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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이거 - 2008년 부커상 수상작
아라빈드 아디가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3월
평점 :
다큐인듯 다큐아닌 다큐같은 소설이다. 블랙코미디로 점철되어 있는 이 이야기는 인도의 빈민가 락스만가르에서 이름도 없이 자란 한 소년의 성장기다. 그는 인도를 방문하기로 예정되어있는 중국의 지오바오 총리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고백이 담긴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줄거리 전체가 서간체의 형식을 띄고 있다. 할머니를 포함해 그의 대가족은 '어둠의 세계'에서 수탉장의 닭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카스트 중에서도 하위 계급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그마저도 빼앗기고 인력거를 몰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삶을 살아간다.
p.85 자, 요약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옛날 옛적의 인도에는 천 개의 카스트와 천개의 숙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딱 두 개의 카스트만 남았어요: 배때기가 커다란 남자들, 그리고 배때기라곤 없는 남자들. 그리고 숙명 또한 딱 두 가지뿐이랍니다: 먹거나, 먹히거나.
도시는 미국과 서방 세계의 투자로 고층 건물이 세워지고 화려하게 빛나지만 상대적으로 빈곤지역인 그가 사는 곳에는 가난에 찌든 비참한 인생들이 그마저도 각종 비리와 강자들의 착취로 노예처럼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말 : 인도가 거대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데다, 머잖아 중국과 더불어 지구촌을 서구로부터 이어받을 가능성이 대두되는 이 시점에서 나와 같은 작가들이 이 사회의 잔혹한 불의를 들추어 고발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나는 바로 그걸 시도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좀 더 폭넓은 자기성찰이다.
P.204 여기 인도에는 독재라는 것이 없답니다. 비밀경찰도 없구요.
우리에겐 닭장이 있잖아요. 인류 역사의 어느 장에도 이처럼 소수의 인간들이 이처럼 대다수에게 이처럼 많은 것을 빚지고 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지아바오 선생님, 이 나라의 몇몇안 되는 사람들이 나머지 99.9 퍼센트를 어느 모로 봐도 그들에 못지않게 강하고, 못지않게 재능 있고, 못지않게 똑똑한 나머지를 훈련시켜서 영원한 예속隸屬의 상태에서 살도록 만든 거죠. 그것은 얼마나 튼튼한 속박의 굴레인지, 그의 손에 해방의 열쇠를 쥐어주더라도 그는 욕설을 하며 그걸 되던져버릴 정도입니다.
최근 뉴스에서 가슴아픈 소식을 접했다. 13억 인구로 중국에 이어 두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 그 북부의 주립대병원에 있던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집단으로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마침 코로나 변이로도 인도에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던 때였다. 이 병원이 업체에 대금지급을 지연하자 의료용 산소통 공급이 끊겼고 이로인해 아이들이 단체로 희생된 것이다. 급성뇌염환자가 늘어나는 시기와 맞물려 현재까지 이 병원에서 사망한 어린이는 63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참고:경향신문."비극아닌학살")
P.206 뉴델리 국립공원에 가면 화이트 타이거를 가두어둔 우리 옆에 표지판이 하나있는데, 거기에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당신이 우리 안에 있다고 상상해보라!
제가 그 표지를 봤을 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응, 나는 할 수 있어, 나는전혀 아무런 문제도 없이 그렇게 상상할 수 있어!
이 소설을 읽다보면 인도의 병원에서 이런 부조리한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발람 할와이란 이름을 얻게된 주인공은 인력거를 몰던 아버지나 키샨형처럼 살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는 한 세대에 딱 한번만 나타난다는 화이트타이거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최근 영화로도 제작되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원작과는 조금 차이가 나지만 먼저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것도 낯선 인도 문화를 접하는 길잡이가 되어준다.
P.288 "그대는 여러 해를 두고 열쇠를 찾고 있었도다.
그러나 문은 줄곧 열려 있었던 것을"
<사진출처:https://m.cafe.naver.com/ca-fe/web/cafes/seodae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