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거꾸로 읽기' 8권>
-소돔과 고모라
악과 타락을 상징하는 두 도시
"이 유명한 악의 두 도시는 창세기에 나오는 '평지의 다섯 성읍'에 속했다. 아브라함 족장의 조카인 롯은 소돔으로 이주했으나, 소돔과 고모라가 워낙 타락한 탓에 신은 아브라함에게 두 도시를 파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브라함이 신에게 만약 그곳에서 열 명의 의인을 찾을 수 있다면 어찌하겠느냐고 묻자 신은 파괴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의인은 열 명이 되지 않았다. 결국 신은 두 도시를 파괴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사람의 모습을 취한) 천사 둘을 미리 보내 롯과 그의 가족을 구하게 했다. 밤이 되자 소돔 사람들이 롯의 집을 에워싸고 두 손님을 내보내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두 손님과 섹스를 하려는 것이었는데, 동성애를 뜻하는 남색(sodomy)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손님들은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고, 롯과 가족에게 뒤를 돌아보지 말고 도시를 떠나라고 했다. 그런데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소금기둥'으로 변한다. 신은 두 도시를 불과 유황으로 파괴했다(창세기 19).
성서에서 소돔과 고모라는 악이 지배하는 곳을 가리키는 의미로 두루 사용된다. 신약성서의 베드로후서는 "무법한 자들의 음란한 행실"이 도시를 파멸로 이끌어갔다고 말한다(베드로후서 2:7~8). 타락한 로마제국의 도시에 사는 그리스도교도들은 자신을 롯에 비유하면서 의롭지 못한 환경에서도 의롭게 살고자 애썼다. 고고학자들이 기원후 79년 화산 폭발로 파괴된 이탈리아의 도시 폼페이를 발굴했을 때, 그리스도교도로 추측되는 어떤 사람이 벽에 새겨놓은 'SODOMA GOMORRA'라는 글자들이 발견되었다.
수백 년 동안 동성애를 금지하는 법의 명칭은 '소돔법(sodomy law)'이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인 조반니 바치는 소도마(Sodoma)라는 별명에 자부심을 가졌는데, 미술사가들은 그 이름을 더 친숙하게 여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8권의 부제는 '소돔과 고모라'다. 역시 사교계가 주요 무대이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계급이 뚜렷했던 프랑스 사교계의 암투와 위선, 허영등을 바라보는 주인공 마르셀의 시선은 풍자와 은유로 채색되어 유쾌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연인 알베르틴의 바람끼와 동성애적 취향에 대해 알고 있는 상태이며-그래서 부제가 소돔과 고모라- 여기에 그의 풍부한 상상력이 더해져(일반인도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을 붙들고 살기 힘들텐데 프루스트의 섬세한 감성을 드러내는 주인공이 어떨지 상상해 보자)몹시도 불안해 한다. 게다가 거짓말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그녀로 인해 마르셀의 가슴은 너덜너덜해졌다. 몇 번 그 아픔으로 오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꾸만 조인성의 '발리에서 생긴일' 오열장면이 떠올랐다. 마르셀도 그때의 조인성처럼 앞에서는 덤덤한척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뿐 아니라 뒤에서 몰래 숨죽여 울기 때문이다. (당시 조인성의 오열장면이 인기였는데 입틀막사진을 못찼겠다. 대신 다른거라도 일단 올려본다. 지금봐도 왜이렇게 웃긴지! 사람이 이렇게 우는데, 참. 나는 너무 사악한 걸까?)또 다른 주요 인물 중 한명인 남남커플 샤를뤼스와 모렐의 관계도 제법 재밌게 읽힌다.
좋았지만 쓸 얘기가 너무 없다. 창피해서 그냥 안쓰고 넘어가려다 용기내어 올림! 나중에 1권부터 11권까지 쭉 한 번 다시 읽으면 쓸 얘기가 더 나오지 않을까? 더불어 당시 프랑스 사회에 대해서도 더 찾아보고 말이지. 감히 읽었지만 감히 정리할 수는 없는 이 미친 디테일의 지적 결과물! 아직 내 수준에선 찬양만 할 뿐.
며칠전 도서관에 갔다가 운명처럼 프루스트의 책들을 만났다. 오늘도 가야 하는데 목표는 책을 반납하고 제발 좀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안그럼 나도 집에와서 쌓인 책 보고 오열해야 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