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혼 1
모모세 시노부 지음, 추지나 옮김, 사카모토 유지 원작 / 박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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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벌레이지만 소설에는 상대적으로 손이 가지 않는다. 그 중에서로 로맨스 소설이라면 질색해왔는데, 이건 대놓고 로맨스 소설인가? 제목이 독특하다최고의 이혼』. 이혼해서 각기 잘 사노라 식의 뻔한 스토리는 아닐 것이고, 이혼으로 되레 커플의 사이가 좋아진다?
아무튼 읽기 시작. 첫 페이지부터 신혼부부가 주고 받는 대화가 입에 착착 감기게 현실감 넘치니 페이지 넘기는 손길이 빨라진다. 어허! '이혼' 소재 소설인데 엄청 재밌구나. 손에 책을 들은지 몇 시간 안에 다 읽었다. 리뷰를 쓰려고 검색하다 안 사실인데, 한국에서도 다가오는 8일 드라마 첫 방영을 한다. 사실, 이 소설은 12회 구성 일본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짐작대로 드라마는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제 한국에서 그 인기를 시험해 볼 차례인가보다.

 

포스터의 분위기로 보아하니 배두현과 차태현이 『최고의 이혼』 소설의 주인공들이자 한 때 커플이었던 유카와 미쓰오를 연기하나보다. 소설에서는 이 둘의 외모에 대한 묘사가 많지 않은데, 미쓰오는 엄청 까칠하고 신경질적으로 보이다 못해 음침하게 생긴 캐릭터일거라 상상하며 책을 읽었다. 왠지 낙천적으로 보이는 차태현의 분위기와는 꽤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차태현을 선택했다는 자체가 한국판 "최고의 이혼" 드라마에서는 코믹 성격이 강하다는 짐작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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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이혼 소설에서 미쓰오와 유카는 그다지 코믹 커플은 아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지내다가 그대로 아예 같이 지내버리게 된 부부로서 성격 차이가 대단하다. 미쓰오가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을만큼 까칠하고 매사 부정적이며 자기 중심적인데 비해, 유카는 성격을 털털해보이나 생활의 측면에서는 구멍이 쑹쑹 뚫려 있다. 들어갔다 나온 공간의 문은 그대로 열어두고, 빨래도 털어 널지 못하고 대강대강 얹어 말리는 식의 성격이다. 유카와 미쓰오의 충돌은 불보듯 뻔한 일. 사사건건 트집 잡는 미쓰오 앞에서 성질 좋은 유카도 기가 죽거나 화를 같이 내기도 한다. 미쓰오와 유카는 밤새 싸우던 어느 날, 이혼 서류에 도장까지 찍는다. 하지만 여차저차하여 이혼 서류는 그냥 파기되는가 싶었는데,  어느날 유카가 "오늘 이혼 서류 내고 왔다"고 통보하니 미쓰오로서는 기가 찰 노릇. 

1:1 남녀는 법률상으로는 이혼한 상태이지만, 그 둘을 둘러싼 가족은 아직 이혼 사실을 모른다. 결혼과 이혼 선택에서 가족의 구속력이 대단한 한국과 일본 사회에서 더욱 현실감 있는 설정이 아닐까 싶다. 소설에서는 법률상 이혼한 유카와 미쓰오가 가족의 질타와 간섭이 무서워 할 수 없이 동거하면서, 이론상으로는 남남이지만 묘하게 서로에게 신경 쓰며(어쩌면 여전히 사랑하며) 사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양념을 치기 위해, 미쓰오의 옛 여자친구와 또 그 여자친구의 남편이자 천하의 바람둥이 료, 유카의 10살 어린 새로운 남자친구 등등 많은 인물을 등장시킨다. 모두 연애 관계로 얽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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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혼 은 드라마를 소설로 옮긴 작품답게 유난히도 짧게 끊어지며 통통 튀는 대화가 많다. 대화의 맥락을 잘 파악해야 누구의 입에서 나온 큰 따옴표인지를 알게 된다. 또한 드라마의 상황을 그대로 소설화하다보니 과도한 '우연의 일치'가 과도히 자주 나온다. 옥의 티이지만, 이 소설을 순전히 재미로 읽겠다고 작정하고 보면 이 정도는 애교. 재미 면에서는 분명 엄지 척 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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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이혼 2편에서는 왠지 이혼했던 유카와 미쓰오가 더 단단한 커플로 재결합하게 될 것 같다. 2편을 기다리며, 드라마 첫 방영도 함께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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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 김민기가 생각하는 오래 사랑하는 법
김민기 지음 / 팩토리나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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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세월이 가도 변치 않는 독서 취향을 고백하자면, '로맨스'류에 대한 과잉 저항감이다. 연애 공감지수 낮음을 번번이 확인하는 과정도 유쾌하지 않거니와, 어떤 '사랑꾼'들의 달달함에서는 인공감미료 향을 느껴기 때문이다. 표지부터가 핑크톤에 제목도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라니! 연극 대사로 읊는 시늉만 해보라 해도, 입 밖에 내보낼 문구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사실 살짝 비딱한 마음으로 첫장을 펼쳤다. 하지만,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다 읽을 즈음에는 아쉬움과 흐뭇함이 교차했다. 저자 김민기의 진솔담백한 글이 끝나가니 더 읽고 싶어 아쉬웠고, 이렇게 인간성 진국인 예비 신랑과 신부가 올 11월에 백년가약으로 맺어진다니 흐뭇했다.


저자에게는 상당히 미안하지만, 김민기가 개그맨이라던데 잘 알지 못하기에 녹색 검색창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는 예비신랑 김민기가 예비신부 홍윤아에게 주는 멋진 결혼 선물인로 보이는데, 아직도 온라인 상에서는 그들이 "아직도 연인?"인지 궁금해하는 글들이 떠다니더라. "(9년 만나는데) 지겹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을 하도 많이 받으니 김민기도 작정하고 이렇게 자신의 사랑법을 피력한다. "오래 만난다고 시들해야 하나요? 1년이면 파릇파릇하고 9년 만나면 시들해야 하나요?"

 

 

사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고 "매일매일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리"류의 고백은 듣는 이의 두 귀를 오그라지게 할 간지러운 표현인데,  김민기가 말하니 진솔담백하게 들린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를 읽다보면, 저자 김민기가 연인 홍윤아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려 하고, 상대의 존재 자체를 고마워하며 사랑을 오래 숙성시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꼼꼼하게 9년 연애의 에피소드와 사진을 챙겨 모은 그의 자상함도 놀랍지만, 구어체 반 문어체 반의 문장인데 입에 착착 감기게 사랑의 언어를 구사하는 그의 글솜씨도 인상 깊다.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수록된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롱패딩'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롱패딩이 유행하던 2010년대 초반, 다른 연애인처럼 비싼 롱패딩을 입을 수 없던 여자친구에게 김민기가 전재산 5만원을 들고 구제 가게가서 구제 롱패딩을 사서 선물했다고 한다. 김민기는 당시 "'돈 많이 벌면 우리 윤화 롱패딩부터 사줘야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 걸 못 사준다는 게 얼마나 아프고 힘든 일인지 그 때 충분히 알아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만큼만, 딱 그만큼만 더 열심히 벌고 싶다 (63쪽)"고 마음을 다잡는다. 김민기의 예비신부 홍윤화는 그렇게 김민기에게 의지가 되고,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주는 사람이었구나. "그녀가 없는 삶을 상상하며" 김민기가 적어내린 글을 읽다보면 왜 김민기가 그토록 홍윤화를 소중히 여기는지 잘 알게 된다. 그녀는 단지 사랑의 대상일뿐 아니라, 김민기가 결핍하거나 포기해온 많은 가치를 환기시켜서 현실화시키게 북돋와주는 나침반이기도 하니까......

 

사랑도 쇼핑카트 비용배분 목록처럼 복잡한 셈법을 요구하는 기술로 보는 이도 있을 테고, 젊은이라면 사랑에 목 매달아봐야지 하며 미션 수행하듯 접근하는 이도 있을테고...... 사랑에 대한 정의만큼이나 사랑법이 다양할 터이니 참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랑일지라.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의 부제는 "김민기가 생각하는 오래 사랑하는 법"인데, 다 읽고 나니 그 답을 알겠다. '고마움'이다. 그 둘은 서로의 존재 자체에 대해, 서로가 자신을 변화시켜준 힘에 대해 고마워한다. 고마움과 애틋함이 섞여 오래 가는 아교가 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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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맘마미아 어린이 가계부
맘마미아 지음 / 진서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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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어린이 경제 만화책을 먼저 접해서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압니다. 이렇게 탁상용 달력으로 출시되니, 완전 유용하게 아이들 생활습관, 저축습관 잡아주는 길잡이 삼을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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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Mass Market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Random House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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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마키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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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하체 비율 꽤 좋고 군살하나 없는 구리빛 몸이 작가의 뒷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2009 [2007]) 표지 위 남성이 정말 무라카미 하루키일까 순간 궁금했다. 하지만 서문을 읽으며 그런 의심이 이내 부끄러워졌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2016[2015])를 읽었던지라 알고는 있었지만, 하루키는 직업정신의 연장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진지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히" 달려왔으니까. 그 진정성이 신체화된, 구리빛 몸을 의심한다는 것은 하루키의 정신성을 부러워한 나머지 의심으로써 폄훼하려는 불순한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하루키가 2005년에 쓰기 시작하여 2006년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이 단행본을 3분의 1쯤 읽다 말고, 충동적으로 밖으로 나왔다. 러닝화의 줄을 팽팽히 당겨 묶고는, 청량한 가을 하늘 아래서 1시간 가량 뛰었다.  풀코스 30~35?km쯤에서인가 진행차량에 실려 청소된 후, 정형외과 신세를 졌던 막가파인 나로서는, 하루키가 페이지 곳곳에서 암시하는 '러너runner'들만의 연대감을 말한다는 자체가 우습지만, 달리면서 하루키의 문장을 몸으로 곱씹었다. 하루키는 이렇게 적었다. 달리면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은 대체로 오랜 시간, 달려본 경험이 없는 이라고. 하루키는 "달려가면서 그저 달리려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원친적으로는 공백 속을 달리고 있다. 거꾸로 말해 공백을 획득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36)고 말한다.  나에게도 달리기는 비어있는 상태로의 리셋이자 교감의 행위이다. 나의 날숨이 초록생명의 들숨이 된다는 개체 차원 이상의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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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 퐁티의 현상학을 전공하는 친구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를 읽는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하루키에게 달리기는 육체성과 정신성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통합적 의례이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두뇌 노동이다. 그러나 한 권의 정리된 책을 완성하는 일은 오히려 육체노동에 가깝다…(중략) … 소설가는 '이야기'라고 하는 의상을 몸에 감싼 채 온몸으로 사고하고, 그 작업은 작가에 대해서 육체능력을 남김없이 쓸 것 - 대부분의 경우 혹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125) 친구에게 아래의 문장을 꼭 들려주고 싶은데, (하루키 자신의 근육은)  "전형적인 '장거리형' 근육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중랙) …그런 근육의 특성은 그대로 내 정신적인 특성과 결부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정신은 육체의 특성에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또는 반대로 정신의 특성이 육체의 형성에도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정신과 육체는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며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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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직업적 소설가로서의 연장인 자신의 육체성을 집요한 장인 정신으로 가다듬는다. 뛰어난 재능을 단거리 레이스에 몰아서 소진하고 요절하는 일부 예술과와 달리, 재능을 고루 안배하며 오래 가기 위한 정신의 근력을 기르는 데 마라톤(심지어는 100km 울트라런까지!)를 활용한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집요하며, 천성적으로 남이 시키는 일은 중간만 하고 자신의 마음이 가는 일에 끝장 몰입하는 그에게 딱 맞는 선택이다. 물론 '물만 먹어도 찌는 체질'로서 몸무게와 건강 관리를 도모한다는 보다 현실적 유용성도 있는 달리기이지만.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를 읽으면서, 비록 작가가 자신을 드러내기 꺼리는 성향이여도  자신을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솔직하면서도 안전하게 문을 열어두는 전략을 취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결국 달리기를 통해서, 자기 자신, 글 쓰는 행위, 소설가로서의 직업 정신, 나아가 그만의 방식으로 불특정 다수의 독자와 교감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하루키처럼 말할 특정한 무엇이 없는 이들은 무엇을 통해 자신을 드러낼 것인가? 나만의 컨텐츠는 무엇인가?라는 실용적 질문이 엉뚱하게도, 이 책을 읽고 나서 갑자기 나에게 화두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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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는 것 -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어지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 나간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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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10년이라고 해도, 멍하게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년 쪽이, 당연한 일이지만 훨씬 바람직하고, 달리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도와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주어진 개인이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의견에는 아마도 많은 러너가 찬성해줄 것으로 믿는다."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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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관찰주의자 - 눈으로 차이를 만든다
에이미 E. 허먼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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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Intelligence 우아한 관찰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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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의원 같은 프로파일러도, 추리소설 작가도 아닌 그저  "Criminal Mind" 등 범죄물 미드 팬일뿐인데 책임감까지 느꼈다. <우아한 관찰주의자 (원제: Visible Intelligence)>를 꼭 읽어야ʳ다는.  "지각의 기술 The Art of Perception"을 강의하는 에이미 E. 허먼 (Amy E. Herman) 이 썼다. 370여쪽의 두꺼운 이 책의 1/5쯤을 읽을 때쯤에서야 작가가 아들을 키우는 엄마라는 사실을 알았다. 놀랍게도 그녀는 법학박사학위를 가진 전직 변호사로서 미술사를 좋아하다 보니 "지각의 기술"이라는 독특한 강의를 개발하였다고 한다. 실제 강연 동영상을 보면 성공한 프로페셔널로서의 자신감이 말과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녀는 저돌적이라할만큼 일의 추진력을 갖춘 듯 하다. 강의를 구상하자  NYPD(뉴욕 시 경찰국)에 전화를 걸어 경찰들을 박물관에 초대해 강연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시작한 "지각의 기술" 강연을 FBI, Google. 의대생, 미국 팬터곤,  네이비씰, 포천 500대 기업 등을 대상으로 14년 이상 계속 확장해오다니 참 대단한 여성이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때문에 끊임없이 집중력을 방해받는 산만한 시대에 예리한 지각력(perception)은 IQ만큼이나 떨어지기 쉽다. 관찰하는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즉 뇌를 충분히 써주지 않으면 퇴화한다. 에이미 허먼은 굳었던 정신근육을 훈련시키고 지각력을 높이는 ("sharpen perception") 데 미술작품을 데이터로 활용한다. 덕분에 독자는 <우아한 관찰주의자>에서 르네 마그리트, 주세페 아르침볼도, 히에로니무스 보스 등 많은 유명 화가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이 미술작품을 활용한 다양한 지각 훈련 연습문제가 등장하기에 독자는 독자는, 그녀를 강연을 직접 듣지 않았다하더라도 지각력 높이는 기술을 익히게 된다.


아래 사진은 에이미 허먼이 모든 강연마다 강연 도입부에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며 활용하는 사진이다. "무엇이 보이는가?" 몇 분을 노려보아도 내겐 네 발 달린 동물이 이 그림 속에서 보이지 않았다. 저자가 이 사진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든지 등의 지각 오류에 취약한 지각 필터를 지녔다는 것이다. 극복을 위해서는 치열한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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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느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객관적 관찰과 기술"을 연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 속 여성을 묘사하라는 주문을 받는다면, 많은 응답자가 '대리석 탁자'를 들먹인다고 하지만, 검증된 바가 아니다. 틀리면 뭐 어떠냐고? 만약 이 사진이 범죄 현장의 단서를 담고 있는 증거라면 사소한 묘사의 실수가 어떤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지 책임질 수 있는가? 마찬가지로 잘못된 관찰과 묘사로 병원이나 법원에서 의사소통에 혼동이 벌어진다면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겠는가?  2014년 6월, 미군 특수부대 병사들이 오인 폭격으로 미군과 아프가니스탄 동맹군 다섯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원인은 잘못된 소통이라고 한다. 이처럼 정확한 관찰과 날카로운 지각은 단순히 개인적 능력이라기보다는 사회 내 의사소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척 중요한 자질이다. 발달시킬 필요가 분명하고, 발달 시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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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관찰주의자>라는 잘 번역된 책으로서 에이미 하먼을 만나봐도 좋겠지만 유투브에 널려 있는 그녀의 강연을 통해서, 사람들이 질문받고 반응하는 방식, 그녀가 주장을 미술작품이라는 매개를 통해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식도 배워볼만 하다. (내가 가진 편견으로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YES or NO보다는 회색지대의 두리뭉실한 대답이나 반응으로서 상대의 비호의적 태도를 유보시키려는 경향이 있는데 <우아한 관찰주의자>를 읽고 나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고,  치밀히 관찰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상대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이롭다는 생각을 하게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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