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가 보기에 잘못된 양육을 비롯한 모든 악행은 악의가 아닌 무지에서 나온다. 만약 우리의 실수가 (아이에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특정 덕목에 대한 참된 이해는 도덕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안다는 것은 행동을 수반한다. 우리는 "나도 잘 아는데 그게 잘 안된다"라고 너무 쉽게 말한다. 하지만 진짜 안다면 실천하게 된다. 잘 안된다는것은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아직 모르는 상태인 것이다.) - P59

진지한 질문은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다. 진지한 질문에는 위험이 따른다. 마치 어두운 방 안에서 성냥에 불을 붙이는 것처럼말이다. 우리는 불빛이 방을 비췄을 때 괴물이 보일지, 경이로운광경이 보일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성냥에 불을 붙인다. 그렇기에 진지한 질문은 자신감이 아닌, 10대와 같은 머쓱함과 어색함으로 머뭇머뭇 서투르게 발화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에게 그보다 더 중요하고 용감한 행동은 없었다.
- P61

우리가가진 모든 제도와 사회 양식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만 최선을 다합니다."
니들먼은 잠시 입을 다물고 자신의 말이 캘리포니아의 부드러운 공기 속을 천천히 떠다니게 둔다. 나는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깨닫는다. 문제를 경험하기 전에 해결하는 것은 식재료를 구매하기 전에 요리를 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너무 자주 우리는 가장빠른 해결책, 또는 가장 편리한 즐거움에 손을 뻗는다. 우리의 무지와 한자리에 앉는 것만은 어떻게든 피하려 한다.
- P63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은 누구든 논쟁에 말려들기 쉽고,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든 간에 소크라테스가 졸졸 따라다닐 것이며, 결국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소크라테스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일단 소크라테스와 얽히면 소크라테스에게 철저하고 완전하게 털리기 전까진 그를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
- P65

소크라테스와의 대화가 좌절스러운 것은 꼬치꼬치 캐묻는 다섯 살짜리와의 대화가 좌절스러운 것과 비슷하다.

저녁으로 아이스크림 먹어도 돼?
안 돼.
왜?
왜냐하면 아이스크림은 몸에 나쁘니까.
왜?
왜냐하면 설탕이 들어 있으니까.
설탕이 몸에 왜 나빠?
왜냐하면 지방 세포에 저장되니까.
왜?
원래 그런 거야! 이제 네 방으로 가.

(정말 소크라테스식 질문의 집요함이다.ㅋㅋ)
- P65

피터 크리프트는 말한다"다른 사람을 짜증나게 하지 않는 사람은 철학자가 아니다" - P66

지금이나 그때나 똑똑한 척으스대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현학적 수사라는 연막을 소크라테스는 꿰뚫어 볼 줄 알았다. 훌륭하군. 당신은 용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장군이야. 신앙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하는 목사야,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부모야.
- P66

소크라테스의 목적은 모욕을 주는 것이 아니라 빛을 밝혀 일종의 지적 광합성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정원사였다.
"마음속에 당혹스러움을 심고 그것이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는것만큼" 그가 좋아하는 것은 없었다.

이렇게 당혹스러움을 심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었다.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는 것을, 특히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는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소크라테스의 대화는 종종 격앙되곤 했다. 《고르기아스》에 등장하는 인물은 이렇게 말했다. "소크라테스, 나는 당신 말을 이해할 수 없소. 그러니 당신 말을 이해하는다른 사람을 찾으시오. 당신은 폭군이오, 소크라테스, 이 논쟁을끝내거나, 아니면 나 아닌 다른 사람과 논쟁을 벌이시오." 가끔은심한 말 이상의 것이 오가기도 했다. 3세기에 활동한 전기 작가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사람들은 주먹으로 [소크라테스를] 때리고 그의 머리카락을 뜯어냈다"고 전한다.
- P67

소크라테스가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한 데에는 좋은 뜻이 있었다. 바로 더 선명한 시야를 위해서였다. 소크라테스는 검안사였다. 사람들은 잘못된 도수의 안경을 쓰고 돌아다닌다. 이런 실수는 당연히 보는 방식과 보는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왜곡된 현실을 유일한 현실로 착각한다. 심지어 자신이 안 맞는 안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하루 종일 휘청거리며 가구에 부딪치고 사람들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내내 가구와 사람들을탓한다. 소크라테스는 이를 어리석고 불필요한 것으로 여겼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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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21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매 페이지가 밑줄이네요! 밑줄만 봐도 재미있을거 같아요 ㅋ

미미 2021-05-21 08:23   좋아요 1 | URL
네^^* 지루한 부분도 조금 있었는데 괜찮은것 같아요ㅋㅋ
 

인생의 행로에서 우리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것은 작고 사소한 것들이다.  - P53

"당신이 나서서 그 일에 수선을 피울 필요는 없잖아, 아이다. 그건 당신이 참견할 일이 아니야."
"내 일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알아." 아이다가 말했다. 하지만그렇게 말한다면 그 누구의 일도 아니지, 그녀는 마음속으로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 말고는 의문점에 대해 질문을 던질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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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이거 - 2008년 부커상 수상작
아라빈드 아디가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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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인듯 다큐아닌 다큐같은 소설이다. 블랙코미디로 점철되어 있는 이 이야기는 인도의 빈민가 락스만가르에서 이름도 없이 자란 한 소년의 성장기다. 그는 인도를 방문하기로 예정되어있는 중국의 지오바오 총리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고백이 담긴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줄거리 전체가 서간체의 형식을 띄고 있다. 할머니를 포함해 그의 대가족은 '어둠의 세계'에서 수탉장의 닭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카스트 중에서도 하위 계급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그마저도 빼앗기고 인력거를 몰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삶을 살아간다. 


p.85 자, 요약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옛날 옛적의 인도에는 천 개의 카스트와 천개의 숙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딱 두 개의 카스트만 남았어요: 배때기가 커다란 남자들, 그리고 배때기라곤 없는 남자들. 그리고 숙명 또한 딱 두 가지뿐이랍니다: 먹거나, 먹히거나.


도시는 미국과 서방 세계의 투자로 고층 건물이 세워지고 화려하게 빛나지만 상대적으로 빈곤지역인 그가 사는 곳에는 가난에 찌든 비참한 인생들이 그마저도 각종 비리와 강자들의 착취로 노예처럼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말 : 인도가 거대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데다, 머잖아 중국과 더불어 지구촌을 서구로부터 이어받을 가능성이 대두되는 이 시점에서 나와 같은 작가들이 이 사회의 잔혹한 불의를 들추어 고발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나는 바로 그걸 시도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좀 더 폭넓은 자기성찰이다. 


P.204 여기 인도에는 독재라는 것이 없답니다. 비밀경찰도 없구요.

우리에겐 닭장이 있잖아요. 인류 역사의 어느 장에도 이처럼 소수의 인간들이 이처럼 대다수에게 이처럼 많은 것을 빚지고 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지아바오 선생님, 이 나라의 몇몇안 되는 사람들이 나머지 99.9 퍼센트를 어느 모로 봐도 그들에 못지않게 강하고, 못지않게 재능 있고, 못지않게 똑똑한 나머지를 훈련시켜서 영원한 예속隸屬의 상태에서 살도록 만든 거죠. 그것은 얼마나 튼튼한 속박의 굴레인지, 그의 손에 해방의 열쇠를 쥐어주더라도 그는 욕설을 하며 그걸 되던져버릴 정도입니다.


최근 뉴스에서 가슴아픈 소식을 접했다. 13억 인구로 중국에 이어 두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 그  북부의 주립대병원에 있던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집단으로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마침 코로나 변이로도 인도에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던 때였다. 이 병원이 업체에 대금지급을 지연하자 의료용 산소통 공급이 끊겼고 이로인해 아이들이 단체로 희생된 것이다. 급성뇌염환자가 늘어나는 시기와 맞물려 현재까지 이 병원에서 사망한 어린이는 63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참고:경향신문."비극아닌학살") 


P.206 뉴델리 국립공원에 가면 화이트 타이거를 가두어둔 우리 옆에 표지판이 하나있는데, 거기에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당신이 우리 안에 있다고 상상해보라!
제가 그 표지를 봤을 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응, 나는 할 수 있어, 나는전혀 아무런 문제도 없이 그렇게 상상할 수 있어!


이 소설을 읽다보면 인도의 병원에서 이런 부조리한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발람 할와이란 이름을 얻게된 주인공은 인력거를 몰던 아버지나 키샨형처럼 살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는 한 세대에 딱 한번만 나타난다는 화이트타이거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최근 영화로도 제작되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원작과는 조금 차이가 나지만 먼저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것도 낯선 인도 문화를 접하는 길잡이가 되어준다.


P.288 "그대는 여러 해를 두고 열쇠를 찾고 있었도다. 
그러나 문은 줄곧 열려 있었던 것을"



<사진출처:https://m.cafe.naver.com/ca-fe/web/cafes/seodae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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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20 15: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보면 단순히 인도의 뿌리 깊은 계급 차별 문제가 아닌 인간 내면 깊숙한 곳 각기 다른 기준으로 구별짓는 차별과 편견을 품고 사는 인간의 이중성 ,경제의 양극화로 인한 중상층들의 몰락,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부패까지 전 지구촌의 문제의 용광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죠.
[지금은 딱 두 개의 카스트만 남았어요: 배때기가 커다란 남자들, 그리고 배때기라곤 없는 남자들. 그리고 숙명 또한 딱 두 가지뿐이랍니다: 먹거나, 먹히거나.]
오늘의 밑줄 쫘악~✍

미미 2021-05-20 15:32   좋아요 6 | URL
‘전 지구촌 문제의 용광로‘라니 탁월한 비유네요! 항상 원작보고 영화 찾아보는데 이 작품은 반대로 해서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스콧님은 정말 모르는게 없으신듯ㅋㅋ^^*♡

페넬로페 2021-05-20 15: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뉴스에서 남미에서도 코로나 환자가 급증해 공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해요. 각자가 산소통을 사서 이용하고 ,줄서서 산소통에 또 산소 채우고~이 소설로 인도에 대해 잘 알 수 있을것 같아요. 굉장히 거대한 나라이지만 중국보다는 아는데 거의 없어 흥미로워요^^

미미 2021-05-20 15:55   좋아요 6 | URL
그쵸!저는요 중국도 인도도 아프리카도 남미도 너무 너무 몰라요~^^;;사는 동안 한곳 한곳 알아가려구요. 코로나로 각 나라의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느낌예요! 이번에 이 소설로 인도에 대해 공부까지되고 좋았어요~♡

Falstaff 2021-05-20 16: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낚시에도 함 걸려보자!!!!! ㅋㅋㅋ

미미 2021-05-20 16:27   좋아요 5 | URL
아 큰 물고기를 제가 오늘 낚았나요!^^*글에 쓰려다 깜빡했는데요. 문체가 팔스타프님 분위기였어요!!ㅋㅋ안그래도 추천드리고 싶었는데 뒤쪽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니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새파랑 2021-05-20 16: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인도도 정말 빈부격차가 심한거 같아요. 아직 발전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는거 같아요. 이렇게 또 인도에 대해 알아갑니다.(이미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책 ㅎㅎ)

스팅 이노래 정말 좋아요^^ 이런날 어울리는 노래~!! 이미 들어보셨을 수도 있는데 스팅의 ˝Englishman in New York˝ 도 추천합니다~!! 가사가 완전 좋음★★

미미 2021-05-20 16:32   좋아요 6 | URL
주인공이 운전수로 고용되는데 차에서 스팅을 자꾸 틀길래 제맘대로 이곡을 올려봤습니다.^^*그 노래도 좋아해요ㅋㅋ 읽으면서 여러번 놀랬는데 닭장이란말이 그냥 비유가 아닌듯해요.😔🥲

mini74 2021-05-20 17:1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니 안나와디의 아이들 생각나요. 유머를 뺀 화이트 타이거 느낌 ! 저도 낚여 봅니다 행복하게 *^^*

미미 2021-05-20 18:14   좋아요 4 | URL
엇! 저도 미니님 댓글에 냉큼 낚임요!! ㅋㅋ도서관 바구니에 숑~^^*♡

붕붕툐툐 2021-05-20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블랙코메디라는 말에 관심이 확! 일단 유머가 제 스탈~ 백호 넘나 멋지다용!!(근데 저 이책이 너무 친숙해요. 왤까요?🤔)

미미 2021-05-20 23:30   좋아요 1 | URL
넷플보심 영화먼저보고 읽으시면 이해가 더 수월하고요. 아니어도 툐툐님이라면 여기나오는 풍자를 어렵지않게 소화하실듯해요^^♡ 레삭매냐님이 알려주신 책이예요!

바람돌이 2021-05-21 0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스팅 너무 좋아요. 인도는 요즘 인도발 소식들이 너무 암울한 것들이 많아서 그냥 좀 우울.... ㅠ.ㅠ

미미 2021-05-21 00:48   좋아요 2 | URL
그렇죠.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도 워낙 높고. 요즘 뉴스에 자주 언급되는 것 같더라구요.
변이까지ㅠㅇㅠ
 

어쩌면 각하께서도 이 헌책 시장 얘기는 이미 들어보셨는지도 모르겠군요.
세계의 몇 안 되는 기적 중 하나이니까 말입니다. 델리 게이트에서부터 레드 포트(Red Fort) 앞의 시장에 이르는 길에 계속해서 도로 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책들, 지저분하고, 시커멓게 변해 썩어가고 있는 온갖 주제를 기술, 의학,
성적 쾌락, 철학, 교육, 외국 등등 - 

다루고 있는 수만 권의 책들, 어떤 책들은얼마나 낡았는지 손만 대도 바스러지고, 어떤 책들은 금붕어의 먹이가 되는가하면, 방금 홍수로부터 구해낸 것처럼 보이는 책도 있고, 화재에서 건져낸 것처럼 보이는 책도 있지요. 이 길에 있는 점포는 대부분 셔터를 내리고 있으나, 식당들은 여전히 문을 열고 있어서, 튀긴 음식 냄새가 썩어가는 종이 냄새와 한데섞입니다. 식당 통풍기 안 여기저기 녹이 슨 환기팬들은 거대한 나방의 날개처럼 천천히 돌아갑니다.
- P287

"그대는 여러 해를 두고 열쇠를 찾고 있었도다. 

그러나 문은 줄곧 열려 있었던 것을"
- P288

자, 총리 각하, 보십시오, 날이면 날마다 수천 명의 외국인들이 깨달음을얻겠노라고 우리나라를 찾습니다. 그들은 히말라야나, 베나라스나, 혹은 보드가야 같은 곳으로 갑니다. 그들은 괴이한 요가 자세를 취하고, 대마초를 피우고, 이런저런 성자들이랑 질펀하게 놀아나고, 그리고는 깨달음을 얻었노라고생각하지요.
쳇, 깨달음은 무슨!
- P313

어쩌면 백 년에 한 번쯤 혁명이 일어나 가난한 자들을 풀어주겠지요. 저는것차 파는 판매대에서 기름이 줄줄 흐르는 사모사를 포장하는 데 사용하는 낡은전전교과서 몇 페이지에서 이걸 읽었습니다. 

있잖아요, 각하, 역사상 오직 네 사람만이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노예들을 해방하고 주인들을 살육했다고, 그교과서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각하의 고국이 낳은 마오
네 번째 사람은, 글쎄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히틀러였던가...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다섯 번째 이름이 위의 리스트에 첨가될 것 같진 않습니다.
인도 혁명이라굽쇼?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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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신경을 쓸 것 같지 않아요. 주인님, 어둠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지 아시잖아요? 애들이 여덟, 아홉, 열씩 있고, 어떤 경우에 자기 아이들 이름조차 모른답니다. 이 아이의 부모들이 설사 지금 델리에 있다 하더라도, 또 설사 그 아이가 오늘 밤 어디 있는지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경찰에 신고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 P194

각하

각하께서 여기 당도하시면, 인터넷부터 시작해서 푹 삶은 달걀에다가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들은 우리 인도사람들이 발명했는데, 그걸 영국인들이훔쳐갔을 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으실 겁니다.
말도 안 됩니다. 우리나라의 일만 년 역사에서 태어난 것들 중 가장 위대한것은 수탉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201

닭장 안의 수탉들은 위에서 떨어지는 피 냄새를 맡고, 형제들의 내장이 주위에 휘날리는 것을 봅니다. 다음엔 자기가 똑 같은 신세가 되리라는 걸알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항거하지 않습니다. 닭장 안에서 나오려고애쓰지도 않습니다.
- P202

델리의 도로 위에는 매일같이 자가용 기사들이 뒷좌석에 검은 서류가방만이 놓여있을 뿐 텅텅 빈 차를 몰고 갑니다. 그 가방 안에는 일백만, 이백만 루피가 들어있지요. 그 기사가 살아있는 동안 절대 보지 못할 어마어마한 금액의 돈,
그 돈을 가로챈다면 미국이나 호주, 아니, 어디로든 달아나 새 삶을 시작할 수도있을 겁니다. 평생 꿈만 꾸었고, 항상 밖에서만 보았던 최고급 호텔에 들어갈 수도 있겠죠. 식구들을 모두 데리고 고아나 영국으로 갈 수도 있을 걸요. 하지만그는 그 검은 가방을 주인이 시켰던 곳으로 가지고 가는 겁니다. 그리고 시키는대로 그걸 조용히 내려놓고, 단 한 푼도 손대지 않는 겁니다. 왜일까요?
- P203

아, 위대한 인도의 수탉장! 중국에도 이와 비슷한 게 있습니까? 글쎄, 있을것 같지 않군요, 지아바오 선생님, 그런 게 있다면 뭣 땜에 공산당이 굳이 사람들에게 총질을 하고, (저도 중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듣기만 했습니다만) 한밤중에 비밀경찰이 집에 쳐들어가 사람들을 감옥에 처넣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여기 인도에는 독재라는 것이 없답니다. 비밀경찰도 없구요.

우리에겐 닭장이 있잖아요.
인류 역사의 어느 장에도 이처럼 소수의 인간들이 이처럼 대다수에게 이처럼 많은 것을 빚지고 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지아바오 선생님, 이 나라의 몇몇안 되는 사람들이 나머지 99.9 퍼센트를 어느 모로 봐도 그들에 못지않게 강하고, 못지않게 재능 있고, 못지않게 똑똑한 나머지를 훈련시켜서 영원한 예속隸屬의 상태에서 살도록 만든 거죠. 그것은 얼마나 튼튼한 속박의 굴레인지,
그의 손에 해방의 열쇠를 쥐어주더라도 그는 욕설을 하며 그걸 되던져버릴 정도입니다.
- P204

뉴델리 국립공원에 가면 화이트 타이거를 가두어둔 우리 옆에 표지판이 하나있는데, 거기에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당신이 우리 안에 있다고 상상해보라!
제가 그 표지를 봤을 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응, 나는 할 수 있어, 나는건혀 아무런 문제도 없이 그렇게 상상할 수 있어!
- P206

" "이 책들은 전부 영어 책이야."
"그런데요?"
영어 읽을 줄 알아?"
사내가 왕왕대며 물었습니다.
"그러는 당신은 영어 읽을 줄 알아요?"
제가 반박했습니다.
그렇죠. 바로 그게 먹혀든 겁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치는 하인이 하인에게 말하듯 눙쳤지만, 이제는 남자 대 남자가 된 것입니다. 그는 깜짝 놀라 멈추더니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저를 훑어봤습니다.
"아니, 몰라."
저의 배짱을 알아본다는 듯이 느닷없이 미소를 흘리며 그가 답했습니다.
"그럼, 영어도 모르면서 어떻게 이 책들을 파는 거요?"
"표지만 보면 뭐가 뭔지 척 알거든. 예를 들면 이건 해리 포터라고."
- P236

인간들이 걸을 거라면 어디에서 걸어야겠습니까? 당연히 대자연 속이죠 - 강가에서든지, 공원 안이든지, 수풀 주위로 말입니다.
그러나 델리의 부자들은 도시계획에 대한 예의 그들의 천재성을 과시하면서 구르가온이라는 이 지역을 건설할 때 공원도, 잔디도, 운동장도 전혀 만들지 않았더란 얘기입니다. 그저 건물과, 쇼핑 몰과, 호텔과... 온통 건물뿐이지요. 외곽으로는 갓길이 있긴 합니다만, 그건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결국 ‘걷기‘ 를 좀 하고 싶을 땐, 살고 있는 건물 주위의 콘크리트 위를 걷는 수밖에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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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5-20 06: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읽으셨군요! 화자 입담이 보통이 아니죠? ㅋㅋㅋ

미미 2021-05-20 07:36   좋아요 2 | URL
네!! 쿨캣님도 이 책 보셨군요!! 기대이상이었어요~인도상황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게 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