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 - 거짓 선동과 모략을 일삼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에게 보내는 레드카드
마이클 만 & 톰 톨스 지음, 정태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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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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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 (원제: The Madhouse Effect: How Climate Change Denial Is Threatening Our Planet, Destroying Our Politics, and Driving Us Crazy)>와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원제: Power in the 21st Century: Conversations with John Hall )>의 저자 이름이 공교롭게도 똑같다. 마이클 만 (Michael Mann ).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의 9장에서도  21세기에는 "자본주의가 가진 예기치 못한 환경 파괴성의 위기(39)"에 필연적으로 처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이처럼 두 권 모두 환경 재앙의 심각성을 경고하기에 동일 저자인가 잠시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첫번째 마이클 만은 '하키스틱 곡선'으로 세계적 기후과학자 반열에 오른 대기과학과 교수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이고 두번째 마이클 만은 사회학자이다.
 
독자는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의 영어판 표지 그림에서 예사롭지 않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시사만평가 톨 토스 (Tom Toles 1951~   http://www.gocomics.com/tomtoles ) 의 작품이다. 서문에서 톨 토스와 마이클만은 직업적으로는 교차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시사 만평가'와 과학자가 이례적으로 함께 작업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었다고 집필 이유를 밝힌다. 명명백백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는데도 진실을 은폐하려는 집단은 기부변화에 관한 공론의 장에서 왜곡, 부인,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기후게이트(Climategate)란 사건명을 붙여 기후변화를 허구로 몰아붙인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전략에 말려든(?) 대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일단 확실해 보이는 사건 (príma fàcie cáse)인 기후변화와 지구촌이 직면한 환경 위협을 의심하기도 한다.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의 주장은 명료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근거는 굳건하니 이를 과학적 논쟁의 대상 삼으며 시비 거는 집단들에 휘둘리지 말자. 지구를 보호하는 단체를 옹호하고, 스스로 탄소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자'가 주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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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략)  우리가 방종한 탄소중독 탓에 이 소중한 지구를 치명적인 불균형 상태에 던져버린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하고 지극히 무책임한 범죄행위가 될 것이다." (214)

*

하지만, 총 195개 국가가 서명한 파리 기후변화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란듯이 탈퇴를 선언했다. 대 놓고 인류를 상대로 범죄행위를 한 것이다. 이렇듯 기후 변화를 부정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세력들은 다음의 핑계를 댄다. 1)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지 않는다 2)상승했다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3)인류가 초래한 영향력은 미미하며 4) 우리에게 좋을 것이며 5)행동하려면 비싸다 6) 돈이 덜 드는 해법이 있을 것이다. (106) 혹은 '에너지 빈곤 energy porverty'이라는 개념을 끌어와 화석연료를 제한하면 결국 고통받는 이들은 에너지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속지 말자. 이들은 이렇게 주장함으로써 잇권을 챙기고 기득권을 지킨다. 망가지는 것은 지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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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목소리 - 미래의 연대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 새잎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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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목소리 * 천공의 벌

 

5월 미세먼지가 극심하던 때, 어쩌자고 만보걷기를 매일 했는지 부작용이 이만저만 아니다. 아프다. 특히 두통. 머릿 속이 미세먼지 곤죽이 되어가는 흉칙한 이미지가 자꾸 떠오르면서 도통 책에 집중이 안 된다. 가볍게 소설을 읽자 하는 마음으로 집어든 책들. <체르노빌의 목소리>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대표작인지라 대략 어떤 내용인지 알았지만, 함께 집어 든 <천공의 벌> 역시 마찬가지로 원전 재앙을 경고하는 소설인줄 꿈에도 몰랐다. "천공의 별"로 제목을 잘못 기억한 이후로 계속 "별"을 소재로 한 SF소설로 착각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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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집어든 책의 조합이 참 묘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천공의 벌>. 가뜩이나 요즘 미세먼지과 유독물질의 대한 강의를 들으러 다니거나 책을 읽으며 보이지 않는 위험에 잔뜩 주늑들었고, 동시에 분노하고 있는 판인데……. 우연의 일치인지 이 책들이 동시에 "핵, 핵, 핵"하며 내 안에서 울려대니 귀가 얼얼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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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체르노빌의 목소리>.

공포소설도 아닌데, 책을 읽다가 엄습하는 공포감에 몇 번이나 책을 덮었다가 자세를 고쳐 앉고 다시 펴 들었을 정도였다. 이야기가 논픽션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고통의 목소리가 너무나 절절하여 그리고 지금은 구경꾼인 나나 또 다른 어떤 독자가 더이상 구경꾼이 아닌 희생자 당사자가 될 지 모른다는 실존적 두려움 때문이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게 그 질문을 자주 하더라. 당신은 어떻게 이런 고통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었냐고. 힘들지 않았냐고. 작가는 담담히 답하더라. 누군가는 이런 일을 하고, 이런 위험이 큰 직업군이 있다고.

*

목소리를 채집하는 작업이야 많이들 한다. 다다익선, 많을수록 좋을테고 깊을수록 칭찬받을 터이다. 특히 1986년 4월 26일의 사건처럼 두고두고 인류사에 영향을 미치는 대재앙에 대한 기억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기억하는 이의 처지와 관점과 경험에 따라 조각들만 모이기 때문에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는 목소리가 많을수록 좋겠지. 문제는 이 고통스러운 작업을 어떻게 수행하는가, 얼마나 잘 하는가인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놀랍다! 대화에서 자신의 존재감이나 목소리를 지우고 상대를 부각시키는 기술은 쉬워보여도 어려울터인데 관찰자로서 그녀는 투명인간처럼 지워지고 사람들의 목소리만 남았다. 체르노빌 이후 일상화된 죽음과 불신, 사랑과 생명의 정의가 다시 세워지고, 사회적 관계가 재조정되는 현실, 은폐와 헌신. 집단주의의 폐해, 동시에 그 집단주의에서 가능했던 신화와 등장했던 영웅들. 우리는 바이오로봇(bio robot)이라고 부르지만 그 한명한명 영웅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400여 페이지에 담았다.

 

*

고위 공무원, 말단 직원, 영웅 훈장은 탔지만 방사능에 온몸을 태우고 사라진 소방관의 부인,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기다리는 아이들, 역사학자와 문맹인 할머니 할아버지들, 사진작가, 환경운동가. 다양한 사람들의 자신의 이야기를 작가에게 들려주었다. 혹자는 자신들의 고통을 팔아 먹는 잡범취급하며 그녀에게 욕을 퍼부었고, 혹자는 "당신은 나를 관찰하고 있잖아요."하면서 조용히 비난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곧 자신들의 생명이 사그러지더라도 기록은 남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녀가 이 집합적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도록 도왔다. 목소리를 모아주었고, 그들이 남겼던 쪽지, 일기, 기록들을 넘겼다. 작가는 오랜 세월 이를 삭히고 곰삭혀서 핵발전소의 공포를 전세계 독자에게 전한다. 1986년의 사건이 아니라, 21세기에도 진행형이며 앞으로 필시 진행될 재앙으로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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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읽는다는데, 난 이제서야 처음 읽어본다. 1985년에 나온 작품인가본다. 이제야 읽는다. "별"이 아니라 "벌"이었다. 최신 전투 헬기 빅 B의 B를 따온 닉넴 같았다. 일본의 고속 증식 원형로에 빅 B를 추락시키겠다는 위협과 함께 "천공의 벌"이라는 범인은 일본 전역의 원전을 폐기하라는 요구를 한다. 한국판 번역본이 670여페이지인데, 한 자리에서 술술 다 읽을 수 있을만큼 재미있는 이 소설은 읽다보면 안다. 작가가 일본 핵발전소 현황 및 방사능 폐해에 대해 상당히 깊게 공부하고 쓴 작품임을. 군데 군데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심어 놓았다.

*

 백화점 에어컨이 꺼지자 쇼핑하다가 더워진 아줌마가 원전에 대한 생각을 늘어놓는 부분은 어쩌면 이 책의 하이라이트 아닌 하이라이트일지 모르겠다. 폭탄 터지거나 사람 목숨 왔다갔다 하는 긴장의 장면은 아니지만, <천공의 벌>을 읽는 대다수 독자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타겟으로 삼는 자들이 바로 "침묵하고 모른 척하는, 당장 내 눈앞의 재앙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는 모르는 척 하는 침묵하는 대중"인 것을.

에어컨 꺼져서 더워진 아줌마는 "아무튼 (원전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이라는 이미지는 있었지만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 안심하고 있었다. 가나가와 현에는 원전이 없어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했을뿐이다. 실은 전국의 비등수형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가 요코스카 시 구리하마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돼 연료를 실은 적재 차량이 선도 차와 경비 차의 호위를 받으며 심야에 은밀하게 운반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수송차량이 도시를 통과하는 도중에 한신 대지진급 지진과 맞닥뜨릴 경우, 연료 용기가 파손돼 지진 재해와 방사능 피해가 동시에 일어나는 복합 재해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는 소문이 돈다는 사실도 그녀는 아는 바 없었다. (pp. 254-255)"

*

이 소설 이후,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 발전소들은 터졌고 한국에서는 잦은 지진이 발생했다. 북유럽의 단단한 지반과는 달리 한국의 무른 지반에 방사능 폐기물을 저장할 안전한 공간이 없음을 많은 이들이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계속된다. <천공의 벌>이 경고한 이후, 일본 고속 증식 원형로 몬주에서 사고가 일어났고, 후쿠시마 핵 발전소들이 터졌어도 우리는 계속 뇌까린다. "위험할 것 같은데, 당장 나랑은 상관 없지 않아?"

*

절 대 그 렇 지 않 다. 나뿐 아니라 후대손손 상관이 아주 크게 있는데, 당장 사건이 터지지 않았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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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 정신분석학부터 사회학까지 다양한 학문으로 바라본 성
이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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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정신분석학부터 사회학까지 다양한 학문으로 바라본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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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의 <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은 그 방대한 참고도서를 쌓아놓기만 해도 "얕지 않을" 듯하다. '정신분석학부터 사회학까지 다양한 학문으로 바라본 성'이라는 부제에 부합하는 참고문헌 목록은 "다양성"의 향연이다.  본문에서 소개한 지그문트 프로이드, 조르주 바타유, 미셸 푸코 등 8인의 학자 대표작은 물론이거니와 김형경의 <사람, 장소, 환대>(2015)이라는 최신 인류학서에서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1925)까지 250여권의 참고서문헌을 나열하기에 무지한 독자인 나는 살짝 주눅부터 들고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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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러거 (http://blog.ohmynews.com/specialin/)이자  "다중지성의 정원" 등에서 인문학 강의를 해온 저자 이인은 (다른 작가들이 ̄불리 다가가지 못했던) "성性을 맛깔나게 요리하고자 오랫동안 갈고 닦은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중략)… 사랑을 잘 알고 잘 나누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우리는 좀 더 진실하고 건강한 어른이 될 필요가 있지요. "(pp. 9 -10)라며 성을 요리한 인문요리사로서의 목적을 밝혀준다.

*

서문에서의 "갈고 닦은 칼"이란 이인 작가의 독서력, 공부내공을 비유한 표현일텐데 실로 그는 밖으로 끌어내는 젊음의 유혹을 이기고 참 진득하게도 책을 후벼판 듯 하다. "뜨거운 / 생의 배꼽 위에서/ 복상사/ 하는 것만이 / 내 꿈의/ 전부"라는 김언희의 시(詩)를 위시하여 문학, 인지과학, 여성학, 사회학, 진화심리학, 철학, 생물학, 행동경제학, 인류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성"이라는 화두를 통해 사유한다. 살짝 아쉬운 점은 서구의 지성사에 주로 기대다 보니, 동양 (동/서양 이분하자는 의도가 아니라) 권에서 성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에 대해 함구한다.  참고 문헌에 고미숙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이 기재되어 있지만 본문의 인용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나만 못찾았나.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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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노트를 여러 장 채울 정도로 열심히 메모하며 읽었는데, 워낙 방대한 이론과 학자들이 소개되는지라 그 방대함을 꿰뚫는 한 줄을 기억하지 못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 줄을 못찾으니, "21세기의 지성인이라면 이 정도의 성 지식은 있어야 한다"라는 출판사 측의 홍보 문구 앞에서 다시금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그 한 줄을 시원하게 뽑아내지 못한데 대한 변명을 하자면, 2장 빌헬름 라이히의 <오르가즘의 기능>이나 4장 베티 도슨의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는 보다 직접적이고 직설적으로 개인의 성해방을 주장하는 내용이라면 7장 제프리 밀러의 <연애>나 8장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는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종 species'으로서의 인간의 성에 접근하는 등 챕터마다 관점과 초점의 차이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초보 독자의 얕은 시각에서 <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의 핵심을 뽑아보자면, 인간의 다양성과 본연의 자유를 인정하라는 탈억압의 시선이었다. 이인 작가를 대면해보지도 그의 다른 글을 읽어보지도 못했지만, (적어도 글로 유추했을 때) 그는  권위에 저항적이고 다양성의 무지개를 존중하는 자유인같다.  "우리 몸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두 등급으로 나뉘지 않으며, 우리 몸 구석구석까지 정상의 무지개" (p. 221)라는 진화 생물학자 조안 러프가든 (Joan Roughgarden)주장을 빌어온 것도 그의 지향성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

본문에서는 미셸 푸코를 빌어와 성이 어떻게 억압의 도구로 기능하게되었고 그 작동 방식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언급한다. 담론으로서의 성과 행위로서의 성 모두 음지에서 이뤄질 때 이것이 오히려 지배를 용이하게 해준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저자는 "미국은 밤이면 온갖 환락이 밀물처럼 들어차지만 낮에는 몸의 쾌락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종교 문화가 개펄처럼 드러나는 사회" (p.232) 라고 그 성의 은폐와 위선을 비꼬는데 그렇다면 그가 본 2017년의 한국 사회는 어떠할까? 복상사를 갈구해도 복상사 하기 어려운 위선사회일까? 획일적인 정상성을 서로 강요하고 서로 감시하고 침묵하는 사회일까? 정작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해 이인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나열된 많은 외국 학자들의 이론과 사례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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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2 : 한산 45전 무패의 전쟁 신화 이순신 2
문성호 지음, 제장명 감수, YJ코믹스 / 다락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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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전 무패의 전쟁 신화 이순신> 1권과 2권이 4월 28일에 출간되었습니다. 4월 28일이란 D데이의 의미를 아시나요? 1554년 이 날이 바로 성웅 이순신 장군의 탄생일이랍니다. 한국인이 존경을 가장 많이 받는, 품격 넘치는 리더쉽의 귀감인 이순신. 워낙 민족의 영웅이다보니 다양한 버전으로 그 전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아이들에게는 뭐니뭐니해도 만화가 가장 접근하기 쉽겠지요? 다락원 출판사에서는 총 4권으로 이순신의 주요 전쟁을 조망하는 만화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덕분에  어린이 독자는 역사책에서 명칭만 친숙했을 '옥포해전,' '한산대첩,' '명량대첩,' '노량해전'을 생생한 역사 만화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 중 2권 <한산>을 읽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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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문성호는 한산 대첩과 연관한 조선과 일본의 실존인물을 중심으로, '대길'과 '정은'이라는 상상의 인물들을 더했습니다. 자칫 전쟁의 기승전결과 승패에 집중될 수 있는 스토리가, 이 두 인물 덕분에 현재감과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이 둘은 모두 조선인 부모를 두었으나 일본군의 협박 때문에 조선에서 정탐꾼, 첩보원으로 활동하는 쓴 운명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이순신의 이야기가 주로 바다 위에서 전쟁 형태로 펼쳐진다면 이 두 젊은이의 이야기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인의 삶과 일본의 정세를 보다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해주며 마치 사극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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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작가는 2000년, 만화가로 데뷔한 이후 "한일합동 만화 공모전"에서 준대상에 입상하였고, <뱁티스트> 등 창작품을 해외로 수출했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완성도가 높다 생각하며 읽었던 <플루타르크 영웅전> (비룡소) 시리즈도 문성호 작가 작품이라는군요. 문 작가는 두 뼘 남짓한 작은 종이 위에 한산대첩의 열기와 규모를 놀라우리만치 생생히 담아 냈습니다. 마치 전개가 빠른 영화를 보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그림에서 힘이 느껴집니다. 진짜 이순신 장군이 진두지휘하는 전쟁의 현장에 나가 있는듯, 긴박하고도 결연한 전장의 느낌이 살아 있습니다. 특히 '학의진'처럼 이름만 들어보았던 전법들이, 만화를 통해 기승전결 과정으로 보니 이제서야 머릿 속에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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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공부가 얕아서 잘 모르겠지만, <45전 무패의 전쟁 신화 2- 한산>편에서 작가는 이순신을 비롯 조선군은 대의와 애국심 때문에 싸우는 반면 와키자카 야스하루(1554~1626) 등 일본 장수는 "돈과 명예"를 바래 싸우는 모습으로 그렸네요. 또한 조선의 포로와 민간인을 잔혹하게 참수하고 시신을 조롱하는 일본군의 잔혹성도  소름끼치게 그려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왜 임진왜란 당시의 우리 조상뿐 아니라 2017년의 한국 국민에게 이순신이 이토록 절실히 감사할 존재이고 추앙받아 마땅한 성웅인지를 절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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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대첩 덕분에 조선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수륙병진 작전을 좌절시켰고, 조선은 전라도와 충청도 황해도 평안도 연해 지역을 일본군의 마수에서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준비하는 장수의 치밀함과 대범함, 리더쉽은 5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한국인의 가슴에 뭉클함을 안겨줍니다. 비록 한산대첩에서 조선 수군의 사망자는 19명이라고 공식 기록되어 있는 듯 하나, 기록 이면에 민초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루고 대의를 위해 헌신했을지 상상만으로도 뭉클해집니다. 문성호 작가는 전쟁터에서 싸우느라 손바닥이 피가 날 지경으로 헐은 격군[ ]의 고초를 책 속에서 잠깐이라도 보여줍니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폐선이 되다시피한 배들을 밤새 수리해서 출전시켜 이순신 장군을 도운 이름모를 우리 조상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45전 무패의 전쟁 신화 - 이순신2 한산>편에는 부록으로 "이순신과 함께한 사람들"이라는 코너를 두어, 지휘관과 참모를 자세히 소개해줍니다. 한사람의 영웅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전쟁의 승리를 가능하게 해준 많은 이들을 잊지 않게 해주어 고마운 페이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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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진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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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 중세에서 근대의 별을 본 사람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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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1

중세에서 근대의 별을 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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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로 보면 말 사료 상인에 한 표"라는 표현이라든지, 사전에도 안나오는 유행어 "엽색"이 등장하는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서양사학자 주경철 교수(서울대)의 문장이 경쾌하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애당초 몇 년 동안 천천히 퇴고하며 만든 정통 역사책이 아니라 네이버팟캐스트에 연재했던 글 모음집에 가깝다. "온라인의 글을 짧고 강렬하고 섹시해야 통한다 (325)"는 조언에 따라 주경철 교수가 "나름 최선을 다해 '선정적으로' 쓰려고 노력한 만큼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는 스포츠신문 기사만큼이나 흥미롭다. 동시에 읽는 중간중간, 그리고 다 읽고 나서도 "아하! 유럽사가 이렇게 재미있었어? 좀 제대로 공부해볼걸. 이제라도 알아야겠다."는 자성을 독자에게 안겨주는 '공부자극' 역사책이다. 주경철 교수가 대학에서 만나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서의 세계사에 무지할뿐더러, 그 "사고가 '해저 2만리 수준'으로 떨어(324)"진 수준에 있음을 절감한다고 한다. 알아야 보인다고, 세계사 특히 유럽사를 젊은세대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세계사'가 '문과'계 '필수'과목이던 시절에 고등학교에 다녔으나, 교과서를 샅샅이 읽었어도 기억에 남는 건 '장미전쟁,' '헨리8세' 정도의 단어 나열 수준이었다.  하지만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 단어들 사이에 멋진 '짜잔'하고 시냅스가 연결되는 느낌이랄까. 암튼 정말 재밌었다. 총 3권 시리즈로 기획된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의 첫번째 권 부제는 "중세에서 근대를 본 사람들"이다. 책 표지에 멋들어진 활자체로 이름 새겨진 8인의 인물 - 잔 다르크, 부르고뉴 공작들, 카를 5세, 헨리 8세, 콜럼버스, 코르테스와 말린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마틴 루터 -를 중심으로 근대를 향한 유럽의 물결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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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소개하는 인물은 잔 다르크로(Jeanne d’Arc)서 "역사상 가장 신비한 인물 중 하나 (17)"라는 표현과 "성녀인가 마녀인가"라는 부제에 인물의 의미가 압축되는 듯 하다. 1431년 19세의 나이로 화형을 당하기 전, 무려 2년 반이나 긴 재판을 받았기에 그녀에 대한 자료가 방대한 재판기록으로서 남아 있다고 한다. 온라인 유랑자들을 배려한 '선정적' 글쓰기를 염두한 주경철 교수는 잔 다르크의 남장(男裝)에 대한 설로서 "비정상 DNA"까지 거론해준다. 또한 잔 다르크의 측근이었던 젊은 귀족 '질 드 레 Gilles de Rais'가 소년 200명을 무참히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라는 소금간도 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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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성녀로 추앙받고, 국왕에게서 황금 백합이 그려진 문장(紋章)을 하사받았던 소녀가 어떻게 종국은 이단취급받고 화형되었을까? 주경철 교수는 잔 다르크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페미니스트,' '애국자,' '신비주의자' 등 그 모두일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역사 무대에 느닷없이 등장하여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51)"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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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부르고뉴 공작들" 편에서는 필리프 2세, 장 1세, 샤를 1세, 필리프 3세가 언급되는데 흥미롭게도 주경철 교수는 이들의 겹치는 이름을 변별해줄 별칭을 써준다. 앞에서부터 각가 대담공, 용맹공, 담대공, 선량공과 매칭하면 된다. 중세판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베고 베이는 정치판 싸움'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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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카를 5세"를 다룬 장에서도, 나처럼 가쉽성 기사 좋아하는 얕은 독자는 카를 5세가 근친가족력으로 인한 주걱턱('일명 '합스부르크 턱') 에, 통풍으로 말년까지 고생하였다더라 식의 내용에 귀를 가장 많이 팔랑거린다. 비록 21세기 현대인의 눈에 카를의 외모는 비호감이나, 그는 왕관만 17개를 가진 권력자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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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헨리 8세의 이야기는 말그대로 "푸른 수염의 거인"을 연상시키는 엽기왕의 전형같이 느껴졌다. 친형 아서(1486~1502)가 불과 결혼 5개월만에 사망하면서 6세 연상의 형수뿐 아니라 왕위를 물려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절대왕권을 확립하고 "기껏해야 양이나 쳐서 양모를 대륙에 팔던 가난한 국가" (169)였던 "잉글랜드를 그 찬란한 발전의 도상에 오르게 한 인물(169)"이었지만, 헨리 8세는 재임기간 동안 무려 985명을 공식 사형에 처했다고 한다. 설상가상, 총 6명의 아내들이 '이혼 divorce, 참수 beheaded, 사망 died, 이혼 divorce, 참수 beheaded, 생존 survived'했으니 가히 '푸른수염'으로 불릴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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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의 인물은 서양사에서 가장 많이 이름 오르내리는 인물임에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콜롬버스'를 집중해서 다룬다. 먼저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얼굴 초상은 사실 상상화이며, 콜롬버스는 독학으로 지리와 천문학을 배운자로서 사실 말년에는 신비주의 점성술가와 같은 기록들을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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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에서는 신대륙을 상징하는 '코르테스'와 구대륙을 상징하는 '말린체'를 중심으로 멕시코가 탄생하기까지 그 이전 조우의 역사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야만적이었나를 묘사한다. 특히, 코르테스의 통역사이자 정부였던 '말린체'가 한 동안 민족을 팔아먹은 반역자 취급을 받가가 '멕시코 혁명 (1910~1917)으로 민족주의 정신이 고취되면서 혁명정부가 멕시코 건국의 어머니라는 이데올로기적 아이콘으로 활용하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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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살핀 7장에서는 인류사를 통털어 최고의 천재라 할 레오나르도를 향한 주경철 교수의 애정(?)이 느껴지기도한다. 레오나르도를 두고, "파우스트의 이탈리아 형제"라고도 한다지만, 사실 그는 "인간의 경험이 가장 천재적으로 꽃핀 시대, 르네상스가 낳은 '경험의 아들(283)'"이라고 평한다. 7장을 읽다보면,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별칭으로는 다 담아낼수 없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과 시공간을 넘나들고 싶어하는 초월적 인간의 욕구가 보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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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마틴 루터편. 교과서에서 '면죄부'로 배웠던 그것의 옳은 번역은 '면벌부'가 더 정확하다는 것을 배웠다. 벼락이 신의 계시라 생각하고 수사가 되기를 맹세한 루터가 변호사로서의 보장된 출세길을 버리고 수사되기로 마음 먹었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600여년도 더 전 유럽 사람이지만, 아버지는 아버지인가. 출세길을 포기한 아들이 못마땅해 악담을 퍼붓고 속상해했다는 루터의 아버지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루터는 꿋꿋하게 자기 길을 가서 종교 개혁의 물꼬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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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2권에서는 '근대의 빛과 그림자’, 3권에서는 '세계의 변화를 조주한 사람들’을 다룬다고 한다. 두 권 모두 2017년에 출간완료된다니 목 빠지게 기다려야겠다.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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