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대목 읽고 웃다가 침까지 흘..죄송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수면의 관계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있다. 최근에 읽은 《소설가의 일 》프롤로그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김연수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완독한다는 신년 계획을 세우고 매일 자기 전에‘ 10 페이지를 읽겠다고 결심하지만 3월 4일까지 그가 읽은 건 고작 1권의 47 페이지였다고 고백하며 이렇게 탄식한다. "빌어먹을 저녁식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는 프루스트의 원고를 거절함으로써 문학사에 영원한 놀림거리로 남은 어느 편집자의 편지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꼭 내가 쓴 편지인줄 알았다. "친애하는 동료여, 제가 아둔패기라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봐도, 주인공이 잠들기 전에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 모습을 묘사하는 데 서른 페이지나 필요한 이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 P39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3권에는 프루스트를 읽다 잠든 우리를 위로하는 내용이 있다. 은신처에 피신해 있는 여주인공 아오마메와 그녀의 뒤를 봐주는 과묵한 남자 다마루의 대화. 식료품과 일용품의 전달 방법을 진지하게 설명하던 다마루가 뜬금없이 묻는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어때?"
갑자기 교양을 시험당한 아오마메는 되묻는다. "당신은 읽었어요?" 그러자 다마루가 담담하게 말한다. "아니, 나는 교도소에도 간 적이 없고, 어딘가에 오래 은신할 일도 없었어. 그런 기회라도 갖지 않는 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들 하더군"
이어지는 대화는 점입가경이다. "주위에 누군가 다 읽은 사람이 있었어요?" "교도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이 내 주위에없는 건 아닌데, 다들 프루스트에 흥미를 가질 만한 타입이 아니었어." 그러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지 못했다고 해서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건 감옥에 가지 못했다고 부끄러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 P40
그렇다면 이토록 읽기 어려운 작품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고전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탈로 칼비노가 정의한 것처럼, "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를 다시 읽고 있어‘ 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 를 읽고 있어‘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고, 다시 읽고 있다고 말하기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보다더 적절한 책은 없다.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 아니다
☆프루스트를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프루스트를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 다만 끝까지 읽은 사람이 극히 적을 뿐이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면, 1권의 66 쪽에 나오는,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책을 덮으려는 무렵에 등장하는 홍차와 마들렌 때문이다. - P40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속 ‘홍차와 마들렌‘
"그런데 과자 부스러기가 섞여 있는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나는 소스라쳤다, 나의 몸 안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깨닫고, 뭐라고 형용키 어려운 감미로운 쾌감이, 외따로, 어디에서인지 모르게 솟아나 나를 휩쓸었다."
기억을 통해 삶을, 나아가 세계 자체를 되찾으려는 아름답고도 절망적인 프루스트의 시도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한다.
"이제야 우리들의 꽃이란 꽃은 모조리, 스완 씨의 정원의 꽃이란 꽃은 모조리, 비본 내의 수련화 마을의 선량한 사람들과 그들의 조촐한 집들과 성당과 온 콩브레와 그 근방,그러한 모든 것이 형태를 갖추고 뿌리를 내려, 마을과 정원과 더불어 나의 찻잔에서 나왔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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