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 페르시아 왕후 에스더의 비밀 일기
진저 가렛 지음, 김윤창 옮김 / 베이스캠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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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게 여러분의 힘이나 돈을 보태려 하지 마세요.
내게 여러분의 연약함을 보태세요.
여러분이 기도와 고통으로 나를 하나님께 인도한다면,
나는 금지된 일이라 할지라도 왕에게 갈 거예요.
죽게 된다면 죽는 거죠.



. 줄거리 。。。。。。。                                

   주인공인 에스더는 바벨론에 의해 나라를 잃은 유대인 소녀다. 많은 사람들이 바벨론의 도시들로 강제이주를 당했고, 얼마 후 그들을 지배하는 나라는 바벨론에서 페르시아로 바뀐다.

   에스더는 혼란 중에 부모를 잃고 사촌인 모르드개의 가게에서 일을 하며 산다. 그 곳에서 만난 키루스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진 에스더는, 그와의 결혼을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설렘 중에 보낸다. 하지만 키루스의 아버지는 더 많은 권력과 지참금을 줄 수 있는 다른 여자와의 결혼을 원했고, 비열하게도 마침 새로운 왕후를 뽑기 위해 제국 전역에 내려진 황제의 간택령에 에스더를 넘긴다.

   자신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왕의 하렘에 들어가 일 년 동안 왕의 부름을 위해 준비를 시작하게 된 에스더. 그녀는 수 백 명의 다른 경쟁자들을 이기고 왕후가 될 수 있을까? 그것은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인데.. 그리고 서서히 그녀의 지척까지 영향을 끼치는 음모의 손길은...



. 감상평 。。。。。。。                                

   구약성경 '에스더'의 이야기를 현대식으로 꾸며 놓은 소설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큰 플롯 구조는 모두 에스더서의 것을 따라가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책의 앞에 삽입되어 있는 이야기 - 고대의 에스더의 비밀 일기가 발견되어 출판 준비 중이라는 신문 기사 -다. 과연 그 기사 형식의 글이 진실인지, 그리고 이 책이 그 '비밀 일기'를 토대로 만든 것인지, 결정적으로 그 '비밀 일기'가 진짜 에스더의 글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아무튼 그 내용은 이 책에 대한 확실한 흥미를 제공해 준다. 어쩌면 움베르토 에코가 잘 써먹었던 '진실과 상상을 섞어 글쓰기'(소위 팩션이라고 부르는)의 일환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작가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에스더의 시점에서 그가 겪어야 했던 여러 일들을, 과연 그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였을 지를 제법 개연성 있게 적어 내려가고 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과 몸을 섞어야 하는 운명적 사건에 대한 에스더의 번뇌, 그리고 왕실에서 벌어지는 암투(사실 이 부분은 약간 약하긴 하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미련 등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 만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들어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 갈 수 있다.



   성경의 이야기를 현대적인 이야기로 잘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성경 하면 일단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소설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흔히 역사 드라마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와 같은 문제가 여기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에스더서에 대해 다 알게 되었다는 오류에 빠지면 안 된다. 성경 자체가 담고 있는 본문의 의미, 문맥, 구조적 특징 등이 많이 훼손될 여지가 있기 때문인데, 이는 본문의 의미를 담고 있는 중요한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내용이 지나치게 현대적인 감이 없지 않다는 점도 약간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특별히 여성에 대한 시각은 흐릿하게나마 페미니즘의 냄새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크게 우려가 되는 정도는 아니다.)



   몇 가지 조심스럽게 보아야 할 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읽어나간다면, 매우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런 책과 같은 시도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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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공급 살인사건 소설로 읽는 경제학 1
마샬 제번스 지음, 형선호 옮김 / 북앤월드(EYE)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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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줄거리                                    

        아내와 함께 휴가를 떠나온 한 경제학자. 살인사건과 같은 살벌한 일들이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평화로운 휴양지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늘 고압적인 자세로 함께 하던 사람들을 부담스럽게 했던 데커 장군이 죽은 것이다. 놀러 왔던 사람들은 일순간 모두 긴장에 빠질 법도 한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 아니다. 매일매일 사람들이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는 미국적인 분위기라서 그런가.

        하지만 이어지는 푸트 판사의 죽음에는 사람들도 슬슬 걱정이 시작되나 보다. 섬에 있는 유일한 경찰인 빈센트 형사가 수사에 뛰어 들지만, 생각만큼 진전을 보지는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간다.



        한편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나선 사람이 있었으니 처음 말했던 경제학자, 스피어맨이었다. 그는 모든 사람이 경제적인 원칙에 따라서 행동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경제이론으로 살인사건을 해결해보고자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이번 사건에서 그가 가장 자주 언급하는 것은 수요공급의 법칙.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한 질이라면 값이 더 싼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소보다 절반 가격에 음료를 파는 ‘드링크 타임’이 되면 사람들은 다른 시간대보다 더 많은 음료를 주문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수요공급 법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고 그런 이유들을 추적해가다보면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는 맥락이다.

        과연 이 흥미로운 작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범인은 누구일까. 스피어맨은 어떤 단서를 가지고 범인을 찾아낼까. 소설의 나머지 부분은 이런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 감상평                                    

        경제학과 추리소설의 만남. 시도 자체가 흥미롭다. 저자가 단지 경제학을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라 대학에서 실제로 경제학 강의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이 책에 대한 기대를 더욱 갖도록 만든다.

        하지만 내용은 실제 기대했던 것에 못 미치는 듯 하다. 생각만큼 정교한 논리적 추론 과정은 보이지 않고, 일반인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수준의 내용들만 등장한다. 소설 상의 탐정 격인 스피어맨에게서 나타나는 ‘뛰어남’이란, 냉철한 논리적 추론 과정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섬세한 ‘관찰력’ 뿐이다. 사실 이런 정도 수준의 관찰력은 이미 애드가 앨런 포우 이래의 모든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다.

        
소설의 형태로만 보자면, ‘본격추리소설’에 해당하는데(추리소설은 크게 본격추리소설과 도치추리소설로 나뉜다) 본격추리소설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긴장감 조성‘에 실패를 하고 말았다. 사건의 전개가 매우 느슨하고, 주인공인 스피어맨의 추적과정도 슬슬 집 주변을 산책하듯 너무나 여유롭다.



        일반적으로 추리소설 작가와 독자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하나 있는데, 소설 상 등장하는 탐정이 접하는 모든 정보를 독자에게도 제공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는 완전히 속아버리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래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매우 충실하게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추리소설작가로서의 가망이 영 없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라리 저자들의 전공을 살려서, 약간은 전문적인 내용들이나 경제학과 관련된 금언이나 과거의 실제적인 사건들의 예를 좀 더 넣어서 소설을 구성했다면, 훨씬 더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좀 아쉬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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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미래의 도전들
교황베네딕토16세 지음, 이동준 옮김 / 물푸레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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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지만 사람들이 신을 멀리하게 된 이후로

과연 이 세상은 그만큼 더 밝고 즐겁고 자유로운 곳이 되었는가?

오히려 인간들은 그 품위를 박탈당하고

공허한 자유에 내맡겨지는 저주를 받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 요약                                                               

        얼마 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새로 교황에 즉위한 라칭거 추기경, 곧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책이다. 교황 즉위 후 첫 번째로 출판한 책이라, 우리나라 말로 번역해 출반되자마자 서점의 한 코너를 장식했던 기억이 난다.

 


        한 종교의 수장으로서, 수 억의 사람들을 이끄는 정신적 지도자로서, 교황은 현대의 정신적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교황이 걱정하는 문제는 크게 몇 가지이다. 하나는 온통 과학만능주의에 빠져서 정신적인 영역을 소홀히 하는 현대의 사조와, 그 결과로 나타나서 이제는 인류의 공존을 위협하게 만든 위험들, 그리고 이러한 상황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에 하는 문제 등이다.

 

        교황은 지나치게 물질중심주의에 치우친 현대인들이 적절한 방향의 수정을 해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정신적인 영역은 현대인들에게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무가치한 것으로 천대를 받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것이라는 내용이 교황의 확신이다. 이를 위해 그는 현실문명이 가진 맹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 감상평                                                           

 

        과연 인문학의 대가 중 한 사람답게, 새 교황의 현재를 읽어내는 눈은 매우 세심하면서도 날카로웠다. 그리고 그의 현재를 읽어내는 능력 아래는 매우 뚜렷한 역사의식이 있었다.(역시 역사는 사람을 지혜롭게 해 준다.)

 


        하지만 교황의 이러한 작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교황의 주장은 현대인들의 전제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 전제에 한 가지를 더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결국 교황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문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종교와 도덕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기독교의 필요성을 변증하기 위한 목적에 기인한 것 일 테지만, 사실상 전혀 다른 전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기독교를, 이런 방식으로 해서 올바로 전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그 저변에 깔려있는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능력은 상당히 훌륭하다. 거기에 ‘교황’이라는 네임벨류까지 더해지니, 자기를 제법 의식 있는 교양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먹혀들어갈 만 하다.

 

        특별히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그들을 영적으로 이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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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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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열둘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쿠바의 독립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하고도 남는 수이다.”


 

 . 줄거리 。。。。。。。                                                             

        아르헨티나 사람이면서 쿠바의 자유를 위해 거의 무모할 정도의 투쟁에 뛰어들었고, 결국 그것을 얻어낸 인물. 하지만 그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전선에 나섰다가 결국 목숨을 잃은 인물. 간단히 몇 줄을 썼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그가 했던 일들이 떠올라 약간의 흥분이 느껴진다. 이 책은 이런 열정적인 사업을 했던 체 게바라라는 인물에 관한 평전이다. 

        다른 평전들처럼 이 책도, 체 게바라라는 인물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생애를, 주요한 사건들 위주로 적어 넣고 있다. 특별히 체가 카스트로와 함께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주의(이 용어가 엄청난 힘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이익들을 탈취해 가는 국가를 가리키는 것이라면)국가의 침탈로부터, 쿠바의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무장투쟁을 벌인 인물이기에, 저자는 그의 무장투쟁의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전투일지나 전사(戰史)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간적인 착각이 들 정도이다.

        고작 예순 두 명의 사람들로 한 나라를 바꾼 인물. 그의 ‘위대한 혁명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그리고 그의 어떤 면모가 이런 일을 이루게 했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의 방법론을 따라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말고.

  

 . 감상평 。。。。。。。                                                             

         책의 제목과 빨간 표지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마치 오래 전에 사둔 책처럼 익숙했다. 아직 책을 채 읽어보지도 못했으면서 나름대로 책에 대해 갖고 있던 그림이 있었으니, 체 게바라라는 제법 과격한 투쟁을 벌였던 어떤 사람에 관한 책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혹시 어려운 사상적 내용들이 잔뜩 등장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겁을 먹고 있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다지 어려운 내용은 없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저자는 체 게바라라는 인물의 일생에 관한 여러 사건들을 시간의 순서대로 보여주고 있다. 체와 가까운 여러 인사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체가 투쟁했던 장소들을 직접 둘러보고, 그가 남긴 기록들을 참고하면서, 저자는 매우 사실적인 전기를 구성해냈다. 이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장점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다. 저자는 가능한 한 객관적인 묘사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체 게바라의 솔직한 모습을 읽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면은 역으로 보면 이 책의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체 게바라라는 사람의 사상의 깊은 면을 읽어내기란 꽤 어렵다. 우선 체 자신이 남긴 글이 워낙에 간결하게 작성되어 있기 때문이고, 저자 자신도 그에 대한 평가를 깊게 하고 있지는 않다. 이래서야 ‘평전’이라고 하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체 게바라의 무장투쟁과 관련된 부분이다. 지금은 쿠바의 독재자로 알려져 있는(이건 누구 관점에서 그런 건지)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겨우 예순 두 명의 사람들이 탄 보트로 쿠바에 상륙해, 몇 년간의 게릴라 투쟁으로 결국 정권을 교체했던 그의 업적은 거의 경이적이다.

         하지만 그의 투쟁이 근본적으로 옳았느냐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쉽게 긍정적으로 대답을 할 수 없지 않을까. 그와 함께 ‘혁명’을 일으킨 피델 카스트로는 수 십 년을 장기집권하며 지나치게 완고한 ‘우리식 사회주의’(이 용어를 김일성이 만들어 낸 게 아니었나보다)를 고수해 쿠바의 국민들의 삶의 질이 더 향상되는 것을 막고 있다. 체의 사상과 활동은 무엇인가를 바꾸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바꾼 체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발전시키는 데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또, 체가 신봉했던 사회주의에 입각한 공산주의는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욕심의 지배를 받는 인간들에게 적용되기란 매우 지난(至難)한 일이다. 사람에 대해 너무나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체는 인간의 타락이라는 면을 바로 읽어내지 못했고, 결국 그 때문에 죽게 되었다. 그리고 무장을 이용한 혁명이라는 그의 방법론도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다. 시대도 변했고, 사람들도 달라졌다. 하지만 인간을 억압하는 잘못된 권위와 폭정으로부터 사람들을 보고하고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그의 정신만은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특별히 게릴라 전술에 대한 선이해가 거의 없었던 나로서는, 이 부분에 대해 약간이나마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서 좋았다. 요체는 적은 숫자로도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그리고 체는 이 부분에 있어서 매우 뛰어난 전술가이자 전략가였던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큰 꿈을 가진 젊은이라면, 체의 이 부분에 관한 뛰어난 면모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너무 적다고 해서, 가진 힘이 약하다고 해서 꿈을 이룰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삶으로 보여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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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 되풀이되는 연구 부정과 '자기검증'이라는 환상
니콜라스 웨이드.윌리엄 브로드 지음, 김동광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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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하게도 과학은

현대 세계에서 진리와 가치의 기본적인 원천으로서 종교를 대신해왔다.

 

 

 

1. 줄거리 。。。。。。。                                         

        과학은 정말로 정확무오(正確無誤)할까? 과학이야 말로 인간 이성의 최고의 결정체이자, 이 세상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위대한 진리라고 생각하는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은 한 편으로 좀 생뚱맞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럼 과학이 정확하지 않다는 말인가? 이 책의 저자는 그렇다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 역시 하나의 가설에 기초할 뿐이라는 전통적인 비판에 머물고 있지 않다. 이제까지의 과학에 대한 비난과는 그 궤를 약간 달리해, 저자는 과학계의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과학자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날 어떤 과학자가 인정을 받는 길은, 세기적인 대 발명이나 발견을 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얼마나 많은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해서, 얼마나 많은 연구비를 정부기관이나 단체들로부터 타내느냐 하는 것이 그 과학자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단지 이것뿐이라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날에는 한 가지 문제가 더 생겼는데, 바로 과학자의 수가 너무 많아져버렸다는 것이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과학자의 수는 늘어나다보니 자연히 과다한 경쟁이 일어나게 되고, 이러한 구조는 과학자 개인의 양심을 무뎌지게 만든다. 데이터의 조작으로부터 폭넓은 표절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과학계는 쉽게 스스로 정화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버렸다.

 

        이 책은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과학자들이 저지르는 부정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과학자들 자신들이 말하는 과학 자체에 내장된 자정시스템은 인맥과 권위, 부정을 저질렀을 때 얻을 수 있는 막대한 보상에 대한 욕구라는 벽을 쉽게 허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직업들처럼 과학도 파벌과 종파의 지배를 받는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과학자들만 그렇지 않다고 부정한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역사상 저질러졌던 크고 작은 수많은 부정 사건들의 예는 저자의 주장에 신뢰도를 더해준다. 자신들 이외의 다른 누구의 간섭도 거부한 채, 오직 자신들의 논리만이 유일무이한 진리의 척도라고 생각하는 오만한 과학계에, 이 책의 저자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호하다. ‘너도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2. 감상평 。。。。。。。                                     


        얼마 전 인터넷 뉴스의 한 자리를 차지했던 문제의 책이다. 정확히는 문제의 책과 관련이 되어서 광고가 좀 된 책이다. 사연인즉, 우리나라의 한 원로 교수님께서 후학들에게 표절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시기 위해 책을 한 권 쓰셨는데, 그 책이 공교롭게도 다른 책을 표절했다나? 출판사나 노(老) 교수 둘 중 하나(혹은 둘 다)의 부주의로 일이 꼬이게 되어 버린 것. 출판된 지 오래된 책이라 그냥 옮겨 써도 되겠다 싶었지만, 그 책이 나온 걸 보고 이 책의 원 판권을 소유한 출판사가 이 틈에 다시 팔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책 제목부터 시작해서 소개글을 보니 한 번쯤 읽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 책이다. 그러던 중 리더스 가이드에서 이벤트 도서로 보내주니 이런 횡재가.


 

 

        현대인들은 기초주의, 증거주의라는 교리를 신봉하고 있다. 그리고 이 교리를 설파하고 있는 사제들은 과학자들이다. 쉽게 말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간의 머리로 이해할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는 신념이다. 증거가 없는 것은 믿으면 안 되고, 소위 ‘이성적’으로 생각하기에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은 모두 부정해 버리는 태도이다. 이야말로 지구상에 존재했던 어떤 종교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독단적 종교가 아닌가.

 

        물론, 인간들의 그러한 태도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한계를 알지 못하고, 나아가 인간 이성의 완전성을 주장하는 이성주의는, 인간의 한계로 인해 엄청난 재앙을 일으키고 있는 것 또한 사실 아닌가.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기후가 변해 수많은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으며, 오존층의 파괴 또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극지방의 빙하는 점점 녹아내리고 있으며, 인간이 개발한 각종 무기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정교한 정치제도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한없는 고통을 강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과학을 ‘믿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과학이 이루어 줄 유토피아를 소망하고 있다. 특히 독자적인 근대문명기로의 전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서구의 발전된 문물을 거의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바로 산업화로 넘어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 서구의 사람들은 과학문명이 가져 온 두 차례의 치명적인 위협(세계대전)으로 인해 이성에 대한 무한대의 신뢰가 어느 정도 깨진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근대화와 합리성이라는 교리를 강하게 신봉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매우 강력하다. 결코 과학계는 인간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으며, 그것은 과학을 다루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명예와 물질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일진대, 어떻게 완전함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단지 일부일 뿐이고, 약간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설명은 근본적인 해답이 되지 못한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은 단지 그 문화적 표현의 중요한 형태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저자의 설명은 매우 일리 있게 다가온다.


 

 

        현대의 과학이라는 우상의 잘못된 권위를 깨뜨리고, 과학을 그 바른 지위로 되돌려 놓으려는 멋진 시도를 담고 있는 책. 꼭 한 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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