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품절


사람을 고향과 이어주는 끈에는 참으로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위대한 문화, 웅대한 국민, 명예로운 역사. 그러나 고향에서 뻗어 나온 가장 질긴 끈은 영혼에 닿아 있다. 아니, 위에 닿아 있다. 이렇게 되면 끈이 아니라 밧줄이요, 억센 동아줄이다.-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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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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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돈의 액수로 나의 값어치와 자존심을 매기는 실수를 범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초라한 패자가 된다. 내가 암만 돈을 많이 받아도 내 위에는 승자들이 층층계단처럼 한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평가의 기준을 돈에 두는 한 나는 항상 패자로서 우울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소중한 존재이고 내 노동력 또한 소중하기 때문에 그 평가를 남에게 맡기거나 돈으로 재고 싶지는 않다.-22~23쪽

독일 연안인 북해에서 잡은 새우는 지구를 빙 돌아 인건비가 싼 아프리카에서 껍질을 까서 다시 독일로 돌아온다. 운송에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도 그게 독일에서 까는 것보다 비용이 더 싼 것이다. 다른 대륙에서 재배해서 운송한 딸기가 독일산 제철 과일보다 더 싼 것도 같은 이치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자니 별 해괴한 일이 다 일어난다. 같은 사람에게 나라에 따라 각기 다른 값을 매겨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의 세상은 분명히 비합리하고 비인간적이다.-63쪽

물살이 너무 거칠면 조약돌은 휩쓸려 떠내려갈 수 밖에 없다. 조약돌이 외치는 소리가 들릴 만큼 잔잔한 물살이라야 강물이 마구잡이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각성한 많은 이들이 물에서 나와 조약돌로 튼튼히 서기를 자청할 때, 그래서 눈감고 흘러가는 물의 양은 줄고 굳건히 서 있는 조약돌의 수가 많아질 때 강의 물결은 잔잔해질 것이다. 이렇게 강강가 견고하고 물결이 잔잔한 강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물길을 이루어 남도 파괴하지 않고 스스로도 파괴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생존으로 가는 법칙'에 따라 흐르는 강이다.-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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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대가 Mr. Know 세계문학 18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절판


「사랑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사랑이 또한 우리를 가장 극심한 고통으로 몰아넣기도 하지요. 사랑한다는 것은 곧 속박당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속박당한다는 것은 타인으로부터 뭔가를 기대하기 때문이야.」
하이메 아스타를로아가 어찌나 뚫어질 듯 쳐다보았는지 로메로는 무척 당혹스러워하며 두 눈만 끔뻑였다.
「그런 사랑은 잘못된 사랑이 분명해.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거든. 일광욕 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디오게네스처럼 말이야.」-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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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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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이 그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세계에서 한 발짝도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자신에게 떠날 용기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았고 있었다. 그토록 바다를 바라본 것은 단지 바라볼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54쪽

마흔세 살이란 이런 나이야. 반환점을 돌아서 얼마간 그 동안 그랬듯이 열심히 뛰어가다가 문득 깨닫는 거야. 이 길이 언젠가 한번 와본 길이라는 걸. 지금까지 온 만큼 다시 달려가야 이 모든게 끝나리라는 걸. 그 사람도 그런 게 지겨워서 자살했을 거야.-68쪽

저는 외롭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저는 고독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저는 쓸쓸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마치 눈이 내리는 밤에 짖지 않는 개와 마찬가지로 저는......-141쪽

너무나 큰 세계였다. 흑두루미들은 그렇게 큰 세계를 가로질러 아무르 강변에서 이즈미까지 날아온 셈이었다. 우리가 그 세계를 증언할 수 없다는 것은, 그러니까 그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했다. 하지만 또한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망각할 수도 없었다.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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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잔을 들고 재채기
이영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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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내가 정서적인 부분,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둔감하길, 무언가 결여된 사람이길 바랐다. 그건 상처입고 싶지 않다는 마음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갈망이었다. 하지만 내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혜가 옳았다. 사랑받지 않는 사람은 살 가치가 없다.-74쪽

현실이 이야기보다 더 이야기 같다는 말이 그 순간 상당히 철학적으로 들렸다. 맞다. 현실은 이야기보다 더 이야기 같다. 모든 이야기는 현실이 낳았으니까. 아마 그래서 그럴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가 이야기같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원래 현실에 바탕을 뒀던 것이다. 현실이 이야기를 낳았다. 이야기는 웃기는 이야기를 낳았고, 웃기는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를 낳았고, 무서운 이야기는 지저분한 이야기를 낳고, 지저분한 이야기는 어려운 이야기를 낳고, 어려운 이야기는 재밌는 이야기를 낳았다. 현실은 이야기를 낳고 이야기는 현실을 낳고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208쪽

"젊다고 죽음이 더 멀리 있는 건 아니니까. 나이가 들었다고 더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고."-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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