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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간 나니아 - 나니아 연대기를 제대로 읽는 방법의 모든 것
샤나 코히 엮음, 김지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C. S. 루이스가 쓴 “나니아 연대기”에 관한 연구서, 혹은 해설서를 그간 여러 권 읽었다.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 책만 여섯 권이고, 우리나라 저자들이 쓴 책도 한 권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 책이, 나니아 연대기 해설서로는 여덟 번째 책이었다.
사실 그 동안 읽어왔던 나니아 연대기 해설서들은 대체로 비슷한 구조를 띠고 있었다. 책의 순서를 따라가거나 책의 주제를 따라가면서, 작품 안에 있는 성경적, 혹은 기독교적 의미를 풀어내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일부 문학적 가치와 기법을 설명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들 책들과 이번 책의 가장 큰 차이는, 이 책의 경우 나니아 연대기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스물세 명의 필자가 자신의 경험과 느낌, 그리고 생각에 관해 하나씩 글을 내서 만들어진 일종의 모음집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스물세 명이든, 서른세 명이든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쓴 글들이라면 결과적으로는 별반 다를 바가 없어질 터. 그러나 이 책의 필자들은 정말 다양한 관점에서 “나니아 연대기”를 보고 있다. 심지어 그간의 해설서들과는 다르게 어떤 필자의 경우는 시종일관 루이스와 “나니아 연대기”에 대해 적대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런 특징 덕분에, 실려 있는 글의 수준도 제각각이다. 하나의 글의 길이 자체가 책 한 권이 아니라 한 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충분히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일부 필자들의 글은 끝까지 집중해서 읽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역시 그런 ‘얕은’ 글은 대개 무신론을 강하게 피력하는 이들의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루이스가 회심을 할 어간에 강하게 느꼈다는 바로 그 생각, 그러니까 왜 이토록 무신론자들의 글은 삶의 깊은 의미를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는 데 반해 훌륭한 기독교인들의 글은 세상을 이토록 잘 비춰주는가를 실감했다. 루이스나 그의 작품에 대한 비판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최소한 그 비판은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맹렬한 동물보호단체 출신으로 보이는 한 필자는, 루이스가 충분히 동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나니아 연대기” 안에서도 동물과 인간 사이의 위계질서를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투덜댄다. 그러면서 글의 나머지 부분은 루이스가 하지도 않은 말과 자신이 보기에 부당한 동물에 대한 학대의 사례를 잔뜩 싣는 데 할애하는데, 우선은 동물의 지위에 대한 자신의 이해가 왜 옳은지를 말하지도 못하면서, 나니아 연대기에 대한 제한적 이해만을 드러낸다.
루이스의 여성관을 비판하는 필자도 보인다. “나니아 연대기” 속 여성에 관한 묘사가 20세기의 그것과 같지 않다는 게 그 주요 이유였다. 아마 같은 이유로 세종대왕의 내각에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는 이유로 그를 여성에 대한 심각한 반감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글만 있는 건 아니다. 짧지만 “나니아 연대기”에 관한 훌륭한 통찰을 담은 그들도 여럿 보인다. 신화가 가진 특별한 힘에 관한 설명(‘신화와 동화, 그리고 영화’)은 이미 다른 데서도 자주 봤던 내용이지만 훌륭한 요약이었고, 루이스가 그의 작품 안에 먹고 마시는 이야기를 자주 묘사함으로써 “신비한 일과 평범한 일을 섞어내”고 있다는 지적은 꽤 흥미로웠다. 루이스가 공간과 장소에 대한 묘사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도 다시 한 번 볼만한 부분이었고.
루이스나 톨킨 같은(그리고 그들에게 깊은 영향을 준 조지 맥도널드도 포함해서) 공상과학소설의 선구자들의 글과 오늘날 작가들의 결정적인 차이를 지적하는 글은 탁월한 식견이 느껴진다. 그에 따르면 비종교적 관점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교조적인 믿음을 고수하느라, 오늘날 공상과학소설가들은 자기들만의 게토에 갇혀있다. 심지어 왕권신수설에 입각한 왕권이 존재하는 세계를 그리면서, 그 안 어디에서도 성당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들이 얼마나 허술한 성을 쌓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은 “나니아 연대기”에 관한 가장 다양한 관점과 설명들을 담고 있는 해설서다. 이제야 읽었구나 싶은 느낌까지 주었던 책. 일부 따분한 내용도 있었지만, “나니아 연대기”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