한 후배에겐 야심만만한 경쟁 동료를 붙여주어 서로 경쟁하게끔 해야 한다.

    5. 내 맘대로 회식은 절대 금물

    기분 내키는 대로 술약속을 잡고 “대화로 풀자”는 선배는 요즘 말로 ‘찌질이’. 미리 스케줄을 잡아야 한다. ‘약속 있다’며 앞에서 굴욕당하고, 뒤에서 욕먹는 것보다는 낫다.

    6. 헛똑똑이를 잘 키워라

    “이걸 꼭 제가 해야 해요?” “저는 싫습니다.” 말끝마다 ‘너는 너, 나는 나’식의 부하 직원은 부서 분위기도 망가뜨린다. 하지만 이런 후배는 제 영역에서는 ‘똑똑하게’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캐릭터. 적당히 칭찬해 ‘내 사람’을 만들어라. 살면서 꽤 의지가 된다.

    7.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

    내 성격을 바꾸기 힘들 듯 후배 성격도 바뀌지 않는다. 대신 아첨하는 부하직원은 더욱 업무적으로 대하라. 몇 번 받아주면 그 직원은 모든 일을 아첨하듯 실실 웃으며 넘길 것이다.

    8. 바르게, 바르게, 입바르게~

    매번 지각하고, 변명하며, 할 일 없이 야근하는 고질병 환자들에겐 “늦는 건 자유지만, 자기관리가 엉망인 널 믿을 수 없다”고 지적하라. 예의 없는 행동을 할 때 뒤에서 욕하는 대신 앞에서 ‘화끈’하게 받아쳐라. 이게 트렌드다.

    9. 분노를 남발말라

    “왜 저한테만 그러세요?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라며 대드는 싸가지들. 위 아래 몰라보는 그들은 한 방에 처리하자. 기싸움하지 말고, 독대해서 따끔하게 혼내라.

    10. 최악을 대비하라

    해고나 법정으로 가는 경우 등에 대비하여 부하 직원과 나눈 대화내용을 메모하고 이메일 등을 모아 두라.

    최보윤기자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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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비 2006-10-11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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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강점은 친화력·추진력” 70%는 “여성이라 더 어

    려웠다”

    女상무 33명의 자화상

    한국의 100대 기업 가운데 임원의 첫 단계인 상무(급)에 여성을 기용한 곳은 단 13곳뿐이다. 이들 13개사와 IT 전문기업 6개사, 공기업·공공기관의 여성 상무 33명은 자신이 소수 ‘여성’이라는 자각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가 중앙대 김효선 교수팀과 공동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이들은 임원이 되기까지 자기의 강점으로 ▲친화력 ▲추진력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들이 꼽은 자신의 리더십 유형은 ▲과업지향적(65%)이라고 답한 사람이 ?관계지향적(45%·중복 응답 포함)이라고 답한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 흔히 여성들이 ‘관계’를 중시한다고 여겨지지만, 치열한 경쟁과 실력이 요구되는 업무 현장에서는 역시 ‘업무 성과’가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이야기다. 업무 수행에서는 그러나 ▲지시적 방법보다 ▲상호거래적 방법을 더 많이 택하고 있었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섬김의 리더십’을 일찍이 실행해 왔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입사 이후 자기 조직 내에서 줄곧 ‘첫 번째 여성~’인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20여 년 직장 생활에서 업무 평가나 역할 모델로 중요한 몫을 차지했던 선배들은 남성이 63%로 여성 18%를 훨씬 웃돈다.

    이들은 상사·동료·부하직원과의 갈등 중 여성이라서 특별히 더 어려웠다고 답한 경우가 70%에 이르렀다. 상사로부터 업무 능력을 인정받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과 부하 직원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답이 반반이었다. 여성을 위한 별도의 리더십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답이 70%로, 이들은 후배 여성들에게 경력 초반부터 ‘리더십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후배 여성들에게 주는 조언은 ?대인 관계와 사회 활동, 사교 활동 등 업무 외적인 영역으로 관심을 넓히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고 ?업무 전문성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보하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선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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