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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여행작가 조정연이 들려주는 제3세계 친구들 이야기, 개정판
조정연 지음, 이경석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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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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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책 제목만 보고 편견을 가질뻔 했습니다.  미소도 없이, 주워입은듯 헐렁한 누더기를 걸친 아이의 사진 아래,  "넌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라는 의문형의 제목으로 온정주의를 불러일으려나보다 생각했거든요. "이리도 비참하고 가난한 삶을 사는 아이들이 있는데 넌 얼마나 행복하니? 감사하며 살아라"며 상대적 행복한 자의 안도감을 담았으려나 착각할 뻔했습니다. 오해였습니다. 이미 2006년 출간되어 어린이 인권문제의 절실함을 많은 이들에게 일깨워준 <넌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는 소박하기에 진정성이 어린 목소리로 전합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8개 나라 아이들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놓인 가혹하고 잔인한 현실의 모습을 가감없이 전함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돕기 위해 행동해야겠다"고 결심하도록 이끕니다.
이 책을 쓴 조정연 작가는 세계 120개국을 배낭여행하였는데, 인도의 거리에서 비 맞는 소녀와의 만나고 이 책의 집필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영국의 사회단체인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통해 인권을 유린당하는 아이들의 현실에 눈뜨고는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도 이를 알려야 겠다는 사명감에서 책을 썼다네요. 교육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사회공헌기구인 "와이즈만 해누리"와 자매기구인 와이즈만 Book에서 개정판으로 출간하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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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에서는 책과 연계한 교육자료를 QR코드로 본문 곳곳에 실어 놓았습니다. 아랍 에미리트의 낙타 경주나 코트디부아르 공정무역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독자들은 추상적인 이야기거리가 아닌 구체적 현실로서 어린이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도와야 겠다는 결심을 다지게 됩니다. 나아가 관련 주제로 더 읽어볼 책들도 중간 중간에 소개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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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현대판 하녀 아미나타,' '낙타몰이꾼 알스하드,'  '팔려가는 소녀들,' '쓰레기 더미 위에 피어난 꽃,'  '검은 연기에 갇힌 라타,'  '달의 여신 찬드라,'  '소년병 피바람,'  '목화 따는 아이들,'  '초콜릿의 쓰디쓴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총 9개 국가에서의 어린이 인권문제를 고발합니다. 각각 가봉, 아랍 에미리이트, 아프가니스탄, 케냐, 캄보디아, 인도, 시에라리온, 우즈베키스탄, 코트티부아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문제입니다. 읽다보면 '왜 전혀 모르고, 관심조차 없이 살았을까?'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훅 달아오를 만큼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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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봉에서 하녀로 팔려간 아미나타는 같은 처지의 소녀들이 탈수증과 일사병으로 죽어나가자 중개업자가 시신을 바다로 유기해버리는 것을 보아야만 했습니다. 코르티부아르의 아이디는 고된 강제노동과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탈출했던 두 친구가 감독관에게 모된 채찍질을 당한 후 나무에 매달린 채 죽음을 맞은 모습을 보아야만 했습니다. 캄보디아의 쓰레기 마을에 사는 소년 라티는 쓰레기가 타면서 내는 유해 가스를 들이마시면서도 행여 쓰레기에서 식구들에게 가져갈 음식물 찌꺼기나 팔만한 쓰레기가 있을지 새벽부터 뒤지고 다닙니다. 인신매매당해서 5년동안이나 낙타몰이꾼으로 강제로 일한 소년 알스하드는 5년전의 몸무게가 변동이 없을 정도로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로 지냈는지라 구출되어 나온 후에도 뇌세포가 죽어서 평생 불구의 신세로 살아야합니다.
 

<넌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에서 조정연 작가는 뭉뚱그린 복수가 아니라 구체의 단수, 이름을 가진 현실의 아이들을 중심인물로 기술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아이가 살고 있는 나라도 지도로 소개하고요. 작가의 이런 서술전략 덕분에 독자들은 또래 친구들의 고통을 추상이 아닌 구체의 현실로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나아가 정녕 행동해야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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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을 배경으로 한 9가지 이야기 중 가장 충격적이고 안타까웠던 사연은 시에라리온의 소년병 피바람의 이야기였습니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잇권 다툼에 아이들이 동원되어 인간병기로 쓰이다니! 게다가 마약과 세뇌교육으로 아이들의 판단력마져 마비시켜 인간으로서 가질 최소한의 양심이나 인류애조차 지워버렸다니! 비록 강요받아서 행했을지라도 무차별 살상을 계속해온 이 소년병들을 어떻게 사회에 복귀시키고, 어떻게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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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절망 속에 희망이라고, 조정연 작가는 학대에 무방비 노출된 어린이들이 겪는 처참한 실화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 이 아이들을 참담한 비극에서 구출하고 도와주기 위해 국제 사회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또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들도 열어둡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폭력과 죽음에 닿아있는 아이들을 놔두고, 다른 이슈들로 뜨거운 어른들의 세상이 왠지 가식적이고 이중적으로 느껴집니다. 겨울이면 유기농초콜렛을 박스 째 해외에서 구입해서 간식으로 먹는 스스로가, 카카오 농장에서 비인간적 대접을 받으며 강제노동에 동원된 아이들 앞에서 위선적으로 느껴집니다. 행동해야겠습니다. 내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넌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를 보다 많은 잠재적 독자들에게 알리는 일이 그 작은 행동의 출발점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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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랄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푸른숲 새싹 도서관 21
로즈메리 맥카니, 플랜인터내셔널 지음, 황세림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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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Day is Malala Day
말랄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교육의 혜택에 흠뻑 취해 있는 요즘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초등학생만 되어도, "어린이 권리"니 "인권"등의 단어를 구사합니다. 시중에 워낙 어린이 권리 동화가 많이 나와 있으니 접할 기회도 많습니다. 하지만, 글자를 배우고 싶어서 오빠가 쓰던 낡은 교과서를 꼭 품고 자는 소녀나, 여자 아이도 학교에 다닐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는 소녀의 절절함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교육 과잉의 풍족함에 젖어 있지요. 대한민국의 아이들에게 2012년 가을, 등굣길 스쿨버스에서 총을 맞은 말랄라의 이야기 역시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파키스탄에 사는 이 소녀는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걸 금지하는 탈레반의 만행을 방송국과 인터넷에 알렸습니다. 여자아이도 공부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다가 그만 탈레반의 총알에 희생될 뻔한 것이지요. 다행히 기적적으로 살아난 말랄라는 세상 모든 아이들의 교육 받을 권리를 실현시키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최연소 노벨평화상 후보가, 2014년에는 '세계 어린이상'을 받았다지요.
UN이 말랄라의 생일인 7월 12일을 '말랄라의 날(Malala Day)'로 선포하자, 이에 영감을 받은 국제 구호 단체, '플랜인터내셔널(Plan International)'이 말랄라를 응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제작했답니다. 법률가 출신이자 플랜의 활동가인 로즈메리맥카니가 그 영상에 이야기의 숨결을 불어넣어주었지요. 이렇게 <말랄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가 세상에 태어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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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랄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에는 총 28장의 총천연색 사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모두 전세계 어린이들, 특히 소녀들의 모습을 담고 있지요. 도서출판 푸른숲 편집실의 선택이었는지, 유난히도 진한 핑크색이 많이 등장하여 희망의 메세지 채도를 높여줍니다.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평화롭게 살고, 인간답게 존중받고,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말랄라가 대표로 나설 때, 아이들이 손을 높이 들고 함꼐 하겠대요.

 
 

 
 "왜 오빠만 공부시켜 주냐?"면서 새벽 2시에 깨서도 몽유병자처럼 책을 꺼내들곤 하는 야무진 6세 꼬마는 <말랄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의 메세지를 조금은 이해하나 봅니다.  '모두 다 공부하자니까 좋다"고 합니다. 단, 어린 나이에 강제로 결혼당하는 소녀의 사진을 보고 연실 "예쁘다"는 걸 보면, '강제 조혼'의 폭력성을 상상하지조차 못하는 것이지요. 연필을 쥐고 책을 읽어볼 기회도 박탈당한 채 강제 결혼으로 속박당해 자궁의 존재로서 한계지워지는 소녀들. 창공으로 비약할 수 있는데 날개조차 펴보지 못하고 주저앉게 되버리는 소녀들. 그들도 우리처럼 공부하고 존중받을 수 있게 하자고 말랄라가 목소리를 높이고 세계의 인권단체들이 힘을 모을 때, 세계의 어린이들도 함께 손을 높이 듭니다. 함께 하면 세상은 바뀔 수 있으니까요. 책 제목처럼 누군가가 대신 싸워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뒤로 물러서서 관망하지 말고, 함께 일어나 목소리를 냅시다. "책과 연필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삼아........  <말랄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를 전국의 모든 도서관과 초등학교 학급 문고로 보내주고 싶어집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모일 수 있도록!

 

 
* 리뷰 본문의 이미지는 <말랄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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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연습]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가족 연습 문학의 즐거움 45
린다 몰라리 헌트 지음, 최제니 옮김 / 개암나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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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족 연습

 

 

 

 

 

 

왠지 펑펑 울거나 눈물을 찔끔 흘리거나, 아무튼 눈물을 흘려야 이 책을 다 읽을 것 같았다. 화목해 보이는 다섯 명의 가족을 길 건너편서 바라보는 아이, 엄마나 아빠의 손 대신 낡아빠진 기린 인형 하나를 안고 끈 풀어진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으니 줄거리가 짐작 되니 말이다. 제목 역시 <가족 연습>, 원제는 One for the Murphys! '소녀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가족이 아마도 The Murphys(머피 가족)일테지.....그들의 세계에 들어가지도 완전히 거부하지도 못하는 중간 지대의 One이 소녀겠구나' 싶었다. 예상대로 울면서 읽었다. 영화라면 뻔한 클라이맥스 장치가 동원된 장면이라 할텐데도 뜨거운 눈물이 주륵주륵 흘렀다. 가족애라든지 모성이 강조된 글에 강렬히 공감하는 독자로서의 성향 탓도 있겠지만 작가 린다 몰라니 헌트 (Lynda Mullaly Hunt)의 글솜씨 덕분이다. 시나리오 집필 코치로도 활약하던 그녀는 <가족 연습>으로  코네티컷에서 활동하는 어린이책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태시 월든 상'도 수상했다.

 

 

 

 

<가족 연습>의 캐릭터들은 마치 헐리우드 가족 영화 레서피에서 공통의 재료를 추출해낸 듯 한 전형성을 띤다. 우선 주인공이자 소위 '위탁아동'인 칼리는 환락과 방탕의 도시 라스베가스에서, 마찬가지로 방탕한 엄마와 폭력적인 새아버지 밑에서 살았다. 새아버지로부터 무자비한 폭력을 당했다.  하지만, 여느 성장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독초처럼 살아남은 자만의 야생적 자생능력과 영민함을 갖추었다. 시니컬하면서도 예민하고 강인하면서 감성적이다.

칼리를 맡아주는 위탁 가정의 주부인 머피 여사를 보자. 모성성의 화신으로 묘사되는 그녀는 그 스스로가 위탁아동이었다. 작가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머피 부인이 <아낌 없이 주는 나무>식 헌신적인 사랑으로 칼리를 품어내는 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 머피 부인 스스로를 보듬어 안는 심리적 자가치유일지도 모르겠다. 칼리의 유일하고도 강렬한 우정, 토니는 또 어떠한가? 문화계에서 일하는 성공한 엄마와 부유한 아빠를 둔 토니와,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용 헌옷통이나 뒤져 옷을 입던 가난한 소녀 칼리. 적어도 물질적 풍요로움이나 사회적 외피로는 대칭점에 있어 보이는 두 소녀는 사실 '부모의 사랑에 목마름'이란  아픔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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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무르익어, '불우했던' 칼리는 '진짜 가족스러운' 머피 가족을 만나, 처음에는 거부와 질투 이질감, 다음에는 부러움과 동화, 마지막 단계에서는 다시 핏줄로서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끝난다. 물론 예전과는 다른 칼리이다. 머피 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가족되기를 연습하여 한층 성숙해지고, 한층 친엄마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 칼라로서. 불우한 가정에서 위탁 가정으로 보내진 소녀가 가족애를 배우고 성장해간다는 다소 진부한 소재이지만,  린다 몰라니 헌트의 글 솜씨는 <가족 연습>을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독특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특히 "단지 초록색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사악한 마녀 취급을 받는 (185)" 뮤지컬 <위키드 Wiked>의 엘파바 캐릭터를 통해 토니와 칼리의 우정을 점화시키는 부분이라든지, <아낌 없이 주는 나무>를 매개로 머피 부인의 따스한 모성성을 부각시키는 등, 감성을 자극하는 장치가 곳곳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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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사처리 역시 압권이다.  한자리에서 읽기엔 다소 두터운 책이지만 <가족 연습>을 기꺼이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인상적인 대사의 퍼레이드. 예를 들어, 머피부인이 진짜 칼리의 엄마라고 생각했던 토니가 칼리에게 "엄마가 네 농담에 웃어 준다고 너무 자만하지 마라. 엄마라는 사람들은 자식이 냅킨 조각에 한 낙서까지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 (p.210)"라며 짖궂음반 부러움반을 쏟아내는 대목이 그러하다. 무엇보다 <가족연습>은 잘 번역된 한글 제목 그대로 '주어지고 완성된 것'이 아닌 '만들어가고 배워가는 가족만들기, 가족 연습'을 시켜준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소위 사회에서 '정상가족'이라고 여기는 경계 밖 가족과 사람들에게 편견 아닌 따스한 시선을 보내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고. 개암나무에서 청소년을 위한 문학서 시리즈로 번역 출간하였지만 청소년은 물론 성인에게도 강력히 권하고 싶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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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상상 2014-05-19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수고많으셨어요 ^^

얄라알라 2014-05-19 23: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알라딘 댓글은 어색한데 반가워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
마크 펫.게리 루빈스타인 지음, 노경실 옮김 / 두레아이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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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

 

 

 
 
백과사전을 즐겨보는 만큼이나 그림책도 좋아하는 9세 아이가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를 조용히 앉아서 읽더니만 한 마디 던집니다. "난 그래도 실수 하는게 더 귀여운데..... 엄마도 어른이여도 귀엽던데요. 실수 잘하잖아요." '뼈있는 농담인가?' 웃어야할지 부끄러워해야할지 싶으면서도 아이가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를 잘 읽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제가 인 이 작품에는 결코 실수해본 적 없는 여자 아이가 등장합니다. 이름은 베아트리체. 아이의 꼼꼼한 성격은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서도 드러납니다. 베아트리체는 같은 시각에 일어나고, 짝을 맞추어 양말을 신고, 버터와 잼도 똑같은 크기로 떠내어 빵에 바르지요.  그냥 평범한 아이인줄 알았던 베아트리체가 학교에 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기자들의 사진 플래쉬가 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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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는 3관왕이었어요. 장기자랑 대회의 3관왕. 결코 실수하지 않는 아이로 유명했답니다. 대회에서 뿐 아니라 일상의 삶, 학교 생활에서도 실수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심지어는 요리 시간에 달걀을 네 개나 떨어뜨렸는데도 잡아 냈답니다. 두 손과 발과 입을 이용해서요. 그렇다고 베아트리체가 자신에 대해 자랑스럽고 즐거웠을까요? 작가 마크 펫과 게리 루빈스타인은 완벽쟁이 베아트리체를 우울하게 그려놓았네요. 식욕도 없어보이고, 심지어는 친구들하고 자유분방하게 놀지도 못해요. 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지는 실수를 할까봐 두려웠던 것이지요.

 
베아트리체가 장기자랑 대회에 나가던 날 역시, 표정이 어둡습니다. 혹시나 실수할까 하는 조바심때문에 마음에 납이라도 얹어놓은 듯한 표정입니다. 물론 신중한 베아트리체는 실수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은 저글링 장기를 선보입니다. 공 3개를 던져 받는 것이 아니었어요. 물 풍선, 햄스터, 그리고 소금통이었지요.
그런데 왠걸요? 평소의 소금통과 달리 공중에서 검은색 가루를 뿌리지 않겠어요?


 
후추였어요.  후추를 마신 햄스터는 재채기를 하며 물풍선을 긁었고, 물풍선을 베아트리체의 머리 위에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어요.  그래서 베아트리체의 장기자랑이 재앙이 되어 버렸냐고요? 사실, 무대 위에서 미동도 안한채 자신의 실수에 대해 어쩔줄 몰라하는 베아트리체를 보는 독자들은 소녀가 금방이라도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지요.  

 
 
과연 베아트리체는 이 커다란 실수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의 후반부에 가면 친구들과 스케이트를 타고 놀면서 넘어져도 까르르 거리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네, 그렇게 베아트리체는 완벽주의에의 중압감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워졌어요. 실수 하여도 모두가 자신을 비난하는 것도, 자신의 정체성이 일순 흔들리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실수하여도, 여전히 나다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어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는 비단 실수를 두려워하는 아이들 뿐 아니라, 자기 안에 실수를 두려워하는 어린아이를 여전히 품고 사는 성인에게도 권하고 싶은 힐링 그림책이랍니다.
 

*아래 이미지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의 본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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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리더십 - 인류의 삶을 바꾼 컴퓨터 황제 청소년 멘토 시리즈
유한준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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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삶을 바꾼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 리더쉽 미래로 나가자

 

 

 

 

 

인물, 특히 생존하는 현시대의 아이콘과 같은 인물에 대한 평가는 작가의 관점과 의도 등에 따라 크게 차이를 보일 것 같다. 북스타 청소년 멘토 시리즈의 제 13권이자 컴퓨터 황제를 다룬 <빌 게이츠 리더쉽>은 유한준이 썼다. 조선일보 기자로 정년퇴직한 그는 아동문학가이자 전기작가로서 <박근혜 리더쉽>, <반기문 리더쉽>등 100여권의 책을 펴내왔다.

 

리더쉽을 집중 조명한 멘토 시리즈의 최신간인 만큼 <빌 게이츠 리더쉽>은 통상의 추보적 구성이나 에피소드 중심의 서술이 아니라, 빌 게이츠에서 배울 수 있는 리더쉽을 항목별로 서술하고 있다. 먼저 1장에서는 글로벌 리더쉽, 2장에서는 신용의 리더쉽, 3장에서는 성실의 리더쉽, 4장은 근면의 리더쉽, 제 5장은 열정의 리더쉽을 다루고 있다.  
 
글로벌 리더쉽
신용의 리더쉽
성실의 리더쉽
근면의 리더쉽
열정의 리더쉽

 

 전기작가로서 인물 집중 탐구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유한준 작가는 "사람들은 빌 게이츠가 컴퓨터 천재, 관리의 귀재, 경영의 신통력에다 억세게 운이 좋다고 여깁니다... (중략).....(빌 게이츠에게는)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다른 중요한 신화 창조의 요인이 분명 있습니다."라고 머리말에 적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작가가 추출해낸 요인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작가 스스로도 본문에서 누차 이야기하듯 소위 성공한 인물이거나 인류의 입에 오르내리는 위인들에게서 '공통으로 꼽을 수 있는 분모'에 가깝다. 예를 들어, 작가는 빌 게이츠가 일본의 경영신 마쓰시타 고노스케와는 신용의 리더쉽을, HP의 CEO 칼리 피오리나와의 근면의 리더쉽을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

유한준 작가는 빌 게이츠가 지구촌 최연소 억만장자, 그것도 세계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이룬 신화인 데서  빌 게이츠의 위대함을 보는 듯 하다. 빌 게이츠를 설명하는 대표적 수사인양 본문에서 억만장자로서의 그를 재차 확인해주니까. 하지만, 단지 억만장자가 아닌, 아내와의 이름을 건 '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의 투명한 운영을 통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다하는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식량난과 에이즈 문제해결을 위해 이 재단이 쏟아부은 노력과 그 성과는 대단하다. 

*

빌 게이츠는 변호사인 아버지와 성공한 커리어 우먼 사이에서 태어난 중상류 가정 출신이다. 게다가 세계최고의 수재들이 모이는 하버트 대학 출신(비록 중퇴 후 명예학위를 받았지만)에, 유유상종의 탑 클래스 인맥을 자랑란다. 소위 은수저(born with a silver spoon)를 물고 태어난 그는 유한준 작가가 강조하듯, 성실하고 근면하며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 뺴놓을 뻔 했다. 그는 사색가이자 다독가이다. 

*

 <빌 게이츠 리더쉽>은 큰 인물의 성공 신화 이면의 과정과 성공을 가능케 한 인물의 동력을 보여준다. MS사 직원들에게 한 빌 게이츠의 말들을 인용하거나 다양한 에피소드를 배치하고 어록을 실어서 초등학생 이상 청소년들에게 충분히 자극제가 되줄 책이다. 

 

  
* 오자 - p. 39 (만나주지 않았단 것으로 유명했다)
* 제안 - 빌게이츠 어록 등 참고한 서적에 대한 출처를 함께 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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