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6
D.H. 로렌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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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계급이라는 것은 하나의 역할로서, 운명의 한 부분을 맡은 존재인 거야. 그리고 하층 대중이란 것도 운명의 또 다른 부분을 맡아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야. 개개인은 거의 중요하지가 않아. 문제는 우리가 어느 역할을 하도록 길러지고 길들여지는가 하는 점이야. 귀족 계급을 만드는 것은 개인이 아냐. 그건 바로 귀족 계급 전체의 역할과 기능인거야. 그리고 평민을 평민의 존재로 만드는 것 역시 하층 대중 전체의 역할과 기능인 것이지.-50쪽

사람들의 기는 다 죽어 없어져버렸소. 자동차니 영화니 비행기니 하는 따위가 사람들에게서 마지막 남은 기까지 다 빨아 없애버리고 있소. 분명히 말하건대, 새로 태어나는 세대마다 점점 더 토끼처럼 소심해지고 고무관으로 된 창자와 양철 다리와 양철 얼굴을 하고 있을 거요. 양철인간인 거지! 그건 모두, 인간다운 것을 말살해 버리고 기계적인 것을 숭배하는, 일종의 강고한 볼셰비키주의 같은 것이라오. 돈, 돈, 돈만이 절대적이지! 모든 현대인의 무리가 진짜로 쾌감을 얻는 일은 바로 인간에게서 본래의 인간적 감정을 말살해 버리는 일, 즉 인간 본래의 아담과 이브를 분쇄해 없애는 일이라오.-126쪽

그런데 그게 바로 우리 인간의 모습이다. 의지의 힘으로 우리는, 내면의 직관적 깨달음을 우리의 외부 의식으로부터 차단해 버린다. 그런데 이로 인해 공포 또는 불안 상태가 초래되고, 그 결과 우리는 재난이 정말로 닥칠 때 충격을 열 배나 더 강하게 받는 것이다.-290쪽

그는 악마가 그의 꼬리를 비틀면서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천사가 그에게 미소 짓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을 속였다.-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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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연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5
D.H. 로렌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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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여러 가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들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적 경험에 있어서는 그 범위가 극히 좁아서 가능성은 아주 조금밖에 되지 않는다. 바다에는 훌륭한 고기가 아주 많다 - 아마 그럴것이다! 그러나 그 무리의 대부분은 고등어 아니면 청어인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당신 자신이 고등어나 청어가 아니라면 바다에서 훌륭한 고기를 발견하기가 극히 어려울 것이다.-66쪽

그리고 코니는 어렴풋이 인간 영혼의 커다란 법칙 가운데 하나를 깨달았다. 즉 감정적 성향을 지닌 영혼이 심한 충격을 받아 상처를 입을 때, 그 충격으로 육체가 완전히 죽지 않는 경우, 육체가 회복되면 그에 따라 영혼도 함께 회복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이는 단지 겉모습일 뿐이다. 사실은 습관이 다시 되살아나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다. 서서히, 서서히, 영혼에 박힌 상처는, 느리지만 그 끔찍한 고통이 점점 깊어가는 타박상처럼, 그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하고 마침내는 영혼 전체에 퍼져 가득 차게 된다. 그리하여 상처에서 완전히 회복되어 그것을 다 잊었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때, 그 끔찍한 후유증은 최악의 상태가 되어 우리 앞에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107쪽

문명사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돈과 소위 사랑이라는 것에 사회는 아주 광적으로 집착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돈이 단연 우세한 광증이었다. 개인들은 각기 따로따로 미친 가운데 이 두가지 방식, 즉 돈과 사랑으로 스스로를 주장하며 내세우고 있었다.-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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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속삭여줄게 - 언젠가 떠날 너에게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절판


결국 "어떤 해안선도 움직이는 땅에 생긴 일시적인 선일 뿐"이란 말은 옳았다. 아마 워즈워스는 어느 날 자신이 바라보는 호수와 강물이 캄브리아기만큼이나 오래되었다는 걸 생각해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보다 영원한 것을 봤다는 기쁨을 느꼈을 것이고, 자기가 본 것을 먼훗날 인류도 볼 것이란 생각을 했을 것이고, 결국 시간의 흐름을 가슴으로 고요히 받아들였을 것이다.-37쪽

둔황의 하늘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볼 때 사막이 여성의 에로틱한 엉덩이처럼 부드럽게 보였을 때, 투루판의 모래 바람이 거리의 포도나무를 노랗게 때려대 포도가 모래자국으로 곰보처럼 되었을 때, 바둑판의 나뭇결에서 어느 해 유충이 뚫었던 구명을 발견했을 때, 아스팔트 위에 찍힌 장난꾸러기의 발자국 위로 빗물이 떨어지는 것을 봤을 때..... 그럴 때 세상은 사연으로 이뤄진 시이며 상형문자이다.-118쪽

그에게나 우리에게나 시간은 헤아릴 수도, 셀 수도 없는 미래를 향해 영원히 갈라지고 있다.-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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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품절


책은 물건이다. 그 물건은 펼쳐져 읽힐 때 책이 된다. 마지막 장이 덮이면 책은 다시 물건이 된다. 책이 책됨은 무척 짧다. 책은, 책으로서보다 책이 되려는 기다림으로 존재한다. 책은 곧 그러함일 터이다.-117쪽

지도자는 열심히 배우고 들어야 할 뿐 아니라 안 보이는 것을 보아야 하지요. '뉴턴의 사과'는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꿰뚫어보는 능력과 축적된 지식이 결합된 결과입니다.-168쪽

서재는 내밀하다. 그곳에는 책들이 특별한 규칙 아래 도열해 필요할 때 뽑힐 수 있게 되어 있다. 손때 묻은 권권의 사연들은 적절한 어둠과 침잠을 요구한다. 주인 외의 수선한 눈길이 머물면 그 사연들은 가뭇없이 사라져 부끄러움은 초라하게 내면화한다. 그래서일 거다. 책쟁이들이 서재 공개를 꺼리는 까닭은......-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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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추억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9월
절판


안개는 위험하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위험할 뿐이다.-11쪽

"이 도시는 두 얼굴을 지녔어요.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어둠 속에서 죄를 짓고 사람을 죽이지만 안개가 사라지면 해협의 물결처럼 아름답게 보이죠. 눈부신 미녀와 흉악한 야수. 어떤 쪽이 이 도시의 진짜 모습일까요?"
"둘 다겠지? 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야수 아니면 야수의 악마성을 지닌 미녀........... 우리 모두 그렇지. 아름다운 겉모습 뒤에 추악한 내면을 지니고 있어. 미녀의 얼굴로 야수의 행동을 하지."-114쪽

행복하던 그때는 미쳐 알지 못했다. 가장 행복한 기억이 가장 고통스럽다는 것을. 하지만 상관없다. 아멜리아와 미란다에 대한 기억이 고통스럽다면 그 고통조차 행복할 테니까.-158쪽

라일라는 알고 있다. 시간이 가면 상처는 아문다는 것을. 하지만 흉터는 영원히 남는다. 죽는 순간까지도. 상처는 보이지 않는 내면에서 곪아 터져 영혼을 파괴한다. 천천히 그리고 결국 그 사람을 죽음으로 이끈다.-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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