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역에서 내려 걷는다. 시장터인 아고라는 소크라테스가가장 즐겨 출몰한 곳이었다. 아고라는 행상과 좀도둑, 온갖 사람들로 붐비는 냄새 나는 공간이었다. 소크라테스는 그게 좋았다.
아고라는 그의 교실이자 극장이었다.

(그는 지금 그리스에 있다.)

- P74

소크라테스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침울한 10대 시절 나는 처음 그 말을 듣고 한숨을 쉬었다. 삶은 이미 충분히 힘겹다. 그런데 성찰까지 하라고?
성찰하는 삶, 나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우선 성찰하다cxamine라는 단어에는 시험 또는 검사라는 뜻의 단어 exam‘이 들어 있는데, 이 단어를 보면 잊고 있던 시험용 HB 연필과 차가운의사 선생님의 손이 떠오른다. 그러니 성찰은 너무 힘든 일 같아보이지 않나.  - P75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행복하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곧 행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라는 말로 쾌락의 역설(헤도니즘의 역설Paradoxof Hedonism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을 설명했다. 

행복은 붙잡으려고 애쓸수록 우리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행복은 부산물이지,
절대 목표가 될 수 없다. 행복은 삶을 잘 살아낼 때 주어지는 뜻밖의 횡재 같은 것이다.
- P76

소크라테스는 책을 출판하지 않았고, 동료 아테네 시민의 주장에 따라 사형을 당했다. 신을 섬기지 않고 아테네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것이 소크라테스에게 제기된 혐의였지만 사실 소크라테스가 사형당한 것은 무례한 질문을 너무 많이 던졌기 때문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사의 첫 번째 순교자였다.
- P77

장 자크 루소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철학자, 소설가, 작곡가, 에세이 작가, 식물학자였고, 독학자, 도망자, 정치이론가, 마조히스트였다. 무엇보다 루소는 산책자였다. 
그는 자주 걸었고, 혼자서 걸었다. 

물론 걷기 모임에서 저럼 가까운 친구와 걷는 데에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걷기는 개인적인 행위다. 우리는 혼자서, 자기 자신을 위해 걷는다. 자유는 걷기의 본질이다. 

내가 원할 때 마음대로 떠나고 돌아올 자유, 이리저리 거닐 자유, 작가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말처럼 "변덕이 이끄는 대로 이 길 저 길을 따라갈 자유.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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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하기보다 낙후시켜라."라는 말처럼, 나는 여성주의가 저항이라기보다는 한 가지 목소리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그리고 남성들이 살아남기 위한 협상 수단이라고 본다. 여성주의는 세상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바로잡는 것이라기보다는, 남성과 여성 모두 자신의 의식과 행동을 사회적 관계 안에서 인식하고 정치화하도록 돕는 것이다.


(멋지다!!!) - P64

여성주의는 차이나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차이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 P64

차이가 차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차이를 구성한다.  - P64

여성학에 대한 편견 두 가지. "여성학은 편협하고 깊이가 없으며 공부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문이 아니다." 라는 주장과 "여성의 현실과 상관없이 너무 어려운 이야기만 한다."는 견해는, 사실 같은 이야기다. 이것은 모두 기존의남성 중심적인 학문 개념에서 나온 편견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중에 여성학은 학문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므로,
여성학이 여성 현실과 거리가 있어서 여성운동에 도움이 안 된다.
라는 비판에 대해서만 말하겠다. 

법학이나 물리학의 ‘어려움‘은, 그학문을 비판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언제나 여성학이 어려운 것만 문제가 된다. 나는 여성학은 어려워야 하고,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학문이 어렵고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러한 기존 학문은 지배 계급의 도구였다. 만일 여성학이 어렵다면, 그것은 여성학자가 현학적이어서가 아니라 여성주의가 익숙하지 않은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 P65

여성학의 내용이, 여성 ‘현실과동떨어져 있지 않다면, 새로운 세계를 향한 상상력과 용기를 주지않는다면 존재할 필요가 없다. 

여성학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 P66

‘어머니와 창녀‘라는 마리아의 이중적 의미는 가부장제의 기본 작동 원리, 모형이다. 모든 이분법이 그러하듯 ‘어머니와 창녀‘라는 여성에 대한 이분법적 분류도 사물의 동일한 측면,
비슷한 성질을 극단적으로 양극화한 것과 다름없다. 어머니와 ‘창녀는 남자(아들)를 위해 같은 목적으로 일한다. 다만 상황에 따라하는 일이 조금 다를 뿐이다.
- P69

‘정상인‘을 중심으로 장애인이 범주화될 때, 몸이 조금만정상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그들은 장애인으로 분류된다. 이처럼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장애인 사이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 중심 사회에서 개인으로서 여성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 모든 여성은 어머니라는 생각 때문에 여성은 다 같다고간주된다. 그래서 한 여성의 실수나 무능력은 언제나 전체 여성을욕 먹이는 일이 된다.
- P71

남성은 사람이기 때문에모든 남성 명사에는 
인(人)이 붙지만, 여성 명사에는 녀(女)가 붙는다. 

우리말 여성형 지칭에서 유일하게 인자(人字)가 붙는 경우는 미망인(未亡人, 남편을 따라 죽지 않은 여자)뿐이다.
(이 용어는 남편이 사망하면 아내가 뒤따라 죽는 인도의 사티 풍습의 한국판이라 할 수 있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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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29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멋진 문장들이에요 ~미미님 많은 밑줄 따라 읽으니 책을 읽는 기분이 듭니다^^

미미 2021-05-29 20:45   좋아요 2 | URL
아 모든 대목이 주옥같아서 놀라고 있습니다. 왜 여성학 기본 도서인지 알겠어요! 칼같고 뼈같고 불같아요.ㅋㅋㅠㅇㅠ👍

scott 2021-05-30 0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망인(未亡人, 남편을 따라 죽지 않은 여자)]
몰랐네요 이런 뜻인지!! 인도의 사티 풍습의 한국판ㅜ.ㅜ
[차이가 차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차이를 구성한다.]
오늘의 밑줄 쫘악~५✍⋆*

미미님

굿! 나잇!
ʕ ̳• · • ̳ʔ
/ づ..🌙.。*=͟͟͞͞..🌙.。*

미미 2021-05-30 00:24   좋아요 2 | URL
저도 몰랐어요!알아가는 즐거움에 들뜬 주말입니당ㅋㅋ스콧님도 굿밤 되세요!ଘ꒰◍ॢ•ᴗ•◍ॢ꒱༌✩🌙⭐🌙

다락방 2021-05-30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선생님은 진짜 사고 확장의 폭이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의 들을 때마다 또 다른 내가 되어 강의장을 나오는 것 같았는데, 이미 두 번 읽은 책인데도 오늘 미미님의 밑줄을 보니 다시 읽으면 또 다른 것들이 올거란 생각이 듭니다.

미미 2021-05-30 15:50   좋아요 0 | URL
아 강의도 들으셨군요!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일부 발췌가 아쉬울 정도로 모든 대목이 가슴에 꽂히네요~ㅠㅇㅠ♡

공쟝쟝 2021-05-31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으... 이 책 진짜 최고지여.. 버릴문장이 없음 ㅜㅜ

공쟝쟝 2021-05-31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삼독 해야겟음...ㅜㅜㅜㅜㅜ 뜨아

미미 2021-05-31 14:50   좋아요 1 | URL
으아ㅠㅠ 북마크를 엄청 붙여대고 있어요.명불허전입니다~♡♡
 

캉브르메르 씨는 감각 전환에 의해 코로 당신을 보았다. 캉브르메르 씨의 코는 추하지 않고 오히려 지나치게 잘생기고 커서, 그 중요성에대해 지나치게 자만한다고 할 수 있었다. 휘어지고 광이 나고번들거리고 새롭게 반짝거리는 코는, 그의 눈길에 부족한 재치를 보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런 묘사 넘 좋다!) - P108

불행하게도 눈이 때로 우리의 지성을 폭로하는 기관이라면, 코는(게다가 우리의 이목구비사이에 존재하는 내적인 긴밀함과 상호 간에 미치는 그 예기치 못한파급 효과가 무엇이든 간에) 일반적으로 어리석음이 가장 쉽게드러나는 기관이다.
- P109

그녀가 보기에 충분히 현대적이지 못한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지성에서 마음으로 가는 여정이 오래 거린다고 말했다. 

ㅡ라이프니츠의 <변신론>1710 3부에 나오는 말이다. - P127

물론 사람의 ‘광기‘란 견디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시간이 가면서 깨닫게 되는 불균형은, 보통 섬세한 생각을 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인간의 두뇌에 섬세한 생각이 들어가면서 생기는 결과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력적인 사람들의 기이한 모습에 분노하는데, 사실 매력적인 사람치고 기이한점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 P160

우선 그는 자신이 샤를뤼스 씨가 그런 시시한 일에 마음을 쓴다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지적인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다.
"이런 아무것도 아닌 일에 대해 말씀드리는 걸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말을 시작했다. "당신이 그런 일을 무시한다는걸 압니다. 부르주아 정신을 소유한 사람들은 그런 일에 유의하지만 다른 사람들, 즉 예술가나 정말로 그와 같은 부류의사람들은 개의치 않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나눈 첫 몇 마디부터 저는 당신이 그런 부류에 속하는 분임을 알아보았습니다!
" 이 말에 아주 다른 의미를 부여한 사를뤼스 씨는 몸을 움찔했다. 의사의 윙크 다음으로 ‘주인‘의 모욕적인 솔직함에 그는 숨이 막혔다.

(ㅋㅋㅋㅋㅋㅋㅋㅋ상상이 막 되는!) - P161

마치 바흐의 몇몇 작품이 오늘날의 오케스트라에서는 그 특이한 음을 가진
‘작은 트럼펫‘이 없어서 결코 정확히 연주되지 않는 것과도같다. 
- P162

게다가 나는 샤를뤼스 씨의 높은 목소리가 압도하는 그 웅성거리는 대화소리 때문에 더 이상 편지를 읽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화제를 포기하지 않고 캉브르메르 씨에게 얘기를 이어 갔다. 

"당신 자리에 내가 앉기를 바라는 모습이, 오늘 아침 내게 ‘샤를뤼스 남작 각하께‘라고 봉투에 쓰고, 저하‘ 라는 말로 편지를시작한 사람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사실 당신에게 편지를보낸 분이 조금 과장했나 봅니다." 하고 캉브르메르 씨가 조심스럽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대답했다. 

샤를뤼스 씨는 웃음을 유발해 놓고 같이 웃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사실, 친애하는 선생," 하고 샤를뤼스 씨가 말했다. "문장학적으로 말하면 그 사람이 옳다는 건 당신도 알 거요. 당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이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해서 하는 말이 아니오. 남의일인 것처럼 말하는 거요. 어쩌겠소, 역사는 역사고, 우리는그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샤를뤼스 캐릭터 넘 웃김) - P169

인간은 하룻저녁에도 보통 때는 환대를 받던 모임에서 자신이 지나치게 경박하고 유식한 체하며 세련되지 못하고 무신경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짐작하면서비참한 마음으로 귀가한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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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29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권 9권 에 나오는 등장 인물은 제가 읽은 페이지 까지는 아직 안나왔어요 ㅎㅎ( ‘나‘ 빼고 ) 엄청 빠르시네요 ^^

미미 2021-05-29 20:28   좋아요 1 | URL
아 제가볼땐 이 사람들은 내용상 중요한 인물같진 않은데 얼굴에 대해 묘사한게 재밌어서 올렸어요ㅋㅋㅋ독서 러닝 메이트가 AI속도라 애쓰는 중입니다ㅋ^^*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9 - 갇힌 여인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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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거꾸로 읽기' 9권>


10권을 읽고 9권으로 들어가자 주인공의 이런저런 행동과 선택들에 영향을 주게 된 자세한 상황들이 펼쳐졌다. 10권의 주요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베르뒤랭네 만찬에 가기 전 여자친구인 알베르틴과 나 사이의 미묘한 사랑의 줄다리기가 9권의 핵심 내용이다. 9,10권의 부제가 '갇힌 여인'인데 이는 주인공이 자신의 집착으로 동거중인 알베르틴을 세상과 어느정도 단절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알베르틴은 남자친구에게 능수능란한 거짓말을 하며 비밀스럽게 본인의 쾌락을 추구한다. 하지만 극도로 예민하고 관찰력이 좋은 그는 점점 거짓말의 모순과 그 근거들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읽으면서 이정하의 시가 떠올랐다.


사랑이 깊어질수록-이정하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녀)와는 멀어지도록 노력하라.

좁은 새장으로는 새를 사랑할 수 없다.

새가 어디를 날아가더라도 당신 안에서
날 수 있도록 당신 자신은 점점 더 넓어지도록 하라.


사랑이 깊어질수록 대개의 사람들은 소유와 집착에서 비롯되는 

의존의 아픔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아닐터

구속하거나 사로잡는 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은 어떤 것도 원하지 않으며

모든 애착으로부터도 자유로와 지는 것이다.

참으로 신비하게도 사랑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아야 스스로 가득 찰 수 있다.

만일 지금 당신이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다면

더 이상 바라지도 더 이상 가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사랑 하나로만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연애사업에 몰두했을 때 내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영화 '와호장룡'그리고 이정하 시인의 이 시(詩)였다. 모든 고통은 집착에서 비롯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어쩌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린 사랑에 빠짐과 동시에 객관성을 상실하고 스스로 만들어낸 올가미에 갇힌 채로 때로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오래남을 상처를 남긴다. 

시가 압축한다면 프루스트는 확장한다. 시인들이 우주적인 관점에서 사랑을 비롯한 모든 것을 압축하고 은유한다면 프루스트는 양자역학처럼 모든 관계와 관념을 확장해 자세히 들여다 본다. 예를들어 그는 사랑에서 비롯되는 여러가지 역학의 비 논리성을 간파하면서도 그 안에서 유영(泳)하듯 행복만이 아닌 고통도 즐기고 만끽한다.  


P.242 그녀는 뭔가 사랑의 상념에 잠길 때면, 또 우리의 존재가그녀를 귀찮게 하고 짜증 나게 할 때면 휘파람을 불지 않았던가? 그녀는 이런저런 사람을 알거나 알지 못한다고 지금 우리에게 단언하는 것과 모순되는 말을 과거에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며 앞으로도 결코 알지 못한 채, 꿈의 일관성 없는 파편들을 찾으려 애쓰며, 그동안에도 우리 애인과의 삶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알지 못하게 하고 어쩌면중요하지 않은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게 하며, 그리하여 우리와 실제 연관이 없는 존재들에 대한 악몽만을 꾸게 하는 우리의 방심한 삶, 망각과 균열과 공허한 불안으로 가득한 삶, 꿈과도 흡사한 삶은 계속된다.


p.297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존재, 아니 거의 모든 존재에게는 어느 정도 야누스 같은 면이 있어서, 그 존재가 우리 곁을 떠나려고 할 때는 상쾌한 얼굴을, 그 존재가 영구히 우리 소유 아래 있음을 알 때는 침울한 얼굴을 보여 준다.




야누스의 두 얼굴 <이미지 출처: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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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29 15:19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존재, 아니 거의 모든 존재에게는 어느 정도 야누스 같은 면이 있어서, 그 존재가 우리 곁을 떠나려고 할 때는 상쾌한 얼굴을, 그 존재가 영구히 우리 소유 아래 있음을 알 때는 침울한 얼굴을 보여 준다.] 프루스트는 연필을 쥔 심리 학자라고 생각합니다.
프루스트 기억의 알베르틴의 애교점은 어느 순간에는 턱에 있다가 입술로, 입술에서 눈 아래 광대뼈로 옮겨지는데
우리가 사랑하는 이의 어떤 순간 어떤 모습을 기억 하는지 그시절의 마음, 심리 상태 마다 점의 위치가 바뀌듯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는것!
우리 안의 야누스적인 모습을 프루스트가 일깨워주네요.
미미님이 한권씩 읽어나가시는 프루스트의 잃시찾
알랭보통씨 글보다 공감할 점이 많습니다. ^ㅅ^

미미 2021-05-29 15:34   좋아요 8 | URL
‘연필을 쥔 심리학자‘정말 딱이네요!! 알베르틴 성격참 탐구대상입니다.ㅋㅋ 애교점 이동 재밌는데다 그녀답기도하고 상대적인 관점에서 심리변화를 은유한 걸 수 있겠네요! 프루스트를 많이 음미하고 계신 스콧님 칭찬에 저 훨훨 날아갑니당 마침 알랭드보통 좋아하는데 말이죠. 그책 다시 장바구니 상단에 킵! 헤헷~^^*♡

mini74 2021-05-29 16:4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가끔 얼굴이 4개인 야누스도 있답니다. ㅎㅎ 시가 압축한다면 프루스트는 확장한다. 이 말에 무릎을 탁 치며 정조임금이 왜 문체반정을 했는지 눈곱만큼 이해가 가는 일인입니다 ㅎㅎ( 농담이에요) 미미님 거꾸로 읽어도 되는 군요. 전 매일 20페이지씩이라도 읽자 가 목표입니다 *^^*

미미 2021-05-29 16:55   좋아요 6 | URL
저 바로 문체반정 찾아보다가 ‘열하일기‘ 장바구니 넣었어요ㅋㅋㅋ기대이상으로 좋은 문장이 많아서 찾는 재미가 있네요^^*♡

그레이스 2021-05-29 16:57   좋아요 6 | URL
프루스트에서 문체반정으로 열하일기로^^;;;
이 흐름은 뭔가요?
미니님 문체반정 이야기 100% 공감 ㅎ

미미 2021-05-29 17:01   좋아요 6 | URL
정조의 과거 정책에 대한 저 나름의 쌩뚱반발입니다ㅋㅋㅋㅋㅋ

mini74 2021-05-29 20:36   좋아요 5 | URL
고미숙의 열하일기를 저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박지원님 완전 개그캐릭터입니다 ㅎㅎ

미미 2021-05-29 20:43   좋아요 3 | URL
오 종류가 많았는데 고미숙님 버전으로 담아놓길 잘했네요! 그리스로마신화도 추천해주세요!😆

mini74 2021-05-29 20:50   좋아요 3 | URL
뉴욕에 헤르메스가 산다 가 전 가볍고 재미있었어요. 저는 첫 시작은 이윤기님 책으로 했어요 *^^*

미미 2021-05-29 20:55   좋아요 3 | URL
오 감사해요!! <뉴욕에 헤르메스..>는 첨 들어봐요!둘다 쏙쏙ㅋㅋㅋ

새파랑 2021-05-29 18: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역순으로 읽어도 리뷰가 써지는 군요~!! <사랑이 깊어질수록> 시 너무 너무 좋아요~! 프루스트는 ‘확장‘에 너무 공감이 됩니다~ 전 2권 읽는중인데 아직까지는 주인공이 어린이에요 ㅋ

미미 2021-05-29 18:18   좋아요 5 | URL
강타의 노래 중 ‘북극성‘에도 초반 이 시의 일부가 나오는데 잘 어울려요.^^* 거꾸로 보기만의 장점이 있지요ㅋㅋㅋ

페넬로페 2021-05-29 20:2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거꾸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특이하면서도 흥미로워요^^
제 성격상 전 이런 시도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 미미님의 프루스트 읽기가 재밌기도 해요~~
사실 리뷰가 내용의 줄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데 내용을 서술하지 않고 이렇게 압축적으로 책의 느낌을 잘 쓰시는게 참 대단하네요~~
이정하시인의 시도 좋고요^^
지금 읽고 있는 모라비아의 <경멸>과도 너무 일맥상통해서 감탄하는 중입니다~~

미미 2021-05-29 20:39   좋아요 6 | URL
아 페넬로페님 <경멸> 읽고 계시는 군요!!! 거기 오디세이 이야기로 주제를 암시하는 부분 너무 기발해요! 항상 그렇지만 오늘도 쥐어짜듯 써놓고 부끄러웠는데 좋은 점을 찾아주시니 북플의 에메랄드같은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나탈리 2021-05-29 21: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하시고 거꾸로 읽으시는건가요????!!! 매년 제 새해 목표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하기.... 저는 늘 6권즈음에서 포시해서요 ㅠㅠㅠ
시랑 너무 잘 어울리는거 같네요! 저도 다시 프루스트 완독을 도전하고 싶습니다>.<

미미 2021-05-29 21:2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이번이 프루스트 읽기 처음인데 1권에서 몇번이나 실패해서 거꾸로 읽기 시작했어요^^* 6권까지면 꽤 많이 나가셨네요! 작가들조차 언급을 많이해서 읽었는데 왜 그런지 점점 알아가고 있어요. 다읽음 1권부터 정방향도 도전해 보려구요.😆

나탈리 2021-05-29 21:59   좋아요 2 | URL
아하 ㅋㅋㅋㅋ 실패해서 거꾸로 읽기라니 신박한 방법인데요?!!!! 저도 또 실패하면 한번 써먹어야겠어요 ㅎㅎㅎ
오 사실 저도 프루스트는 작가들이 많이 언급해서 읽게 된건데, 똑같네요 ㅎㅎㅎ
처음에 지루한 부분만 넘기면 뭐랄까 점점 계속 곱씹게되는 부분들이 생기는 책인거같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서사가 장대하다보니 따라가기가 벅차는? 그래도 미미님 리뷰보니까 또 읽고싶어서 킵해두려고요, 미미님도 완독 기원합니다😉😉😉

미미 2021-05-29 22:04   좋아요 2 | URL
네ㅋㅋㅋㅋ감사해요! 모호한 부분은 대충 넘어가고 곱씹을 부분에 집중하니 읽어나갈수 있는 것 같아요ㅋㅋ나탈리님도 꼭 완독하시기를 응원할께요!🤗🤗🤗👍👍
 

"질문을 살아요?"

"네, 질문을 사는 겁니다. 오랜 시간 마음 한구석에 질문을 품는 거예요. 질문을 살아내는 거죠.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해결책을 찾아버려요."
- P69

마음의 대답에 도착하려면 인내심도 필요하지만 기꺼이 자신의 무지와 한자리에 앉으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끝없는 해야 할일 목록에서 또 하나를 지우려고 성급히 문제 해결을 향해 달리는 대신, 의혹과 수수께끼의 곁에 머무는 것. 여기에는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조롱할 것이다. 내버려두라고, 제이컵 니들먼과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비웃음은 지혜의 대가다.
- P69

좋은 질문은 그렇다. 사람을 단단히 붙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좋은 질문은 문제의 프레임을 다시 짜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좋은 질문은 문제의 해답을 찾게 할 뿐만아니라 해답을 찾는 행위 그 자체를 재평가하게 만든다. 

좋은 질문은 똑똑한 대답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침묵을 끌어내기도 한다.
고대부터, 소크라테스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인도의 현자들은브라모디야brahmodya 라는 시합을 펼쳤다. 참가자들의 목표는 절대적 진리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이 시합은 언제나 침묵으로 끝이났다. 작가 카렌 암스트롱은 이렇게 설명한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언어로는 역부족임을 깨닫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것을 직감할 때 통찰의 순간이 찾아왔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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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29 0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끝없는 해야 할일 목록에서 또 하나를 지우려고 성급히 문제 해결을 향해 달리는 대신, 의혹과 수수께끼의 곁에 머무는 것. 여기에는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조롱할 것이다. 내버려두라고, 제이컵 니들먼과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비웃음은 지혜의 대가다.]
오 역쉬 소크라테스의 조언! 밑줄 쫘악 ५✍⋆*
미미님 굿 나잇!
─── ・ 。゚☆: *.☽ .* :☆゚. ───• 🌛 🌛 •

미미 2021-05-29 00:34   좋아요 2 | URL
역시 또 저랑 같은 문장 꼽으심요ㅋㅋ스콧님도 굿밤 되세요!🌛🌛🌌♡٩(๑>∀<๑)۶♡

새파랑 2021-05-29 0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분의 케미가 너무 재미있어요^^ 이 책도 문장이 정말 좋은거 같아요. 미미님이 많이 밑줄 소개하셔서 책 따로 안읽어봐도 될듯 하네요~!!

미미 2021-05-29 10:49   좋아요 2 | URL
ㅋㅋㅋ제가 좋은 것만 계속 뽑아 볼께요!^^*

scott 2021-05-29 11:49   좋아요 2 | URL
미미님의 발췌문장 읽으며
하루 명언으로 삼고 있습니다 。•ﻌ•。ฅ ✩

미미 2021-05-29 12:47   좋아요 2 | URL
더 열심히 발췌해야 겠어요ㅋㅋ
( •͈ᴗ⁃͈)ᓂ--♡

행복한책읽기 2021-05-29 11: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질문을 살아내다. 아. 무쟈게 맘에 듭니다.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머리를 다르게 회전시킨다는 거잖아요. 그런 다른 회전 방식이 삶의 태도도 바꾸는 것 같아요. 왜 그래야 해요? 이런 질문 자꾸 던졌다가 엄마한테는 잔소리 듣고, 샘들한테는 뺨 맞고. 저 뺨도 맞아본 여학생. ㅋㅋㅋ

미미 2021-05-29 12:50   좋아요 1 | URL
헉 뺨까지요?!!ㅠ 아 저에게도 학창시절은 주입식,한 방향 수업이었어요. 담아둔 질문만 차곡차곡.그게 쌤들에게 젤 쉬운방식인건 나중에 알았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